치머발트 선언(1915년)

by 볼셰비키 posted Sep 2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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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머발트 선언



유럽의 프롤레타리아 여러분!

전쟁이 시작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수백만구의 시체가 전쟁터를 가득 메웠고 수백만 명이 불구가 되었다. 유럽은 그야말로 거대한 인간 도살장이 되었다. 여러 세대의 노동으로 일궈낸 문화는 헛되이 파괴되었다. 오늘날, 가장 지독한 야만이 인간이 자랑해 마지않던 모든 것을 짓밟고 있다.

전쟁 원인과 관련한 명백한 사실이 있다. 지금의 전쟁이 제국주의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 전 세계의 인간노동과 자연자원을 착취해 이윤을 짜내려는 각국 자본가계급의 충돌이 전쟁을 촉발한 것이다.

경제 또는 정치적으로 열세인 나라는, 자국의 이익에 따라 유럽 지도를 피와 쇠붙이로 다시 그리려는 열강에 예속되어 있다. 벨기에, 폴란드, 발칸 국가들, 아르메니아 같은 국민과 국가는 전리품 흥정에서 거래물로 다루어지며 전부 혹은 일부가 병합될 운명에 처해 있다.

전쟁 세력의 비열함이 발가벗겨지고 있다. 인민으로부터 숨겨야 하는 이 세계적 파국의 본질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인민의 흥건한 피를 금화로 주조하고 있는 자본가들은 이 전쟁이 조국 방어, 민주주의, 피억압 민족 해방을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새로운 족쇄, 쇠사슬, 멍에가 등장했다. 승전국이나 패전국 가릴 것 없이 모든 국가의 노동자는 이를 견뎌야 할 것이다. 전쟁이 벌어질 때 지배자들은 복지가 향상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전쟁이 실제 가져온 것은 빈곤과 결핍, 실업과 생활고/고물가, 기아와 전염병이다. 전비 지출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인민의 노동을 탕진하고 이미 획득한 개량적 성과를 위협하며 모든 앞길을 방해할 것이다

이 전쟁은 현대 자본주의의 진정한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자본주의는 더 이상 노동대중의 이익, 역사발전, 인간 생존 등과 양립할 수 없다.

군주제 및 공화제 정부, 비밀외교, 강력한 기업가 단체, 부르주아 정당, 부르주아 언론, 교회 등인민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는 자본주의 지배 세력이 이 전쟁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 전쟁은 그들이 육성하고 그들이 수호하고 있는 사회 질서에서 태어나 그들의 이익을 위해 수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여러분!

착취당하고 권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이여! 전쟁이 터지자, 여러분을 사지로 내몰며 그들은, 여러분을 동지, 형제라고 불렀다. 하지만 군국주의가 여러분을 불구로 만들고 갈가리 찢어 죽이고 있는 지금, 지배자들은 여러분에게 자기 이익과 이념 그리고 이상의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거국적 일치단결에 노예적 복종을 명령하고 있다. 여러분은 자신의 이익, 감정, 고통을 표현할 기회를 빼앗기고, 어떤 요구를 하거나 그것을 지키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신문 잡지는 폐간되고 정치적 권리와 자유는 짓밟히고 있다. 군사 독재가 철권통치하고 있다.

우리는 유럽의 미래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 상황을 더 묵과할 수 없다. 수십 년에 걸쳐 사회주의 프롤레타리아트는 군국주의에 맞선 투쟁을 수행해 왔다. 이들의 대표자는 점점 고조되는 제국주의 전쟁 위험을 국내외 대회장에서 경고해 왔다. 슈투트가르트, 코펜하겐, 바젤 인터내셔널 대회는 프롤레타리아트에게 투쟁의 길을 제시했다.

여러 국가의 사회주의 정당과 노동자 조직은 이러한 결의에 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시작되자 자기 의무를 저버렸다. 이들 조직 대표자들은 프롤레타리아트 해방의 유일한 수단인 계급투쟁 중지를 노동자에 호소했다. 그들은 전쟁 공채에 찬성하고 운명을 지배계급 손에 맡겼다. 자기 자신을 정부 손에 넘기고 온갖 봉사를 제공했다. 그들의 신문이나 특사를 이용해 중립국이 자국 정부를 편들도록 설득했다. 사회주의 각료로서 거국적 의견일치를 위한 인질을 자국 정부에 제공하고 이렇게 노동계급 그리고 노동자의 현실과 미래 앞에서 이 전쟁과 그 목적 그리고 수단에 대한 책임을 떠맡았다. 개별 사회주의 정당과 마찬가지로 모든 국가 사회주의자의 공식 대표자인 국제사회주의사무국(Bureau Socialiste International BSI)도 파산해 버렸다

국제 노동계급은 전쟁 초기에 민족적 광기에 굴복하지 않거나 벗어나 있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사회주의 정당의 정치적 굴복] 때문에, 인민 학살 2년째에 이르러서도 평화를 위한 단호한 투쟁에 착수할 어떤 수단도, 길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폴란드, 라트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스위스의 사회주의 정당과  노동조합 및 소수파 대표자들이 이곳에 모였다. 우리는 착취계급의 국가가 아니라 프롤레타리아트의 국제적 연대와 계급투쟁 기반 위에 서 있다. 우리는 파괴된 국제 연대를 재건하고 노동계급에게 자기 의무를 상기시키고 평화를 위한 투쟁에 착수하기 위해 모였다.

이 투쟁은 자유, 여러 국가 인민의 우호,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이다. 무병합, 무보상의 평화협정을 위한 투쟁을 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평화는 인민의 권리와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의도를 단죄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타국의 영토 전부 또는 그 일부를 강탈해 강제로 자국에 통합시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공공연한 것이든 숨겨진 것이든 어떤 병합도 어떤 강제적인 경제적 통일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무권리 상태를 초래하기 때문에 고통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민족 자결은 민족 문제에 관한 부동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프롤레타리아 여러분!

전쟁 개시 이후 여러분은 그 참된 힘, 용기, 인내심을 지배계급을 위한 봉사에 써왔다. 이제 여러분은 자기 자신의 과업을 위해 사회주의라는 신성한 목적을 위해 피억압 인민과 노동계급의 해방 투쟁에 나서야 한다. 프롤레타리아트의 가차 없는 계급투쟁을 통해서.

이 투쟁에 단호히 착수하는 것이 교전국 사회주의자의 의무이다. 여러 중립국 사회주의자의 과제와 의무는 모든 효과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피비린내 나는 만행에 맞서 투쟁하는 형제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세계 역사상 이렇게 시급하고, 이렇게 중요한 과제는 없었다. 그 실현은 우리 공동의 사업이어야 한다. 어떤 희생을 치르든 어떤 어려움에 직면하든 이 목표를 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러 국가 인민의 평화라는 목표를.

남녀 노동자 여러분! 어머니 아버지여! 남편을 잃은 아내,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여! 상처받고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여!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당신 모두에게 우리는 호소한다.

 국경을 넘어 초연이 휘날리는 전쟁터를 넘어 파괴된 마을과 마을을 가로질러 호소한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트 단결하라!

 치머발트 (스위스) 19159 

 전쟁과 혁명1권 수록

트로츠키 연구14 

 

일본어 ツィンメルワルト宣言

영어 THE ZIMMERWALD MANIFE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