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개된 힐러리의 이메일이 보여준 제국주의 미국의 민낯

by 볼셰비키 posted Mar 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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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vop.co.kr/A00001001862.html

편집자주/지난 달 말 미 국무부는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 당시 사용한 이메일을 모두 공개했다. 물론 상당부분이 ‘국가기밀’로 분류되어 공개에서 제외됐다. 힐러리는 2009년부터 4년간 국무장관으로 재직했는데, 이 시기는 전쟁의 결과로 혼란에 빠져들어간 이라크의 비극이 본격화됐고, 이집트와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에서 이른바 ‘혁명’이 진행된 때였다.

제4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세계사회주의웹사이트(WSWS.org)는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에서도 예외없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태가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원문은 The Hillary Clinton emails:A record of imperialist crime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 29일을 마지막으로, 미국 국무부는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재직할 당시(2009~2013)의 이메일 중 국가비밀로 분류되지 않았던 이메일을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힐러리는 장관 재임 4년동안 정부의 이메일 계정을 쓰지 않고,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국가기밀의 누설가능성 때문에 시작됐던 힐러리의 이메일 5만 5천여 페이지에 대한 미 정보당국의 기본적인 검토는 이로써 일년만에 마무리됐다.

3만여 통의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드러난 사실이 많다.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리비아에서의 공격적 전쟁, 무인기를 사용한 암살, 그리고 파키스탄이나 예멘, 소말리아 등에서 감행한 여러 불법 행위에서 클린턴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 이메일들에는 이외에도 힐러리의 국무부가 하루하루 어떻게 운영됐는지를 보여주는 엄청난 정보가 있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을 연일 다루면서도 그 이메일의 실질적 내용은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이메일 스캔들의 확산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생각에 빠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사진은 2015년 10월 촬영됐다.
이메일 스캔들의 확산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생각에 빠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사진은 2015년 10월 촬영됐다.ⓒAP/뉴시스

이메일은 힐러리를 전범으로 처벌할만한 증거를 포함하고 있다

국무부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메일들만 살펴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메일을 내용을 보면 힐러리뿐만 아니라 제국주의 국가기구, 그리고 이와 결탁한 자본이 장악한 언론의 불법 행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메일들은 힐러리와 그 외의 고위 관료를 국제적 전범으로 처벌할 만한 충분한 증거를 포함하고 있다.

2010년의 이메일 하나만 봐도 그렇다. 이메일의 작성자는 조셉 윌슨 전 대사다. 그는 지난 2002년 대량살상무기 조사단의 일원으로 이라크에 갔다가, 증거가 나오지 않자 이후 부시 정권의 이라크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인물이다. 윌슨은 미국의 한 건설회사 간부가 되어 이라크를 방문한 후 힐러리에게 이 메일을 보냈다. 당시까지 미국은 이라크의 주둔군을 철수하지 않고 100만명의 생명을 뺏아간 갈등을 연장시켰다. 그 후 미국은 시리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 이슬람국가(IS)와 싸운다는 명분하에 이라크에 미군을 다시 주둔시켰다.

윌슨의 이메일은 이렇게 시작한다. “9월 6~11일 바그다드를 방문했는데 입이 벌어질 정도로 당혹스럽다. 아무리 찾으려 해도 서서히 죽어가는 이 활기찬 역사적으로 중요한 중동 도시와 비슷한 역사적 사례를 찾을 수 없다. 베를린이나 드레스덴은 2차 대전 때 완전히 파괴됐지만 바그다드처럼 7년간 다른 국가의 점령하에 있지는 않았다”.

미 주둔군에 팽배한 인종차별주의와 가학성을 묘사하며 윌슨은 이렇게 말한다. “바그다드 공항에 있는 미군 부대의 기념품 가게는 (폭격을 상징하는) 버섯구름 그림과 ‘바그다드 날씨:32,000도, 부분적으로 흐림’이라는 문구가 찍힌 티셔츠를 판다. 다른 티셔츠들은 아랍인들을 ‘낙타타는 미개인’으로 표현한다. 이 티셔츠들이 그나마 덜 모욕적인 것들이었다... 주둔군은 자신들이 이라크에 평화, 광명, 기쁨이나 민주주의를 주기 위해 왔다고 전혀 생각지 않는다. 그들은 ’낙타타는 미개인‘들을 죽이려고 거기에 있다.”

대리전, 암살, 매수

힐러리가 주도적 역할을 했던 리비아에서의 미국의 ‘대리전(proxy war)’에 관한 이메일도 수백 통 있다. 뉴욕타임즈의 최근 연재기사가 확인했듯, 백악관 내에서 카다피 정권에 맞선 이슬람 근본주의 반군에게 몰래 무기를 제공하자고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사람도 힐러리였다.

2011년의 이메일도 주목할 만하다. 이 편지에서 한 고위 외교관은 카다피 이후의 리비아 정치질서를 어떻게 만들지를 논의한다. 이 때는 미국과 나토가 리비아를 공습하기 전이었다. 물론 이 전쟁은 카다피의 살해로 끝났다. 이메일을 보낸 고위 외교관은 ‘유엔을 활용해’ 제국주의적으로 한 국가를 분할한 것을 은폐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여러 국가의 협조를 이끌어 내려면 유엔이라는 감투가 유용하다”고 거리낌없이 말한다. 그는 또한 이탈리아의 광범위한 전쟁 참여에 대해서는 가급적 쉬쉬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한다. 이탈리아는 리비아의 독립 이전에 리비아를 통치했던 제국주의 국가였다. 미국과 나토의 전쟁이 리비아를 식민지 지배의 시기로 돌려놓았다는 걸 알리지 말자는 것이다. 또 정권교체 작전에서 제국주의 세력들이 동결한 수십억만 불에 이르는 리비아의 자산을 어떻게 나눠 가질지에 대해 주고 받은 이메일들도 있다.

지중해에서 이탈리아 연안경비대가 리비아 출발 유럽 이주 시도자들로 가득 찬 고무 보트를 발견하고 구조하기 위해 접근하면서 움직이지 말라는 수신호를 하고 있다. 유럽으로 들어오고 있는 리비아 난민은 미국과 나토가 리비아의 반체제 세력을 부추겨 벌어진 내전과 뒤이은 미국-나토의 직접 폭격이 카다피 정부의 몰락과 리비아의 무정부상태로 이어지면서 발생했다.
지중해에서 이탈리아 연안경비대가 리비아 출발 유럽 이주 시도자들로 가득 찬 고무 보트를 발견하고 구조하기 위해 접근하면서 움직이지 말라는 수신호를 하고 있다. 유럽으로 들어오고 있는 리비아 난민은 미국과 나토가 리비아의 반체제 세력을 부추겨 벌어진 내전과 뒤이은 미국-나토의 직접 폭격이 카다피 정부의 몰락과 리비아의 무정부상태로 이어지면서 발생했다.ⓒ뉴시스/AP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만 수천명을 죽인 오바마 정권의 ‘무인기 암살 작전’과 관련된 이메일도 많다. 뉴욕타임즈는 “힐러리의 서버에 있던 22통의 이메일이 무인기를 사용해 테러 용의자를 추적하고 죽이는 작전과 첩보 작전들, 정보원을 다루고 있어 미 중앙정보국(CIA)의 요청으로 ‘일급비밀’로 재분류됐다”고 보도했다. “그 이메일들에는 여러 비밀 작전들에 대한 직접적, 간접적 언급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비밀 작전 중에는 CIA의 아프가니스탄의 고위 관료 매수 작전도 있었다. 뉴욕타임즈는 아프가니스탄의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수장이었던 모하메드 지아 사례히가 CIA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기사를 내보내기 전에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 대사관에 확인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이에 대해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 대사관은 “우리의 입장은 한결같다. 우리는 국가기밀과 관련된 기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보냈다. 주간지 타임즈는 그 이후,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전 대통령(2004~2014)도 CIA로부터 정기적으로 현금이 가득찬 쇼핑백을 받았다는 것을 보도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언론 보도를 미리 보았다

위키리크스의 미 국무부 외교문건 공개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언론과 국무부가 결탁했음을 보여주는 이메일도 수십 통이다. 워싱턴포스트의 기자 크레그 위트락이 2010년에 보낸 이메일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소말리아 앞바다에 있는 세이셸 군도에 비밀 무인기 부대가 있음을 보여준 외교문건에 기반한 연재기사를 내보내기 전에 “국무부의 의견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 등의 주요 언론사들이 기사 발행전에 기사에 언급할 외교문건의 사본과 기사 초안의 전문을 백악관에 보냈고, 백악관은 이를 마음대로 수정하거나 검열하여 삭제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위트락의 요청을 담당했던 이들이 자기들끼리 주고 받은 이메일도 있다. 이들은 위트락과의 소통방식이 “기사 수정요청을 준비하고 외교가에서 수습해야 할 사건들을 예측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매우 흡족해 했다. 위키리크스의 당시 편집장이었던 줄리언 어산지와 국무부의 외교문건을 빼돌린 첼시 매닝의 처벌을 주장하는 워싱턴포스트의 사설을 언급하는 이메일도 있다. 이메일에는 그 사설이 “도움이 됐다”면서 “외신들이 이를 더 보도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도 있다.

힐러리는 또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참모이자 자신의 2008년 대선캠프 책임자였던 시드니 블루멘탈로부터 수백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당시 클린턴 재단에서 일하던 블루멘탈은 국무부의 정식 직원도 아니었고, 리비아에 개인적으로 사업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블루멘탈이 힐러리에게 비선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사실상 고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국주의적 공작에 참여하는 민간인들

블루멘탈은 미국 제국주의의 타겟인 많은 국가들에 관한 정보 보고서를 보냈다. 한 이메일에서는 그는 리비아 반군이 미국으로부터 받은 무기를 사용해서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에 대한 보복을 가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그의 다른 이메일은 미국이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2011년의 이집트 혁명을 잠재우기 위해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과 이집트 군부가 은밀히 거래하고 있으며, 그 둘이 “앞으로도 안정된 정부를 구성하고 투자를 위한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계속 협력할 것”이라 썼다.

또 다른 이메일에서 블루멘탈은 미 특수부대가 파키스탄 국경을 넘는 습격으로 오사마 빈 라덴을 암살한 정황을 어떻게 은폐할지에 대해 얘기한다. 폭로 기사 전문 기자인 세이모어 허쉬가 밝혀냈듯, 빈 라덴의 죽음을 둘러싼 미국 정부의 공식 설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거짓말이었다.

블루멘탈은 이렇게 쓴다. “도청이 차단된 특수한 방에서 의원들에게 빈 라덴의 시신을 찍은 사진을 보여줘라. 의원들에게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포로 학대] 사진을 보여줬을 때와 비슷하게 하면 될 것이다. 그걸 본 의원들은 전국지와 지방 신문에 자신들이 본 것에 대해 얘기를 할 것이다... 의원들이 실제로 사진을 봤다고 하면 ‘빈 라덴이 사실은 죽지 않았다’는 음모론, ‘빈 라덴의 사살 정황을 정부가 조작하거나 부분적으로만 공개한다’는 얘기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힐러리의 기소를 위해 연방 대배심에 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수요일, 힐러리의 자택에 문제의 개인서버를 설치한 국무부의 전직 직원 브라이언 파글리아노가 FBI와 협조하는 대가로 면책권을 보장받았다.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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