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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자본주의 - 시장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조너선 닐 (지은이) | 김종환 (옮긴이) | 책갈피 | 2011-07-01 | 원제 Stop Global Warming: Change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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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기후변화 반대 운동’의 국제 간사인 조너선 닐은 개인적 실천이나 시장 원리에 맡기는 방식의 기후변화 ‘해결책’이 결코 기후변화를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만 키우는 속임수라고 비판한다. 세계의 지도자들이 진정한 기후변화 해결책을 거부하는 속내는 그것이 기업의 이윤을 위협하고 전 세계 모든 주류 정당의 경제정책(신자유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강제하려면 전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소비주의의 욕망에서 벗어나 희생을 감수해야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일부 환경운동가들의 주장도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진정한 기후변화 해결책은 전 세계 빈곤 문제의 해결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너선 닐은 기후변화 저지 운동에 노동조합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환경운동과 사회정의 운동 사이의 동맹, 즉 기후정의 운동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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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배출권 거래제는 오늘날 신자유주의 정치인들 사이에서 무척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연합은 교토의정서의 한 부분으로 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새로 제안하는 방법들에는 기업들과 주 정부들끼리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 꼭 포함되기 마련이다. 그러면 배출권 거래제가 실제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보자.
시장을 통한 조절을 강조하는 해결책들은 언제나 완전 시장이란 무엇이며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지만, 그런 완전 시장은 경제학 교과서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배출권 거래제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를 알려면 현실의 시장을 살펴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마치 로맨스 소설을 읽고서 자기 애인을 이해했다고 여기는 것과 같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교토의정서에서 나온 생각이다. … 영국이 필요한 만큼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1990년대에 경제가 붕괴해 배출권이 남아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배출권을 사는 것이다.
이것이 공평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배출권을 사는 것이 아예 금지돼 있었다면, 영국은 배출량을 더 많이 줄였을 것이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최종적 효과는 감축량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교토의정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모든 탄소 거래제가 갖고 있는 문제다. 만약 매년 5퍼센트씩 배출량을 줄이기로 했다면, 탄소 거래제가 있는 한 감축량은 결코 5퍼센트를 넘지 못하게 된다.
시장 조절 메커니즘이 실패해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토 협상 당시 미국 대표단 중 일부는 이를 알면서도 거짓말을 했고, 또 다른 일부는 시장 원리에 대해 글자 그대로 무지했다. 그렇지만 이들 중 시장 조절 메커니즘을 끝까지 강조한 기업가들은 그것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들은 과거 미국에서 아황산가스를 줄이기 위해 시행했던 배출권 거래제를 여러 차례 근거로 들었다. 그런 만큼 실제 미국에서 아황산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볼 필요가 있겠다.
1980년대 세계 각국은, 발전소에서 내뿜는 아황산가스가 대기 중에서 황산으로 변하고, 그것이 빗물에 녹아서 떨어지는 산성비 때문에 북미와 유럽에서 숲이 죽어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환경운동가들의 압력을 받은 각국 정부는 아황산가스 배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독일 정부는 1982~98년에 규제 정책을 펼쳤다. 각 기업에 아황산가스 배출량을 줄이라고 명령했고, 그 결과 배출량이 90퍼센트 줄었다. 미국에서는 아황산가스 규제 정책이 1990년에 시작됐다. 그러나 2010년까지도 아황산가스 배출량이 35퍼센트만 줄어들 전망이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기업에 명령을 내리는 대신 아황산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도록 제도화했기 때문이다.
교토 협상 당시 미국 대표단에게 자문을 제공하고 배후에서 실력을 행사한 이들은 결코 호락호락한 세력이 아니었다. 이들은 석탄 기업 출신으로, 오랫동안 주 정부와 연방 정부의 정치인들, 규제 기관들과 은밀히 만나서 거래를 해 온 자들이다. 이들은 합의문을 교묘하게 작성하는 법을 알았고,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런 자들이 배출권 거래제를 주장했다면, 이는 그들이 미국에서 아황산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황산가스가 석탄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우연이 아니다.

녹색 소비 전략의 문제점
현재 영국에서는 대부분의 지역 단체들이 생활 방식을 바꾸자는 쪽을 선택했다. 이 전략의 첫 번째 문제점은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대다수로부터 분리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을 행동에 나서도록 만들어야 한다. 즉, 적어도 모든 주요한 나라에서 인구의 다수가 움직여야만 한다. 그런데 생활 방식을 강조하는 전략은 필연적으로 이 다수의 사람들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탄소 에너지에 길든 생활 방식을 바꾸려면 대부분 돈이 들고, 어떤 것은 많은 사람들이 꿈도 못 꿀 액수의 은행 대출이 필요하다. 자기 집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도 있다. 예를 들어 태양발전 시설을 설치하려면, 지금 당장 돈을 투자한 다음에 향후 몇 년에 걸쳐 천천히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
내가 사는 곳은 장거리 기차 운임이 저가 항공보다 더 비싸다. 내가 일하는 곳까지 70마일[113킬로미터]을 승용차로 운전해서 가는 것이 기차를 타는 것보다 비용이 더 저렴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사려면 내가 평생 만져 보지도 못할 정도로 큰돈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돈을 아끼게 될 것이라고 말해 봤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의미 없는 얘기다. 미리미리 계획해서 돈을 아끼는 건 상위 20퍼센트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빠듯하다.
사람들에게 생활 방식을 바꾸도록 요구하는 전략의 두 번째 문제점은, 그렇게 하면 독선적이거나 우월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때때로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별히 거만하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를 느낀다. 당장 나만 해도 그렇다. 그러나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죄의식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생활 방식을 바꾸지 않는 다른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게 된다. 도덕적 감수성이, 다른 사람을 열등하다고 여기는 태도, 즉 도덕주의가 된다.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평가받는 것에 민감하며 당신이 그렇게 한다면 당신을 몹시 싫어할 것이다. 특히, 당신은 생활 방식을 바꿀 경제적 여유가 있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다면, 당신을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증오하게 될 것이다. 마침 그가 트럭 운전수이고, 지구온난화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 일자리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면 당신에게 느낄 증오심은 엄청날 것이다.
개인에게 생활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은 평균 소득수준의 사람들을 대부분 배제한다. 또,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얘기다. 아무도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에서 생활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각자 탄소 발자국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대부분 희생정신을 강요하는 사상이 깔려 있다. 이와 같은 희생의 윤리학은 녹색 소비를 강조하는 실천의 필요 불가결한 일부다. 사회 전반적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결국 밑바닥 사람들이 희생당하게 된다. 정부가 주택 단열을 지원해 주지 않으면, 사람들은 결국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난방을 줄이고 추위에 떨어야만 한다. 정부가 나서서 청정에너지 위주로 세계를 재편하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가뭄과 흉작을 겪게 될 것이다.
이처럼 개인이 [녹색 소비 위주로] 생활 방식을 바꾸려면 돈을 더 많이 쓰거나 지금 누리고 있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이것은 심지어 부유한 나라에서도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희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마지막으로, 개인 생활 방식의 변화를 강조하는 주장에는 중요한 정치적 약점이 있다. 그러한 주장은 비록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출발하지만, 동시에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뭉쳐서 행동할 만큼 강하지 못하다는 두려움을 처음부터 깔고 있다. 나아가, 생활 방식 변화를 강조하면 할수록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러한 두려움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첫째, 사람들에게 각자 잘하면 된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집단적 해결책은 불가능하다고 스스로 되뇌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게 된다. 둘째, 생활 방식 바꾸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역시 사람들은 … ’ 하고 자신의 애초 생각이 맞았다고 확신하게 된다.
제2차세계대전의 경험
기후변화에 맞서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려면 제2차세계대전을 돌아보면 된다. 당시에 모든 주요 국가들은 가능한 많은 인명을 살상하기 위해 자국 경제 전체를 탈바꿈시켰다.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가능한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비슷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당시에 미국 경제의 변화 속도는, 미국이 두 차례에 걸쳐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의 군비 증강 속도보다 훨씬 더 빨랐다. 또한 오늘날 지구온난화 방지 대책으로 제안되는 정책들에 비해서는 열 배 이상 빨리 추진됐다. 이처럼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빠르게 일을 처리한 것은 그들이 전쟁에서 이겨야만 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일어났던 일을 세계적 차원에서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총합인 50조 달러만큼을 내년에 투자해야 한다.
그 정도의 돈과 계획, 헌신성만 있으면, 우리는 미국이 2차세계대전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했던 기간 만에 지구온난화를 멈출 수 있다. 미국은 3년 9개월 만에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사실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그 많은 돈이 다 필요한 것도 아니다. 현재 미국의 국민총생산에 해당하는 13조 달러면 충분하다.
따라서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라 의지와 추진력이다. 당시에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정부는 정말로 전쟁에서 이기고 싶어 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전쟁은 세계경제 지배권을 놓고 벌이는 전쟁이 아니다. 그래서 정치인들과 기업 총수들이 별로 의욕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경제적 조치들은 많은 경우 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과 상충한다.
그러나 여전히 제2차세계대전의 사례는 실제로 일이 얼마나 거대하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또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얼마나 큰 규모로 일이 진행돼야 하는지도 보여 준다. 또한 현재 돈이나 기술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님을 보여 준다. 그보다는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를 막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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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데이비스 (≪슬럼, 지구를 뒤덮다≫(돌베개) 지은이, 뉴레프트리뷰 편집위원) blet_dropdown.gif
: 조너선 닐은 탄소 배출권 거래제나 바이오연료 보조금 지급 같은 시장 원리에 따른 지구온난화 ‘해결책’이 재앙적 기후변화를 막지도 못하면서 경제적 불평등만 더 키울 것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진정으로 인류의 생활수준을 높이면서도 탄소 배출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안적 전략을 탁월할 정도로 명료하고 일관되게 서술한다.
이 책은 사회정의 운동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환경운동에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는 장엄한 선언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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