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개그림 '한열이를 살려내라!', '장산곶매' 등으로 잘 알려진 행동주의 화가 최병수 씨의 이야기를 담은 책. '국졸' 출신의 노동자 목수에서 80년대 미술운동가로, 국제적인 환경미술가로 변신했던 지난 20년간의 활동을 성찰적인 태도로 뒤돌아본다. 최병수가 자신의 삶을 말로 풀어내고, 목수 김진송이 글을 지었다.
민주화의 현장이나 노동, 반전, 반핵, 환경, 여성, 장애 등 우리 사회의 긴급 현안과 관련된 곳에서는 어김없이 최병수와 그의 그림이 있었다. 90년대 초부터 지구환경 문제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그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뉴욕의 유엔본부, 터키의 이스탄불, 일본의 히로시마와 교토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2000년에는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새만금 해창갯벌에 70여개의 솟대와 장승을 세웠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세상에 눈을 뜨고, 그러다가 경찰에 의해 졸지에 '화가'가 된 일, 사회운동.미술운동.지구환경운동을 하면서 겪고 느낀 것들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현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최병수의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진을 수록했다.
1959년 서울생으로 국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하였다. 미술평론과 전시기획, 출판기획등의 일을 해왔으며 지금까지 일곱 차례의 《목수 김씨》전을 열었다. 현대사회의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그의 저서들은 허명뿐인 지식의 체계를 뒤집는 통쾌함을 보여 준다. 주요 책으로 《현대성의 형성?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1999), 『인간과 사물의 기원』(2006),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2007), 『상상목공소』(2011) 등이 있다. 2013년 움직인형과 영상들을 결합한 《상상의 웜홀》전을 열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늘 너무 많은 불만에 쌓이게 된다. 그가 분노를 표현하거나 이끌어내기 때문은 아니다. 그의 말을 듣다보면 그를 곁에 둔 나와 내가 속해 있는 사회의 무책임과 불합리가 너무 두드러져 보여서였을 것이다. 아니면 거칠 것 없는 그의 말과 행동에 나의 소시민적인 일상이 부끄럽게 드러났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이 사회에서 그가 머물러 있는 자리는 불안하다. 그는 20년을 줄곧 미술을 해왔지만 미술계에서 그의 자리는 없다. 그는 줄기차게 운동을 해왔지만 그 후광을 어깨에 두르지 않았다. 그건 그에게 향하는 아니 그를 보는 사회를 향하는 나의 불만이기도 했다.
나는 80년대 미술운동이 있었다면 반드시 최병수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80년대 미술운동의 정신이 있었다면 그것을 지금까지 펄펄 살아 있는 시대정신으로 지니고 있는 화가가 최병수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 중에서 인류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행동주의 미술가이자 실천적인 화가의 한 사람이 최병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