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에서 얼쩡거리다가
이쪽 인심으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이름도 얻다가
더불어 어깨도 겯고
우정과 의리가 이러니저러니 떠벌이다가
험악한 상황이 되자
포화를 피해 이쪽을 버리고 저쪽으로 넘어간 자들이
동료들이 뭇매 맞는 걸 지켜보던 자들이
맞아 싸다고 떠벌이던 자들이
이제
왜 자신들을 그리 혹독하게 대하느냐고
투정을 부린다.
왜 적처럼 대하느냐고 엄살을 부린다.
몰라서 하는 투정이 아니라는 걸
사악한 엄살이라는 것을 알지만
늘 걸치던 한쪽 다리의 허전함으로 인한
투정이고 엄살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유를 서로 확인하고 싶다.
그대들의 반성을 구하자는 뜻이 아니라,
우리의 인심을 단도리하기 위하여
그 이유를 말하려고 한다.
좋게 말하면 넉넉하고, 독하게 말하면 어리바리한
이쪽 인심으로,
또 흐릿한 눈이 되고 마음이 약해져
경계를 허물고 그대들을 다시 이쪽으로 들일까 봐,
대오각성, 뼈저린 반성도 없는 그대들을
다시 틈틈이 끼워넣어 대열을 균열시킬까
두렵기 때문에
바로 그 모지리 인심 때문에 착취와 수탈이 끝나지 않고
그 죗값을
등골 휘는 피땀과 애틋한 목숨으로 갚아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확인해 두려는 것이다.
왜 당신들을 적처럼 대하냐고?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 적이기 때문이다.
적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대들 배신의 눈빛은
우리들 몸을 훑어 수색하는 적의 전조등이고,
그 혓바닥은
우리들 방어선 틈을 넓히는 적의 쐐기이고 빠루이고
그 배신의 손가락질은
반격해야 할 우리들 손발을 옭아매는 적의 오랏줄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적은
적이 아니라
우리들 내부, 적의 의식이기 때문이다.
그 의식이 우리들 살점을 떼내고 뼈를 헤집는
적의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