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출처 – 국제볼셰비키그룹(IBT) 웹사이트
그리스 위기와 총선
시리자와 인민전선의 위험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고 국제금융기구(IMF), 유럽중앙은행, 유럽위원회로 이루어진 ‘트로이카’가 요구하는 혹독한 긴축 정책을 시행한 뒤로, 그리스 인민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팍팍해졌다.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의 노동자 그리고 청년층 절반이 실업자이다. 정부지출과 최저임금 그리고 실업수당은 1/5이 삭감되었고, 교육지출과 공무원 월급은 1/3 가량 축소되었다. 연금 납부 기간은 5년 늘어났지만, 연금 액수는 줄어들었다. 한 달에 평균 70명가량이 자살하고 노숙자가 크게 늘어났다.
자본주의 광기와 외국자본(특히 독일과 프랑스)에 대한 그리스의 종속으로 야기된 사회혼란 속에서, 지배여당 연합이었던 신민주당과 PASOK의 권위는 급속히 무너졌다. 특히 PASOK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눈에 띄게 추락했다. 정치 중심부가 무너지자 신나치 조직인 황금새벽당이 성장했다. 2015년 1월 25일에 치러질 의회 선거 한 주 전, 파라폴리티카(Parapolitika) 신문사가 행한 여론조사에서, 시리자는 35% 신민주당은 30% 포타미당[To Potami: 江이란 뜻의]은 7% 황금새벽당과 그리스공산당(KKE)은 각각 5% PASOK은 4% 그리스독립당은 3%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6월 치러진 선거에서, 1930년대 미국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을 본 딴 ‘유럽 뉴딜’이라 명명한 개혁정책을 내세워 2위 자리에 오르자, 시리자는 국제적 관심을 받게 되었다. 시리자는 빈곤선 아래 계층에게 전기, 식사, 의료, 교통을 무료로 제공하고, 최저임금을 월 500유로에서 750유로로 50% 가량 올리겠다고 공약한다. 이와 같은 공약을 이행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리스정교회와 (그리스에서 가장 부유한 자본가를 대표하는) 선박회사 주인들이 누리던 특권들을 공격하고, 50만 유로 이상 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신설하고 대기업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겠다고 약속한다. 시리자는 집권 이후 협상을 통해 그리스의 국제부채를 “크게 줄이고 이자율을 삭감할 것”이라고 주장한다(Observer, 2015년 1월 1일).
시리자는 그 동안 피착취자의 대변인을 자처했고, 인원감축에 맞서 아테네 중심부에 천막을 치고 때때로 경찰과 충돌하며 작년부터 싸우고 있는 재정부 소속 청소부들의 투쟁을 포함한, 노동투쟁을 지지해왔다. 시리자 지도자인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우리는 세계노동기구와 협력해서 노동법을 새로 도입하고 노동악법을 폐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left.gr, 2015년 1월 18일).
집권 가능성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그 동안의 친노동계급 수사에도 불구하고, 치프라스는 자신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고, 그가 운영하고자 하는 국가의 주인인 그리스 자본가들에게 자신이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수가 유로존에 남기를 원한다는 것을 감지한 이후, 작년에 40세에 접어든 치프라스는 反유럽 언사를 누그러뜨렸다. 국가구제정책에 덧붙은 조항들을 “찢어버리겠다”는 언급들이 사라졌다. 지난 주 그는 독일 납세자들을 달래며 “시리자 정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동반자들과 맞서는 것이 아니다. 새 적자를 위해 신용을 얻어야 한다.” 그는“나라를 안정시키고, 1차 예산의 균형을 맞추고 독일과 그리스 납세자들의 희생을 종식시켜야 한다.”라고 경제 일간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에 썼다.
곧 출간될 『마이 레프트(My Left)』라는 책에서 치프라스는 시리자 정부는 자신들의 긴축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을 언급한다. “예산 균형을 이루는 것이 우리 전략의 핵심이다. 그래야 우월한 위치에서 협상을 할 수 있다. 즉, 우리는 예산 균형이 긴축 정책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필요가 있다.” (블룸버그, 2015년 1월 8일)
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리자의 외교정책도 온화해졌다. 경제신문사인 블룸버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집권이 가까워지면서, 한때 나토에서 빠져나오고 크레테 항구에서 미 해군의 철수를 주장하던 반체제 정당인 시리자는 주류 외교정책에 접근하고 있다.…여론 조사 결과, 1월 25일 선거에서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이제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제재조치에 시리자가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하는 것이 의제로 되고 있다.”
자본가 정당과의 연합 반대!
시리자 정부는 그리스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없다. 인민에 가해지는 고통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그것은 대중적 저항을 낳을 것이다. 그리스 지배계급은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군사독재에 호소한 전력이 있다. 만약 그들이 의회라는 책략을 통해 사회 안정을 유지하는 데 실패한다면 또 다시 그런 방식에 호소할 가능성이 있다. 부르주아지들은 황금새벽당의 성장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시리자는 국내외 자본 몰수를 통해 지배계급의 권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 대신 시리자는 그리스 인민 다수를 위해 자본주의가 가동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다. 그것은 단지 지지자를 실망시키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혈낭자한 패배의 기초를 놓는 것이다.
시리자를 지지하는 35%의 그리스인들은 아직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혁명적 대안을 가지지 못한 채로 많은 전선에서 공격당하고 지친 그리스 인민은 자신들의 삶이 나아지기를 갈망하면서 (실제로 검증되지 않고 다만 개량을 약속하는) 시리자가 현 권력에 맞서 싸울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시리자가 이번 선거에서 이기겠지만, 절대 다수를 얻지는 못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통치를 위해 연합할 정당을 찾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예측한다. 일정한 규모를 가진 유일한 노동계급 정당인 그리스공산당은 연립정부 참여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시리자는 현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어떤 정당과도 그리고 포타미당과 공동 집권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왔다. 포타미당은 ‘反부패’를 표방하는 소부르주아 정당으로, 시리자나 신민주당과 연합하기를 희망해 왔다. 대부분의 부르주아 논평가들은 포타미당이 정부구성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집권하려면 이전의 태도를 부정해야 하는데, ‘시리자가 그 동안 보여왔던 긴축에 대한 태도를 고려해 볼 때, 시리자가 그것을 ‘현실적’으로 합리화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상당히 순진한 태도이다. 시리자는 우익 대중주의 그리스독립당과의 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치프라스는 “좌익 정부”를 이끌 것이라고 추상적으로 주장하지만, 노동계급 정당만의 단결을 위해 노력하지는 않고 있다. 부르주아 또는 소부르주아 정당과의 연합인 인민전선에 합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2015년 1월 20일자는, 왜 시리자가 이끄는 정부가 노동자의 이해를 방어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는지를 설명할 때 부르주아 연립파트너는 편리한 구실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중도적인 정당으로 알려진 포타미당과의 연합은, 치프라스에게 정치적으로 유용할 수 있다. 그리스의 구제금융협약을 재협상하겠다는 치프라스의 이전 언급들로 인해 긴장하고 있는 채권자와 금융시장의 걱정을 누그러뜨리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노동계급에 기초한 정당이 부르주아 파트너와 연합하여 정부를 구성할 경우, 노동자의 투쟁은 항상 침체되었다. 어떤 경우 이러한 태도는 우익 쿠데타를 부르기도 한다. 1936년 대중적 파업 물결을 이끌던 그리스공산당은 베니젤로스[1864~1936: 그리스의 정치가]의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계급투쟁 전술을 방기했다. 그것은 메탁사스[1871~1941: 그리스의 장군, 독재자]가 이끄는 군부독재로 귀결되었다.
“1936년의 파업물결은 공산당 지도 아래 수행되었다.…1936년, 코민테른의 지시가 떨어지자, 그들은 180°로 달라져서 인민전선이라는 극단적으로 기회주의적인 노선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노동계급이 혁명적 영감에 휩싸여 있던 1936년 4월부터 8월까지의 시기에, 지방의 농민들을 투쟁으로 끌어들이고 결의에 찬 혁명적 행동을 조직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쳐두고, 스탈린주의자들은 자유당이 자신들과의 연립정부 구성에 응하도록 촉구하는 일에 바빴다. 그러나 자신의 주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은 자유당은 스탈린주의자들의 제안을 뿌리쳤다. 그들은 메탁사스의 길을 수월하게 만드는 일에 열중했다. 그 결정적 6개월을 스탈린주의자들은 이 범죄적 협상에 쏟아부었다. 자본주의 권력을 향한 혁명적 타격을 위해 더 많은 대중들을 동원하는 데에 쓰여야 할 그 6개월을 말이다. 스페인에서처럼, 부르주아 민주정이라는 환상은 1936년 그리스에서 반동적 덫이 되었다. 유일한 대안은 메탁사스냐 아니면 소비에트권력이냐였다. 1936년 그리스에 제3의 대안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그리스 내전」, 제4인터내셔널, 1945년 2월
만약 시리자가 자본가에 맞서 진지하게 싸우는 노동자정당이 되겠다고 한다면, 부르주아 세력과의 어떠한 연합 가능성도 배제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경우, 이번 선거에서 시리자를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그리스 혁명정당 건설을 위한 최선의 투쟁이 될 것이다. 즉, 시리자에겐 노동자가 직면한 근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과 시리자 정치노선의 개량주의를 지적하면서, 집행부 자리에 앉혀 노동계급 눈앞에서 시리자의 실체를 알아보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전술은 시리자의 정치적 파산을 촉진할 것이고, 노동계급의 가장 전투적 부위가 지지를 멈추고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로 되돌아오게 할 것이다.
그러나 시리자가 소규모의 자본주의 정당과의 연립가능성을 열어두는 한, 맑스주의자는 이와 같은 선거 지지를 전개할 수 없다. 그리스독립당(Independent Greeks) 또는 포타미당과의 연합은 시리자가 빈민, 피억압인민 그리고 노동계급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주장마저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게 될 것이다.
2년 전, 그리스: 지도력의 위기에서 우리는, 그리스에서 어떤 투사들이 시리자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개략적 상을 제시한 바 있다.
“그리스 노동자들에겐 프롤레타리아 권력을 위해 분투하는 국제주의적 공산당이 필요하다.볼셰비키당의 선례를 따라, 이 당은 노동자투쟁을 심화시키고 노조관료와 이들의 개량주의 좌익 파트너들의 친자본주의 정치를 폭로하기 위해 이행요구를 제기할 것이다. 늘어나는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명가들은, 인플레이션으로 구매력이 약화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대규모 공공사업과 일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금과 노동시간 연동제[노동자 전체 숫자로 노동시간 전체를 나누는 것] 시행을 요구할 것이다. 조직된 전투적 노동운동은 그리스 사회를 나락으로 빠뜨린 대규모 착복과 노골적 도둑질을 폭로하기 위해 자본가의 기밀 해제와 은행과 상업 및 공업기업의 장부 공개를 요구할 것이다. 제국주의 금융기관들이“구제”계획의 일환으로 공공부문 해체를 요구한다면, 비이성적 투기를 계획으로 대체하는 새로운 사회 수립을 위해, 생산, 수송, 통신설비의 몰수를 선동하는 것으로 노동운동은 응답해야 할 것이다.
사회주의 혁명은 해외와 국내 자본가들의 수탈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자본주의 억압기구를 해체하고 프롤레타리아 지배기관으로 대체하는 것을 통해서만 보장될 수 있다. 이것에 기초하여, 사적 이윤 최대화를 위해 조장된 경제적 비이성의 일소, 모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체제의 건설을 위한 길이 인류에게 열릴 것이다.
물론 그리스의 혁명적 진격은 그 즉시 모든 제국주의 세력에게 표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승리한 그리스 노동자들에겐 자본주의 긴축의 수십억 희생자들로부터 열광적 지지가 쏟아질 것이다. 1917년 10월 혁명 이후 바로 러시아 노동자들에게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리스 노동자 공화국의 탄생은 국제정치를 극적으로 바꿀 것이며,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인 유럽사회주의합중국 건설을 위한 투쟁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24 January 2015
Managing the Greek Crisis
Syriza & the Dangers of Popular Front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