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술

2020년 4.15총선에 대한 입장: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에 투표하자!

by 볼셰비키 posted Apr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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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15총선에 대한 입장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에 투표하자!

 

세계 정세의 두 거대 변수: 코로나 바이러스와 '경기 침체'자본주의 선거의 이중성 노예화의 덫 vs 계급적 각성의 기회마르크스주의자의 선거전술과 원칙2020년 4월 총선의 배경: 박근혜 퇴진투쟁과 19대 대선/ 노예의 목줄 채우기: 민주당이 '촛불정부'가 된 과정

민주당과 민족해방(NL) 계열: 적의 '우군'화

민주당의 성격과 임무친자본-반노동/ 이재용 구하기GM사태문재인식 '노동존중'노동 탄압/ 친미-반평화세월호와 사드(THAAD)2017년 전쟁위기와 문재인 정권한반도 평화국면: 한 숨 돌리고 가기민주당은 민주주의’의 실현자?미국의 국제 똘마니

 

정의당과 노동자연대

 

노동당: '계급 vs 계급 정치'의 최소한의 표현

 

 

세계 정세의 두 거대 변수: 코로나 바이러스와 '경기 침체’

총선을 며칠 앞둔 지금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경기침체가 요동의 요인이다.

먼저, 이윤을 인간의 생명과 필요보다 더 앞세우는 이 자본주의 체제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역병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고 있다. 자본주의 사적 의료체제는 안전과 보건을, 이윤을 위해서 그리고 이윤이 침해되지 않는 수준에서만, 보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번지는 역병과 싸우기에 매우 비효율적이다.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을 자랑해 오던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이러한 현상은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창궐한 역병 앞에서 자본주의 선진국들이 맥을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왜 사적소유체제가 철폐되고 사회적 소유로 대체되어야 하는지를 확인해주고 있다.

동시에, 지금 세계경제가 무너져내릴 듯이 꺼져들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경기 침체를 단순히 코로나바이러스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무정부적인 자본주의 생산 경쟁은 어느 순간에 이르면 과잉생산 즉, 이윤이 생기지 않는 생산 수준에 이르게 된다. 미국 주택시장 거품이 금융시장을 강타한 2008년이 바로 그 최근의 사례이다. 지금의 자본주의 경기 침체는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외인에 의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자본주의 근본모순으로 인한 주기적 발작 즉, 공황으로 봐야하는 근거들이 쌓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자본주의 경기 추락이라는 이 두 사안은 현 세계정세의 규정적 요인이다. 이 둘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인 사회주의를 더욱 부각할 것이다. 동시에 그 사회주의로 나아갈 유일한 주도세력인 노동계급의 책무를 부각시킬 것이다.

 

자본주의 선거의 이중성 노예화의 덫 계급적 각성의 기회

자본주의 선거는 가진 자들의 지배, 부르주아독재가 마치 사회구성원 전체의 위임에 의한 것인 양 포장하는 도구이다. 문제를 해결할 진짜 선택지 즉, 사회주의와 그것을 제기하는 정치인과 정당은 돈 · 언론 · 사법부 · 정보기관 · 경찰 등 겹겹의 장벽에 가로막혀 애초에 배제된다. 투표권자들에겐 차악들로만 이루어진 한 세트의 선택이 놓여진다. 아직 대중에게 진면목이 덜 알려지고 무늬만 조금씩 다른 자들 몇몇이 나와 이번엔 과거와 다를 것이라며 기만한다. 노동인민 투표권자들은 번번이 속으면서도 혹시나 이번엔 다를까 하는 헛된 소망을 품고 다시 투표장으로 나선다.

지배계급 마음에 들지 않는 세력이 겹겹의 장벽을 요행히 뚫고 집권을 하거나 일정한 세력이 되면, 그 지역과 세계 지배자들은 암살 · 쿠데타 · 군사개입 등으로 그 권력을 갈아치우거나 국가폭력기구를 이용해 해당 정치인과 정당을 파괴한다. 1973년 칠레의 쿠테타, 2002년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2003년 이라크 침공, 2013년 이집트 쿠데타, 2014년 한국 통합진보당 해산, 2019년 볼리비아 쿠데타 등이 바로 이런 사례들이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 선거는 이론상으로는 유권자들이 갑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선택은, 자본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 있을 뿐이다.

이처럼 자본주의 선거는 노동인민을 자본주의 의식으로 순치하여 착취의 그물망으로 끌어들이는 주기적 의례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선거는 누가 이 사회의 주인이고 누가 주인이어야 하는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나?’와 같은 체제와 권력의 문제를 어느 정도라도 제기한다. , 자본주의 선거는 노동계급이 임금노예로 포섭되는 장이면서 그와 동시에 계급적 각성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부르주아 선거의 음험한 함정을 경고하면서 동시에 계급적 각성을 도모하는 계기로 삼는다.

 

마르크스주의자의 선거전술과 원칙

마르크스주의자 선거 전술은 혁명 진영의 직접 후보, 비혁명적 노동계급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 그리고 보이코트세 가지로 압축된다.

어떤 선택이든 노동계급의 계급적 각성 즉, ‘노동계급의 이해는 자본가 계급의 그것과 다르다. 자본가 정당은 결코 노동계급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는다. 기만하려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그러는 척 할 뿐.’이라는 전략적 원칙에 복무해야 한다.

 

2020년 4월 총선의 배경: 박근혜 퇴진투쟁과 19대 대선

20204월 총선은 2016~17년 박근혜퇴진투쟁 그리고 19대 대선으로 조성된 정세의 연장선 속에 있다. 따라서 이번 총선 이해를 위해 박근혜퇴진투쟁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민주당의 권력장악 배경 분석이 필요하다.

2016~2017년 박근혜 퇴진으로 인한 가장 큰 수혜자는 민주당이었다. 거대한 파도로 솟구쳐 보수우익 정권을 집어삼킨 박근혜퇴진투쟁으로 인해, 두어 달 후인 5월 대선에서 민주당은 임자 없는 돈가방을 줍다시피 정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 민주당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었던 까닭은 박근혜퇴진투쟁에서 가장 열심히 싸워서라거나 당시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우익과 정치적으로 적대적이어서가 아니었다. 역설적으로, 민주당이 집권하게 된 가장 큰 미덕은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와 정치적으로 가장 유사하기 때문이었다.

노동인민의 고통과 불만은 박근혜 퇴진투쟁이 타오르게 된 가장 큰 동력이었다. 민주당은 그 고통과 불만을 낳은 정책 대부분의 공범이었다. 그랬기에 민주당은 그 고통과 불만에 가장 덜 공감했다. 민주당이 보수우익 이후 권력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노동인민의 솟구친 분노를 애먼 곬으로 유도하는 한편, 한국 자본주의 체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민주당이 처리해야 하는 임무였다

꼬리 자르기는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가 쓰는 상투의 수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퇴진투쟁과 대선 국면에서 우리의 임무는, ‘헬조선의 원인이 단지 최순실이나 박근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 때문이라는 것을 가급적 널리 특히, 노동계급 선진부위에 알려내는 것이었다. 민주당의 집권을 막을 대안은 없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문제의 해결자가 아니라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을 최대한 선전해 내어야 했다. 집권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상처를 입히고 부담을 지워서 무대에 올려야 했다. 그래야 민주당 문재인 정권은 집권 이후 노동인민의 눈치를 조금이라도 더 보며 권력을 행사했을 것이다. 노동계급은 생존권 확보과 정치적 기반 확대에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박근혜퇴진투쟁이 시작되던 때부터 우리의 선전은 그 점에 집중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이 초과 착취와 초과 억압 체제에 있다. 이 체제 자체는 이미 예전부터 기형적이고 괴이한 모습을 띄어왔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단지 그 가장 추한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민주당을 포함하여 자본주의 정치인들은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이 체제의 하수인들이다. 그들은 문제의 원인이지 해결사가 아니다. 오직 노동인민과 노동인민의 단결 그리고 가장 선두에 선 노동자혁명정당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랍의 봄, 4.196월 항쟁 이후를 재탕해서는 안 된다. 사이비 민주화에 속지 말자!”2016114, 박근혜 · 최순실 정국과 노동계급의 대응: 아랍의 봄, 4.196월 항쟁의 교훈을 되새기자! ‘사이비 민주화에 속지 말자!

실제로 박근혜퇴진운동이 전개되는 동안 민주당을 포함한 자본주의 제도권 정당들에 심각한 불신이 팽배했다. 투쟁이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이나 다른 정당의 이름으로 발언 무대에 오르는 것은 좀처럼 허락되지 않았고, 올라 발언할 경우 시위대의 야유에 시달려야 했다. 시위대는 이미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겪었고,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때에도 이렇다 할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 민주당이었다. 투쟁으로 의식이 상승하고 있던 시위대는 본능적으로, 민주당에게 곁을 주지 않고 있었다.

 

노예의 목줄 채우기: 민주당이 '촛불정부'가 된 과정

매번 1백만이 넘게 시위에 참가하면서, 이미 정세는 11월에 결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즉각 퇴진에서 탄핵으로 이슈가 변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새누리당까지 포함된 제도권 정당들이 주도하고, 참여연대 등 시민운동이 동조하였다. 민중당 등 노동계급 우파가 그에 장단을 맞추었고, 노동자연대 등 노동운동 좌파는 이렇다할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세 결정의 중심이 이동했다. 광장과 거리의 수백 만 시위대의 결정은 헬조선의 공범 수백 명의 국회의원에게로 위임되었다. 그것은 다시 누군지 알 수도 없는 9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로 위임되었다.

“‘개돼지로 길들이는 노예의 사슬은 이렇듯 고리 몇 개의 연쇄로 이루어진다.

지금 그 노예의 사슬은 민주당정의당<퇴진행동>‘<퇴진행동> 내 노동자 대변인이라는 고리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고리들은 자기 오른쪽 핑계를 대며 자기의 왼편을 끌어붙이는 방식으로 인민을 체제의 노예로 차근차근 편입한다. ,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핑계 댄다. 정의당은 야3당의 공동보조를 주장한다. <퇴진행동>은 야권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다. <퇴진행동> 내 소위 좌파는 거친 발언이 자칫 <퇴진행동>에 참여한 우파의 동요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누군가는, 어느 단계에서건그 사슬을 끊어내어야 하지만, 노예의 사슬은 그런 방식으로 유지된다. 일상 속에서 파편화된 인민은 오직 현존하는 정치조직을 통해서만 자신의 정치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이해와 요구를 온전히 대변하는 조직이 없을 경우 그런 방식으로 인민은 체제의 노예로 포섭되는 것이다.”20171210, 박근혜퇴진투쟁과 과제: 계급 대 계급의 정치를!

이 과정은 지금 정세 이해의 중심 고리이며, 배역만 약간 바뀌어 몇 년 뒤 비슷한 양상으로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 대한 보다 구체적 분석과 묘사를 살펴보기 위해 조금 길게 인용한다.

“<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순응의] 연쇄에서 중요한 고리였다. 무엇보다도 <퇴진행동>, 3당이 탄핵을 퇴진방안으로 결정했던 1120일 이후, 그에 즉각 퇴진을 맞세우며 저항하지 않았다. 국회 탄핵 가결 이전 1126일과 123일 두 번의 대규모 집회가 있었지만, <퇴진행동>은 이 문제를 얼버무렸고, 그런 방식으로 시위대에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했다. ‘즉각 탄핵이라는 괴이한 구호가 그 기만의 시기에 등장했다. <퇴진행동>은 광장의 뜨거운 열기를 순치하는 첫 공정을 맡았다. 노동현장의 비인간적 처우, 국가보안법 등 국가탄압으로 인한 구속자들, 3당 또한 헬조선의 주범이라는 폭로 등은 연단에 좀처럼 오르기 어려웠다. 헬조선의 실상과 적폐를 폭로하고 이 체제의 비밀을 분석하는 대신 문화제가 집회의 주력이 되었다. 인기가수들이 매주말 초대되어, 감미롭기는 하나 시국에는 맞지 않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아름다운 강산, 걱정 말아요 그대, 언젠가는등의 노래들을 부르게 했다. 특히 청와대로 행진하기 전에는 나긋나긋한 이 문화제를 반드시 거쳐야 했다. 체제 자체를 의심하는 근본적 문제의식이나, 지나친 분노를 내려놓는 정화의 의례였다. 국회탄핵이 통과된 후인 12107차 집회에서야, 중요임무를 마친 퇴진행동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연단에 오르는 것을 비로소 허락하였다.

퇴진행동에 들어가 있던 여러 노동 좌파 변혁 혁명조직들은 탄핵에 담긴 지배집단의 숨은 뜻을 어느 정도 간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노동인민과의 의리보다 퇴진행동 내의 의리를 더 소중히 하는 방식으로 순치공정을 방조했다. 다양한 의견의 임시 결집체인 퇴진행동을 마치 민주집중제로 운영되는 결사체인 것처럼 대했다. 광장의 운동을 순치하고 야당의 들러리로 만드는 시민단체 등 퇴진행동 우파를 폭로하고 퇴진운동 내부 후진적 의식을 고립시키며 운동을 진전시켜야 했지만, 그런 용기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잠자코 참아내고 협력했다.

자본에 굴종적인 노동관료와 노동자주의 좌익조직들도 순치공정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민주노총은 그 격동의 시기 동안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조직적으로 모였던 1119일에마저,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해산해버렸다. 꼭 필요했고 그만큼 기대했던 1130총파업은 예전 뻥파업의 재탕이었다. ‘총파업이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생산이 멈추지 않는 몇 시간짜리 대규모 휴가는 정국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몇 십 년 만에 한번 올까말까 한 그 호시기 속에 진행된 철도파업은 김영훈 지도부가 국회에 백지 위임하며 종결되었다. 하지만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운동 내에서 그 배신행각은 의미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대선 일정이 본격화되자 자신들의 출셋길을 찾아 나선 전현직 노동조합 간부들이 자본가 정당 앞 공개 지지행렬에 줄을 섰다. 이제는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는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 엄중한 정세에서 핵심 발언자이어야 할 노동계급이 그저 여러 참가자 중 하나, 그것도 참 조용한 참가자처럼 느껴지게 만든 데에는 노동자주의 사상이 한몫 했다. 그들은 노동자 자신의 요구 즉, 현장의, 임금 고용을 둘러싼 투쟁이 직접 개입하지 않았으므로 노동자적인 투쟁이 아니다. 광장이 아니라 현장에서 다시 조직해야 한다. 877, 8, 9월 투쟁처럼 전진해야 한다.’ 등을 외쳤다.

퇴진운동이 임금 · 고용에 직접 관련된 운동이 아니고 무능하고 부정한 정권만을 끌어내리는 체제 내적 운동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노동자의 중요 의제였다. 임금노예로서가 아니라, 미래 지배계급으로서의 노동계급은 권력 문제를 늘 중심의제로 삼는다. 877, 8, 9월의 대투쟁은 전국의 현장에서 벌어진 매우 격렬하고 웅장한 투쟁이었지만, 실상 그 요구는 조합주의 수준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2016~17년의 광장의 투쟁으로 앞으로의 노동투쟁에 어느 정도 유리한 국면이 조성된 것이 사실이거니와, 만약 최대의 성과를 거두었다면, 개별 현장은 기 꺾인 자본가들을 앞에 놓고 반은 이겨놓고 싸움을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맑스주의자의 임무는 노동계급의 계급적 각성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계급적 각성은 임금 고용에 대한 권리 주장만이 아니라 권력 의지로 표현된다. 이 권력 의지는 노예의식에 빠진 노동자는 좀체 갖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각성한 노동자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이다.”201754, 19대 대선에 대한 볼셰비키그룹 입장

이런 과정을 통해 민주당은 헬조선 공범자에서 촛불 투쟁의 담지자가 되었다. 스스로를 촛불정부라고 불렀다. 이 과정과 그리고 그 이후 과정을 통해 한때는 생존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당시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던 보수우익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살아남았다. 과거를 번듯하게 세탁했고 다시 양당 체제의 한 축이 되었다.

이 과정의 정치 역학을 요약하면 이렇다. ‘임금노예 사상에 빠진 계급협조주의 노동계급 우익은 자본가계급 왼쪽인 자유주의 부르주아지를 지탱하고, 자유주의 부르주아지는 자기의 존재 근거인 수구우익 분파를 살린다.’

 

민주당과 민족해방(NL) 계열: 적의 '우군'화

촛불정부를 참칭하며 문재인과 민주당은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첫 두 해 동안 7~80%를 넘는 높은 지지율을 누렸고, 부침이 있지만 지금도 50%를 상회한다. 이렇게 높은 지지율은 반노동, 친자본, 반평화, 친미 정책을 자신감 있게 수행하는 밑천이 되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민중당, 민플러스 등으로 대표되는 NL계열의 활약이 있었다. 박근혜퇴진투쟁에서 민주당을 우군으로 끌어들일 때 NL계열은 핵심 역할을 했다. 민주당 집권 이후에도 한반도 평화국면, 한일 갈등, ‘조국수호 시위, 지금은 미래통합당으로 재결집한 보수우익에 대항한 정세에서, 민주당에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에 촛불정부진보좌파평화세력이니 항일 민족자주니 하는 그럴 듯한 이미지를 잔뜩 입혀 놓았다. 얻는 것도 없으면서, 도리어 그로 인해 스스로는 망신하고 노동인민에게는 잔뜩 피해를 끼치면서.

이러한 NL정치의 배경엔 우호적인(?)’ 자본가계급 분파 또는 조금 더 평화적인(?)’ 제국주의 세력과 연대해서 파시즘이나 침략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스탈린주의 사상이 있다. 이 계급협조주의를 통일전선 노선이라며 근 백 년 동안 옹호해 왔다. 이 스탈린주의 정치의 가장 오른쪽 분파가 한국에선 NL계열이다. 이들은 당장의 전쟁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통일전선 노선이 유효하다고 믿는다.

만약 적폐의 시대가 다시오면 촛불잔치는 종료되고 다시 반동의 시대가 시작된다. 진보정당의 발전과 성장도 만년 도돌이표이다. 한국 진보가 공고한 보수 양당구조를 깨려면, 동시에 보수 양당 체제를 깨려고 하는 무리한 전략을 구사해서는 실패의 반복이다. 정체성, 정책의 차별성과 진보 집권전략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한국진보는 친일 수구보수 한 축부터 허물고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써야한다. ·일 외세의 1차 근거지인 수구보수당(미래통합당)을 먼저 반 토막으로 깨서 지역당으로 만들어 무력화 시켜야 한다. 그래서 사상운동의 자유와 자유로운 남북 정치교류를 가로막는 분단적폐의 악법 국가보안법 폐기안을 21대 국회에서 통과해야한다. 그래야 새로운 환경에서 진보가 규모 있게 본격 성장한다. 그 다음 단계가 새로운 환경에서 개혁보수정당(민주당)과 경쟁하고 싸우는 것이다.민플러스, 2020220, “4.15총선, 촛불혁명과 반혁명의 갈림길

1987년부터 지루하게 반복해 오고 있는 차악론과 단계론이다.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의 공적이 되어 8년째 갇혀 있는 이석기씨의 옥중편지는 참담하여 눈물겹기까지 하다.

진보세력과 개혁세력은 촛불혁명의 완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적폐세력은 촛불의 분열을 위해 많은 계책을 씁니다.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민주노총 때리기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낡은 세력은 결코 스스로 물러나지 않습니다. 작은 차이를 이유로 우리가 갈등할 때 저들에겐 생존의 기회가 생겨납니다. 저들의 이간책을 이겨내고 우리는 한번 잡은 손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합니다. 단결을 이루자면 가장 절실한 사람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그것이 촛불혁명을 만든 원리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평화와 번영, 민주주의와 인권 옹호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 누구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오직 민중의 힘을 믿고, 촛불의 힘을 믿고 나아가야 합니다.”민플러스, 2018129, 이석기 의원 옥중 편지

NL계열 운동가들은 오랫동안 많은 고초를 겪었다. 국가보안법이라는 개에 가장 많이 물려 희생되었다. 그러나 계급협조주의 노선으로는 미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도 노동계급의 해방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결정적으로 가로막고 오도한다. 둘을 분리하고 단계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적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위험천만한 노예의 길이다.

 

민주당의 성격과 임무

일터, 학교 등 사회관계를 중심으로 한 대의제(소비에트)가 아니라 사회구성원을 분자화시키는 지역별 대의제 그리고 최악차악으로 구성된 양당정치는 자본주의 우민통치 최고의 발명품이다. 민주당은 그 자본주의 우민통치 양당의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은 자본의 본질 즉, 친자본-반노동, 친미-반평화의 집행이 자기의 존재이유이다. 다만 깡패가 아닌 척, 조금 더 신사다운 척, 순정이 있는 척할 뿐이다.

2016~17년 이후 한국의 노동인민은 기가 올랐다.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린 승리에 드세졌다. 민주당의 임무는 노동인민의 분노를 차근차근 가라앉히고 기를 어지간히 꺾어놓고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해 의심하는 시선을 돌려 호도하는 것이다. 2017년 이전으로 역관계를 되돌리는 것이다. 4.19 이후 등장한 박정희, 서울의 봄 이후 등장한 전두환이나, 아랍의 봄 이후 2012년 등장한 이집트 무르시와 2013년 쿠데타 이후의 알시시 등의 임무와 유사하다. 다만 조금은 더 웃는 낯으로.

 

친자본-반노동


이재용 구하기

박근혜정권을 무너뜨린 결정적 계기는 박근혜-최순실-삼성 스캔들때문이었다. 그 관계에서 은 최순실이 아니라 삼성의 후계자 이재용이었다. 삼성의 새 주인 이재용은, 사법부에 따르면, 100억도 안 되는 돈으로 최순실을 매수하여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성사시켰다. 경영권을 승계했고 그 과정에서 41천억원 가량의 이득을 얻었다. 반면 삼성물산 최대 주주로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은 최대 675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최순실은 이재용의 이 필생의 프로젝트에 쓰인 싸구려 지렛대였다.

이른바 촛불정국속에서 이 사실이 드러났고, 이재용은 2017217일 구치소에 수감됐다. 그 동안 숱한 범죄에도 대가 없이 빠져 나가던 삼성과 그였지만, 솟구친 분노로 이번에는 쉽지 않을 판이었다.

그러나 이재용과 삼성의 지렛대는 최순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권은 삼성공화국이라 불리던 노무현 정권의 적통이고, 문재인은 민정수석 시절 삼성X파일 사건을 무마시켰다. 문재인판 이재용 구하기가 눈부시게 전개되었다. 문재인은 재판이 진행 중이던 피고인 이재용을 뻔질나게 만났다. 만날 때마다 기자들 앞에서, “우리 삼성이니 우리 경제를 이끈 삼성에 감사한다느니 하며 이재용을 추어댔다.

3년이 지난 지금, 문재인의 이재용 구하기는 이미 성공한 듯이 보인다. 그 사이, 삼성의 이재용은 나라와 노동인민에 큰 손해를 끼친 죄인에서 일본과의 경제전을 승리로 이끌고 위기에 빠진 경제를 구할 지도자로 이미지를 일신했다. 더 이상 조아리지 않고 활보한다. 다시 열릴 재판에서 그가 감옥에 갇힐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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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사태

20182, GM은 적자를 이유로 한국에서 철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적자타령을 하지만, 한국GM은 미국GM의 봉노릇을 해왔다. 미국GM 본사는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생산단가보다도 쌀 정도의) 헐값에 넘겨받아, 팔 때는 제값을 받는 방식으로 짭짤한 판매수익을 수십 년간 챙겨왔다. 한국에 온 본사 임원은 1년 체재비로 20억을 쓸 정도로 호화생활을 즐겼고, 그 수가 많을 때는 300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금속노조 한국GM지부에 따르면, 2012~2016년 누적적자를 주장하는 19787억원 중 약 15000억원이 GM본사로 흘러들어갔다. 게다가 한국GM은 본사로부터 3조원을 대출받아 이자비용으로 5천억원을 지불했다고도 한다. 미국GM은 한국GM과 노동자 그리고 한국정부를 상대로 사채놀이까지 한 셈이다.

그런 GM이 이제 철수를 막으려면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것이다. 이런 안하무인의 요구에 문재인 정권은 자국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이렇다 할 저항조차 못한다. 그 불량한 협박에 눈을 깔고 굴복하여 산업은행은 8,100억원을 투입했고, 한국GM노동자들은 임금동결, 장기휴직 등을 감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GM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떠난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국 GM자산은 배상없이 즉각 몰수 국유화되어야 한다.

 

문재인식 '노동존중'

자본가 계급은 늘 자신들이 노동인민의 이해 역시 포괄한다는 환상을 자아낸다. 문재인 정부 역시 노동존중 사회를 내걸며 순진한 노동인민의 기대를 자아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과 비정규직 제로 선언이 그 중 가장 주목받는 공약이었다.

그러나 취임 3년이 지난 지금 눈속임일 뿐이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2018년 최저임금은 역대 최대치로 인상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곧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임금에 포괄하는 꼼수를 부려 실질적 임금 인상을 이전 정권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20197월엔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폐기를 선언했다.

IMF 이후 한국 사회엔 임금과 고용에서 현격히 차별적 대우를 받는 비정규직이 급증했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전체 노동자의 1/3이 넘는다. 그런 점에서 2017512일 인천공항에서 문재인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은 환호에 가까운 기대를 낳았다. 20만이 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는 말할 것도 없고, 비공공 부문 노동자들도 그 여파가 곧 자신들에게까지 미칠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손장난이었을 뿐이라는 것이 점차 드러났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애당초 약속인 1만 명 중에 241명만 직고용 정규직이 되었다. ‘자기 임기 내 비정규직 제로는커녕, 오히려 정규직은 3.4% 줄어들고 비정규직은 2019년 한해 동안 86만명이 늘었다(20191029일 통계청 발표). 이는 2003년 통계조사 작성 이래 가장 큰 증가 수치이다.

 

노동 탄압

문재인 정부의 노동권 탄압은 이전 정부 못지않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정부는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고 집행하는 정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고용권을 지키기 위해 2020131일까지 145일간 사활을 건 농성투쟁을 벌여야 했다. 문재인 정부의 도로공사는 그 농성을 깨기 위한 교활한 갈라치기 작전을 집요하게 벌였고 구사대와 경찰을 동원한 진압 작전을 전개했다.

박근혜 정권은 2013년 전교조를 불법화했다. 전교조 법외노조화2014년 통합진보당의 해산과 더불어 박근혜-최순실 정권이 자신의 핵심 치적가운데 하나로 꼽는 사안이었다. 이른바 지배집단을 거스르는 눈엣가시 제거작업의 하나였다.

20171월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 문재인은 전교조 위원장단과 만나 법외노조 철회를 약속했다. 그러나 2020년인 지금까지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213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진행되던 천막농성을 철거했다. 이런 방식으로 문재인 정권은 자신들에게도 전교조가 눈엣가시라고 통보했다.

 

친미-반평화


세월호와 사드(THAAD)

이 두 사안은 박근혜 정권을 끝내 붕괴시킨 대표적 실정으로 꼽힌다. 노동인민의 전국적 분노와 울분을 자아낸 이 두 사안에서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자신들이 정의의 편인 양 행동했다. 그러나 집권 이후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은 이전 정권과 다르지 않았다.

침몰 6주기를 맞는 세월호 사건에서 핵심은 진상규명이다.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고, 유족의 원통함을 풀기 위해 도대체 왜 배가 침몰했는지, 왜 희생자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진상규명 작업은 왜 그렇게 방해되고 지연되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문재인은 20148월 세월호 농성장에서 9일간 동조 단식도 하며, 세월호 희생자의 편에서 발언했다. 진상규명이 안 되는 것은 단지 박근혜와 보수우익 집단의 방해 때문처럼 보였다. 그가 집권하면, 꿈에서도 나타나는 그 원통한 의문들이 속 시원히 풀릴 줄 알았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 이후 벌써 4번째 416일을 맞고 있음에도, 진상규명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박근혜와 보수우익이 물러났음에도 누군가 계속 가로막고 감추고 있다.

사드배치는 주로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라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벌이는 미군의 군사작전이다. 중국과의 외교 경제적 갈등과 유사시 애꿎은 군사적 목표물이 될 수 있는 등 한국이 일방적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군사장비 설치 장소에 거주하는 성주 군민은 경제적 환경적 희생뿐만 아니라 건강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심지어 배치 비용의 상당한 액수를 한국이 대면서 진행한다.

어느 누구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 2016년 사드 설치가 결정되었을 때, 한국 사회는 들끓었다. 결국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주된 지지 지역인 경북 그 중에서도 성주로 확정했다.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은 일방적 결정이었다. 성주 군민은 분개했고, 결사적 반대 시위를 시작했다. 남녀노소를 막론한 주민 대부분이 참가하는 열기 속에 거의 하루도 빠짐없는 시위가 진행되었다. 20173, 성난 민심 앞에서 대통령 후보 문재인은 사드 배치를 반대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

사드가 배치되던 2016~2017년 겨울과 봄, 사드배치를 결정한 당사자인 박근혜-최순실 정권은 거의 뇌사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와 한미군사훈련은 아무 차질없이 진행되었다. 마치 머리 잘린 몸뚱이가 제 혼자 창칼 쓰는 훈련을 하는 것처럼.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은 태도가 달라졌다. 한국 대통령의 첫 의례는 미국 방문이다. 당선 직후 미국 방문 중인 20176사드 배치 번복에 대한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라며 미국 정치인들 앞에서 사드 배치를 공언한다. 그 후 97일 새벽, 문재인 정부는 경찰과 군병력 8,000명을 성주에 파견하여 사드 배치 반대 시위대를 압도적으로 진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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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전쟁위기와 문재인 정권

2017년 한반도는 전쟁이 곧 일어날 것 같은 살얼음판이었다. 북조선이 핵무기와 그 운반체인 대륙간탄도탄 개발을 마치기 전에 제압해야 한다는 미국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살벌한 협박이 이어졌다. 한편 북의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 거주 미국인의 대피계획이 논의 되었고, 외신들은 코리아 전쟁 임박을 타전했다.

81일 트럼프는 예방 전쟁을 운운하며 북한과의 전쟁으로 수천 명이 죽는다 한들 어차피 한반도에서 죽을 것이기에 아무 상관없다고 망언했다. 미국 주도 유엔 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가 채택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87일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이 제재 결의안 찬성의 뜻을 표했다. 덧붙여 대화로 풀 것을 요청했지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88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를 보여줄 것이라고 동문서답했다. 문재인은 그에 대해서 토를 달지 않았다. 그 대신 문재인은 미국이 전력폭격기를 동원한 군사위협 며칠 뒤인 96,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을 만나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자 푸틴으로부터 원유공급 중단이 북한의 병원 등 민간에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한다.”라는 인도주의적 충고를 들어야 했다.

923일 미군은 전략폭격기를 원산 앞바다까지 출격시켰다. 자칫 전쟁이 촉발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한국정부와 국방부는 모르고 있었다. 같은 해 122일 문재인 정권의 육군은 적진을 침투하여 적 요인 암살을 목표로 하는 부대를 창설했다.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선정적인 참수부대가 그 부대의 이름이었다. 아마도 미군의 한반도 내 군사훈련의 일부인 목베기 작전(decapitation mission)’에 대한 호응으로 만들어진 부대일 것이다.

 

한반도 평화국면: 한 숨 돌리고 가기

북과의 공방을 통해 북의 의지가 단호하다는 것, 핵무기를 뉴욕이나 워싱턴 등 미국 본토까지 실어나를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지만, 최소한 알래스카나 괌 그리고 일본 등에까지 보낼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2011년에 시작한 시리아 정권교체작전은 수렁에 빠져있었고, 중동 패권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이란을 상대하는 것도 급한 과제였다.

2018년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는 전쟁 직전에서 평화무드로 전변했다. 남북 정상이 4월과 5월 두 차례 만났고 그 다음 달인 6월 싱가폴에선 북미 정상이 만났다. 이 평화무드는 20192월 하노이회담 그리고 7월 판문점까지 1년 반 가량 이어졌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의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까지 밝혔지만, 트럼프는 제재를 풀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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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몇 개월이 흐른 지금, 잠깐의 평화국면은 미제국주의 자신의 정세적 필요에 따라 한숨 돌려가자는 의도였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트럼프로서는 아무런 실질적 양보없이 평화 제스처 한번만으로도, 영변 핵시설 폐쇄와 더 이상의 미사일 실험을 중단시키는 등 가시적 성과를 얻어낸 터였다.

2018612일 전격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실현되자, 자본주의 정치 집단과 매체뿐만 아니라, 이른바 노동과 좌익 단체들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정치조직들이 평화무드에 빠져들고 있었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본질을 잊어버리고, 지속적인 평화가 어떻게든 한반도에 찾아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휩싸였다. 우리는 그 해 616, 갑작스런 평화국면의 배경과 제국주의 시대 평화의 우연적이고 일시적 본질을 분석하고 경고했다. ‘미제국주의 군사침략으로부터 북한 방어, 자위수단으로서의 북핵 지지, 평화주의적 환상 경계입장을 제출했다.

결혼서류로 사랑을 보증하지 못하는 것처럼, 평화협정은 평화를 담보하지 못한다.단순한 소망이나 주관적 바람만으로 그 평화가 오지는 않는다. 그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실제 원인을 제거할 유효한 방안을 도출하는 데에 가장 계급적이며 가장 과학적 태도를 가진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자는 평화주의자와 구별된다. 그런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자는 진정한 평화애호가이다.

우리는 뭔가 어두운 것을 좇는 염세주의자가 아니다. 지금의 평화국면이 진짜 평화로 가는 길이라거나, 곧 있을지 모를 평화협정으로 평화가 완성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자로서, 그것이 당장 아무리 쓰디쓴 것일지라도 사물의 이름을 옳게 부르고 진실을 알릴 의무가 우리에겐 있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체제 속에서 협정 따위로는 평화가 오지 않는다. 남북을 포함한 동아시아 노동계급은 평화 국면 이후 다시 찾아올 갈등 국면을 대비하자! 본질적으로 호전광인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지배집단에 어떠한 환상도 품지 말자!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체제 속에서도 평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환상을 불어넣는 평화주의를 경계하자! 노동계급의 정치적 무장을 해제하는 환상을 타도하자!”2018616, 한반도 갈등의 본질과 노동계급의 대응

 

민주당은 '민주주의’의 실현자?

민중당으로 대표되는 NL계열은 민주 vs 반민주 프레임을 내걸며 민주당을 아군 진영으로 포괄하는 자신들의 고질적 계급협조를 합리화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민주주의의 실현자가 아니다. 만약 민주적 공간이 지금 존재한다면, 그것은 박근혜퇴진투쟁 등 노동인민 투쟁의 성과일 뿐이다. 자기 투쟁의 성과를 남의 시혜물로 여기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노예근성이다.

민주당은 이른바 박근혜-최순실-양승태 적폐치적으로 손꼽히는 내란음모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에 공조했다. 2017년 권력을 잡은 후에도 자신들이 적폐라고 주장하는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았다. 내란음모 조작사건으로 2013년 구속된 이석기8년째 수감 중이지만 그의 가석방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민주노총 전 위원장 한상균은 박근혜정부 시절 20161월 구속되었다. 세월호 시위, 민중총궐기, 총파업 등을 주도했다는 혐의였다. 박근혜정부가 무너지고 소위 촛불정부가 들어섰지만 그의 석방은 미루어졌다. 형기를 6개월 남긴 20185월에야 가석방될 수 있었다.

20164월 박근혜정부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탈북을 발표했다. 북은 이를 납치로 규정하고 이후 민변이 국정원의 기획탈북이라는 것을 밝혀냈지만, 박근혜 정부는 자발적 탈북 입장을 고수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88, JTBC는 국정원 주도 기획탈북 혐의를 재차 제기했다. 20199월 외국법률가들로 구성된 국제진상조사단은 조사 끝에 국정원 등의 강제납치로 규정하고, ‘납치자 송환과 배상, 관련자 처벌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촛불정부의 인권위는 민변이나 국제진상조사단의 진정과 권고를 기각했다.

박근혜퇴진투쟁이 전개되던 2016~17년 겨울과 봄 사이 기무사가 쿠데타를 기획했다는 것이 20187월 밝혀졌다. 1980년 광주학살과 유사한 사건이 자칫 전국적으로 전개될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촛불정부는 그 일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 문건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미국으로 도주했다. 중대범죄혐의를 쓰고 도피 중인 그에게 20201월까지 1억원이 넘는 연금을 지급했다. 201912월 군사법원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현역 장교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016년 박근혜정권은 국가보안법보다 더 악랄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국정원이 판단하면, 금융정보, 위치나 개인 정보 등을 금융기관이나 통신사업자를 통해 영장없이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이다. 당시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라는 그럴 듯한 재주를 선보이며 결사적으로 막아서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은 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라는 신조를 지닌 서훈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했다.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은 이 법의 폐지나 개정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196월 기준, 3214건의 개인정보조회, 61건의 위치추적, 23건의 감청이 대통령의 서면 승인으로 수행되었다.

 

미국의 국제 똘마니

노무현 정권이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에 파병했던 것처럼, 문재인 정권 역시 이렇다하게 얻는 것도 없이 미국의 국제 똘마니처럼 행동한다. 20191월 미국의 지시를 받아 스스로 대통령이라고 선언하며 쿠데타를 일으킨 베네수엘라의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미국은 중동의 오랜 눈엣가시 이란을 상대로도 정권교체작전을 진행 중이다. 1979년에 친미정권인 팔레비왕정을 잃었고 그 이후 미국 이익에 비협조적인 이슬람민족주의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급기야 13일 평화적 목적으로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 중인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솔레이마니를 암살했다. 이른바 참수작전을 실행에 옮긴 셈이다. 2020121일 문재인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했다.

 

정의당과 노동자연대

정의당은 노동정치의 흔적이 조금 묻어있는 자본가 정당이다. 우리는 그 동안 정의당의 계급적 성격을 꾸준히 추적 분석해 왔다.

민중당 창당에 부쳐: ‘환영하며, 경계한다(2017-11-09)/ 19대 대선에 대한 볼셰비키그룹 입장(2017-05-04)/ 노동자연대의 계급전선 교란(2016-06-14)/ 4.13 총선에 대한 볼셰비키그룹의 입장(2016-04-07)

그 이후의 정치적 사건들은 기존 분석의 올바름을 더욱 확인해 주고 있다.

노동자연대는 NL계열과 더불어 계급협조주의 정치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1987년 대선 김대중 지지를 비롯하여 201218대 대선에서 문재인 지지에 이르기까지, ‘차악론을 근거로 민주당 지지를 호소하는 계급협조주의 선거전술을 채택해왔다. 민주당보다 왼쪽에 위치한 자본가 정당인 정의당 창당 이후로는 지지 대상을 정의당으로 바꾸었다. 그리고는 정의당이 자본가 정당이 아니라 노동계급 정당이라고 강변한다.

자신의 지지자들은 차악론에 근거하여 부르주아 정당 지지를 일삼았던 수십 년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듯, 정의당 지지를 호소하며 다음과 같이 천연덕스러운 주장을 한다.

차악론은 진보 정치의 최대 장애물이 되고 있다.양대 부르주아 정당에 맞서부르주아 주류 정당 체제에 균열을 내고 독자적인 노동계급 정치를 위한 공간을 열기 위해서2020317, 정의당을 지지하라

정의당과 노동자연대는 자본가계급의 조커 카드이다. 위기에 몰릴 때 크게 쓰일.

 

노동당: '계급 vs 계급 정치'의 최소한의 표현

노동당은 어정쩡한 개량주의 정당이다. 더 기회주의적 분파였던 사회당 계열이 2018년 떨어져 나간 이후로, 의도치 않게 약간 더 왼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본질에 큰 변화가 생기진 않았다. 개량주의 정당은 일상적으로 노동계급을 오도하고, 격동하는 시기엔 노동계급을 치명적으로 배신한다. 하지만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을 최소한도로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점에서 20164월 총선에서 노동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제안한 바 있다.

노동당은 이미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개량주의, 제국주의에 대한 굴종, 그리고 북한과 여성해방 문제 등에 대해 상당히 반노동계급적 정치를 표현해왔다. 그리하여 이미 노동계급을 오도하고 있고 또한 장차 배신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가장 기본적 원칙인 계급적 독립을 최소한도로나마 표현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노동당에게 투표할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제안한다.”201647, 4.13 총선에 대한 볼셰비키그룹의 입장

위의 판단은 2020년 총선을 맞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계급의 계급적 독립을 위해 노동당에 투표하자!’

계급협조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민중당 그리고 자본가 정당인 정의당에 대한 투표를 거부하자!’

* * *

전쟁, 학살, 불평등, 실업, 빈곤 등 자본주의로 인한 병폐가 끝날 줄 모르고 절망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자본주의 근본모순은 이 고통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주기적으로 발작하며 지배 집단을 동요하게 만들고, 노동계급에게 해결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지만, 자본주의 스스로 붕괴하지는 않는다. 사회주의 대안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동계급의 혁명적 각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레닌과 트로츠키주의 혁명강령에 기초한 정당의 건설과 성장은 혁명적 각성의 지표이다.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유일한 길이다.

 

2020412

볼셰비키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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