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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평준화’와 ‘입시 폐지’ 구호에 대한 비판적 검토

by 볼셰비키 posted Nov 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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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평준화입시 폐지구호에 대한 비판적 검토

 

수능을 하루 앞둔 1113일 우리는 자본주의 입시 지옥과 미래 교육에 대하여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글은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지난 8월 발생하여 지금도 그 열기가 남아 있는 이른바 조국 사태가 이 입시 문제와 관련 있기 때문이고, 이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대학, 입시, 학벌등과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 몇 독자는 사이트의 게시물에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 분(이하 존칭 없이 C로 호칭)대학 평준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문제, 심지어 초좌파적 태도라고까지 했다. C대학 평준화는 여러 단체들이 주장하는 구호로, 노동계급에 유리하고 사회주의가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정책으로 여겼다.

실제로 전교조, 사회변혁노동자당, 노동자연대 등은 대학 평준화입시철폐를 마땅히 추구해야 할 사회주의적 구호인 것처럼 주장한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C와 나눈 대화를 보완하여, ‘대학 평준화입시 철폐라는 구호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C 주장의 요약

대학평준화 운동이 사회주의 혁명 운동으로 연결되게끔 해야대학평준화 주장은 큰 의미없다고 해버리는 건 교육문제에서 대중들에게 다가서는 걸 거부하는 초좌파적 입장(대학평준화가 되면) 막대한 사교육비가 사라진다살인적인 교육경쟁이 사라지거나 대폭 완화학벌로 서열가르고 낙인찍는게 사라진다

 

답변:

정책의 전제: 미래 지배계급의 눈

우리가 어떤 정책을 내걸 때의 전제가 있습니다. , 사안을 (미래 노동자국가) 지배계급의 눈으로 보아야 하고, 노동계급이 지배계급이 되어서도 실행할 정책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지배계급일 때, “책임은 너희 지배계급이 져라. 하지만 나는 이것을 원한다.”라는 식은 피해야 합니다. 그런 식의, 당장의 인기를 추구하는 즉자적 처방은 실효성이 없고, 실효성이 없기에 대중적 신뢰도 얻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1. ‘입시 폐지구호에 대한 비판적 검토

먼저, 입시 폐지. 다들 알다시피, 입시가 지옥 같습니다. 그러므로 입시 폐지!’라는 주장은 매력이 있고 눈길을 끕니다. 그러나 폐지하려고 드는 순간 난점이 나섭니다. ‘그럼 대학 신입생 선발은 어떻게 할 것인가? 원하는 학생 모두를 입학시킬 것인가? 사회의 대학교육에 상당한 자원을 들여야 할 텐데, 원하는 학생 모두를 입학시켜 교육 효율성이 있을 것인가? 대학도 의무교육으로 전환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는데, 과연 대학 의무교육 전환이 필요하고, 그것이 사회 전체의 자원배분에 이득이 될 것인가?’

우리는 이런 점에서 회의적입니다. 우리가 집권하면, 대학교육과 그 이상이 무상으로 제공될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보장이 된 사회이기 때문에 더 많은 공부를 했다고 해서 대단한 사적 보상이 따로 주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 기간에 다른 사회구성원들은 각자 다른 분야에서 노동을 통해 이미 기여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회가 무상으로 제공한 교육이므로 대학 등 더 깊은 학문의 성과는 사회에 되돌려져야 할 것입니다.

이런 조건 속에서 대학은 공부에 재능이 있고, 더 깊은 공부를 원하는 소수(또는 일부)를 선발해야 합니다. 사회가 원하는 지적 내용과 학생 각자의 재능이 다양할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측정방법으로 대학교육을 받을 학생들이 선발되겠지요. 그런 점에서 노동자국가에서도 입시는 필요하고 온존될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입시 폐지는 더욱 실현 불가능합니다. 위의 조건에 더해, 자본주의적 본성을 입시제도가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 ‘대학 평준화구호에 대한 비판적 검토

둘째, ‘대학 평준화

님은 대학 평준화가 실현되면 나타날 여러 이득을 열거하셨습니다. ‘대학평준화(님이 열거한) 그 이득 사이의 필연적 인과성이 있는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 이득은, 얻을 수만 있다면, 꽤 그럴 듯해 보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실현될지 생각해봅시다.

학생들이 살고 있는 곳과 대학 공부를 원하는 지역 그리고 입학을 원하는 대학이 늘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대도시 특히 서울의 대학을 선호할 것입니다. 게다가 사람을 상품으로 다루는 이 자본주의 시장은 대학졸업자를 모두 동등하게 대하지 않습니다. 자본이 원하는 전공이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 인기 학과가 달라지고, 의대나 로스쿨 등은 졸업 이후 보상이 다른 학과에 비해 매우 크게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장에서 선호하는 인기학과를 가고 싶어할 것입니다.

님이 생각한 대학 평준화의 이득, 모든 학생이 어떤 지역, 어떤 대학, 어떤 학과이든지 선호가 없는 즉, ‘지역, 대학, 학과를 가리지 않는조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득입니다.

그런데 가능할까요? 위와 같은 조건에서, ‘특별히 원하는 지역, 특별히 원하는 대학, 특별히 원하는 학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대학 평준화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실현이 매우 어렵고, 증상만 당장 없애려는 대증적이며, 작위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사회보장이 충분히 되어 분배의 평등이 실현된 미래 노동자국가에서는 더더군다나 필요하지 않은 정책입니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대학들이 여러 지역에 존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 *

이런 점에서, ‘입시 폐지대학 평준화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며, 지금 문제의 해결책도 되지 못하고, 미래의 정책도 잘 안 됩니다. 나아가 그저 당장의 고통을 직접 언급할 뿐인 피상적이고 대증적인 대응은, 이윤을 지상의 가치로 여기는 사적 소유체제라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흐릿하게 만듭니다.

그것이 이 둘을 우리 요구에 포함하지 않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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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우리의 요구

우리는 지난 글 자본주의 입시 지옥과 미래 교육에 대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입시제도는 수시로 바뀐다. 자본주의로 인한 사회불평등을, 교육과 입시제도 그리고 노력하지 않은 개인 탓으로 돌리고, 계층 상승의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교육과 입시 문제는 사회문제이다. 사회보장이 안 되어 패자는 삶의 바닥까지 떨어져야 하는 정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입시의 지옥 경쟁 문제나 학벌은 해결될 수 없다.보육과 육아, 교육, 의료, 주거, 노인과 장애인 복지 등 사회보장을 확대하여 보상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학업이 지옥이 되지 않는다. 대학을 나오든 그렇지 않든, 어떤 대학과 학과를 나오든 존엄한 삶을 누리는 데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을 때, 비로소 지옥 같은 경쟁이 잦아든다.”

그에 덧붙여 대학, 학벌, 입시관련 다음 같은 요구들을 제기합니다.

농어촌과 저소득층 자녀의 (사회구성비율에 상응하는) 대학선발비율 강화

대학의 무상교육

대학과 유치원을 포함, 교육/보육 기관의 국유화

이 요구들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입시의 불평등을 노동계급적으로 보완하고, 부의 대물림과 사적소유 체제를 침해하며, 노동자국가에서도 이어갈 요구입니다.

 

20191124

볼셰비키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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