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에 대한 입장
: 자본주의 정치 시소 놀음을 거부하자!
노동계급의 두 후보에게 투표하자!
<차례>
2. 박근혜퇴진 촛불투쟁, 19대 대선 그리고 민주당 집권 5년의 의미
촛불항쟁과 민주당의 집권/ 격동의 주기성과 박근혜퇴진 정국/ 격동기의 노동계급과 자본가계급/ 위기에 처한 양당 체제/ 민주당의 임무: '퇴진 투쟁 이전으로 역관계 복원’/ 성과/ 문재인판 '우민화 이벤트’/
페미니즘 충성 경쟁/ 지배계급의 사상과 미 제국주의/ 페미니즘 분리통치/ 도덕 파괴의 온상인 자본가 국가를 도덕적 심판자로/ '유죄추정'의 원칙/ 노동계급과 페미니즘
5.이번 선거에 출마한 두 노동계급 정당: 진보당과 노동당
부르주아 노동자당/ 두 노동계급 후보의 공약과 우리의 강령/ (1) '국유화'와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 (2) 제국주의에 대한 양비론과 평화주의 (3) 핵 · 석탄발전 중단과 공장식 축산 폐기 등 '착한 척하기' 공약 (4) 장애인 '탈시설’ (5) '입시철폐'와 '대학평준화’
자본주의 선거는 ‘가진 자들의 지배’ 즉, 부르주아독재가 마치 사회구성원 전체의 위임에 의한 것인 양 포장하는 도구이다. 문제를 해결할 진짜 선택지 즉, 사회주의와 그것을 제기하는 정치인과 정당은 돈 · 언론 · 사법부 · 정보기관 · 경찰 등 겹겹의 장벽에 가로막혀 애초에 배제된다. 투표권자들에겐 차악들로만 이루어진 한 세트의 선택이 놓여진다. 아직 대중에게 진면목이 덜 알려지고 무늬만 조금씩 다른 자들 몇몇이 나와 이번엔 과거와 다를 것이라며 기만한다. 노동인민 투표권자들은 번번이 속으면서도 혹시나 이번엔 다를까 하는 헛된 소망을 품고 다시 투표장으로 나선다.
마음에 들지 않는 세력이 겹겹의 장벽을 요행히 뚫고 집권을 하거나 일정한 세력이 되면, 그 지역과 세계 지배자들은 암살 · 쿠데타 · 군사개입 등으로 그 권력을 갈아치우거나 국가폭력기구를 이용해 해당 정치인과 정당을 파괴한다. 1973년 칠레 쿠데타, 2002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2003년 이라크 침공, 2013년 이집트 쿠데타, 2014년 한국 통합진보당 해산 등이 바로 이런 사례들이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 선거는 이론상으로는 유권자들이 갑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선택은, 자본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 있을 뿐이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치러지는 자본주의 선거는 ‘누가 이 사회의 주인이고 누가 주인이어야 하는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나?’와 같은 체제와 권력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런 점에서 맑스주의자들은 부르주아 선거에 아무런 미련이 없지만 선거를 마냥 무시하지도 않는다. 선거가 제공하는 체제와 권력에 대한 문제제기 기회를, 할 수 있는 만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선거를 활용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노동계급의 역사적 대의를 온전히 표현할 혁명정당의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혁명 세력이 아직 취약하여 자신의 후보를 낼 수 없을 때, 노동계급에 지지 기반을 둔 개량주의 정당에 비판적 지지를 보내기도 한다. 이 전술의 의의는 첫째,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독립적이고 적대적 이해관계를 확인하고 둘째, 노동계급의 권력 장악 필요성과 의지를 확인하고 셋째, 개량주의 정당이 자신의 부르주아적 성격을 실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앞당겨 노동대중 의식의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비판적 지지 전술을 구사할 최소한의 조건은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이다. 즉, 자본가 정당과 독립하여 계급적 대립을 표현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와 총선 등 지난 선거에서 그 동안 우리는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바로 이 조건에 따라 입장을 결정해 왔다. (볼셰비키그룹의 선거전술 관련문서 참조)
2. 박근혜퇴진 촛불투쟁, 19대 대선 그리고 민주당 집권 5년의 의미
2017년 5월에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민주당은 손쉽게 승리했다. 연인원 1천6백만 명이 시위에 참여할 정도로 뜨거웠던 지난 겨울의 투쟁으로 박근혜가 몸담은 극우 자본가정당이 해체 지경까지 내몰렸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권력을 줍다시피 얻은 민주당은 스스로도 ‘촛불정권’을 참칭하였다.
그러나 집권 민주당의 임무는 격동으로 터져나온 촛불항쟁의 염원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본가 정당으로서 민주당의 임무는 촛불항쟁으로 끓어오른 노동인민의 민심을 차근차근 가라앉히고 촛불항쟁 이전의 역관계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체제는 이윤을 지상(至上)의 가치로 하며, 그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을 부차화한다. 그리하여 빈부격차, 차별, 실업, 굶주림, 산업재해, 전쟁 등 각종 고통을 낳는다. 이윤을 위해 초래된 그 고통 대부분은 사회 약자인 피착취계급에 전가된다.
그 모순으로 인한 고통은 차곡차곡 쌓이다가 어떤 한도를 넘게 되면 특정 계기를 만나 폭발한다. 이것이 주기적 격동의 원인이다. 초과착취 당하는 신식민지 지역이면서 분단의 모순까지 겪는 한국은 크고 작은 저항과 격동이 더 자주 발생한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한 2016~17년 겨울의 격동도 그 주기적 격동의 하나였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방아쇠 역할을 했지만, 격동으로 폭발하기까지, ‘세월호 침몰과 진상규명 부재, OECD 최고 수준의 산업재해 사망, 주로 중국을 겨냥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사드 배치, 40%에 달하는 비정규직과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 사망자만 1만4천 명으로 추산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헌법재판소에 의한 통합진보당 해산, 민주주의와 인권을 침해하는 테러방지법, 삼성의 비리와 최순실 커넥션’ 등으로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가연성 물질이 쌓여있었다.
노동인민이 겪는 고통 대부분은 사적 소유와 이윤을 지상의 가치로 삼는 자본주의 체제가 그 원인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체제를 청산해야 비로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하여 노동계급은 그 고통과 격동 속에서 빠르게 각성하고 시야가 넓어지며 자신의 고통과 자본주의 체제의 관계를 인식하게 된다.
한편 자본가계급은 그 격동이 혹시나 자본주의 그릇을 넘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지배가 끝장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자본가계급은 격동을 체제 내로 가두기 위하여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폭력 탄압, 이간질과 분리 통치, 노동계급 내 자본가 계급 하수인 심기, 양당체제 시소 놀음 등은 노동계급의 각성을 가로막고 저항을 체제 내로 가두는 지배계급의 기본기들이다. 2016~17년 격동으로 등장한 민주당에게 주어진 자본가계급의 임무는 바로 그것이었다. ‘퇴진 투쟁 이전으로 역관계 복원하기’
박근혜퇴진투쟁의 발화물질로 앞서 언급했던, ‘세월호 침몰과 진상규명 부재, OECD 최고 수준의 산업재해 사망, 주로 중국을 겨냥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사드 배치, 40%에 달하는 비정규직과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 사망자만 1만4천 명으로 추산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헌법재판소에 의한 통합진보당 해산, 민주주의와 인권을 침해하는 테러방지법, 삼성의 비리와 최순실 커넥션’ 등에서 민주당이 자유로운 사안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사안의 주범이거나 공범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급속히 각성하던 노동인민 시위대는 어렴풋하게나마 그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었다. 시위는 10월 말에 시작하여 12월 중순 정점에 도달한다. 그 사이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폭망한다. 한달 반 사이 30% 정도였던 지지도가 10% 안팎으로 추락한다. 하지만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자본가 정당은 그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챙겼어야 할 민주당은 29.5%에서 26.3%로 시위 이전보다 오히려 3% 넘게 지지율이 추락한다. 한편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25.7%에서 46.9%로 솟구친다(한국일보 2016년 12월 12일). 이 사실은 반박근혜 시위로 노동인민이 급속히 각성하고 있고, 거대 양당을 포함한 자본가 정당 모두에 대한 환멸감이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장차 체제에 대한 의문으로 발전할 것이었다.
지배계급에 경종이 울려졌고 더 이상의 사태 발전을 허용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노동인민의 솟구친 분노를 애먼 곬으로 유도하는 한편, 한국 자본주의 체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민주당이 처리해야 하는 임무였다.
‘퇴진 투쟁 이전으로 역관계 복원’을 위한 구체적 목표는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세월호, 산업재해, 해군기지와 사드, 비정규직, 가습기 살균제, 전교조 법외노조,통합진보당 해산, 테러방지법, 삼성비리’ 등의 의제 무산시키기 둘째, 영향력을 크게 상실한 극우 파트너를 구해내 양당 체제 시소 복구하기
문재인 정권의 5년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첫째 임무는 완수되었다. 작년 8월과 12월 촛불항쟁 발화의 주범이었던 삼성 이재용과 박근혜의 석방은 그 마무리 공정이었다. 5년 동안 민주당 문재인은 거의 모든 사안을 뭉개며 그 사안들에서 극우 분파와 거의 같은 태도를 드러냈다.
양당 체제를 복원하는 둘째 임무도 훌륭히 완수했다. 박근혜퇴진시위가 절정이던 2016년 12월 지지율이 10%에 이른 새누리당은 분열 · 해체되고 있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극우 분파는 드라마틱하게 복원되었고 그 사이 치러진 중요 선거의 서울/부산 양대 도시의 결과는 그것을 뚜렷이 보여준다.
시기 | 선거 | 결과(서울과 부산) |
2017년 5월 | 대통령 선거 | 서울 25개 구 모두/ 부산 15개 구& 1개 군 중 14개 문재인 지지 |
2020년 4월 | 총선 | 서울 25개 구 중 8개/ 부산 16개 중 15개 극우 정당(당시 미래통합당, 현 국민의 힘) 후보 지지 |
2021년 4월 | 시장 보궐 선거 | 서울과 부산 모든 구 미래통합당(현 국민의 힘) 지지 |
이른바 ‘조국사태’와 ‘한일갈등’은 임무 수행을 위해 준비한 대형 이벤트였다. 지배계급은 매스미디어를 독점하고 있고 매스미디어는 없던 사실도 있는 사실로 둔갑시킬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다. 매스미디어를 총동원하여 한껏 지펴올린 두 사안은 각각 수년 동안을 끌며 노동인민의 감각기관을 마비시켰다. 전두환의 ‘3S 정책’에 견줄, 절묘한 우민화 책략이었다.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악당으로 묘사되고 있는 극우정당의 대통령 후보 윤석열은 민주당 정권에서 벼락출세한 자이다. 처참한 수준의 사회성을 가진 데다가, 안팎으로 비리투성이인 그를 민주당 문재인 정권은 거푸 추켜세워 고속승진시켰다. 양당 모두에서 책사 노릇을 해 온 김종인과 더불어 윤석열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새누리당, 미래통합당, 국민의 힘 등) 극우정당’이 자본가계급 시소 통치의 양 축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작은 표식이다. (「2020년 4.15총선에 대한 입장」, 「박근혜 퇴진투쟁의 사회동학과 노동계급」 참조)
최근 10년 사이 페미니즘은 주류 사상이 되었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임했다. 페미니즘에 충성하는 경향은 이번 대선에서 더욱 확산되었다.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등 유력 자본가계급 후보 3명뿐 아니라, 노동계급 후보 2명도 모두 페미니즘에 진심임을 입증하기 경쟁에 나섰다. 이재명 대선캠프에는 거물 페미니스트 남인순과 권인숙이 있고 얼마 전에는 N번방 사건을 공론화했다는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이 합류했다. 반(反)페미니즘 정서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윤석열은 작년 말 유명 페미니스트 이수정과 신지예를 캠프에 영입했다. 정의당과 심상정이 페미니즘에 진심이라는 것은 너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노동당 후보 이백윤과 진보당 후보 김재연도 페미니즘 관련 공약과 언사를 보면 다른 후보들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두 노동자 후보도 “페미니즘 세상”을 공약한다.
‘그 사회의 지배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공산당 선언)’이다. 지금의 자본주의 세계 체제를 지탱하고 이끄는 힘의 중심은 미국에 있다. 세계 체제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미 제국주의 금융자본은 지배사상을 구축하고 전파하는 진원지이기도 하다. 그들은 정치, 경제, 교육, 군사, NGO 등 각종 기관을 통해 금융자본에 충성하는 엘리트들을 양성하고 배치한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세계 각 가정과 개인을 촘촘히 장악하고 있는 강력한 매스미디어를 손에 쥐고 있다. 이를 통해 ‘인종, 민족, 지역, 성별, 세대, 국가 등’으로 세계 인민을 나눠 이간질하고 서로 싸우게 만드는 분리통치 사상을 생산하고 교육하고 전파한다.
남한 페미니즘을 이토록 성공적으로 키워낸 공 역시 미국 금융자본에 돌아가야 한다. 식민지 남한의 정치, 경제,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 대다수가 미국에서 건너온 것처럼, 페미니즘 또한 수입되었다. 남한 최초의 여성학 강좌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지원으로 1977년 이화여대에 설립되었다. 남한 정부의 여성단체 지원을 법제화한 여성발전기본법은 1995년 미국 정부와 포드, 록펠러 재단이 주도적으로 조직한 ‘유엔 제4차 세계여성대회’를 계기로 제정되었다. 대회에서 결의된 ‘베이징 행동강령’은 각국 정부에게 페미니즘 단체 지원과 여성문제 전담부서 설립을 촉구했다. 그리고 오늘날 성폭력 사건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거세한 단어, ‘성인지감수성(gender perspective/sensitivity)’이 첫 등장했다.
“온라인 익명의 그늘 속 ‘성별 갈등’ 심화”, 국민방송
오늘날 페미니즘은 남녀적대를 부추기며 자본가계급의 분리통치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국가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7~2018년 인터넷 상의 남녀갈등 언급량은 2015~2016년 대비 6배 가까이 폭증했고 비중은 31%→70%로 증가했다. 지난해 국민방송 조사에 따르면 비중은 약 73%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2021년 20·30세대의 약 40%는 남녀갈등을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꼽았다.
이처럼 페미니즘은 최근 시들해진 호남차별의 뒤를 이어 세대론 및 인종주의와 더불어, 남한 노동계급을 심각하게 분열시키는 사상으로 자리 잡았다. 남한의 노동계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