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해방과 ‘사회애국주의’
시온주의를 타도하자! 팔레스타인 반제민족해방투쟁 만세!
시온주의: Zionism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 유대인 국가를 세우자는 운동. 유대인 우월주의
사회애국주의: patriotism, ‘사회국수주의(social chauvinism)’라고도 한다. 사회주의를 주장하나 자국 제국주의를 지지하는 반동적 경향, 1차 대전 등을 통해 그 첫 모습을 드러냄
영미 제국주의의 교두보 이스라엘 건국과 팔레스타인 아랍 비극의 시작
유대인들의 팔레스타인 지역 대량 이주와 이스라엘 건국은 석유의 보고 중동지역 장악을 위한 영국과 미국 제국주의의 전략적 의도였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팔레스타인에서 아랍인 인종청소는 한시도 중단된 적이 없다. 팔레스타인 아랍인민과 주변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벌인 4차례 전쟁은 모두 참담한 패배로 끝났다. 팔레스타인 아랍인민은 조상 대대로 살던 땅에서 쫓겨나 가자-서안지구와 요르단-레바논 난민촌으로 쫓겨났다. 울분에 찬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은 무장단체를 조직해 필사적으로 싸웠다. 게릴라전, 인질극, 미사일 공격과 자폭 테러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웠다. 이스라엘은 제국주의 지원에 힘입은 우월한 화력으로 1명의 유대인이 죽으면 아랍인 100명을 죽이는 방식으로 보복했다. 비밀경찰 모사드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 적대국 인사를 가차 없이 죽이면서 악명을 떨쳤다. 오늘날 이스라엘군은 수시로 가자-서안지구, 시리아, 레바논을 폭격하고 이란에게 전쟁을 위협할 정도로 거침이 없다.
이스라엘의 유대인 대다수는 아랍인에 대해 뿌리 깊은 인종주의 정서를 가지고 있다. 2007년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유대인 절반 이상이 아랍인과의 결혼을 민족에 대한 ‘반역’으로 간주했다. 2018년 제정된 ‘유대민족 국가법’은 아랍어의 공용어 지위를 박탈했다.
2000년 이후 최소 8,000명의 아랍인 어린이가 군사재판에 넘겨졌다. 가자-서안지역은 무권리 상태의 저임금 노동자를 공급하는 이스라엘 군수자본의 무기 시험장이 되었다. 심지어 아랍인 거주지역이 한눈에 보이는 언덕 위에 소풍을 나와 폭격을 구경하는 유대인도 있다. 유대인 정착촌은 인종청소의 선봉대로, 가자-서안지구의 아랍인 마을을 철거하면서 확장되고 있다. 2017년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인하자 이 도시의 아랍인 추방이 가속화되고 있다.
“봤지? 우리는 그냥 자기방어를 하는 것뿐이야!”
2021년에도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인종 청소
2021년,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에 백신이 넘쳐남에도 가자-서안지구로의 백신 반입을 가로막았다. 이 지역 주민은 제거 대상이므로 코로나로 인한 희생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올해 4월까지 서안지구에서만 총 4,323명의 아랍인이 ‘안보 위협’을 명목으로 수감되었고 다수의 동예루살렘 아랍 거주민이 추방 명령을 받았다.
4월 12일 이슬람의 명절 라마단이 시작되자 이스라엘 경찰은 팔레스타인 아랍인민이 매년 모이던 다마스커스 문을 봉쇄했다. 이에 분노한 아랍인민이 경찰과 충돌해 1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15일 한 팔레스타인 아랍 청소년이 한 유대인의 뺨을 치는 영상이 틱톡에 게시되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전역에서 아랍인 린치가 자행되었고 22일 극우단체 레하바 단원 300여 명이 예루살렘을 행진하며 “아랍인을 죽이자!”고 외쳤다. 이에 아랍시민들이 깡패들을 몰아내려 하자 이스라엘 경찰은 레하바와 함께 그들을 폭력적으로 해산시켰고 그 과정에서 1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23일 예루살렘과 가자-서안지구 전역에서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고 하마스[‘이슬람저항운동’, 1988년 무슬림 형제단 팔레스타인 지부의 무장단체로 창립, 이스라엘과의 협상으로 기운 야세르 아라파트의 파타와 달리 반(反)이스라엘 무장투쟁으로 큰 지지 확보, 2006년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의회 선거에서 과반을 득표하며 압승, 파타가 불복하자 2007년 가자 지구를 무력으로 장악한 뒤 여러 차례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는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은 언제나 그랬듯이 군경을 동원해 시위를 해산하고 가자 지구를 폭격해 민간인을 학살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의 하마스는 5월 10일 이스라엘을 향해 20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하지만 ‘아이언 돔’ 요격미사일이 하마스의 조악한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해 떨구었다. 하마스의 반격을 무력화한 이스라엘군은 마음 놓고 가자를 폭격해 수백 명의 민간인과 하마스 지휘관을 살해했다.
미사일 공격 다음날인 12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했다. 같은 날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테러집단 하마스의 미사일 공격을 규탄하고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하마스를 규탄했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이스라엘에 대한 ‘철통같은 지지’를 약속했다. 미제국주의는 언제나 그랬듯이 이스라엘 편에 섰다.
5월 21일 양측은 조건없는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중동전략, 중동의 살점에 박힌 제국주의 발톱 노릇을 하는 이스라엘 그리고 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아랍인 인종청소 정책이 종식되지 않는 한 갈등은 사라질 수 없다. 휴전은 말 그대로 다음 전쟁을 위해 잠깐 쉬는 것일 뿐이다. 휴전 발표 이틀 뒤인 23일, 이스라엘은 보안군을 투입하고 가택수색을 벌이는 ‘법과 질서 작전’으로 반이스라엘 시위 가담자 155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시온주의의 본질과 스파르타쿠스동맹(iSt)의 배신
코민테른은 유대 국가 건설이 영국의 식민통치를 돕는다고 정확하게 간파했다.
“시온주의가 팔레스타인에서 벌이는 일은 협상국 제국주의[1차 대전 당시 영국과 프랑스를 주축으로 하는 제국주의 진영]와 민족부르주아가 한데 힘을 모아 피억압민족 노동계급을 속이는 역겨운 사례다. (같은 방식으로 시온주의는 팔레스타인 유대국가 건설을 주장하며 유대 노동자가 소수에 불과한 팔레스타인에서 영국이 아랍 노동인민을 착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민족·식민지 문제에 대한 테제」, 코민테른, 1920년
제국주의와 이해를 같이하는 소수의 특권층을 통해 다수의 현지 인민을 제압하는 것은 제국주의 식민체제 구축의 전형적 방법이다. 주로 본국에서 식민지로 이주한 인민이 제국주의 이해를 관철하는 소수 특권층이 되지만, 현지나 외부에서 동원된 또 다른 민족이 그에 이용되기도 한다. 북아일랜드, 팔레스타인, 로디지아(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미얀마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로디지아와 남아공의 백인 정권은 남아프리카 지역의 공산주의 혁명과 민족해방을 진압하는 영미 제국주의의 보루였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아랍지역에서 영미 금융자본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제국주의의 요새이다. 이 요새를 거점으로 삼아 영미 제국주의는 자신에 도전하는 아랍 노동인민의 민족해방과 공산주의 운동을 제압하고, 자신의 이해를 확장해 왔다.
시온주의는 제국주의의 도구이다. 용납될 수 없고, 마땅히 타도되어야 한다. 그러나 트로츠키의 유일무이한 계승자를 자처하던 스파르타쿠스동맹(International Spartacus Tendency: iSt)은 1968년 팔레스타인 문제를 처음 다루는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를 들어 1948년 갈등(1차 아랍전쟁)의 핵심 쟁점은 유대국가가 존재할 권리였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유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온주의를 적대하는 한편 이스라엘 국가가 존재할 권리를 지지했다. 다만 아랍-유대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 건설을 위해 투쟁했다.”―스파르타시스트 3~4월호, 「총구를 반대로 돌려라」
동시에 1967년 3차 중동전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그러나 각 나라의 지배계급은 자기 인민에게 민족주의-인종주의적 광기를 불러일으켜 (계급투쟁이 초래한) 위기를 빗겨나갈 수 있었다.”―같은 글
iSt는 고향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아랍인 그리고 그들을 도우려는 주변 아랍 국가들의 민족주의를 영국 미국 침략자의 제국주의 야욕으로 등장한 시온주의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했다. 이러한 기회주의적 양비론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하수인이 아니라는 궤변과 당장 학살당하는 아랍인은 외면하면서 유대인 학살 가능성을 걱정하는 인종주의로 발전했다.
“오늘날 이스라엘은 완전히 미제국주의의 보호국이다. 그러나 중동에서 이스라엘만 그런 것은 아니고 요르단과 이란도 마찬가지이다.”
“아마 이스라엘은 미국의 단순한 꼭두각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골다 메이어 정부가 자기 국민, 미국과 맺고 있는 관계는 남베트남 티우 정부의 그것과 다르다.”―「제임스 로벗슨[스파르타쿠스동맹iSt 지도자]이 에드먼드 사마라코디[스리랑카의 트로츠키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 1973년 10월 27일
요르단이나 이란도 미제국주의 보호국 아니냐며 침략자이자 제국주의 도구로서의 이스라엘의 역할에 물타기를 하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남베트남 티우 정부와 비교하며, 그보다는 낫지 않냐며 이스라엘을 은근히 감싼다.
“우리는 1967, 1973년 전쟁에서 아랍 국가들의 승리가 1. (팔레스타인 인민이 당한) 동일한 조건의 억압을 이스라엘 인민에게 가할 것이고.”
“수정주의 조직 SWP는 이스라엘이 이주민들의 식민지이기에 알제리의 100만 유럽인, 남아프리카의 3백만 유럽인과 같은 운명을 맞이해 마땅하고 다른 모든 고려사항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 문제를 별 상관없는 것과 비교한 참주선동에 불과하다. 어느 한 시점에 민족 전체가 이주민에 식민주의자일 수도 있다. 인종 전쟁과 강제적인 인구교환은 언제나 반동적이고 (인도의) 비하리 무슬림들이 증언하듯 일반적으로, 사회적으로 비극적인 해결책이다.”―같은 글
아랍 인민의 반제국주의 투쟁의 승리가 자칫 침략자와 그 하수인의 안전을 침해할 것을 걱정하는 iSt 지도자의 모습이다. 이렇듯 억압자의 안전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iSt에 따르면, 시온주의에 대항한 아랍 노동인민의 투쟁은 사회주의 혁명 이후로 미뤄져야 한다.
“오로지 주변 아랍 국가들 중 한 곳이나 여러 곳에서 노동계급이 권력을 장악할 때에만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를 상대로 진보적인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같은 글
레닌과 트로츠키 모두 억압민족과 피억압민족의 민족주의를 구분했고 이를 거부하는 사회주의자들을 제국주의 편에 선 자들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러나 억압민족이자 제국주의 하수인인 유대 민족주의를 피억압민족 아랍의 민족주의와 동일시하는 스파르타쿠스동맹은, 레닌과 트로츠키의 가르침을 배신했다. 그들은 오히려 위선적으로 시온주의 편에 서서, 아랍 노동인민이 사회주의 혁명 이전까지 수동적인 자기 방어 이상의 싸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설파한다. 이로써 스파르타쿠스동맹(iSt) 전통은 제국주의의 편에 서서 팔레스타인과 세계 노동계급을 현혹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민족문제에서 스파르타쿠스동맹의 기회주의는 팔레스타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미국 흑인의 자결권을 망상으로 취급하며 거부한 것을 시작으로 방글라데시, 퀘벡, 북아일랜드, 레바논, 바스크-카탈루냐 등에서 피억압민족의 자결권을 부정했다. 그러고는 해당 지역 민족들은 “섞여 살고 있으므로” 피억압민족이 분리를 단념하고 사회주의 혁명을 기다려야 한다는 ‘섞여 사는 민족’ 이론을 만들어냈다.
IBT와 BT 등이 신봉하는 “섞여 사는 민족” 이론의 반동성
스파르타쿠스동맹이 팔레스타인에서 취한 배신적 입장은 iSt 전통인 ICL, IBT, IG 그리고 BT에 의해 적극적으로 계승되고 있다. IBT는 지난 3월 22일, 「Israel-Palestine: Apartheid, Imperialism & Class(이스라엘-팔레스타인: 아파르트헤이트, 제국주의 그리고 계급)」을 발표했다. 한편 BT는 2003년 문서 「팔레스타인 인민을 방어하자!: 유태인과 아랍인의 대립이 아니라 계급 대 계급의 전선을! Defend the Palestinians!: Not Jew Against Arab, But Class Against Class!」을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소개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하여 IBT와 BT 그리고 ICL, IG는 입장이 거의 같다. 그러므로 가장 최근의 IBT 글에 대한 아래의 비판적 평가는 영미국수주의에 굴복한 iSt 기회주의 일반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① 갈등의 근원은 유대계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 아랍인 모두,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같은 땅 위에 살아간다는 사실에 있다. 이와 같은 “섞여 사는 민족(interpenetrated peoples)”의 경우, 혁명가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결권을 옹호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둘 혹은 그 이상의 적대적인 인구가 같은 땅 위에서 동시에 자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② 자본주의 아래에서, 어느 한 집단의 정당한 자기 결정권 행사는 오직 다른 민족을 희생시킬 것이다. 이러한 ‘해결책’은 기존 억압관계를 그대로 온존시키거나, 주종이 바뀐 새로운 억압관계를 낳을 뿐이다.”―트로츠키주의를 방어하며
“③ 이 난해한 문제에 대한 역사적으로 진보적인 유일한 해결책은 아랍과 유대인 노동자계급의 공동투쟁을 통해 시온주의를 내부로부터 타파하는 동시에 중동의 더 큰 사회주의연방의 일부로 두 민족이 공존하는 노동자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 지역의 다양한 민족 · 인종 · 종교 공동체에 뿌리를 둔, 계급의식이 강한 프롤레타리아가 이끄는 자발적 사회주의연방은 경쟁하는 영토와 민족적 주장을 공평하게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