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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차이나(NewsChina)> 2014년 1월호에 "중국의 트로츠키주의"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는데, 중국 스탈린주의 관료집단이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하여 취한 방책이 역설적으로 트로츠키주의에 문호를 개방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특히 그렇다. 또한 이 기사는 중국 관료집단 일원의 입을 빌려서, 트로츠키주의에 대한 스탈린주의자들의 해묵은 비난들이 거짓임을 보여준다. <뉴스차이나>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중국의 정치/경제/문화 등을 다루는 월간지이다.


원문 - http://www.newschinamag.com/magazine/trotsky-in-china


중국의 트로츠키주의
TROTSKY IN CHINA
How Communism’s most controversial theorist finally found an audience – in China

January 2014 Issue | by Chen Tian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에 착수한 지 2년이 지났고 세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정치사상가 레온 트로츠키가 암살당한 지 40년 뒤인 1980년에 중국에서 <트로츠키의 견해(Trotsky’s Views)>가 공개적으로 출판되었다.

1964년에 몇몇 당간부들에게만 보급된 "회색 커버" 도서들 가운데 하나로서 중공중앙편역국(Central Compilation and Translation Bureau)이 편찬하고 인민출판사가 발행한 <트로츠키의 반동적 견해 발췌(Excerpts of Trotsky’s Reactionary Views)>라는 선행작업이 있었다.

회색 커버 도서들은 세 범주로 분류되었다. 카테고리 C에는 프랑스의 알렉상드르 밀레랑, 오스트리아의 오토 바우어 같은 정통 맑스주의의 수정을 시도한 유럽 사회주의 사상가들의 책들이 들어간다. 이것들은 일반적으로 당원들이 열람 가능한 것들이다. 카테고리 B는, 제2인터내셔널 수정주의의 지도자들인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과 칼 카우츠키와 같은 인물들이 쓴, 보다 논란을 야기하는 저작들이 들어간다. 열람대상은 당의 보다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로 제한된다.

장관급 이상의 고위 관료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출판물들은 카테고리 A에 속한다. <트로츠키의 반동적 관점 발췌>가 여기에 속한다. 트로츠키라는 이름은 소련에서 그러했듯이, 맑스-레닌주의의 스탈린주의적 해석에 핵심 기반을 둔 마오쩌둥의 독특한 정치사상에 맞춰진 중국 공산당의 공식 이데올로기 속에서, 수정주의와 동일시되었다. 1930~1940년대 숙청의 시기에, "트로츠키주의자"로 지목된 당원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이 있었다.

1960년대 초, 중국과 소련공산당은 정통 맑스주의의 규정을 놓고 반목하기 시작하였다. 1956년 2월, 니키타 흐루쇼프의 비밀연설 중 스탈린 비판은 마오에게는 한 인물에 대한 모독이면서 동시에 중국혁명의 정통성을 공격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며, 1960년에 중국공산당이 소련과 단절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비록 두 나라 모두 겉보기에는 여전히 친밀한 동맹인 것처럼 위장했지만 말이다.

양측 모두 베른슈타인, 카우츠키, 트로츠키 같은 "수정주의자들"과 "반동분자들"을 비난하는 맑스-레닌주의 고전에 의존하며 논쟁을 벌였다. 중소분쟁이 1989년까지 지속되었지만, 덩샤오핑은 이후 소련의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만나 "양쪽 모두 공허한 얘기들을 했다"고 인정했다.

회색 커버 도서들은 반소 이데올로기 캠페인의 일부이기도 했다. 표면적으로 이 책들은 "수정주의의 근원을 숙지시키기 위해" 출판되었다. 소련에서도 역시 트로츠키의 저작에 대해 수정주의라고 맹비난을 퍼붓는다는 사실을 중국 공산당의 이데올로그들은 대부분 무시했다. 그들의 생각으로는 트로츠키의 국적이 소련을 공격하기 위한 확실한 증거였다.

내부의 실력자

중소분쟁이 시작될 무렵, 중공편역국의 연구원이기도 한 편집인 정이판(Zheng Yifan)은 <트로츠키의 반동적 관점 발췌> 원고의 출판을 감독했다. 당시에는 겨우 500부만이 인쇄되었으며 그중 50부만이 보급되었다. 나머지는 1980년 <트로츠키의 관점>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기 이전까지 창고 속에 있었다.

중소관계가 가장 좋을 때였던 1955년, 정이판은 중국정부에 의해서 소련의 역사를 연구하기 위하여 레닌그라드 대학에 유학했다. 그는 1959년에 졸업을 하고 중국으로 돌아와 중공편역국에 편집인이자 번역가로 채용되었다.

4년 동안 러시아에 있으면서, 정은 스탈린 사후의 변화를 직접 목격하였다. 흐루쇼프의 비밀연설은 이전 지도자와 그를 향한 개인숭배에 대한 격한 반발을 야기했다. 그리고 심지어 정의 러시아 선생은 강의실에서 스탈린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였다. 맑스-레닌주의 강좌는 변경되거나 취소되었다. 왜냐하면, 이 강좌는 "소련공산당사강요"에 기초해있었고, 이 책은 스탈린의 지휘 감독하에서 편찬되었고 맑스-레닌주의 사상과 소련 창설에 대한 그의 기여를 과장하기 위하여 역사적 사실들을 오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반격

모스크바의 소련 지도자들은 마오가 스탈린을 자신의 모델로 삼는다고 주장했다. 마오주의가 맑스나 레닌보다 트로츠키에 더 가깝다는 혐의도 제기되었다. 중국과 소련 양국에서 트로츠키의 저작은 대부분 파기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을 반박할 자료는 거의 없었다. 남아있는 소수의 저작만이 으슥한 곳에 보관되었다.

중소분쟁이 절정에 달한 1963년 7월, 부총리 덩샤오핑은 부하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흐루쇼프가 우리에게 트로츠키주의자 딱지를 붙이고 있다. 반격해야만 한다. 즉시 준비해야 한다. 편역국이 우리 문필가들이 이용할 수 있게끔 트로츠키 저작을 편찬하는 것도 괜찮다."

1963년 이전까지 중국의 선전가들이 혐오하던 문서들이 갑자기 귀중품이 되었다. 그리고 정의 사무실 전 직원들은 트로츠키의 저작을 찾아다니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흐루쇼프와 소련에 흠집을 내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중국 전역의 도서관, 문집, 당간부들 개인서재로부터 자료들이 수집되었다.

해외의 다른 자료들도 있었다. 미국과 영국에서 트로츠키 저작의 출판은 금지되어 있었지만, 유럽 본토에서는 스위스의 중고서점에서 입수한 얼마간의 저작들을 비롯한 상당량의 자료들을 찾을 수 있었다. 한때 사회주의 이론의 거장이었던 인물의 기사, 논설, 평론을 찾기 위해, <프라우다> 구판과 <볼셰비키> 잡지도 샅샅이 뒤졌다.

그다음, 1952년 트로츠키주의자 숙청 때 공안당국은 모든 트로츠키 저작 중문판을 압수했는데, 연구원들은 압류된 금서들에 눈을 돌렸다. 비록 많은 자료가 훼손되었지만, 연구원들은 일부 자료가 중국에서 짧은 기간 존속한 트로츠키주의 운동의 비공식 사령부가 있었던 상하이에 남아 있으리라고 추측했다. 결국에는 상하이에서 숨겨져 있던 여러 언어로 쓰인 트로츠키 저작들을 어렵게나마 입수할 수 있었다.

수확

이러한 활동은 중국에서 생존해있는 소수의 완고한 트로츠키주의자들에게 주목받았다. 그들 중 하나가 1921년 중국 공산당 창립총회 참가자이자 토착 트로츠키주의 분파의 초기 지도자였던 류런징(Liu Renjing)이었다. 그는 터키에 망명해있던 트로츠키를 개인적으로 만나기도 했으며, 선물로 그의 저작들을 증정받았다. 1940년 트로츠키가 스탈린 비밀경찰의 하수인에게 암살당하기 전까지, 두 사람은 서로 편지를 주고 받았고 트로츠키는 자신의 저작 신판을 부치기도 했다.

1963년, 류는 무보수 번역가로 인민출판사에서 일했다. 여기서 그는 베른슈타인, 카우츠키, 트로츠키 저작의 중문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번역물들 대부분이 회색 커버 선집으로 출판되었다.

당국이 트로츠키의 책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류는 공산당이 트로츠키를 복권시키리라는 기대를 갖고 무척 흥분했다. 그는 인민출판사의 편집장 장후이칭(Zhang Huiqing)에게 가서 그에게 자신이 트로츠키 저작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덕분에 인민출판사는 그들이 저작을 찾아 나선 이래로 가장 완벽한 저작 모음인 노어판 트로츠키 저작 선집 일곱 권을 얻을 수 있었다. "류는 개인적으로 트로츠키를 만난 극소수의 중국인 중 하나 - 아마도 유일한 중국인 -일 것이다." 현재 89세인 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 이렇게 말했다.

결국, 회색 커버 시리즈의 일환으로 <배반당한 혁명>, <러시아의 실제 상황>, <레닌 이후의 제3인터내셔널>, <날조를 일삼는 스탈린 일당>, <연속혁명론>이 포함된 중문판 트로츠키 저작선집이 포함되었다.

정이판과 그의 동료들은 트로츠키의 견해와 사상을 산업화, 농업집단화, 전시/평시 방침 등 15개 항목으로 분류하였다. 결과적으로 여기서 추출한 것들이 <트로츠키의 반동적 견해 발췌>의 본문이 되는 식으로 편찬되었다.

마오의 저작 출판이 압도적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다른 정치사상가들의 저작 비중이 축소되면서 회색 커버 도서의 출판은 문화대혁명 시기(1966~1976)에 중단되었다. 처음에 모든 편집부원들의 업무는 공인된 맑스주의 고전을 번역하는 것으로 제한되었다. 이후 이들은 중국의 다른 정신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농촌에 파견되어 육체노동에 종사했다.

회색 커버 프로젝트는 1972년이 되어서야 재개되었다. 정이판은 1973년에 편역국으로 돌아왔다. 그의 첫 번째 과제는 흐루쇼프의 회고록을 출판하고 흐루쇼프 시기를 연구한 서구 언론인들과 역사가들의 저서를 번역하는 것이었다. 그다음에 그는 베른슈타인, 카우츠키, 부하린 등 "수정주의와 기회주의 수괴들의 저작"의 출판을 감독해야 했다. <트로츠키의 견해>를 출판하는 일 또한 시작되었다.

문혁의 여파 속에서 정이판은 트로츠키에 대해 내려진 역사적 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결론에 다가서게 되었다. "그가 레닌주의의 불구대천의 원수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라고 정은 말했다. 중국과 소련에서의 교조적 스탈린주의와 마오주의의 위상 하락은 이전에 배척된 사상가들에 대한 재평가, 심지어는 은근슬쩍 복권시키는 것에까지 이르렀다. 트로츠키를 "간첩" "무법자"로 묘사하는 일은 이제 공식 문헌 상에서는 없어진 것 같다.

1990년대 후반에 정이판은 <트로츠키 읽는 사람(The Trotsky Reader)>의 편찬에 들어갔다. 2008년에 최종적으로 출판되기 전까지 거의 10년이 걸렸지만 말이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로츠키는 의심할 여지 없는 혁명가이다. 스탈린이 그에게 붙인 독일 파시스트의 간첩이라든가 제국주의의 앞잡이라는 딱지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것이다."

암살당한 지 60년이 지나서, 맑스-레닌주의 이론에 가장 중대한 기여를 한 사람 중 하나인 레온 트로츠키는 마침내 마지막으로 홀대로부터 벗어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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