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8년 세계 경제위기 당시 중국은 세계경제의 ‘구원자’로 등장하는 듯 했다. 미국과 유로존이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2008년 이후에도 중국은 4년 연속 9%를 상회하는 경제성장률을 보였고, 중국이 세계GDP 성장에 기여하는 몫은 2011년 즈음엔 50%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세계경제 위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중국발 세계 경제위기를 경고해 온 이정구 교수를 만나 그 원인을 진단해봤다. 이정구 교수는 2009년 중국 경제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3년 상해교통대학 방문교수를 지내는 등 다년간 중국 경제를 연구해왔다. 

중국 증시 쇼크가 세계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중국은 경제 위기 상황인가?

중국 주식시장이 35% 정도 하락했는데 주된 원인은 중국 실물경제 둔화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증시도 더 하락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 중국의 경제 상황은 위기라고도 할 수 있지만 위기를 향해 가는 과정이라는 게 정확할 것이다. 실물경제를 반영하는 대표적 지표가 GDP 성장률인데 지난해엔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발표는 7%대이지만 실제로는 6% 내외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 다른 지표로 고정자산투자가 있다. 올해 11% 정도인데, 14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보통은 30~40%대다. 또 하나의 지표가 수출증가율이다. 중국은 수출을 통해 급성장한 경제인데, 올 7월엔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8.3%를 찍었다. 세계 증시가 폭락한 건 중국 증시의 영향이라기보다 실물 경제 하락 때문이다. 중국경제가 완전히 붕괴할지 그렇지 않을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경착륙 과정임이 분명하다. 

중국 경제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정구 교수. 사진=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겉으로 드러나는 원인은 과잉생산, 과잉투자인데 근본적 이유는 이윤율 저하다. 지금 중국의 철강 생산 시설이 10억톤 정도인데, 실제로는 8억톤을 생산한다. 20%가 과잉투자다. 이 2억톤이 어느 정도냐면, 미국 전체 철강 생산액의 두 배 규모다. 자동차도 천만대 정도를 더 생산할 수 있는데 안 하고 있다. 빠르게는 2005년 원자바오 시절부터 알루미늄, 철강, 시멘트, 비철금속 등에서 과잉투자가 나타났다. 이 문제가 최근 몇 년새 뚜렷이 부각되고 있다. 수출이 둔화되면서 생산이 둔화되고 그러다보니 과잉생산설비가 더 늘어난다. 이것은 당연히 이윤에 영향을 미친다. 이윤율이란 투자 대비 수익이라고 볼 수 있다. 투자는 공장이 가동되든 안하든 이미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투자된 규모가 엄청나니 이윤율이 하락한다. 중국의 국가통계국에 의하면 이윤총액이 지난해 11월에는 전년동기대비 4.2%가 감소, 12월엔 8%가 감소했다. 기업의 이윤 총액 증가율도 대폭 하락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윤율 하락의 원인은 무엇인가?

수익성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 할지라도 이윤율의 하락 자체는 일반적이다. 경쟁기업들이 투자를 하면 그만큼 생산이 늘어나고 그럼 버티기 힘든 기업들이 도태되는 과정이 진행된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 수출로 급성장을 했고, 수출을 위한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 외자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해외시장에서 판매가 되는데 2008년 이후 미국, 유로존, 일본, 동아시아 할 것 없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 중국이 수출이 아닌 국내 소비를 증대시키는 것을 통해 생산된 제품들을 해소하는 방안이 있지 않을까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중국엔 소비력을 가진 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중국의 생산능력을 중국 내에서 흡수할 수가 없다. 선진국 시장이 회복이 안되니까 중국의 침체가 심화된다. 제조업 공장이 밀집한 광저우와 동관에선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업 폐쇄가 많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경제에서 거품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인가? 

2008년 위기에서 중국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2008년 4/4분기에 경제성장률이 6% 대로 떨어졌다. 1년 전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반토막이 난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는데, 국가가 투자한 금액이 4조 위안, 중국 기업대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국영 상업은행 5개가 실시한 ‘묻지마 대출’이 9.5조 위안으로 총 13조 5천억 위안을 경기부양에 썼다. 당시 GDP의 30% 수준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4대강사업을 12개 한 것과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수출이 안되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책으로 풀린 돈들이 다 부동산으로 갔다. 2008년 이후 부동산이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일선 대도시들에서도 작게는 수 배, 많게는 10배 폭등했다. 부동산 거품이 형성되면서 여기저기 아파트를 지으니까, 철강 시멘트 목재가 필요하지 않겠나. 당시 2010년에서 2012년까지 당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이 세계 경제의 백기사다’ 이렇게 얘기했다. 독일 메르켈은 ‘중국 경제 때문에 독일 경제가 잘 나간다’ 이렇게 표현했다. 당시 독일은 공작기계류 등을 중국에 엄청나게 수출했다. 한국도 중국의 서부대개발 등에 굴착기 등 기계류와 중간재 수출을 많이 했다. 그래서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 덕분에 2008년에 큰 타격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근데 거품이 계속 유지될 수가 있겠나. 2013년부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는 징후가 보였다. 이미 2012년에 부동산 거품이 문제가 될 것 같아 중국정부가 부동산 구매시 대출 규모를 줄이는 규제를 단행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해서 큰 손들이 부동산에서 돈을 빼기 시작했고, 대도시들에선 부동산 가격이 반토막이 나거나 20~30%의 가격하락이 일어났다. 

중국으로서도 수출에 기반한 발전 모델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점 알게 됐고 국내에서도 부동산이 무너지면 급속한 경기 둔화가 올 걸 알게 되니 뭔가 새롭게 내수 시장을 확대할 조처들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시진핑-리커창 체제에 들어오면서 ‘중국의 꿈’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앞으로 세계체제에서 부상할 것이니 지금 중국 주식을 사면 같이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주장을 펴면서 주식시장 부양 정책을 시작했다. 주가가 상승하면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산이 커져간다고 생각하여 그만큼 소비를 진작할 수 있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더 많은 자본시장 개방과 함께 주식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시진핑-리커창이 실시한 건 신용투자, 즉 외상투자였다. 그런 정책으로 주식시장 거품을 키웠다. 또한 이른바 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를 연결시켜 외국자본의 투자를 유도했다. 이렇게 해서 주식시장이 2천 포인트 대에서 5천 포인트 대로 올라갔다. 

이렇게 부동산 거품이 만들어졌다 꺼졌고 그 다음에는 주식 거품이 형성된 뒤 꺼졌다. 이렇게 된 이유는 2008년 이후부터 실물 제조업 부분에서 수익성이 하락하니까, 제조업에 투자되어야 할 자본이 부동산이든 주식시장이든 쏠려왔다가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제구조가 많이 다르다. 민간기업의 비중이 적고, 제조업 매출에서도 60% 이상이 국유기업에서 나온다. 한마디로 ‘통제’가 가능할 텐데, 그런데도 과잉투자가 발생하는 이유가 뭔가?

우선 법률적, 형식적 측면에선 국유기업 비중이 28% 정도다. 국내 민간인 소유 사영기업과 외국인 혹은 외국인 합작 비중이 70% 비중이다. 그럼에도 국유기업의 자회사들이 대부분 민간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국유 비중이 70%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수치상 큰 차이가 나타나지만, 국유기업과 함께 존재하는 수백개 자회사는 대부분 알짜배기 기업들이고 모회사에 수익을 제공하는 구조다. 그래서 중국에서 사기업화가 많이 됐다고 해도 국유기업 비중이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왜 위기가 발생했나. 우선 중국에서 국유기업들은 에너지, 통신이나 철도 같은 기간망 산업들, 원자재와 관련된 부문 등 소위 전방산업들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산업들도 결국은 산업 생산과 판매와 연결돼 있다. 철강산업의 경우에도 국유기업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지만 생산 가능규모와 실제 생산량 사이엔 차이가 존재한다. 철강 수요와 철강 생산 사이의 차이가 20%다. 생산 필요량을 정확히 예측해야 하는데, 이는 전세계 시장에 판매하는 중국으로선 세계 자본주의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선 투자를 맞추는 게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국유기업이 독점하고 있어도 설비와 생산 물량 사이엔 괴리가 존재하고, 과잉투자가 발생한다. 자동차의 경우를 보면 중국은 세계 자동차 생산지이기도 하다. 중국 기업만이 아니라 외국 기업들도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과 외국기업들이 경쟁하는 구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설사 국유 부문이 압도적으로 높다 할지라도 산업생산을 예측하지 못하는 문제가 존재한다. 그런데 중국은 세계 자본주의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기 때문에 과잉투자나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이정구 교수. 사진=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2008년 위기의 기폭제가 된 파생상품 등 금융화에 의한 글로벌 위기와는 어떻게 다른가?

중국은 자본시장이 많이 개방되어 있진 않다. 그럼에도 2008년 위기의 한 모습을 띤 파생금융상품과 비슷한 자산관리상품이라고 하는 게 등장하고 이게 중국 경제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2008년 위기와 비교해보면 패턴이 거의 비슷하다. 2008년에 많은 사람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위기에서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하고, 그래서 금융위기라고도 얘기하는데 사실 미국 경제든 유로존이든 영국이든 이미 그 이전에 실물부분 위기를 맞고 있었다. 실물경제에서 이윤율이 하락하고 그래서 부동산 거품이 형성되고 그런 돈들이 프라임 모기지론으로도 모자라서 그 다음 단계인 서브프라임 단계로 넘어간 거다. 이런 패턴을 보면 실제 소득보다 많은 돈을 빌려서 투자하거나 집을 사게 부추겼던 거고 그래서 부채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갖도록 했다. 이건 오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폭발한 게 2008년이다. 이후엔 실물경제도 더 타격을 받으면서 위기가 가중되었고 7년이 지났지만 아직 회복을 못했다. 중국도 거의 같은 패턴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소속의 연구원들이 이미 2005~2006년에 중국 기업의 수익성 하락을 지적하곤 했다. 그러다가 2008년에 수익성이 대폭 하락하자 중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대응한 것이다. 그런데 실물 위기 때문에 자금이 제조업으로 가지 않고 부동산, 주식 거품을 만들었다. 지금 그것이 꺼지고 있다. 실물경제의 위기와 거품의 형성 그리고 거품의 붕괴 양상과 과정, 그리고 결과들이 현재의 중국과 2008년의 미국과 거의 비슷하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란 무엇이고, 이 규정에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한 배경을 먼저 설명하겠다. 중국에서는 1992년부터 시장 개방을 가속화했다. 그런데 이것을 정당화하는 개념이 필요했는데, 이게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다. 1970-80년대에 동유럽에서 나타난 시장사회주의의 중국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경제체제로는 시장을 도입하고 정치로선 공산당의 영도력, 이 두 가지를 결합한 것이라고 요약 가능하다. 시장을 도입하지만 공산당이 경제를 잘 운영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개념은 형용모순이다. 사회주의는 공산당의 일당 지배가 아니라 경제에서의 계획경제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생산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생산할지를 결정하는 체제다. 따라서 시장과 사회주의는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중국에선 1978년 개혁개방 이전 체제에 비해서 시장을 많이 도입한 체제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필요했던 거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개념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중국은 국가자본주의라고 본다. 국가가 상부구조만이 아니라 경제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가 스스로가 집단적 자본으로서 기능하는 체제다. 

중국으로서는 국가에 의한 통제가 수월하기 때문에 위기 극복도 더 쉬울 것 같은데?

아니다. 결코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단적인 예로 주식시장 붕괴를 중국 정부가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중국 정부가 이번 주식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쏟아부은 돈이 1조 달러 가까이 된다. 그럼에도 막지 못했다. 특히 마지노선이라 했던 3500포인트, 그 다음 마지노선이라 했던 3000포인트도 무너졌다. 국가통제가 강력하고 수월했다면 주식시장도 잘 통제되었을 것인데,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 중국 경제가 그만큼 세계자본주의 체제에 많이 편입된 것이다. 2001년 WTO 가입 이후로 상품 시장 뿐 아니라 자본 시장도 많이 개방됐다. 그러다 보니 중국내에서 자본시장이든 제조업이든 예전처럼 잘 통제하고 관리하고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고 중국의 국가가 사라지거나 역할이 줄어들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다른 형태로 국가의 역할은 계속될 거다. 어쨌든 중국 정부가 주식 붕괴를 막아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내부적으로 이런 신뢰가 무너진 거다. 

다른 나라들에 대한 영향은 어떠한가? 중국이 세계 GDP 성장에서 차지하는 몫은 절반에 가까운데. 

중국의 경제 규모를 먼저 봐야 한다. 전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3%, 중국은 17%다. 그런데 세계경제의 성장에서 중국의 기여는 2010~11년엔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요즘은 33% 정도다. 중국의 실물경제 둔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첫째로는 신흥공업국에게, 둘째는 선진국에, 그리고 전체적으로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준다. 많은 사람들이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을 자본주의의 ‘백기사’라 했지만 요즘은 세계경제의 ‘문제아’라고 얘기한다. 

중국이 그만큼 생산을 많이 하고 판매하면서, 전 세계 원자재를 집어삼키는 블랙홀 역할을 했다. 중국은 독일로부터는 공작기계를, 호주와 브라질로부터는 철광석을, 동아시아와 인도네시아로부터는 목재를, 아프리카로부터는 온갖 광물들을 수입했다. 근데 중국경제가 둔화되면서 이런 국가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브라질은 국가부도 일보 직전이다. 독일은 작년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호주 경제나 남아공 이런 경제도 완전한 침체에 빠져 있다. 유가 하락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 6월에 1배럴달 110달러에서 지금은 40달러에도 못 미친다. 중동 산유국만 아니라 러시아 베네수엘라도 타격이다. 중국의 위기는 신흥공업국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중국 경제둔화가 선진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의 다국적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해서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한다. 그런데 세계경제 위기가 회복되지 않아 중국의 수출이 둔화하고 그 때문에 중국에 투자한 많은 기업들이 사실상 공장철수를 하거나 생산을 줄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 경제 둔화가 미국 경제에 가장 커다란 위협이라 얘기했다. 지금 세계경제가 중국 경제의 둔화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