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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직후 한반도 북부에 자본주의가 철폐된 이래로, 미 제국주의와 그 하수인인 남한 지배계급은 북한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집요한 공세를 펼쳐왔다. 38도선 이북에 수립된 기형적 노동자 국가를 무너뜨리고, 나아가서 중국의 노동자 국가까지도 제압하기 위해 벌어진 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60년이 지난 지금도 미 제국주의와 서울의 하수인들은 제 버릇 못 버리고 북한을 굴복시키기 위해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절망적인 군사력의 열세를 실감하고 있는 북한 지도부는 당연히 핵, 대륙간탄도탄 같은 비대칭전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벌어지는 미국-남한과 북한과의 갈등에서 맑스주의자는 결코 중립이나 양비론을 취하지 않는다. 제국주의 국가가 약소국을 침공하여 그 지역을 초과착취지대로 재편하고자 할 경우, 맑스주의자는 제국주의에 대항하여 약소국을 군사적으로 방어한다. 군사적으로 방어한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후자가 전자에 대항해 자위수단을 갖추는 것을 옹호한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따라서 맑스주의자로서 우리는 미 제국주의에 대항하여 북한을 방어하며, 북한이 자신을 제국주의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재래식 전력, 핵무기, 화학무기, 미사일 등을 보유할 권리 역시 방어한다.

더군다나 앞서 말했듯이 북한은 소련군이 진주한 이후 자본주의 사적소유를 철폐하면서 세워진 기형적 노동자 국가이다. 일국, 특히 후진국에 고립되어 있으며, 스탈린주의 관료집단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는 중대한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철폐를 통해 사회적으로 크게 진보하였다. 소련과 동유럽이 자본주의로 복귀하면서 생지옥이 되었듯이, 북한에서 자본주의 반혁명이 일어날 경우 북한 인민들에게는 대단히 큰 재앙이 될 것이며, 남한 노동계급도 기세등등한 지배계급의 공세에 밀려 크게 후퇴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국주의의 군사적 압박으로부터 북한을 방어하는 것은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지난 3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북핵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었을 때, <노동자의 책> 소식지 1호는 “북핵실험,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이 문제에 대한 좌익조직들 ? 사회진보연대, 진보신당, 다함께, 노건투, 볼셰비키-레닌주의자 - 의 입장들을 소개하였다. <노동자의 책>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는 좌익 정치조직의 활동가들, 선진노동자들이 이 중대한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심사숙고하기를 기대했다.

그 이후로 북핵문제가 좌익 운동권 내에서 화제가 된 것으로 보건대, 우리의 기대가 아주 헛되지는 않은 듯하다. 사노위가 북핵에 대한 글을 자신들의 정치신문에 잇따라 제출하였고, 사노신 역시 자신들의 입장을 개진하였으며, 다함께에서는 조직의 입장에 이의를 제기한 어느 회원의 편지로 인해 논쟁이 촉발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남한 노동운동권 내에서 맑스주의적 관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려는 좌익들은 전무하거나 극소수인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주의

“북한 정권은 이미 오랫동안 전쟁 위기감을 부추겨 체제를 단속해왔다. 남한과 제국주의세력의 군사적 위협은 북한 정권이 자신의 경제적 실패를 무마하고 사회적 불만을 억누르는 데 좋은 구실이 된다. 이에 못지않게 남한 정권들도 종종 ‘북풍’을 이용해 공안정국을 조성하며 국내 정치를 단속해왔다. 하지만 수십 년간의 경험을 통해 이런 수법이 권력자들의 통치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두가 깨달았다.”
-- 노건투,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야 지배자들의 전쟁도박을 끝장낼 수 있다.>, 2013년 4월 17일
 

노건투는 북한과 미국-남한의 갈등국면이 마치 내부단속을 위한 것인 양 말한다. 소식지 1호에서 소개된, 북한의 핵실험 직후 발표한 글에서 이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심각한 국내문제로부터 국가 간 갈등으로 돌리려는 지배자들의 공통된 이해관계가 빚어내는 게임이다.”

이러한 관점을 수용하게 되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제국주의-식민지 간의 갈등, 또는 제국주의-노동자 국가 간의 갈등은 노동계급의 주의를 엉뚱한 데로 돌리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노동계급의 시야는 투쟁이 벌어지는 곳(자기가 속한 공장, 대한문 등)에 고정되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물론 그 뒤에 “그 시야가 자기 현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조합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상투적 조합주의 반대 선언이 이어지지만, 북핵에 대한 노건투의 입장은 노동계급의 시야를 “자기 현장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조합주의/노동자주의에 기초해있다.

앞서 말했듯, 미국-남한에 의해 북한이 패배할 경우, 그것은 북한 인민들에게도 큰 재앙이 되겠지만, 남한 노동계급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지배계급의 흔한 내부단속 정도로 바라보는 노건투의 인식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며, 제국주의가 야기하는 갈등에 대한 무관심, 무지, 비과학적 인식의 조장은 반동적이다.

 

국가자본주의

“핵과 미사일은 결코 제국주의에 맞서거나 노동자들의 국제적 연대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북한 지배자들의 행태는 북한이 사회주의가 아니라 또 다른 착취ㆍ억압 체제임을 보여 주는 강력한 증거다.”
-- 레프트21, <북한 지배자들의 호전적 대응이 보여 주는 것 : 북한 국가자본주의의 본질과 모순>, 2013년 4월 15일

소련, 중국, 북한, 쿠바 등을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하며, 이들 나라에 대한 방어를 거부하고 있는 다함께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북핵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가자본주의론은 이미 다함께 스스로 계승했다고 주장하는 트로츠키에 의해 논파된 엉터리 이론이다.

엉터리 이론을 부여잡고 있어서 그런지 이들의 논리력 또한 범상치 않다. 이들은 “북한 지배자들의 행태는 북한이 사회주의가 아니라 또 다른 착취ㆍ억압 체제임을 보여 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호언한다. 누군가가, 흉기를 든 강도가 집에 들어와 가족들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부엌에 있는 식칼을 들고 강도와 맞서려고 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또 다른” 강도라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비록 자위수단이라고는 하지만, 핵무기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으며, 삶의 터전 역시 황폐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흉물스럽고, 혐오스러운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가 겪고 있는 자본주의, 그리고 북한이 자본주의로 복귀하는 것은 그 이상으로 끔찍하다.

다함께 역시 찬미할 파리 코뮌, 러시아 혁명도 결코 신사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방어하지 않았다. 때로는 인질 처형을 비롯한 잔인하고 끔찍한 테러가 혁명을 수호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물론 이런 행위들이 언제나 정당하며 올바른 것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를 트집잡아 코뮌전사들, 볼셰비키 혁명가들을 또 다른 억압자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의 공공연한 지지자가 아니라면.

 

제국주의에 대한 굴종/평화주의

사노위는 상투적인 미 제국주의 규탄 다음에 아래와 같은 입장을 덧붙이고 있다.

“북한 역시 미제국주의의 제재조치를 포함한 다층적 대북 압박정책에 대한 방어용이라는 이름하에 핵무장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등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켜왔다. 특히 최근 북한 정권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가는 태도는 남북한 민중들의 생명을 볼모로 한 도박행위와 같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또한 일련의 초강경 행보는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더욱 강화시키고 일본의 군사력 증강의 빌미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남한 내 강경보수우익들의 입지만을 높이면서 노동자민중들의 제권리를 위협하고 탄압하는 데 활용될 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약화시키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사노위, <위험한 도박, 전쟁놀음을 중단하라!>, 사노위 정치신문 47호, 2013년 5월 23일

첫째, 사노위는 윗글에서 “세계의 군사적 긴장은 ’깡패국가‘들의 비이성적 행위 때문이다.”라는 미 제국주의의 ’깡패국가론‘을 그대로 추종하고 있다. ‘깡패국가’로 불리던 북한, 쿠바, 리비아,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졌는지를 보라.

둘째, 노동자들이 자기가 속한 현장에서 투쟁을 하면 사측은 그들을 탄압할 것이다. 노동계급이 자본가 권력을 전복시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면 지배계급은 군홧발로 짓밟으려 할 것이다. 마침내 지배계급을 타도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국가를 수립했다면, 제국주의자들은 무력침공, 경제제재 등의 수단으로 갓 태어난 노동자 국가를 전복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자본가들, 제국주의자들의 분노를 유발하지 않기 위하여 몸을 사려야 할까?

“핵무장과 핵무기 보유는 반전평화와 양립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글에서 사노위의 김명신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북한의 방어용 핵무기 보유를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래야만 미국의 전쟁위협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노동자민중의 입장이 될 수 없다. 핵무기는 대량학살의 욕망 그 자체이며 핵무장은 인류전체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야만’을 사실상 허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노동자민중에게는 재앙이 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 사노위, <핵무장과 핵무기 보유는 반전평화와 양립할 수 없다>, 사노위 정치신문 49호, 2013년 6월 2일

기관총도 ‘대량학살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고, 현대의 많은 화기들이 좀 더 많은 인명을 효과적으로 살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위력이 더하고 덜함에 상관없이 모든 무기는 사람을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그리하여 ‘야만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모든 ‘야만’을 거부하고 평화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런 노선으로는 이 시대의 진정한 ‘야만’인 자본주의를 폐절할 수 없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계급협조주의와 개량주의 정치가 결국 ‘야권연대’라는 이름의 인민전선 그리고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이라는 예견된 궁극의 결과에 도달하여 파산한 이후, 새로운 기만이 유행하고 있다. 그 기만은 '혁명정치 없이도 혁명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혁명정당이 아니어도 노동계급의 궁극적 이해가 실현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혁명 없이도 노동계급의 이해가 실현되지 말란 법은 없다.'라는 환상과 사기에 기초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조급증과 기회주의를 대중에게 전가하며, 바늘허리에 실 매어도 쓸 수 있다고, 자기들을 속일 뿐만 아니라, 노동계급 전체를 속이려 든다.

오직 노동계급만이 자신의 해방과정 속에서 실업, 불평등, 전쟁, 학살, 환경파괴, 기아, 차별, 자살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임금노예가 아니라, 새 시대를 여는 지배계급이 되기 위해서는 역사적 과제를 명확히 인식해야 하고 피아 구별에 혼란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새로 건설되는 ‘노동자당’이 새로운 기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역사적 질문들을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


북한은 어떤 사회인지, 방어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미국/일본/한국-북한 갈등의 성격은 무엇인지
북핵은 누구 말처럼 “위험한 전쟁놀음”인지, 아니면 정당한 자기방어수단인지

1949년 중국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 중국은 1949년 이후의 사회적성과가 남아있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사회가 된 건지
중국과 미국 그리고 영/프/독/일 등 제국주의들과의 갈등은 왜 발생하고 있는지
제국주의를 “지역과 경제적 이권을 둘러싼 싸움”이라고 규정하는 누구들 말처럼, 중국은 제국주의인건지

한국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대중-노무현 등을 거치면서 소위 ‘아제국주의’로 도약을 한 것인지
더 이상 식민지는 아닌 것인지

이집트나 튀니지 등에서는 사회주의 혁명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혁명만으로 한정해야 하는지
2011년 리비아에서 일어난 사태는 과연 ‘진보적’인 것인지. 누구에게 ‘진보적’인지.
지금 시리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세계 노동계급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성매매특별법은 잘 된 것인지
일부일처제를 벗어난 성행위나 매춘을 통한 성행위는 국가가 처벌하는 것이 정당한지
‘가부장제’라는 것은 자본주의와 동급의 위계에서 인민의 삶을 억압하고 있는 것인지, 과연 실체가 무엇인지
‘성폭력’은 무엇이고 ‘피해자중심주의’나 ‘2차가해론’ 등은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옹호되어야 마땅한 것인지

“환경, 여성운동 등은 계급모순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라는 말은 맞는지 틀린지. 도대체 뭔 말인지
생산력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문제인지. 소련이 그것 때문에 붕괴된 것인지.
생태주의이어야 하는지 아님 사회주의이어야 하는지


그런데, 지금 노동자당을 건설하자며 나서는 자들은 하나 같이 이런 질문들에 입을 꾹 닫고 있다. 꾹 닫는 것이 마치 미덕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과연 이런 문제들에 입을 꾹 닫은 채, 입을 닫아야 하는 문제가 이렇게 많은 채,
이렇게 닥친 채, 노동계급 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과연 가당한지, 가능한지 생각해야 한다.

그저 닥치고 가자는 이 기만의 계절에, 정신 똑똑히 차려야 한다.
자칫 하다가는 코만 베이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홀랑 발가벗겨질 것이다. 인생이 홀랑 탕진될 것이다.
그것뿐이랴. 그 기만으로 인해 해방의 시간은 최소 수 년, 최대 수십 년을 또 다시 도둑맞아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애꿎게 스러져야 하는 청춘들은 또 얼마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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