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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에게

2~300년 전에 나타나 기존의 지배체제인 봉건제와 맞서며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던 시기의 자본주의는 신선하고 진보적이었습니다. 실천적 측면만이 아니라 지적으로도 변혁적이고 세련되고 매력적이었습니다. 봉건제의 낡은 잔재를 전세계적으로 쓸어 없애며 자본주의는 그 막강한 힘을 과시하며 세력을 확장했고, 그 때에도 여전히 나름 진보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세기말 20세기 초, 금융자본의 독점체제 즉, 제국주의가 완성된 이후, 자본주의의 진보성이나 변혁성 등은 그 시효를 다했습니다. 급격히 낡았고 전쟁 기아 불평등 환경파괴 학살 등등 온갖 악폐의 근원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은 자본주의가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던져져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도 거진 100년 동안 자본주의는 살아남았습니다. 그 세월 동안 죽어져야 할 것이 죽어지지 않자, 썩어문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갖은 상처는 아물지 않고 감염되어 피고름을 질질 흘리고, 모든 구멍에서는 악취를 풍기고 있습니다. 그런 몸뚱이로 올라 타고앉아 인류의 숨통을 누르며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본주의는 이제, 어느 정도 지적 분별력을 가진 사람의 눈에, 썩은 내를 풍기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가 힘듭니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논리는 그 매력을 상실한 지 오랩니다. 어지간한 지적 분별력을 가진 사람은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선전에서 어렵지 않게 그 낡고, 비논리적이고, 역겨울 정도로 무식하고, 아둔한 모습을 눈치 챌 수 있습니다.

부시와 오바마가 다르지 않고,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 거기서 거기이고 일베충은 그 극단의 형태입니다. 역겹고 더럽습니다.

이런 이유로 젊은 지식인들은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논리에 쉽게 편승하지 않습니다. 십중팔구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논리에 매력을 느끼고 다가섭니다.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논리는 낡고 썩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그것을 비판하는 논리는 언뜻 보기에도 세련되고 논리적이며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옹호 논리가 낡아빠졌다고 해서, 허깨비인 것은 아닌 거죠. 자본주의는 여전히 지배체제이며 현실적으로 여전히 막강한 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돈의 논리로 구차하게 만들고 각종 폭력으로 윽박지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소위 그 ‘진보사상’을 그 궁극으로까지 밀고나가는 지식인들은 또한 드뭅니다. 처음엔 자본주의의 추함에 움찔하고 혐오를 느끼며 물러서서 거리를 둡니다. 맑스주의 혁명사상에 접근합니다. 세련되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적 삶의 각종 관계 속에서 자본주의의 막강한 힘을 체험하면서, 위축되고 움찔움찔 물러서기 시작합니다. 생존의 공포, 가난에 대한 공포, 관계 단절에 대한 공포, 고립에 대한 공포, 낙오에 대한 공포, 또는 직접적으로, 징역이나 신체적 고통에 대한 공포를 절감하며 이제 거꾸로 맑스주의 혁명사상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합니다. 1cm씩 자본주의와 타협해 갑니다. 때로는 야금야금 때로는 성큼성큼 속물이 되어갑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은 혁명사상을 결코 그 궁극으로까지 진전시키지 않습니다. 못합니다. 단지 자본주의를 결코 ‘완전히’ 승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표지로서만 주워섬깁니다. 혁명사상은 장식이 되고 패션이 됩니다. 혁명사상은, 속물이 ‘완전’ 속물이 아니라고 주장하기 위한 알리바이로 쓰입니다. 모멸이 됩니다.

이런 까닭에 혁명사상은, 단지 지적 총기가 있다고 해서 지닐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을 끝내 지켜내겠다는 기개와 의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그것을 지니는 순간 닥쳐올 압력에 맞설 용기와 체력이 있어야 혁명사상과 하나가 되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감화시키며 자본주의라는 괴물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레닌이 레닌인 까닭은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트로츠키가 트로츠키인 까닭은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수많은 혁명가들이 부끄럽지 않은 혁명가로 살 수 있었던 까닭이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그들은 지적 총기 이전에 의지와 기개가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가해진 압력에 맞섰고 두려움을 떨쳐내며 사상을 지키고 벼렸습니다. 
그들은 혁명사상을, 고상한 체하기 위한 장식물로 이용하며 모멸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혁명 사상의 대의에 헌신했습니다. 

‘최소저항선’을 찾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의 첫 번째 강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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