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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대한 단상

 

 

우크라이나에서는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유로마이단(Euromaidan)으로 지칭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국 정부에 대항하는 대중 투쟁은 그 요구가 꼭 사회주의적이지 않더라도 맑스주의자의 지지를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국 정부에 대항하는 모든 대중 투쟁에 맑스주의자들이 지지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폴란드 스탈린주의 정권에 대한 연대노조의 투쟁은 결코 맑스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었다.

 

투쟁이 겨냥하는 대상이 얼마나 못된 놈인지가 투쟁 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로 종종 제시된다. 그러나 맑스주의 전통은 종종(혹은 많은 경우) 그런 못된 놈들을 방어하기도 한다. 코르닐로프 쿠데타가 발발했을 때 볼셰비키가 케렌스키에 대하여, 중일전쟁이 발발했을 때 좌익반대파가 장개석에 대하여,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공했을 때 제4인터내셔널이 셀라시에 황제에 대하여 그러했다.

 

중요한 것은 그 투쟁이 무엇을 목표로 하며, 누구의 이익을 반영하는가이다. 또한 노동계급에 미칠 영향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도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시위대의 요구/목표

 

이 시위는 야누코비치가 EU와의 경제협력 협상을 중단하면서 벌어졌다. 시위대의 요구도 우크라이나의 EU 편입이었다. 유로마이단에 우호적이거나 미련이 남아있는 좌익들(주로 아나키스트, 무정부주의적 좌익공산주의 경향)조차도 이 점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들은 시위대에게 또 다른 중요한 목표가 있었을 거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비민주적이고 부패한 정권에 대한 정당한 투쟁이라는 식으로. 그러나 이 시위를 등에 업은 티모셴코가 야누코비치 못지않은 부패정치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고 그녀가 이 시위를 통해 정치적 재기가 가능해졌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부패하고 특권을 독점한 정치인에 대한 분노가 이 시위의 주된 동기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유로마이단이 그토록 민주주의를 옹호한다면 네오나치 조직인 스보보다, 프라비 섹터가 이 운동의 전위로 기능하며 노동계급 조직에 대하여 공공연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좀 다른 얘기지만 통진당에 대한 매카시즘적 공세도 꼭 반공주의의 언어로만 표현되지는 않았다. 자본가 언론들이 경기동부의 종북적 성격만을 부각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경기동부의 패권주의, 비민주적 작태도 비판한다. 그러나 자본가 언론이 노동운동 내의 패권주의/비민주적 작태를 진심으로 우려해서, 이것을 교정하기 위해 충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 통찰력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민주주의 타령이 반공주의 공세의 일환으로 배치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할 수 있다.

 

 

누구를 위한 시위인가?

 

EU와 미국이 유로마이단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야누코비치를 타도하고 야권이 정권을 잡게 되면, 우크라이나와 EU의 경제협력, FTA, 궁극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EU로의 완전한 편입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다. 후진국 우크라이나의 EU 편입은 독일, 프랑스 제국주의에 싱싱한 먹잇감이 제공됨을 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신생 EU 회원국 우크라이나는 현재 EU의 취약한 주변부 국가들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급과 좌익에 대한 공격

 

유로마이단 시위대의 좌익 혐오, 공산주의 혐오는 이미 작년 말부터 악명 높았다. 최근에도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공산당 사무실을 습격, 약탈을 자행하였다[영상 참조]. 프라비 섹터는 좌익 세력에 대한 학살을 자행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떠벌이고 있다. 심지어 유로마이단에 호의를 갖고 참여한 일부 좌익들도 파시스트 깡패들에게 공격당했다고 한다. 경찰기구는 극우세력이 장악한 상태인데, 친제국주의-극우 정권 하에서 경찰과 파시스트 깡패들은 혼연일체가 되어 노동계급 조직에 대한 전면전을 벌일 것이다.

 

 

반파시스트 공동전선

 

위와 같은 이유로 노동계급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반파시스트 공동전선의 결성은 대단히 시급한 과제였다. 공산당 주도의 반파시스트 민병대의 결성은 생존에 위협을 느낀 노동계급의 위기위식을 반영한다. 우크라이나의 계급의식적 노동자 투사들은 이 민병대로 결집할 것이다.

 

 

야누코비치

 

야누코비치는 인민들로부터 혐오의 대상이 될 만하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친제국주의-네오나치가 야누코비치 정권을 대체하려는 상황에서 노동계급은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1930년대 독일에서 나치가 기존의 자본가 정권을 대체할 가능성이 증대되던 시기 트로츠키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

 

계급 역관계에 의하면 브뤼닝-브라운 정부가 히틀러-후겐베르크 정부로 대체될 가능성 밖에 없는 순간에 브뤼닝-브라운 정부 타도!”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는 것은 완전히 모험주의 노선이다.

 

히틀러에 대한 브뤼닝의 투쟁을 필자는 코르닐로프에 대한 케렌스키의 투쟁과 비교했다.”트로츠키의 반파시즘 투쟁

 

우크라이나의 야누코비치 정권은 오늘날의 브뤼닝-브라운 정부이다. 반면, 유로마이단의 지도부인 친제국주의-파시스트 세력이 권력을 잡는다면 이들이 오늘날의 히틀러-후겐베르크정권이 될 것이다. 노동계급은 후자가 전자를 타도하는 데에 눈곱만큼의 도움도 주어서는 안 된다. 현재 우크라이나 노동인민의 주적은 미국/EU 제국주의와 이들의 자유주의 하수인들 그리고 파시스트 세력이다. 따라서 이들의 기도를 분쇄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이다. 이 과제를 위하여 필요하다면 코르닐로프(친제국주의-파시스트 세력)에 대항하여 케렌스키(야누코비치)와 일시적으로 같은 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야누코비치가 이미 타도된 것으로 보이는 현 상황에서, 이 문제는 과거지사가 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유로마이단에 동조하는 일부 좌익들의 모험주의 노선’, 21세기 적색 주민투표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나키즘 : 급진적 수사로 치장된 계급협조-반공주의 이데올로기

 

1차 세계대전 이후 최상의 아나키스트, 생디칼리스트 투사들은 볼셰비키에 연대하였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특히 크론슈타트 반란/마흐노 반란에서 아나키스트들은 백척간두에 선 소비에트 권력의 타도에 앞장섰다. 친볼셰비키 아나키스트들도 조만간 선택의 기로에 서야 했다. 완전한 볼셰비키가 되거나, 아니면 무정부주의적 조합주의로 후퇴하거나. 볼셰비즘과 멘셰비즘의 관계가 그러하듯이, 볼셰비즘과 아나키즘 역시 화해할 수 없었다.

 

1910년대 멕시코 혁명기에 아나키스트들은 카란사를 중심으로 한 자본가 세력을 정치적으로 지지하였으며,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멕시코 노동계급을 자본가의 부속물로 전락시키는 데 앞장섰다.

 

1930년대 스페인 혁명기에 아나키스트들은 인민전선 정부를 정치적으로 지지하면서 또 다시 계급배신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2000년대 이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나토의 리비아 침공에 이르기까지 아나키스트들은 제국주의를 편들어왔다.

 

자유주의적 아나키스트의 대부 노엄 촘스키는 쿠바의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는 미명 하에 쿠바의 자본주의 복귀를 지지하고 있다. 또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그는 공화당에 맞서 다른 자본가 분파(민주당 또는 랠프 네이더의 녹색당 등)을 지지할 것을 호소해왔다.

 

오늘날 유로마이단에 대한 아나키스트, 무정부주의적 좌익공산주의자들의 광신적 열광은 아나키즘이 반노동계급적, 반혁명적 사상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는 것 같다.

 

 

러시아는 제국주의 국가인가?

 

좌익들 일부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다루면서 이것이 EU/미 제국주의와 러시아 제국주의 사이의 대리전이라고 주장하거나 암시한다. 만약 러시아가 제국주의 국가가 맞다면, 현재의 구도 속에서 현 정권은 러시아 제국주의의 하수인으로 간주될 수 있고, 러시아 제국주의의 하수인을 방어하는 것은 곧 러시아 제국주의와 한 편이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맑스주의자가 현 정권을 방어할 이유는 없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러시아가 제국주의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 문제는 제국주의 규정 문제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제국주의 규정을 수정하는 것이 곧 레닌주의에 대한 수정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코민테른 4차 대회의 결의문은 제국주의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식민지에서의 토착 생산력의 전진은 세계 제국주의의 이익과 양립할 수 없는 모순에 빠진다. 왜냐하면 제국주의의 본질은, 독점적 초과이윤을 획득할 목적으로 다양한 세계 경제 영역간에 존재하는 생산력 발전수준의 격차를 이용하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동양 문제에 대한 테제, 192212

 

오늘날 러시아의 생산력은 독점적 초과이윤을 획득하기 위하여 다양한 세계 경제 영역간에 존재하는 생산력 발전수준의 격차를 이용하기에 적합한 수준인가?

 

OECD 팩트북 2013에 따르면 러시아의 노동생산성은 노르웨이(세계 1)1/4 수준이며, 과거 소비에트 블록에 속했던 헝가리, 폴란드, 에스토니아보다 낮은 수준이다.

 

러시아의 국외 투자에 대한 도이체 방크의 자료에 따르면, 이머징마켓(신흥공업국시장)에서 러시아의 국외직접투자(ODI)가 차지하는 비율은 9%이다. 그런데 이머징마켓의 ODI는 전체에서 13%를 차지한다. 따라서 러시아의 ODI는 전체 자본대비 약 1.2%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러시아 ODI2/3이 키프로스, 네덜란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의 국제 금융 중심지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따라서 러시아를 제국주의적 자본수출국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작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야욕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옛 소비에트 블록 국가들은 러시아 투자자에 대해 부정적이다.

 

결국 러시아를 제국주의라고 규정하는 이들이 내세울만한 것이라고는 러시아가 자기 동네에서 자원을 무기삼고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골목대장 노릇을 한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런 골목대장 노릇은 베네수엘라, 이란, 인도 등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나라들을 제국주의 국가라고 하지 않는다.

 

2014227

 

볼셰비키-레닌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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