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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주의 vs 케인즈주의

: 이윤율 저하 경향에 관한 CWI(Committee for a Workers’ International)의 논의

이 글은 2013년 11월 3일 런던, 사회당(Socialist Party)의 <사회주의 2013>이라는 행사에서 있었던 IBT 비공식 모임에서의 발표를 편집한 것이다.



[     ]……역주

불과 몇 달 전, 세계 경제 공황이 만 5년째―심지어 6년째라고 보기도 한다―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공황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맑스주의 경제학자들과 범좌파 진영에서 아직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학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공황의 원인을 이해해야 공황의 결과들에 맞서 효과적으로 투쟁할 수 있다.

맑스는 수십 년 동안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분석한 끝에 자본주의의 주기적 공황은 이윤율 저하 경향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는 자본주의 경제가 이윤 극대화의 강박에 의해 추동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자기증식하는 가치를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실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이 일반화되며 노동력 또한 상품의 형태를 띠는 사회이다. 가치는 가격과 화폐로 표현된다. 맑스에 따르면, ‘가변자본’과 교환되는 생산적인 노동력만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반면 기계나 생산과정에 필요한 기타의 비용에 해당하는 ‘불변자본’은 그것을 사용해서 생산되는 상품에 가치를 이전할 뿐이다. 인간노동력은 재생산비용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상품이다.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자는 생산 수단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 노동자는 자신이 만들어낸 가치의 일부만을 임금으로 돌려받는다. 나머지 가치는 소모된 불변자본을 보충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기타 생산비를 공제한 뒤 이윤의 형태로 자본가가 가져간다. 자본주의 기업들은 항상적으로 시장지분 즉, 총이윤에서 자신이 차지할 몫을 확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상품의 가격은 상품의 가치를 중심으로 요동하는데, 상품의 가치는 상품을 재생산하는 데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즉,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의 사회적 평균-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상품을 평균보다 싸게, 다시 말해 노동시간을 덜 들이고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경쟁자들보다 상품을 싸게 팔아서 시장 지분을 확대하고 이윤을 늘릴 수 있다. 그러면 경쟁자들은 이 기업을 어떻게든 따라잡거나 아니면 도산하는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기업들은 설비를 계속해서 개선하고 교체하는 한편,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동자들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 가치의 유일한 원천인 인간노동력을 대체함으로써 생산비를 절감하는 설비를 도입하면, 총투하자본에 대한 총잉여가치의 비율[s/c+v]은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은 일반적 이윤율(잉여가치와 투하자본의 비율)을 떨어뜨리게 된다. 맑스는 이윤율 저하 경향이 ‘모든 면에서 현대 정치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법칙’이라고 설명했다(그룬트리세, Notebook VII).

이 경향은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실제로 관측되었다. 맑스주의 경제학자 머레이 스미스는 1950년대 이후 제국주의 중심 국가들에서 생산력은 계속해서 상승한 반면 이윤율은 전반적으로 떨어져온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윤율이 계속 일정한 비율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윤율 저하는 경향이지 상수가 아니다. 맑스는 해외투자, 노동력 재생산비용 이하로의 임금 삭감, 착취의 증가, 금융투기 등 일정 시점에서 이윤율 저하를 상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논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변수들은 이윤율 저하 경향을 어느 정도 선에서 저지할 수 있을 뿐, 영구적으로 뒤집을 수는 없다.
 
이윤율 저하 경향은 지금의 공황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

지금의 공황은 경기순환에 따른 소규모의 공황보다 훨씬 심각하다. 1929년 공황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이다. 개량주의 ‘좌파’들은 이 사태가 자본가들의 탐욕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지하고 있다. 사악한 보수당-민주당 연합이 선거에서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일부는 노동당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재정긴축은 없었을 테고, 그러면 근로인민이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어 수요가 증대하고 경제 성장이 재개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기저에 있는 이론적 전제를 맑스주의자들은 오래 전부터 ‘과소소비론’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모델에 따르면, 모든 경제 공황은 근본적으로 노동자들이 자신이 생산한 상품을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구체적인 요인으로는 임금 삭감, 연금, 보조금 따위가 자주 꼽힌다.

과소소비론은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와 관련이 있다. 케인즈는 1929년의 경제 공황으로 인해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날 위험성을 우려했다. 1960년대에 일부 경제학자들이 케인즈와 맑스의 견해를 융합하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맑스와 달리, 케인즈는 성장이 느려지면 공공지출을 열심히 진작함으로써 경제 공황을 제거할 수 있거나 적어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만일 노동당 좌파가 국가기구와 재정을 장악했다고 가정해보자. 사회 개혁을 위한 재원은 어디서 충당할 것인가? 돈을 찍어내는 방법을 제외한다면 세금을 올려야 할 텐데, 노동자들에게 세금을 물리면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 자본가들에게 세금을 물리면 세율이 낮은 나라들로 기업을 이전해버릴 것이다.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거나 은행자본가들의 보너스를 삭감하는 것이 의제에 올라올 때마다, 거대 은행들은 정확히 이렇게 하겠다고 협박해왔다. 설령 증세가 성공적으로 시행되더라도, 기업에 높은 세금을 물리면 운영비가 높아지고 이윤 창출은 더욱 저해될 것이다. 투자는 미래에 돌아올 이윤을 근거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말 것이다.

자본주의 기업들은 부를 숨기기보다는 재투자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수익성 있는 투자처가 부족해져 자본이 생산과 유통의 순환 속으로 재투자될 수 없게 되면, 경제는 멈추고 만다. 유럽의 많은 기업들은 생산을 확장함으로써 이윤을 얻어 빚을 갚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 [설비나 생산방식 등을] 갱신한다. 하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판매량은 떨어지고 이윤은 실현되지 못한다. 빚을 갚을 수 없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 이런 기업들에게 빌려준 돈은 돌려받을 수 없다. 상환이 안 된 대출은 은행에서 책임져야 한다. 은행가들이 산업가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게 되면, 대출기준을 강화하고 미지불된 대출금의 변제를 요구하게 된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망할 수 있다. 이런 연쇄가 지난 몇 년 간 여러 나라에서 일어났는데, 이는 자본주의 공황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맑스에 따르면, 이러한 공황은 이윤율 저하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충분한 양의 자본이 파괴되어 다시 한 번 충분한 이윤을 얻으면서 자본 축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만 끝이 난다.
 
사회당이 이윤율 저하 경향에 관해 논쟁하다

여기에서 CWI 내부에서 최근에 진행 중인 논쟁에 관해 이야기해야겠다. 피터 타페(Peter Taafee)와 린 월쉬(Lynn Walsh) 지도부는 이윤율 저하 경향이 현재의 공황을 설명하는 많은 요소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제4인터내셔널통합서기국(United Secretariat of the Fourth International)>을 지지하는 한 프랑스인이 제공한 자료를 인용하는데, 여기에 따르면 이윤율은 1983년부터 상승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1983년에서 2005년까지 이윤율이 완만하게 상승했던 것은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노동계급 생활수준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공격 때문이었고, 한편으로는 이전에 기형적 노동자국가들이었던 동유럽 국가들이 [새로이] 자본주의 착취에 노출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윤율이 전후 호황 수준까지 회복된 적은 결코 없으며, 2005년부터 이윤율은 급격하게 하락했다. 타페는 이 공황이 과잉축적 공황이라고 설명하는데, 그의 경우에 이 말은 노동자로부터 자본가로 부가 이전된 탓에 추가 투자의 기회가 막혔다는 뜻이다. 타페는 기업들이 과거에 쌓아올린 이윤 위에 앉아 있다는 사실 때문에 현재의 이윤율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증명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의 주장은, 사회주의자들이 권력을 잡아 모든 은행을 국유화하고 지금은 놀고 있는 엄청난 양의 자본을 투자한다면 자본주의 경기불황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브루스 월러스(Bruce Wallace)가 이끄는 CWI 반대파는 투자 수익률의 저하가 핵심 문제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자본주의 공황은 대량의 자본이 파괴됨으로써만 해결될 수 있다는 올바른 주장을 피력한다. 그들은 은행들이 명목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대신 은행빚과 소비자 부채 역시도 많기 때문에 이것이 상쇄된다고 주장한다. 월러스와 그 동료들은―주로 신자유주의의 공격에 힘입어―일시적으로 상쇄 경향들이 이윤율을 부양시킨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이윤율 저하 경향을 경시하게 되면 자본주의의 틀을 깨지 않고도 은행 국유화를 통해 공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타페와 같은 신케인즈주의적인 해법이 나오게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도 옳은 말이다. CWI 반대파는 다음과 같이 적절하게 논평한다. ‘CWI 지도부가 제시하는 발상은 단지 이 신기루 같은 자본 비축분을 장악해서 투자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인데, 우리가 보기에 이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의견이다.’
 
이행요구와 자본가 국가에 대항하는 투쟁

2013년 9월 20일에 나온 「자본주의 공황의 원인: 앤드류 클리만에게 보내는 답변」에서 타페는 ‘사회당은 케인즈주의가 자본주의의 문제에 대한 장기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데 언제나 반대해 왔다.’고 확언하면서도 중단기적으로는 트로츠키의 이행강령을 몇 토막 가져와서 케인즈주의 정책을 [급진적인 것처럼] 치장하려 든다. “우리는 주거, 교육, 근로소득 등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부 지출을 확대할 것을 이행적인 방식으로 요구했다. 우리는 또 은행과 금융부문을 국유화할 것을 요구했다.”라는 식으로.

타페는 그의 케인즈주의적 접근에 급진적 색채를 덧붙이려고 노력한다.

“일자리를 제공하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강령은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요청할 것이다. 또한, 증세 자체로는 경제를 발전시킬 충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은행과 금융회사들은 (공적자금으로 구제금융을 받고 떠받쳐지는 대신) 국유화되어야 하며, 노동자의 민주적 통제와 관리 하에 운영되어야 한다.”―《소셜리즘 투데이》, 161호, 2012년 9월



그는 또한 이렇게 주장한다.

“이행요구가 제기되고, 그리고 특히 어떤 대중운동이 이행요구를 채택하는 경우―우리는 1983년부터 87년까지의 인두세 투쟁과 위대한 리버풀 전투 때 이런 상황을 경험했다―이행요구는 현재의 의식수준으로부터 [진전하는], 그리고 바라건대, 사회주의적 의식으로 나아가는 다리가 될 수 있다.”



이쯤에서 CWI 지도부가 이행요구를 적용한 모범사례로 취급하고 있는 ‘위대한 리버풀 전투’를 한 번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실상 사회당의 전신인 전투파(Militant)는 이 때 노동자계급을 동원하기보다 오히려 사기를 저하시켰다. 그들은 노동계급이―단순히 추상적인 사회주의 의식을 갖는 것이 아니라―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노동계급의 물질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가로막으며 따라서 전복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투쟁을 통해 깨달을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할 정책들을 제시하지 못했다.

노동당(Labour party)에 들어가 있던 전투파는 1980년대 중반에 리버풀 시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했다. 당시는 반동적인 대처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 부채를 억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던 때였는데, 이들은 [의회에서의 다수파라는] 위치를 이용해 대규모의 공공주택 건축 정책을 시작했다. 대처 정부의 정책은 오늘날 자본가 계급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이윤 증대가 목표였다. 타페는 영국 자본가들이 1960년 이래로 급격한 이윤율 저하를 겪어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대처가 시의회에 지원을 끊겠다고 협박하자, 전투파는 수천 명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이로 인해 공공주택 증가가 자본주의와는 양립할 수 없다는 계급의식이 성장하리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이것을 보통의 해고통보와 전혀 다르지 않은 의미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전투파의 전술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고취하기는커녕 그들을 소외시키고 말았다. 전투파의 주도적 지지자들 중 일부는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친 것은 ‘계산 착오’였다고 시인하고 있다. 그러나 타페는 아무래도 이 대실패를 모범적인 사례로 칭송해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그의 입장과 달리] 전투파의 가짜 ‘이행강령’의 순효과는 정치의식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극좌파’들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공공사업을 의미 있게 증대시키려면 노동계급이 상당한 규모로 동원되어야 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상황이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는 두려움에 빠졌을 때라야 자본가들은 이런 조치들을 고려할 것이다. 하지만 타페의 경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노동계급의 투쟁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24시간 총파업을 제안하고 있을 뿐인데, 이것은 경제를 급정지시킬 수 있는 노동자 계급의 능력을 확인시키기 위한 실질적 시도가 아니라 상징적 행동에 불과하다. 시늉에 불과한 한시적 파업으로 사장들에게서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노동계급이 가지고 있는 개량주의적 환상과 자본가계급의 재산을 몰수하고 국가권력을 장악할 사회 혁명의 역사적 필요성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아득한 골을 가로지를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없다.

1983년, 노동당에 여전히 깊숙이 관여하고 있던 타페는 영국 자본주의의 “사회주의적이면서 민주적인” 개량에 대해 유토피아적인 환상을 제시했다.

“만일, 다음 노동당 정부가 의회에서 경제의 80~85%를 통제하고 있는 200개 독점기업과 은행, 보험회사들을 국유화하는 수권법안을 제출한다면, 영국의 진짜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회사들의 196명의 사장들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들은 이들이 휘두르는 경제적 권력 때문에 토리당과 노동당 정부 모두의 행로를 좌지우지한다. 국유화가 시행되면 ‘입증된 필요’에 입각해서 그들 자산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의회 바깥에서 벌어지는 노동운동의 지지에 힘입어 이런 조치가 실행된다면, 사회주의적이면서 민주적인 생산 계획을 노동조합, 조합 대표, 주부와 중소기업인들의 손으로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국가에 대하여: 노동운동에 보내는 경고」, 1983.



CWI 지도부는 더 이상 노동당이 이런 조치들을 실행할 수 있는 것처럼 굴지는 않는다. 그러나 CWI 지도부는 여전히 사회주의 정당이―‘사회당’라고 말해야 하려나?―총선에서 승리하면 의회의 개량조치를 통해 사회주의로 이행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지지하고 있다.

타페는 1983년에 쓴 이 문건에서 이 정부[개량 정부] 지원을 위해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투쟁해야 한다고 명기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착취 체제와 그 수혜자들을 보호하는 데 철저하게 충성하는 억압적 국가기구 앞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은 한계가 있다. 타페는 살바도르 아옌데의 인민전선정부를 전복했던 1973년 칠레 군사쿠데타로 인해 촉발된 잔인무도한 억압을 언급하면서도, 노동운동이 착취자들의 폭력에 맞설 수 있도록 대비하는 문제는 완전히 회피하고 있다.

1925년에 나온 『영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책에 쓰인 트로츠키의 말은 CWI 지도자들에게 고스란히 적용된다. 트로츠키는 이렇게 경고했다.

“매일같이 사회주의로의 평화적이고 고통 없고 의회주의적이며 민주적인 이행에 대해 지껄임으로써 대중을 잠재워놓고 코에 한 방 맞고 나서야 대중에게 무장 저항을 호소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이것은 반동이 프롤레타리아를 파괴하도록 돕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혁명적인 저항이 가능하려면 대중이 정신적, 물질적, 조직적으로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들은 계급투쟁이 점점 맹렬해지고 어떤 단계에서는 내전으로 전화하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맑스와 레닌, 트로츠키는 오직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해서 자본주의 국가기구를 파괴하고 노동자 평의회의 지배로 대체할 경우에만 평등하고 민주적인 계획경제를 건설할 수 있다는 점을 아주 분명히 했다. 트로츠키는 타페와 정반대로 “노동자들의 후진적 의식에 강령을 맞출 수 없다. 의식과 분위기는 부차적 요인이고, 주된 요인은 객관적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트로츠키와의 이행강령 토론」, 1938년 6월 7일). 오늘날 영국 최고의 전투적 노동자들은 ‘사회주의’ 정부가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면 입법을 통해 자본주의의 억압을 종결시키고 빈곤과 불평등을 일소하고 모두에게 행복한 삶을 보장할 수 있으리라는 의회주의의 환상 때문에 [정치적으로] 마비되어 있다. 트로츠키는 이러한 환상에 영합하기를 거부했다. 그는, 제한적이고 방어적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본인과 자식들에게 안정적이고 편안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자본주의를 전복하고 그 자리에 사회적 소유와 합리적 계획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체제를 만드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혁명가들의 의무라고 역설했다.

이윤율 저하 경향의 사회적 함의에 관한 맑스의 통찰은 지금의 경제 공황과 그것이 낳는 끝없는 인간적 비극의 뿌리가 무엇인지 밝혀준다. 우리는 사회당 지도부의 경제 분석이 가진 결함에 관한 브루스 월러스의 논평에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현재 CWI 지도부의 경제 분석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타페가 왜 월러스와 그 비슷한 사람들을 ‘초좌익’ 취급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은 지적해야 하겠다. 타페는 아마도 자신의 케인즈주의적 발상에 대한 진지한 비판은 국가와 혁명에 관한 CWI의 근본적으로 사회민주주의적인 태도와의 단절을 함의한다는 것을 어떤 면에서는 알고 있는 것일 게다. 진짜 혁명적인 노동자 인터내셔널 건설을 진지하게 추구하는 CWI 지지자들은 타페 일당의 오도된 경제 분석에 대한 비판을 더 확장시켜, 그 분석의 기저에 자리한 개량주의 정치강령을 거부하는 데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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