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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셰비키2019.11.16 23:47

먼저, 최재승님은 논리적 비약을 조금 하시는 분인 듯합니다.
“자본주의를 그대로 둔 채, 대입정책의 미봉적 개편은 본질 흐리기이고 논점일탈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대입정책을 그대로 놔두자”라는 주장으로 해석하고,
“대학평준화가 노동계급에게 어떤 진전을 가져다 주는지 잘 모르겠다.”라는 의견을 “[대학평준화의 의의를 인정하지 않는 볼셰비키그룹은] 학벌 대입문제를 간과하거나, 본질적으로 큰 의미 없는 문제”라고 했다는 것으로 바꿔서 인식하는 군요.
상대의견을 비판하기 위해선 왜곡이 없어야 합니다. 왜곡하게 되면 논쟁이 헛돌고 비생산적이게 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정제된 언어로 의견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지배층들이 싸지른 유충” 같은 말은 지나친 비하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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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에 따르면, “노동자연대나 다른 사회주의 단체들”이 주장한다고 하는데, 흥미롭습니다. 혹시 자료가 있으십니까? 우리도 찾아보겠지만, ‘대학평준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에 그런 입장 모음이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님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노동자연대를 비롯 몇몇 단체는 ‘대학평준화’를 이야기할 때 ‘입시 폐지’도 주장하더군요.

우리가 어떤 정책을 내걸 때의 전제가 있습니다. 즉, 사안을 (미래 노동자국가) 지배계급의 눈으로 보아야 하고, 노동계급이 지배계급이 되어서도 실행할 정책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지배계급일 때, “책임은 너희 지배계급이 져라. 하지만 나는 이것을 원한다.”라는 식은 피해야 합니다. 그런 식의, 당장의 인기를 추구하는 즉자적 처방은 실효성이 없고, 나아가 대중적 신뢰도 얻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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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입시폐지’와 ‘대학평준화’ 이 두 문제를 살펴봅시다.

먼저, 입시 폐지. 다들 알다시피, 입시가 지옥 같습니다. 그러므로 ‘입시 폐지!’라는 주장은 눈길을 끕니다. 그러나 폐지하려고 드는 순간 난점이 나섭니다. ‘그럼 대학신입생 선발은 어떻게 할 것인가? 원하는 학생 모두를 입학시킬 것인가? 사회의 대학교육에 상당한 자원을 들여야할 텐데, 원하는 학생 모두를 입학시켜 교육효율성이 있을 것인가? 대학도 의무교육으로 전환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는데, 과연 대학 의무교육 전환이 필요하고, 그것이 사회전체의 자원배분에 이득이 될 것인가?’ 등

우리는 이런 점에서 회의적입니다. 우리가 집권하면, 대학교육과 그 이상이 무상으로 제공될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보장이 된 사회이기 때문에 더 많은 공부를 했다고 해서 대단한 사적 보상이 따로 주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 기간에 다른 사회구성원들은 각자 다른 분야에서 노동을 통해 이미 기여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회가 무상으로 제공한 교육이므로 대학 등 더 깊은 학문의 성과는 사회에 되돌려져야 할 것입니다.

이런 조건 속에서 대학은 공부에 재능이 있고, 더 깊은 공부를 원하는 ‘소수(또는 일부)를 선발’해야 합니다. 사회가 원하는 지적 내용과 학생 각자의 재능이 다양할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측정방법으로 대학교육을 받을 학생들이 선발되겠지요. 그런 점에서 노동자국가에서도 입시는 필요하고 온존될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입시폐지는 더욱 실현 불가능합니다. 위의 조건에 더해, 자본주의적 본성을 입시제도가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대학평준화’. 님은 실현되면 나타날 여러 이득’을 열거하셨습니다. '대학평준화'와 그 이득 사이의 필연적 인과성이 있는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 이득은, 얻을 수만 있다면, 꽤 그럴 듯해보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실현될지 생각해봅시다.

학생들이 살고 있는 곳과 대학 공부를 원하는 지역 그리고 입학을 원하는 대학이 늘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대도시 특히 서울의 대학을 선호할 것입니다. 게다가 사람을 상품으로 다루는 이 자본주의 시장은 대학졸업자를 모두 동등하게 대하지 않습니다. 자본이 원하는 전공이 있고, 시장상황에 따라 인기 학과가 달라지고, 의대나 로스쿨 등은 졸업 이후 보상이 다른 학과에 비해 매우 크게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장에서 선호하는 인기학과를 가고 싶어할 것입니다.

님이 생각한 ‘대학평준화의 이득’은, 모든 학생이 어떤 지역, 어떤 대학, 어떤 학과이든지 ‘선호’가 없는 즉, ‘지역, 대학, 학과를 가리지 않는’ 조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득입니다.

그런데 가능할까요? 위와 같은 조건에서, ‘특별히 원하는 지역, 특별히 원하는 대학, 특별히 원하는 학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대학평준화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실현이 매우 어렵고, 증상만 당장 없애려는 대증적이며, 작위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사회보장이 충분히 되어 분배의 평등이 실현된 미래 노동자국가에서는 더더군다나 필요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대학들이 여러 지역에 존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학평준화'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며, 지금 문제의 해결책도 되지 못하고, 미래의 정책도 잘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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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학평준화가 모든 대학 국공립화라는 의미의 '평준화'라면, 우리는 적극 찬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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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유치원을 포함, 교육/보육 기관의 국유화’ ‘대학의 무상교육’ ‘농어촌과 저소득층 자녀의 (사회구성비율에 상응하는) 대학선발비율 강화’ 등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입시의 불평등을 보완하고, 부의 대물림과 사적소유 체제를 침해하기 위해 우리가 제기할 수 있는 요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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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가 고려하지 못한 점이 있을 수 있고, 더 깊은 생각을 통해 입장의 변화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최재승님의 더 좋은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덕분에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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