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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식민지의 격동

수단, 알제리, 아이티, 말리

 

한 톨의 희망도 제공할 수 없는 제국주의 자본주의는 세계 인민들을 도탄으로 내몰고 있다. 이로 인한 저항은 세계 몇몇 곳에서 항쟁으로 분출되고 있다. 항쟁이 전개되는 모든 나라들에선 하나같이, 기존 지배체제의 기반이 흔들리며 누가 국가 권력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엄중한 물음이 제기된다.

그러나 분출된 에너지를 낭비없이 응축시켜 목표물로 바르게 인도할 혁명 지도부의 부재, 제국주의와 토착 지배엘리트의 간교하고 체계적인 대응 그리고 계급협조주의에 빠진 노동인민 내부 하수인들의 협조로 그 항쟁들은 좀처럼 결정적 승리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기존 독재자를 몰아내며 승리를 얻어내는 듯하지만, 군부쿠데타 등 지배계급의 반격으로 노동계급 지도부가 크게 파괴되며, 일시적으로 얻어낸 성취마저 대부분 되빼앗기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19604.19혁명과 1년 이후 발생한 박정희의 쿠데타, 1979~1980년 부마항쟁과 박정희 암살 이후 12.12 쿠데타와 전두환의 집권, 19876월 항쟁과 기만적인 6.29선언 그리고 대대적인 부정선거로 인한 노태우의 집권 등이 한국에서 있었던 유사한 사건들이었다. 아랍의 봄이라 불렸던, 튀니지와 이집트에서도 비슷한 과정이 전개되었다.

이와 같은 패턴은 2016~17년에도 반복된 바 있다. 연인원 수천만의 시위로 박근혜 퇴진을 성취했지만, 문재인의 무혈입성으로 대부분의 성과가 무위로 돌아가 버렸다.

*          *        *

2019년 들어 신식민지 나라 몇몇 곳에서 역사적인 항쟁이 전개되고 있다. 수단, 알제리, 아이티, 말리 등이 바로 그런 나라들이다. 이 나라들에선 노동 인민이 숨 막히는 갈림길 위에서 목숨을 걸고 분투하고 있다. 갈림길 중 하나는 노동인민의 권력 장악이라는 환희에 찬 승리로 향해 있다. 또 하나의 길은 선혈 낭자한 패배로 이어져 있다.

빈발하는 이 격동들은 이 제국주의 시스템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불길들이 여차저차 진화되더라도 지금은 잠잠한 다른 나라들에 불꽃이 날아가 점화될 것이다. 동시에, 이 격동들은 결정적 승리를 위해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지를 날카롭게 제기한다. 억압 있는 곳에 저항이 있고 초과착취/억압에 초과저항이 필연이지만, 저항이 있다고 해서 모두 성과를 얻어내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구체적 성과를 낳는 저항은 오히려 소수이며, 계급의식에 투철한 목적의식적 지도 없이 궁극적 승리는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 왔다.

판갈이 싸움에 나선 수단, 알제리, 아이티, 말리 노동계급의 승리를 간절히 소망하며 각각의 항쟁을 차례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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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단

지난 411, 30년 간이나 장기집권해 온 독재자 오마르 알 바시르가 몇 달에 걸친 민중항쟁으로 타도될 위기에 처하자 군부가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그를 실각시켰다. 곧이어 압델 알 부르한 장군을 수반으로 한 군사과도위원회(TMC)가 수립되어 권력을 장악했다.

그러나 대중적 저항은 가라앉지 않고 민정 이양을 거세게 요구했다. 그러자 군부는 수단 공산당이 포함된 야권 연대체 자유와 변화를 위한 연합’(AFC)과 정권 이양을 둘러싼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끄는 가운데 군부는 대오를 재정비해 반격을 시작했다. 군대와 TMC 2인자 다갈로의 지휘를 받는 준군사조직 잔자위드 민병대의 테러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515일 군부가 국방부 청사 앞 시위대에게 발포한 사건은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불길한 전조였다. 520TMCAFC는 군사-민간 과도정부를 수립해 3년간 수단을 통치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과도정부의 주도권을 둘러싼 협상이 시작되었고, 이 역시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528일 수단 노동조합총동맹(Sudanese Professionals Association: SPA) 주도 하에 이틀에 걸친 총파업이 일어났다. 군부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석유, 운송, 은행, 섬유 등 수많은 부문의 노동자들은 파업에 열렬하게 동참해 즉각적 민정이양을 요구했다. 그러나 SPASPA를 지도하는 수단공산당은 이 파업을 군부의 실질적 타도가 아니라 군부에게 압력을 가해 흥정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제한했다. 하지만 군부는 총파업에 위기감을 느꼈고 인민의 저항을 분쇄할 전면 공세를 결심하게 된다.

한편 부르한과 다갈로는 이집트, UAE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순방하고 돌아왔다. 사우디와 UAE는 이미 4월에 TMC가 예멘에 병력을 계속 주둔시킬 것을 약속하자 30억 달러를 보내면서 지지를 표명했다. 이집트의 군사독재자 알 시시는 자국으로의 혁명 확산을 막기 위해 수단 군부 전폭적 지지를 약속했다. 게다가 이들 3국은 중동에서도 손꼽히는 미국의 하수인인 만큼 미국이 군부에 지지를 보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주변국과 미국의 지지로 자신감을 얻은 군부는 본격적으로 쿠데타에 착수했다.

63, 군대와 잔자위드가 국방부 청사 앞의 시위대에게 발포하면서 유혈진압이 시작됐다. 수도 하르툼과 강 건너 옴두르만 시가 봉쇄되었고 전국의 인터넷이 차단되었다. 군대와 잔자위드 민병대가 거리에서 무차별적으로 폭행, 살인, 강간, 약탈을 자행했다. 나일 강에 버려진 시체가 40구나 발견됐고 1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도시에서는 일반인들이 함부로 밖에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SPA는 시민불복종과 정치 총파업으로 군부에 대항할 것을 촉구했다. 수단의 여러 도시에서 노동자, 청년들이 벽돌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돌을 던지며 군대와 잔자위드에 대항했다. 수단 의사협회에 따르면, 일요일까지 총 사망자는 118명 부상자는 784명에 달했다. 일요일에 수단 노동계급은 군부에 맞서 총파업을 시작했다. 엄청나게 불리한 상황이었음에도 수도 하르툼과 주요 도시에서 노동자 수백만이 파업에 돌입했고 상점들은 철시했다. 군대와 잔자위드는 총파업 진압에 실패했고 이제 군사정권 타도가 눈앞에 온 것만 같았다.

612AFC는 군부에 대항한 파업과 시민불복종을 중단하고 군부와 군-민 과도정부 구성을 둘러싼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 수단 인민을 잔인하게 학살한 강도떼에게 무기를 넘겨주며 협상을 구걸하겠다는 말이었다. 이는 영웅적으로 싸워온 수단 노동인민에 대한 모욕이자 군부와 AFC가 모의한 계략임에 틀림없다. 이에 AFC 지도자들은 파업이 일요일에는 성공적이었지만 월요일과 화요일을 경과하면서 약화되었기에 어쩔 수 없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한편 지난 주 금요일, 수단에 온 에티오피아의 수상 아비 아흐메드와 수요일에 수단으로 파견된 미국 특사 티보르 나기, 모건 오르타구스가 사태의 평화적 해결로 포장된 군부와 AFC의 노동인민 무장해제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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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알제리


2019216, 20년 간 장기집권해 온 독재자 압델 라지즈 부테플리카의 다섯 번째 대선 출마에 반대하는 시위가 시작되었다. 이 시위는 3월 들어 수백만 명의 참가자를 끌어들이면서 민중항쟁으로 발전했고, 결국 326일에는 알제리 군부의 수장 아흐메드 게드 살라 장군이 부테플리카의 퇴진을 종용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42일 부테플리카는 사임했고 9일에 압델카데르 벤살라가 임시 대통령이 되었다.

부테플리카가 쫓겨난 뒤에도 반정부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벤살라는 부테플리카를 끝까지 지지한 최측근이었고 이전 정권의 수상 누레딘 베두이를 재신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살라는 인민의 저항에 아랑곳하지 않고 취임 다음 날 원래 418일로 예정되어있던 대선을 74일로 연기해 그때까지 임시 대통령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벤살라가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알제리 군부가 그의 과도정부에 지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한편 부테플리카의 정당이자 1962년 알제리 독립 이후 쭉 집권당이었던 국민해방전선(FLN)의 대선 참가여부가 최대의 관심사가 되었다. FLN은 인민의 격렬한 증오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대선에 후보를 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529FLN은 대선에 후보를 내겠다고 갑작스럽게 선언했다. 이 결정은 벤살라 정부와 군부의 기만적인 정권이양에 반대해 깡패들과 선거를 치를 수 없다”, “구정권 대표들과 대화는 없다같은 구호를 내걸고 몇 주에 걸쳐 싸운 대선 보이콧 시위에 기름을 끼얹었다. 보이콧 시위가 알제리 전역에 들불처럼 번져나가자 알제리 지배계급은 깜짝 놀라 인민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62일 알제리 헌법위원회는 74일의 대선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알제리 노동인민의 값진 승리였다. 그러나 벤살라는 아직 쫓겨나지 않았고 연기된 대선을 핑계로 계속 집권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군부의 야권인사 탄압이 기승을 부리며 불길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59일 군부가 알제리 노동자당의 지도자 루이자 하눈느를 체포한 사건이다.

54일에 살라 장군은 군부의 기만적인 정권이양지지를 대중에 호소했다. 이에 하눈느는 이집트와 같은 상황을 경고했다. 그녀는 알 시시는 권좌에 앉자마자, 군부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져다 줄 것이라 믿은 순진한 사람들을 체포했다.”고 경고했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하눈느는 군대의 권위를 공격하고 국가에 대한 음모를 꾸민혐의로 수감되었다.

이 사건은 군부가 수단에서와 같은 유혈 낭자한 쿠데타를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근시일 내에 알제리 군부는, 북아프리카에 혁명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이집트와 프랑스, 미국 제국주의의 지원하에, 쿠데타에 착수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지금 수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투쟁의 승패는 중요하다. 수단 군부의 승리는 즉시 알제리 쿠데타를 부추길 것이고, 반면에 수단 노동인민의 승리는 알제리 노동인민의 승리를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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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이티


610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2017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조베넬 모이즈를 퇴진시키기 위한 시위가 일어났다. 조베넬 모이즈는 2014년에 800여 명의 농민을 고향에서 쫓아내고 바나나 농장을 세운 매판자본가이다. 시위대는 베네수엘라 주도하에 카리브해 국가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석유를 공급하는 기구인 페트로카리브가 제공한 차관 38억 달러를 부정부패로 탕진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아이티 경찰은 시위대를 잔인하게 진압했고 그 결과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당했으며 12명이 체포되었다.

()모이즈 투쟁은 지난해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거의 1년 가까이 격렬하게 지속되고 있다. 201876, 아이티 수상 잭 가이 라폰탕은 내일부터 유가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기습적으로 선언했다. 이 조치는 그해 2월 아이티 정부와 IMF 사이에 체결된 차관계약에서 IMF가 요구한 유류보조금 철폐를 집행한 것이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거의 모든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터져 나왔고 급기야 반란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 다음 날, 수상과 대통령은 유가 인상 연기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반란의 불길은 가라앉지 않았고 다음날에는 총파업이 시작되었다. 시위대는 유가 인상 무기한 연기를 요구했고 더 나아가 페트로카리브 차관유용을 문제 삼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714일 라폰탕 수상은 사임했지만, 모이즈 대통령은 물러나지 않고 버텼다. 그리하여 그해 11월까지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격화되었지만, 모이즈는 국내의 매판자본과 아이티의 주인인 미국, 캐나다 제국주의의 지지 하에 시위를 가혹하게 진압하면서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201927일 거대한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큰 폭의 인플레이션으로 지난 해 1달러 당 64구르드였던 환율이 84구르드로 폭락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아이티는 식량과 석유 등 거의 모든 생활필수품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아이티 노동인민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았다. 아이티 노동인민은 이제 살기 위해서라도 투쟁에 나서야 했고 인민의 재산을 훔친 대통령 퇴진 구호가 전면에 제기되었다. 이에 모이즈는 지난해처럼 경찰을 동원해 시위대를 잔인하게 살해하면서 완강하게 버텼다. 미국과 캐나다는 아이티의 모이즈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그의 생존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식민지적 착취가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현세의 지옥 아이티에서 노동인민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상자에도 불구하고 노동인민의 투쟁의지는 꺾이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생존을 위한 아이티 인민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4. 말리


323, 아프리카 중서부에 있는 나라 말리의 오고사구 마을에서 160여 명에 달하는 폴라니족 주민들이 도곤족 민병대에게 집단학살을 당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이 잔혹한 학살은 전국에서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수도 바마코에서 도곤족 민병대에 치안을 일임한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에 항의하는 거대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그 결과 4월 18일 말리의 수상 수메일루 부베예가 쫓겨났다.


앞서 45일에는 5만 명의 시위대가 바마코에서 행진하면서 말리의 주둔하는 프랑스, 독일 제국주의 군대의 철수를 요구했다.

2012년 말리의 북부의 소수민족 투아레그족이 프랑스의 꼭두각시 바마코 정부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켜 독립했다. 뒤이어 해외에서 이슬람주의 반군이 흘러들어와 내전에 가세하자 리비아 침략 성공으로 기세등등해진 프랑스 제국주의는 테러와의 전쟁을 명목으로 말리에 군대를 파병했다. 결국 그 다음 해에 프랑스와 그 하수인 정권의 승리로 전쟁이 끝났다. 그 후 프랑스를 필두로 독일, 미국, 캐나다 군대가 평화유지를 명목으로 말리에 점령군을 파병했다.


2019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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