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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 창당에 부쳐

환영하며, 경계한다

 

1. 지난 1015일 민중당이 출범했다. 위축되었던 노동인민 진영의 역량회복을 환영한다.

민중당의 정치: ‘민족해방

민중당은 20162월에 창당한 민중연합당과 9월에 등록한 새민중정당이 합당하는 형식으로 창당했다. 거칠게 정리하면, 민주노동당을 해산하고 국민참여당과 합당하여 통합진보당이라는 두 계급 정당을 만든 이후, 20124부정경선사건, 9월 분당, 20138내란음모 조작사건’, 201412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에 이르기까지 풍파를 거치면서 몇 갈래로 쪼개졌던 민족해방계열(이하 NL그룹) 큰 조각이 다시 합친 것이다.

NL그룹은 이름 그대로 미 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을 핵심 기치로 한다. 그리고 NL그룹은 대통령선거에 꼬박꼬박 참여할 역량을 가진 노동인민 측 최대정파이다.

민주당을 포함한 남한 지배집단 주류는 일제 식민지 시기 친일파였다가 해방과 분단 정국에서 재빨리 친미파로 변신한 정치세력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남한 지배계급의 매판성 즉, 토착인민의 이해보다 제국주의 금융자본의 이해를 더 섬기는 종속성은 최근의 THAAD와 전쟁 위기 등에서 재차 확인되고 있다.

이와 같은 매판적인 신식민지 지배집단이기에 반제국주의 민족해방을 내세우는 NL그룹은 눈엣가시였다. 해방 이후 수십 년간 국가보안법이라는 사냥개의 주요 목표물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련

이명박과 박근혜로 남한 지배집단 우파는 거듭 집권했다. 한껏 자신감을 얻은 우익분파는 국영기업 사유화(민영화) 등 자본의 이익 확대와 각종 부정비리 은폐에 방해가 되고, 2012년 총선에서 13석을 얻으며 약진한 통합진보당 특히 NL그룹을 난폭하게 공격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20124월 총선 직후부터 201412월 해산에 이르기까지 언론과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국가기구를 총동원했다. 이 과정엔 민주당과 유시민의 국민참여계(이후엔 정의당) 등 부르주아 야당 정치권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다.

20124월 총선에서 한 석의 의원도 얻지 못한 국민참여계의 부정경선폭로가 시발점이 되었다. 한겨레, 경향, 참세상 등 이른바 진보언론까지 가세하여 NL그룹을 난타했고 이후 11월까지 14개 검찰청 1735명을 동원하여 수사했음에도 핵심 타깃인 이석기와 김재연을 구속하는 데에 실패했다(2012년 한국의 드레퓌스 사건: ‘통진당 경선 부정 사태참고). 소기의 목적을 거두지 못하자, 20128월 국정원이 주도하여 내란음모 조작사건을 벌였다. 억지 사건이었지만 언론, 정치권, 검경 등은 모두 국정원 편이었다. 소위 좌파진보니 하며 행세해 오던 이른바 운동권 인사 일부도 서슬 퍼런 국가폭력과 여론사냥 앞에서 NL그룹이 마녀임을 간증하며 자기 진보좌파의 정체를 분명히 했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은 그 흐름의 연장이며 마침표였다.

그 과정을 거치며 NL그룹은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NL은 금기의 언어가 되었고 심지어 운동권 내에서도 왕따가 되었다.

 

민중당 창당의 첫 번째 의미

순망치한, 입술이 헐면 이가 시린 법이다. NL그룹의 타격은 곧 노동계급 정치 전체의 후퇴를 낳았다. 2016~17년 겨울 박근혜퇴진투쟁으로 사태가 반전되기까지 줄곧 수세적 국면 속에 갇혀 지내야 했다.

세월호 침몰과 진상규명 거부,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살해, 전교조 법외노조화, 공영방송 MBC/KBS의 앵무새화, 국영기업 사유화, 사드 추진, 성과급제 분열공작,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 구속과 얼토당토않은 5년형 선고 등이 이후 발생하거나 진행되었지만, 부상을 입은 노동진영은 수세적 반격 이상을 해낼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민중당 창당으로 표현되는 NL그룹의 재기는 박근혜퇴진투쟁 성과의 하나 즉, 노동인민 진영의 실지회복(失地回復)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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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는 민중당의 창당에 마냥 덕담하고 축하만 보낼 수 없다. 계급협조주의 정치노선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덕과 고질적 결함

민중당을 주도하는 정치세력 NL계열의 손꼽히는 미덕은 반미 반제국주의 투쟁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한편 한국 좌익진영 내에는 이 투쟁을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는 노동자주의가 만연해 있다. 심지어 아슬아슬한 전쟁위기 원인이 미 제국주의인 것이 명백하게 보이는 상황에도 이북과 미국 모두 잘못이라는 양비론을 펴거나, 한 술 더 떠 북의 핵개발이 갈등의 원인이라고 말하는 기회주의마저 상당하다. 바로 이 점이,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많은 열혈청년이 NL계열에 이끌리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나 NL은 계급협조주의라는 결함을 가지고 있다. 반제국주의 민족해방을 위해 자본가계급 일부와 연대해야 한다고 믿는다.

 

계급협조주의 이력

그리하여 대선에서마다 이 정치세력은 김대중 노무현 정동영 문재인 등 자본가 후보를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으로 지지해 왔다. 18대 대선에 나선 이정희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공식 지지하며 사퇴했다. 20175월에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민중연합당 후보 김선동은 공식적 당원 숫자보다도 더 적은 표를 얻었다. NL 계열이라 할 수 있는 한국대학생연합은 아예 공개적으로 문재인 후보 선거운동에 나섰다.

대선뿐 아니라, 총선에서도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민주당 등 자본가정당과 선거연합을 추구하는 것이 버릇처럼 되었다(19대 대선에 대한 볼셰비키그룹 입장참고).

당장의 의원직 확대에 눈이 먼 NL그룹 중심의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당원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급의 당을 해산했다. ‘노동을 저버리고 명목으로만 남아있던 사회주의마저 떼버렸다. 그리고는 노무현정권의 핵심이었던 유시민 천호선 등의 국민참여당과 합당하여 급기야 두 계급 당을 만드는 데에까지 나아갔다. 계급협조주의 노선의 정점이었고, 그것은 곧 참혹한 시련의 시작이었다. 계급을 저버리고 스스로 무장해제하며 적대계급에게 가슴을 헤치고 나아갔다. 자신들로서는 도약을 위해 구사한 절묘한 책략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지배계급의 올무에 머리를 들이민 격이었다. 꼼짝없이 올무가 조여졌고 껍질이 벗겨져 피투성이가 되었다. 노동계급에 심각한 상처를 안겼다.

계급협조주의는 NL계열을 비롯한 스탈린주의 정치 일반의 태생적이고 치명적인 결함이다. 계급협조주의로 인해 혁명 가까이 상승하던 노동계급의 운동이 깻박쳐져 한순간에 쪽박이 된 사례는 역사의 고비마다 나타났다. 1925~27년 중국, 1930년대 스페인, 1965년 인도네시아, 1973년 칠레가 대표적이다.

 

최근의 에피소드

지난 1031일 민중당 지도부가 정의당 방문에서 행한 언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정의당은 한때 노동계급에 있다가 배신하며 자본가 진영으로 넘어간 자들이 자본가 분파와 더불어 만든 당이다. 과거 노동정치 흔적이 조금 남아있지만 그것마저 곧 지워질 자본가정당이다(노동자연대의 계급전선 교란: 정의당 성격 규정을 중심으로참고). 정의당과 주요 인사들은 자신의 계급성을 증명하기 위해, 2014년 통합진보당이 해산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자본가 진영에 눈부시게 협조해 왔다. 그로 인해 NL계열은 이석기 등 무고한 NL지도부가 대량 장기징역형 선고를 받는 등 막대한 인적/재정적 손실을 입었다. 그런데 민중당 지도부는 정의당을 방문하여 형제당” “지금까지도 협조 잘 해왔고” “(앞으로도) 함께 해야 할정당이라는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과거의 행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기에 충분하지만 이 쓸개 빠진 에피소드는 그 우려를 더 짙게 한다.

 

우리의 의무

그런 점에서민중당 창당의 두 번째 의미는 계급협조주의의 부활이다. 이 노선은 우리를 또 치명적 패배로 끌고 갈 것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분명히 알릴 의무가 있다. 그리하여 지금 작지만 분명하고 높은 목소리로 남한 노동계급에게 경고한다.

남한 노동계급 여러분! 이윤이 지상최대의 원칙인 자본주의가 저임금, 고용불안, 실업, 불평등, 자살, 재해 ,전쟁 등모든 재앙의 원인입니다.

자본가의 이해와 노동자의 이해는 상반되며 정치적 · 조직적 독립이 노동계급 승리의 첫째 요소입니다.

민중당은 지금까지 계급협조주의 정치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계급협조는 우리를 지배계급의 올무로 또 다시 인도할 것입니다.

계급협조주의로는 노동해방은 물론이고 민족해방도 이룰 수 없습니다. 민중당의 계급협조 행위를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됩니다.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을 이루어 냅시다. 유일한 승리의 길, 노동계급의 혁명정당을 건설합시다.

 

2017119

볼셰비키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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