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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T) 대서양무역투자협정(TTIP):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

by 볼셰비키 posted Sep 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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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출처 – 국제볼셰비키그룹(IBT) 웹사이트





대서양무역투자협정(TTIP):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


[2015년 1월 독일어로 발표된 글. 1월 31일 영어로 옮기고 9월에 다시 한글로 옮김]

[초록색 ]……역주


2013년 7월 이후, 유럽위원회와 미국 정부 관료들 그리고 산업기관들이 유럽연합과 미국 사이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중요한 사안인 것은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자유무역지대를 만들 것이라는 점이고, 둘은 대서양 양쪽의 노동자가 그 동안 따낸 정치적 사회적 성과에 대한 광범한 공격이라는 점이다.

 

TTIP는 무엇인가?

대서양자유무역협정(Trans-Atlantic Free Trade Agreement: TAFTA)이라고도 알려진, 대서양무역투자협정(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 TTIP) 협상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 경제 지역 사이의 자유무역협정은 세계 자본주의의 일상이다. 그러나 TTIP는 명백히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새로운 협정 이전에도 북미와 유럽 사이에는 이미 공고한 무역 관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 대외투자의 절반 남짓이 유럽으로 가고, 유럽은 미국 투자의 71%를 점하는 최다 투자자이다.

“TTIP는 무역 경쟁 당사자들 둘 사이의 협상으로서가 아니라, 규제 장벽을 대서양 양쪽 모두에서 제거하려고 하는 다국적기업의 유럽과 미국 사회에 대한 공격으로 이해해야 한다.”—존 힐러리, 대서양무역투자협정, 8쪽


“세계에 많은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TTIP는 세계 경제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할 것이고, 그것을 주도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라는 식민지 본국은 TTIP와 TTP[환태평양협정]을 그들의 거대한 그러나 점점 작아지는 영향을 안정시키고 자신들의 지배를 공고히 하려하는 것이다.”—콘래드 슐러, 「TTIP는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 Das Blättchen No. 17, 2014년 8월 18일


미국과 유럽연합은 여전히 전세계 GNP의 46~50%, 세계무역의 1/3 그리고 해외투자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2008년 이후 유로존과 세계 경제의 위기는 유럽과 미국에 커다란 타격을 가한 반면, BRICS로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었다.

 

왜 그렇게 비밀스러운가?

TTIP 조항들이 인터넷(www.ttip-leak.eu)으로 누출되었을 때 강력한 저항이 있었다. 만약 그 목적이 단지 미국과 유럽 사이의 경제관계 개선뿐이라면, 이 협정의 비밀스러움을 설명하기 어렵다.

관련 국가들의 의회나 심지어 유럽의회조차 그 과정에서 배제되어 왔다. 협정 관련 정보를 다루는 방식은 마치 첩보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브뤼셀[벨기에 수도. 유럽연합 본부가 위치]의 TTIP 조항 열람실에서 협정 기록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선별된 소수의 유럽의회 의원들 뿐이다. TTIP 과정을 미국이 지배한다는 우려가 있다.

TTIP 배후 세력은, 은밀한 작업이 의회 비준과 같은 부르주아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은밀함에 대한 선의의 비판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에 대한 순진함 때문이다. 정치가들이 밤이나 낮이나 자기 정당의 의제를 추구하는 의회가 TTIP를 근본적으로 반대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일 뿐이다. 녹색당과 사민당 그리고 심지어 좌익당(Left Party)의 많은 정치인들은, 자본주의 희생자들로 하여금 생활여건의 추가적 하락을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일에, 자신들이 기업과 그 로비스트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에 충격 받고 있다.

감출 게 있을 때 비밀 교섭을 하는 것이다. 참여 정당들이 미국과 유럽 노동자를 공격하는 자신의 계획을 공개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TTIP 교섭 공개를 요구한다. 만약 그 내막이 알려지게 되면 저항이 촉발되고 계획 전체가 틀어질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그들은 대중이 무지하기를 바란다. 거짓말은 잘 감추고 착취는 그 어둠 속에서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부르주아 방식은 1917년 10월 혁명으로 들어선 소비에트 정부의 정책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성공한 첫 번째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자본주의의 볼썽사나운 짓거리들을 쓸어 없앨 길을 열었다. 그 중 하나는 레닌이 이끄는 정부가 비밀 외교조약 교섭 철폐를 선언한 것이다. 1917년 10월 26일(새 달력으로는 11월 8일) 발표한 「평화 포고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부는 비밀 외교를 철폐한다. 모든 교섭은 인민들 앞에서 완전히 공개하여 진행할 것이다. 지주들과 자본가들의 정부가 비준하거나 결정한 지난 3월부터 1917년 11월 7일까지의 모든 비밀협정은 즉시 출판될 것이다. 이 비밀협정의 조항들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러시아 지주들과 자본가들의 특권과 이익을 보장하려는 목적을 가지거나 러시아제국의 병합을 유지하고 늘리려는 내용일 경우, 정부는 그 조항들이 무효가 되었음을 선언한다.”—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1918년

 

투자자 보호

TTIP의 핵심 조항은, 미국-유럽 관계에, 투자자를 위한 보증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ISDS)를 도입하는 것이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S)는, 분규가 발생했을 때, 기업가들이 국가 법정이 아니라, 청문회를 비밀리에 진행하는 국제중재재판소에 (개인적 불만을 포함하여) 자신들의 사안을 제소할 권리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ISDS 진행은 대략 한 건 당 8백만 달러로 추산되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오직 자본가들만 이용할 수 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기만적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기는 해도, 이것은 정말 뻔뻔한 계획이다.

기존의 무역협정에서 ISDS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국 기업이 진출한 나라들로 하여금 자기 이해를 거의 또는 전혀 주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즉, 신식민지 착취를 보다 저항 없이 진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국주의 착취에 저항하려는 신식민지 정권들의 시도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S)에 가로막히게 되는 것이다.

“ISDS는 사회 혁명과 정치 격변에 대한 우선적이고 가장 뛰어난 방패이다. 그런 점에서, 피고석에 앉았던 첫 번째 나라들이, 사유화를 되돌렸거나 국유화를 진행했던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베네수엘라였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콘래드 슐러, 같은 글

투자자 보호가 어떻게 각국 정부의 결정을 무력화시키는지에 대한 사례를 우리는 이미 목도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전력공사 바텐폴(Vattenfall)은 독일 정부를 상대로 37억 유로를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핵 발전을 점차로 없애겠다는 독일의 결정에 따라 크루멜(Krümmel)과 브룬스부텔(Brunsbüttel)에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일찍 문을 닫게 된다는 이유에서이다. 바텐폴의 소송은 투자자 보호조항을 담고 있는 1994년 협정에 근거하고 있다. 계약을 취소했다는 이유로, 2012년에 17억 7천만 달러에 이자까지 덧붙여서 미국 옥시덴탈석유회사(Occidental oil corporation)에 지불해야 했던 신식민지 에콰도르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S)의 위력에 대한 또 다른 사례이다.

국제중재재판소는 다양한 방법으로 일국 법정의 판결을 무력화할 수 있다. 물론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부르주아지의 ‘공익(common good)’은 최고의 원칙이다. 그것이 바로 법체계가 중립적이고 공정하고 독립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환상인 이유이다. 그러나 그렇긴 해도, 자국 내부와 다국적기업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거대 자본은 이 부르주아 민주주의 도구들마저 깔아뭉갤 필요를 느끼고 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S) 중재재판은 부르주아 사법의 일반적 원칙을 사실상 부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재재판은 항소 조항이 없고 재판관을 자기들 마음대로 임명한다.

우리는 부르주아 법정과 판결에 대해 환상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자본주의 나라의 많은 법률들은 노동운동의 과거 투쟁의 산물들이다. 1956년 독일에서 114일에 걸친 파업으로 따낸 병가(病暇)가 그 사례 중 하나이다. 우리는 노동운동의 역사적 성과를 지켜내어야 한다.

이집트의 지금 사례는 투자자보호가 단지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깔아뭉갤 뿐만 아니라 노동계급에게 주어진 양보조치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임금과 인플레이션을 연동하려는 이집트 정부의 조치가 베올리아의 이윤을 침해하고 그로 인해 쓰레기 처리 계약이 취소되었다는 이유로, 프랑스 기업 베올리아[Veolia: 물 관리, 쓰레기 처리, 에너지 공급을 다루는 다국적 환경회사]는 이집트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2014년 10월 11일―‘착한 자본주의’ 지지자들의 저항

2014년 10월 11일 TTIP에 맞선 유럽 행동의 날은 다국적기업의 ‘사악한 자본주의’에 맞서서 소부르주아적 ‘착한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개량주의적 사고를 드러냈다.

Attac[Action for a Tobin Tax to Assist the Citizen: 투기자본의 금융거래에 세금을 매길 것을 촉구하는 시민단체]과 ‘2014년 10월 11일 TTIP에 맞선 유럽 행동의 날’ 참가자들의 TTIP에 대한 비판은 상당한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반대의 최종 결론은 ‘더 선한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는 무역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원한다. 경제는 인민을 위한 것이어야지 거꾸로는 안 된다! 인권, 민주주의 그리고 환경은 기업 이윤에 우선되어야 한다. 10월 11일에 우리는 함께 모여 우리의 공공자산, 민주적 성과들, 사회와 환경 수준을 지키기 위해 저항할 것이다!”—www.attac-netzwerk.de

자본주의는 자본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 국제 노동계급과 노동시장에서 쫓겨난 자들의 삶의 질과 더불어 인권, 민주주의, 환경보호는,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것에 맞선 도덕적 호소가 아니라 국제적 계급투쟁에 달려 있다. TTIP로 인해 곤경에 처한 중소자본가들의 슬픔을 달래며, Attac은 국제 경쟁이 자본주의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잊거나, 다국적기업으로부터 국가경제를 방어하는 것이 보호무역주의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은 자본주의라는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TTIP 반대운동가들 사이의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는 닭 처리에 염소를 사용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죽은 닭을 염소에 잠깐 담갔다가 꺼내는 살균처리를 한다. 유럽연합은 허용된 식품첨가제에 인가번호- E(E-number)를 부여하는데, 염소산화물은 E926이다. 1957년까지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의 공식명칭]은 이것을 밀가루 표백에 승인했다. 이것은 또한 가금류[닭, 오리, 칠면조 등], 소/돼지고기, 생선, 과일, 채소 등의 처리와 식수의 살균에 이용되어 왔다. 2008년 가금류 처리에 이 물질을 사용하는 것을 EU 차원에서 검토하려고 했으나 유럽 내각이 거부했다. 2009년 미국은 WTO 분쟁처리기구(Dispute Settlement Body of the World Trade Organization)에 이 문제를 제소했다.

그러나 유럽연합 역시 환경에 관한 한 자신의 치부를 가지고 있다. 유럽 생활권은 자본주의 소비품 생산으로 오염되고 있다. 공기, 물, 토양은 오염물질로 더럽혀지고 있다. 지금의 환경기준은 음식에 대한 다이옥신류의 폴리염화비페닐(PCB)과 같이 해로운 물질을 금지하지 않고 있고, 오염된 달걀이나 광우병에 걸린 소가 유통되고 있다. 미국 기준이 유럽연합보다 낮다는 생각은 미국 반대 정서와 유럽연합에 대한 환상의 결합물이다. 미국에서나 유럽연합에서나, 이윤 최대화가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이다. 환경과 사람에 대한 고려는 나중이다.

 

독일 노총과 사민당의 통 큰 배신

독일사민당(SPD)의 당원 몇몇은 ‘2015년 10월 시위’ 참여자들과 비슷한 논리로 TTIP를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독일노총 의장 레이너 호프만(Reiner Hoffmann)과 사민당의 지그마어 가브리엘은 TTIP를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이라는 두 핵심 경제 지대 사이에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무역 회담은 서로의 무역관계를 증진하고 동시에 그 관계를 더욱 공정하고 지속적인 것으로 만들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 협정은 세계적으로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무역 원칙을 촉진하고 기준을 만들게 될 것이다. 초점은 구성원 다수에 미칠 더 나은 번영을 가능케 하고, 경제 사회 환경 기준을 개선하고, 공정경쟁과 더 나은 노동조건을 창출하는 것이다.—레이너 호프만&지그마어 가브리엘, 「TTIP: 유럽연합과 미국 사이의 자유무역 협상과 관련한 지속가능성, 노동자의 권리 그리고 공공서비스 조항에 대한 요구들」

TTIP가 노동대중에게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은, 산타클로스가 존재한다는 생각만큼 비현실적인 것이다. 만약 TTIP에 들어 있는 자본가들의 소망 목록이 실현되면, 노동자의 삶의 여건은 더 추락할 것이다. 임금인상이나 다른 소득이 회사 이윤을 침해한다는 구실로, 중재재판소는 총괄 교섭으로 따낸 양보조치들을 위협할 것이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비판하고 저항하는 시늉을 하는 것은 오직 조합원들의 지지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이윤이 지상원칙이 되는 체제에서, 정의를 위한 호소는 쇠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TTIP에 대한 진정한 비판은 자본주의 부조리 몇몇에 대한 지적을 넘어서, 착취체제 전체에 대한 전면적 거부와 자본주의 체제 전체에 맞서 단호히 투쟁하는 것이다.


31 July 2015
TTIP: An Attack on the Working 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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