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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원선거에 대한 볼셰비키-레닌주의자의 입장

by 볼셰비키-레닌주의자 posted Dec 0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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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원선거에 대한 볼셰비키-레닌주의자의 입장

 

이번 민주노총 임원선거는 사상 처음 직선제로 치러진다상대적으로 전투적이며관료주의에 비판적인 노동자들이 직선제 쟁취를 염원해왔다그러나 직선제 자체만으로 남한 노동운동 내에 횡행하는 온갖 병폐들이 저절로 치유되지는 않는다민주노총 이전에 아르헨티나노총네덜란드노총이 직선제를 실시했지만두 노총 역시 세계 여타 노동조합들이 겪는 병증을 여전히 앓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또 현장에서 선거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반응에서 엿볼 수 있듯이다수 노동자들은 직선제가 자신들의 이익을 방어하고 확장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노선이다. 1917년 10월 혁명을 통해 입증된 것처럼올바른 정치강령을 가진 지도부를 세웠을 때 노동계급은 자신의 목표에 가장 근접하고자신의 이해를 가장 멀리까지 진전시킬 수 있었다역사적으로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조합에서도 그런 지도부를 건설하기 위하여 투쟁해왔다노동운동의 불모지처럼 알려진 미국에서도, 1930년대에 볼셰비키-레닌주의 강령으로 무장한 혁명적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노동운동사에 길이 남을 파업투쟁들을 지도하였다그렇기 때문에 선거에 임하는 노동자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후보들이 대변하는 정치를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명무실의 좌파’: 정치의 부재

이번 위원장 선거에서 경합하는 네 선본 중에 두 선본은 소위 좌파로 분류된다그중에서도 기호2번 한상균-최종진-이영주 선본에는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이하 노계추), 노동자연대혁명적노동자당건설현장투쟁위원회(이하 노건투등 혁명적 사회주의를 자임하는 조직들이 참가하고 있거나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상균 후보는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을 이끌었고이로 인해 감옥살이를 한 전투적 노동자의 표본이다그러나 한상균 후보가 어떤 정치강령을 가지고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위원장 후보로 나서기 이전에 그는민주노조 운동의 전면적인 쇄신과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말하면서, “노동자의 세상비전을 열어가는 노동자의 전망” 수립과, “노동자 민주주의 확립으로 관료주의 자판기노조 척결” 등을 주장했다듣기 좋은 말이지만 문제는,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이것을 어떻게 실현시킬지’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달리 말하면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기호2번 선본이 노동자들을 설득하는 방식은 열심히 싸우겠다’, ‘우리는 다른 선본보다 싸울 의지가 더 강하다’ 등을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다그 근거는 자신들이 싸움을 조직해 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확실히 기호2번 후보자들은 자신의 현장에서는 꽤 전투적인 활동가였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일부 노동자들은 기호2번에 호감을 가질 만한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그러나 나머지 노동자들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한 사업장의 싸움을 조직하는 데 물러섬이 없었던 이들이라고 해서 전국적국가적국제적 전투에서도 물러섬 없이 싸울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는가그리고 현재는 관료로심지어 변절자로 악명 높은 그 누군가도 이전에는 각각의 사업장에서 전투적 활동가였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네 선본 모두 박근혜 정권을 상대로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한다그러나 진정한 전투의지는 구체적인 정치노선그 중에서 무엇보다도 자본가 정당과 정치인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통해 판별된다.

 

야권연대라 불리는 계급협조주의와의 단절: 노동계급의 첫 번째 정치 원칙

요즘 남한에서 야권연대라는 말로 순화되어 불리는 계급협조주의(인민전선)노동계급의 투쟁을 처참한 패배로 이끄는그리하여 노동계급을 자본의 영구적 노예로 온존시키는 치명적 독약이다. 2013년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투쟁의 결말은 그 독약이 노동계급에 얼마나 치명적인 해악을 미치는가를 증명한 또 하나의 사례이다(철도파업평가와 이후의 반민영화 투쟁 과제」 참고). 작년 12월 30철도노조는 민주당의 주선으로 새누리당과 만나 3자 합의문을 발표했다그러자 10만여 집회 참가자의 역동적 지지를 받고 마의 7을 훌쩍 넘겨 상승하던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 투쟁은 한 순간에 사그라들었다.

기호1, 4번 선본은 야권연대의 적극적 지지자임을 자처하고 있다이들은 벌써부터 자본가 정당의 하수인이 되겠다고 공표하고 있기 때문에선진 노동자들은 이들에게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반면 기호3번 선본은 적어도 야권연대’ 문제만큼은 다른 선본들에 비해 원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 좌파노동자회 공약에는 야권연대를 주장한 세력과는 선거를 함께하지 않는다는 공약과 의견을 제시했다노동자연대(구 다함께)동지들은 지난 시절 통진당과 함께 야권연대를 주장해 왔습니다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그런 점에서 변혁적 계급 정당을 추진하는 동지들이 노동자연대 동지들과 선거를 함께하는 것은 의문입니다.”―「기호3번 허영구 선본 선거대책위원장 이갑용이 보내는 두 번째 편지

 

전략적 야권연대 거부라는 말장난

기호2번 선본은 전략적 야권연대 거부라는 아리송한 표현을 사용하면서계급협조주의(인민전선)와 단호하게 결별하는 것을 회피한다그러면서 보수 야당과의 협력은 개혁입법을 위한 제한적인 제휴로 명확히 한정하고중앙집행위 이상의 기구에서 결의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무겁게 다뤄야 한다라고 하면서, ‘야권연대를 제한적으로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이 입장은 기호2번 선본에 결합하고 있는 노동자연대가 가진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전략적 야권연대는 분명히 반대해야 하지만모든 야권연대가 문제라는 좌파 일각의 고집은 지나치다국회에서 특정 개혁 입법 발의를 쟁취하거나 특정 악법을 저지하려고 부르주아 야당과 불가피하게 전술적 공조를 취해야 할 때도 있다선거에서 특별히 수구적인 후보에 맞서그리고 그에 비해 민주당 후보가 노동자들에게 진보적으로 비쳐지는 인물일 때 특정 선거구에서 후보 단일화 추진이 불가피할 때가 있다.”노동자연대민주노총 임원 직선제전재환 후보 조 :“준비된 투쟁론은 당면 투쟁을 회피하는 핑계일 뿐

이갑용 씨는 절대로 야권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단언하는 듯하다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야권연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현명할까예를 들면각별히 반동적인 우파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조건에서 노동자들이 진보파나 개혁파로 여기는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선진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단일화 압력이 생길 경우가 있을 것이다아니면국회에서 특정한 개혁 입법을 쟁취하거나 특정한 악법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 일부와 불가피하게 공조해야 하는 경우는 어떨까?

이런 조건에서는 일단 우익의 당선을 막자는 정서에 함께하면서 대중투쟁을 준비하자고 호소하는 것이 현명했을 것이다이런 방침이 불가피했다는 것은예컨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가 당선한 후 민주노총 조합원 활동가 5명이 자결한 것이나당시 독자 출마한 좌파 후보 둘이 합쳐 아쉽게도 0.2퍼센트밖에 득표하지 못한 것에서 간접적으로 증명된다.

이런 점에서 이갑용 씨가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패의 원인이 모조리 야권연대’ 정치에 있고그것을 조금이라도 인정하는 세력은 모두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면적 견해다.”―「노동자연대 성명 이갑용 씨는 선거를 위해 타 단체 왜곡 비방을 하지 말아야 한다

야권연대를 인정하는 세력” 중 하나로서그런 세력들을 모두 몰아내자는 이갑용(기호3번 선본위원장)의 주장이 몹시 불편했을 노동자연대는 기호2번 선본에서 자신들의 안식처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단 한 번의 승리가 절박한 기호2번 선본이 자신의 계급협조주의 입장을 포용하게 만드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리고 이를 승인한 사회주의 조직들(노계추노혁추)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보여준 노동자연대(당시 다함께)보다 우월했던 자신들의 입장을 스스로 저버리고 말았다당시 노동자 대통령 선본은 여러 가지 결점에도 불구하고부르주아 야권후보에 대한 전술적 지지조차 거부하면서 최소한 노동계급의 독자성을 구현하고 있었다그랬기 때문에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비판적으로라도 김소연을 지지할 이유가 있었다(남한 18대 대선에 대한 국제볼셰비키그룹(IBT)의 입장 참고). 그런데 지금 그들은 전략적 야권연대라는 낯부끄러운 말장난을 발명해 내어 노동계급을 기만하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야권연대는 문재인을 지지하는 것으로 표현되었고노동자연대는 그 노선을 선동한 바 있고 앞으로도 그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그것은 전략적 야권연대인가 아닌가단 한 번의 절박한 승리를 위해 그것은 이제 포용할 수 있는 야권연대가 되고 만 것인가?

이런 이유로 당시 김소연 후보를 지지했던 노동자들이 그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한다면지금의 한상균 후보를 지지할 수 있을까? 2012년 김소연 선본과 지금 기호2번 선본 모두에 결합한 조직활동가들은 이 점을 곰곰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통합진보당 방어 : 발등의 불

한편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은 최종변론까지 끝난 이제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앞두고 있다남한 자본가 정권에 의한 통합진보당 해산기도는 민주적 기본권에 대한 심대한 침해노동자 조직에 대한 파괴시도라는 점에서이 문제는 우리 운동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L 계열이 참가한 기호4번 선본을 제외하고는어느 선본도 이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기호2번 선본은 민주노총을 바로 세우는 3대 정치·연대전략” 가운데 하나로 노동계급의 정치 실현 및 노동자 정치-사상의 자유 쟁취를 말하지만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 정치-사상의 자유에 대한 침해인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이곳저곳의 경제투쟁에 대해서 지지성명을 아끼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통합진보당 파괴공작을 분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동시에 거의 유일한 수단은 민주노총에 의해 제공될 수 있다그런데 그 민주노총의 지도부가 되겠다고 나선 두 좌파’ 선본은 이 문제에 무심한 듯한 태도로 일관한다조합주의의 극단일 뿐만 아니라 반공주의에 편승하려 한다는 인상마저 준다.

향후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민주노총 내 투사들은 민주노총 역량 상당부분이 통진당 해산 저지에 사용될 수 있도록 분투해야 할 것이다통합진보당 해산 시도는 남한 노동계급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자본과 제대로 싸우기 위해서는 그 불부터 꺼야 한다.

 

노동계급의 역사적 이해를 실현할 공산주의 분파를 건설하자!

네 선본 중 그 어느 선본도 노동계급의 이익을 근본적으로 방어하고 확장할 강령 즉사회주의적 강령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기껏해야 최소요구들을 나열하고 자신들의 전투성을 믿어달라고 말할 뿐이다부르주아 선거에서 늘 겪는 일이지만이런 상황은 노동계급을 대용품의 유혹에 빠지도록 한다부르주아 선거에 나서는 대용품들은 정치내용은 감춰두고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해 줄 것 같은 이미지만 부각한다지금의 민주노총 선거 양상과 사뭇 닮았다그런 대용품들은 자본주의 체제 유지에 기여해 왔다.

물론 사회주의자는 노동계급을 향하여 모든 대용품을 거부하라고 말하지 않는다제법 그럴듯한 대용품이 있다면노동계급에게 그것을 검증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그런 기회들을 통해 대용품으로는 노동계급의 역사적 이해를 결코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그러나 소위 사회주의자들의 지지를 받는 기호2번 선본은 계급협조(인민전선)에 대한 태도에서 드러나듯이심지어 그럴 듯해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는 주관적으로 혁명에 헌신할 용의가 있는 활동가와 노동자들이 더 이상 좌파’, ‘전투파’, ‘민주파’, ‘현장파’ 등으로 지칭되는 대용품을 찾는 것에 정력을 허비하지 말고진품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그것은 바로 관료주의에 대항하며 동시에 노동자주의도 거부하는주관적 투쟁성이 아니라 명확한 혁명적 정치노선 위에 기초한 공산주의 분파를 건설하는 것이고이 과제는 혁명정당 건설 과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그리고 이 두 과제를 달성하기 위하여 볼셰비키-레닌주의 강령에 기초한 혁명중핵의 결집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2014년 12월 1

볼셰비키-레닌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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