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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그렇게 복잡하거나 심오하지 않다



“사물의 이름을 올바르게 부르기”

선거전술에 관한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당부한다. 중심 쟁점이 아니어서 언급을 삼가왔지만, 이젠 좀 해야겠다. 제발 과학적 입장을 견지하여 사물의 이름을 올바르게 부르도록 하자. 노정협을 비판한다고 모두 다 트로츠키주의자인가? 스탈린주의를 비판한다고 해서 다 트로츠키주의는 아니다. 反스탈린 정치조류는 대략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소련을 퇴보한 노동자국가로 분석하여 소련을 자본주의 반혁명으로부터 방어할 것과 관료집단에 대한 정치혁명을 주장한 트로츠키와 그를 계승한 트로츠키주의자.

2. 소련을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하고 제국주의와의 갈등에서 중립적 입장(궁극적으로 제국주의편)을 취하고 자본주의 반혁명을 게걸음이라고 칭하는 국가자본주의론자

3. 1, 2에 해당하지 않는 운동권 反스탈린주의자

4. 자본가계급의 반공주의

설명하는 것처럼, 트로츠키주의는 反스탈린주의 중 하나이다. 수차례 지적했지만 그럼에도 “트로츠키 국가자본주의 경향” 같은 되도 않는 표현을 끝내 고집하는 까닭은 그렇게 해야 비판하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사물을 총체적으로 살피려는 즉, 과학적 관점으로 그 사회들을 분석하려는 시도는 자신들의 극단화된 관점―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관료집단의 이해와 소부르주아적 이해에 기반한―인 스탈린주의와 국가자본주의론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된다. 그리하여 트로츠키(주의)는 스탈린주의와 국가자본주의론처럼 극단적 관점을 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쪽 모두의 비판 대상이 된다.스탈린주의자들은 트로츠키(주의)가 마치 국가자본주의론과 같이 소련 방어를 거부한 것처럼 왜곡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반동성을 방어하려 든다. 한편 국가자본주의론자들은 한편으로는 자신의 이론이 트로츠키(주의)에 기초해 있는 것처럼 호도하다가도, 자신들의 기회주의가 공격받을 때는 트로츠키(주의) 역시 스탈린주의와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왜곡하며 자신의 반동성을 방어하려 든다.”―『흐루시초프의 비밀연설과 스탈린주의

다함께를 따라 배우는 노정협

노정협의 문필조작은 우리에게 지금 제기된 문제: ‘A 부르주아 정당과 합당한 통합진보당을 선거(총선과 대선)에서 지지할 수 있는가? B 더 반동적인 부르주아 정당의 집권에 대한 우려로 덜 반동적인 부르주아 정당에 투표하는 행위는 정당한가?’라는, 사실 대단히 간단하고 명확한 문제를 자꾸 뭔가 심오하고 현학적인 문제로 치장하여 그 뒤에 자신들의 계급협조주의 입장을 숨기려 한다. 그리하여 지난번에는 마오쩌둥의 모순론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통해 ‘이명박 주적론’을 설파하였고(마오쩌둥 모순론에 따른 노정협의 유추: 일제≒이명박‥주적/ 장개석 국민당≒민주통합당‥연대세력), 이번엔 자신들의 계급협조주의 전술이 마치 레닌의 전통을 따른 것이라는 듯이, 레닌의 저작을 일독하라는 주제넘은 충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사실 이러한 방식은 지난번에 말했듯이 “수많은 기회주의자들이 백 수십 년 동안” 사용한 방식이어서 전혀 새롭지 않다. 토니 클리프가 주축이 되어 창립한 IS 그리고 그 한국지부인 다함께가 이 분야의 선두주자이다. 그들은 국가자본주의론이라는 기회주의 ‘이론’을 ‘혁명화’하기 위해 레닌과 트로츠키를 앞세웠다. 카우츠키, 색트먼 등의 배신자 혈통에서 나온 그 수정주의 이론을 레닌과 트로츠키 족보에 올렸다. 남한 역대 선거에서 김대중, 조순을 지지하는 한편, 문국현 등을 지지할 가능성도 열어두는 등, “덜 반동적인 독점자본가 분파”를 지지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변혁적 후보로 인해 더 반동적인 후보의 당선을 돕게 되면서 대중들로부터 고립과 비난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 부르주아 후보를 지지하고, “독점자본의 분파”와 합당한 통합진보당에 여전히 남아 ‘인민전선’ 정책의 최선두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민전선(계급협조주의)’을 경계하는 글을 버젓이 걸어놓는다.

그리고 다함께는 레닌의 『공산주의에서의 ‘좌익’ 소아병』을 성경처럼 들고 지낸다. 자신들의 계급협조 노선을 비판하는 ‘물정 모르는’ “좌익기회주의”를 물리치기 위해서이다. 오늘 노정협은 다함께와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는 계급협조 노선을 제기하면서, “겁나게 과격한 구호만을 쏟아”내는 자들을 향해 그 ‘좌익 기회주의 퇴마서’를 꺼내 들었다. 자신들의 계급협조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공산주의에서의 ‘좌익’ 소아병』을 이용하는 빈도수로 레닌주의를 측정한다면, 다함께는 노정협보다 10배 이상 더 레닌주의적이다. 이 두 계급협조주의자들로 인해 그 명저는 라면 냄비 받침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한쪽으로 굽은 막대를 펴기 위해 레닌이 힘을 쓰자, 이들은 그쪽으로 전력을 다해 잡아당겨서 아예 굴렁쇠를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길. 『공산주의에서의 ‘좌익’ 소아병』을 굴렁쇠로 만들어 버린 ‘사회주의자들’ 또한 그대들이 처음이 아니다. 혁명의 기세가 꺾인 후 수십 년 동안 각 나라의 기회주의 조직들에 의해 이어져 오고 족보 있는 작업이다.

노정협은 이 분야의 신참이다. 2007년 11월, 관료와의 통합으로 “독자성과 자주성을 [상실한]…‘계급적’이지 않은 노조는 지지할 수 없다는 식의…초좌파적 태도”를 가지고 있던 당시 노정협을 향해, 숙련된 선배는 이렇게 한 수 가르친 바 있다.

“이처럼 동지적 비판이 아니라 적대적 비방에 매달리는 것, 혁명 운동 내의 동지를 마치 적처럼 대하는 것에서도 이들의 초좌파적 종파주의가 드러나고 있다.…

초좌파적 종파주의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게 왜곡돼 보이기 마련이다. 내가 보기에 노정신과 사노신은 레닌이 ≪공산주의에서의 ‘좌익’ 소아병≫에서 비판한 초좌파적 종파주의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나는 레닌의 분석에 의존해 노정신과 사노신의 ‘어린애같이 유치한 혼란’을 규명하고 비판하고자 한다.…

혁명가를 자처하는 노정신과 사노신은 위대한 혁명가인 레닌이 “볼세비즘의 온 역사가 유연한 대응, 협조, 부르주아지 정당을 포함한 다른 정당들과의 타협의 사례로 가득 차 있”으며 “부르주아 자유주의의 정치 지도자인 스뜨루베와[도] 공식적인 정치적 동맹을 맺었[었다]”(77쪽)고 쓴 것을 읽으면 놀랄 것이 틀림없다.”―『기아차 비정규직 투쟁과 초좌파적 혼란』, 맞불 64호, 2007년 11월 18일

그러자 2012년 4월, 드디어 노정협은 선배 곁으로 다가가 배운 대로 따라한다.

“이들은 종파주의에 눈멀어 <전략전술> 전체에 흐르는 기조를 외면할 뿐만 아니라 유일하게 물고 늘어지는 조건부로 “사퇴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악선동을 하고 있는데, 이 주장의 진면목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보고 있으며, 심지어 그 손가락을 물어뜯으려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레닌은 ‘좌익 공산주의 소아병’에서 겁나게 과격한(?) 구호만을 쏟아 내면서 의회가 폐물이 됐다는 자신들의 관념적인 과격성만으로 선거개입을 거부하는 극좌적 기회주의라고 비판했던 것이다.…

이러한 레닌과 볼셰비키의 원칙적이면서도 풍부한 선거 전술에 대해 오늘날 준동하고 있는 급진적 ‘공문구’를 퍼뜨리기 좋아하는 ‘좌익 기회주의자’들은 아마도 화들짝 놀라며 ‘레닌과 볼셰비키가 야권연대를 주장했다! 비판적 지지를 했다!’며 노정협에 퍼붓고 있는 ‘문필조작’과 악담을 늘어놓을 것이다.”―‘문필조작’, 4월 17일

그리고 다함께가 스스로 인민전선의 화신이면서 인민전선을 경계하는 앞뒤 안 맞는 언사를 별 저항감 없이 하듯이, 요즘의 노정협도 그렇다. 이런 식이다.

“카데트가 전제반동파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 정치 상황과 현재 한국의 독점자본주의 또 다른 대변자인 민주통합당과 성격을 달리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닌과 볼셰비키가 다양한 수준에서의 선거협정을 맺을 수밖에 없는 상황은 지금과 결코 다르지 않다.”

“성격을 달리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지금과 결코 다르지 않다.”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앞뒤 안 맞는 말인지. 노정협의 ‘문필조작’은 그 간극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으면서, 마치 우리가 모르는 심오한 무엇이 있다는 듯이, 신비주의 초식을 쓴다.

“이러한 레닌과 볼셰비키의 선거 원칙과 전술에 대해서는 여기서는 구체적인 전거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후 보다 체계적인 글에서 엄밀하게 인용하면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절정의 비급’을 숨겨왔다는 듯한 은근한 자신감이다. 그 동안 우리는 이 논쟁이 현학적인 고증 논쟁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노정협의 어쭙잖은 레닌 해석에 대한 비판을 최소화해 왔다. 그리고 노혁추는 4월 9일 최소한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상당히 올바른 비판을 제출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정협이 ‘절정의 비급’을 가지고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사용해야 할 것이다. ‘레닌이 계급협조의 원조였다.’는, 전거를 갖춘 보다 체계적인 글을 부디 제출하기 바란다. ‘레닌이 일국사회주의의 원조였다.’는 주장을 과학적으로 신봉하는 노정협이므로,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레프트21에 가면 참고자료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쟁점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다시 정리해 주지만, 문제는 간단하다. 노정협과 노사과연은 다음 물음에 답하면 된다.

하나,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와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은 “노동자 착취와 탄압의 주범 국참당과 통합한 통합진보당은 노동자 정당이 아니므로 지지할 수 없다.”라고 선언했다. 이 선언에 대한 노정협과 노사과연의 입장은 무엇인가?

둘, 노사과연은 3월 31일 발표문에서 “총선국면에서 통합진보당 반대운동을 조직하는 것은 좌익적 오류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노정협의 입장은 무엇인가?

사실 노정협의 입장은 ‘선언운동’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거부보다 훨씬 더 멀리 나아가고 있다. 이들은 “변혁적 후보로 인해…더 반동적인 새누리당이 당선된다면…사퇴할 수도 있”는 ‘야권연대’를 제기하는 것이다. ‘선언운동’은 독점자본 분파의 일부와 통합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거부한다. 노정협은 그 통합진보당과 독점자본의 본류인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를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 계급협조 전술에 빨간 리본을 단다. 자신들의 ‘야권연대’는 몰계급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른바 ‘야권연대’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독자성과 자주성, 변혁성을 상실하고 의회주의 선거 중심으로 몰계급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 시기의 ‘야권연대’를 반대하는 것이다.”

잠깐만 생각해 보자. 선언운동과 우리는 부르주아 정당인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을 통해 노동자정당이 사라졌고 새로 탄생한 통합진보당은 더 이상 노동자의 정당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미 이렇게 몰계급적인 상황이 되었고, 그로 인해 “변혁성, 독자성, 자주성”이 상실되었는데, 노정협은 그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넘어서 노정협 스스로도 이야기하듯이 “독점자본을 대변하는 분파”의 하나인 민주통합당을 “더 반동적인 새누리당의 당선”을 막기 위해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야권연대’는 몰계급적이지 않을 것이고 “변혁성, 독자성, 자주성”을 가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노정협의 ‘문필조작’은 인용하지 않은 부분에 진면목이 있으며, 우리가 인용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 누락”이라고 엄살을 부린다. 마치 우리가 인용하지 않은 자신들의 글에 ‘혁명의 비밀’이 숨겨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억지를 쓴다.

“변혁진영 후보 사퇴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국가보안법 철폐, 미군철수 등의 선거요구” 등이 자신들의 ‘야권연대’의 “진면목”이므로 자신들의 ‘야권연대’는 “변혁성, 독자성, 자주성”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함께도 그런 정도의 좌익적 리본은 달 줄 안다. 계급협조에 내성이 생긴 다함께도 생짜로 주장하지는 않는다.

노정협‘표’ ‘야권연대’의 “진면목”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번에 “누락”했던(노정협에 따르면 ‘문필조작’을 했던) 부분을 인용해 보자.

“이러한 상황에서 끝까지 사퇴하지 않는 후보전술을 고집하는 것은 자칫하면 더 반동적인 후보의 당선을 돕게 되면서 대중들로부터 고립과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세력화』, 3월 31일, 『전략전술』, 4월 4일

4월 17일, 노정협의 ‘문필조작’은 그런 요구를 통해서 “대중적 사퇴압박을 피할 수 있을(4월 17일)” 것이라고 주장하며 비판적지지 혐의를 벗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런 입장을 3월 31일과 4월 4일의 노정협은 이렇게 비판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끝까지 사퇴하지 않는 후보전술을 고집하는 것은 자칫하면 더 반동적인 후보의 당선을 돕게 되면서 대중들로부터 고립과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            *           *

우리는 그동안 노정협의 스탈린주의적 입장을 혹독하게 비판해 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노정협과 그 성원들이 소련 붕괴 이후 오랫동안 혁명적 지조를 간직해 왔고, 북핵/리비아 등 각종 예민한 사안들에 대해 일정한 편향이 있지만 시류를 거스르는 용기 있는 입장을 견지해 온 사실 또한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더욱 실망스러웠던 것이다. 우리는 노정협 동지들이 지난 4월 4일에 제출한 계급협조적 ‘야권연대’를 근본적으로 폐기하고 계급전선으로 복귀하기를 바란다.


4월 22일

행동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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