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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갈등의 본질과 노동계급의 대응

호전광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지배집단에 대한 환상을 경계하자!

6월 16일 정세토론회 발제문 편집


< 차 례 >

악의 근원, 제국주의

제국주의와 3가지 전쟁

이 전쟁들에 대한 입장

한반도 갈등의 복합적 요인

정세의 급변: 전쟁 전야에서 ‘평화무드’로

한반도 갈등 3주체의 성격

전격적 ‘평화국면’의 배경

미국의 전격적 태도 변화에 대한 몇 가지 추측

북의 바람

평화협정이 평화를 보장하는가?

무산되었던 과거 사례들

중요한 해외 사례들

‘평화국면’과 좌익들

우리의 요구



악의 근원, 제국주의

오늘 우리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토론하려고 한다. 그런데 현대 사회현상 대부분은 자본주의 특히 제국주의와 관련을 맺고 있다. 더불어 제국주의는 이 시대 거의 모든 기회주의의 근원이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발전의 최고 형태이고 자본주의 먹이사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여, 자본주의 저항 세력에게 가해지는 가장 강력한 압력이기 때문이다. 기회주의 조류들은 자신들의 기회주의 정치를 감추기 위해 결국 제국주의 자체의 의미를 왜곡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정세를 살펴보기 위해서 먼저 현대 정치·경제·사회 현상의 배경인 제국주의에 대한 마르크스-레닌-트로츠키주의의 이해를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

레닌과 트로츠키를 따라 제국주의를 가장 간명하게 정의하면 금융자본의 팽창정책이다. 제국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의 가장 정통한 설명은 레닌의 제국주의론이 제공하는데, 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자본주의를 통해 통합된 시장 즉, 근대국가에서 여러 기업들 간의 경쟁은 집적과 집중을 통해 독점으로 전화된다. 이 과정에서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이 결합되고, 그것은 금융자본으로 발전한다.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국내시장에서 패권을 장악한 금융자본은 초과이윤 , “자본가들의 자국노동자들로부터 착취하고 있는 이윤 이상의 이윤의 실현을 위해, 아직 자본주의화 되지 않았거나, 그 초기 단계에 있거나, 후진적인 지역으로 진출한다. 그 진출과정은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국가 금융자본과 토착민의 저항 등을 무력으로 견제하고 제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 진출은 금융자본에 장악된 국가 , 독점자본화된 폭력기구의 군사력 지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하여 세계는 자본과 힘의 크기에 비례하여분할된다.’(인용문에서 모든 강조는 글쓴이. 이하 같음)

자본주의 특히 초과이윤 획득을 위해 해외 약탈을 끊을 수 없는 제국주의 단계에 도달한자본주의는 전쟁을 향한 필연적 충동을 내재하고 있다.

 

제국주의와 3가지 전쟁

그리하여 19세기말~20세기 초 제국주의가 완성된 이후 발생한 거의 모든 무력 충돌은 제국주의적 동기로 벌어졌다. 그 전쟁의 양상과 종류를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제국주의 vs 식민지: 조선의 일제 합병 포함 1차 대전 전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제국주의 국가들의 전 세계 식민 침략

a) 자본주의화로 식민지 내 노동계급이 성장하고, b) 러시아혁명으로 국제적으로 노동계급의 세력이 강화되었으며 c) 2차 대전 이후 상호충돌로제국주의의 식민지 장악력 약해지자직접통치에서 간접통치 방식(신식민지)으로 이행.

그 중 인민봉기나 반제국주의 군사쿠데타 등으로 친제국주의 정권을 끌어내리고 반제국주의 민족해방을 성취한 나라들 등장. 그 중 일부는 소련의 도움으로 소유형태가 변화하는 사회혁명 진행으로 기형적 노동자국가로(북조선, 중국, 쿠바, 베트남, 동유럽 등) 발전, 나머지는 경제적으로 식민지이나 정치적자립 성취(나세르 이집트, 알제리, 카다피 리비아, 베네수엘라, 시리아, 이란 등)

2. 제국주의 vs 제국주의: 1, 2차 세계 대전

3. 제국주의 vs 노동자국가: 러시아 혁명의 성취와 한계로 탄생한 퇴보한 노동자국가소련과 이후 러시아혁명의 성과와 민족해방투쟁이 결합하여 수립된 북조선, 중국, 쿠바, 베트남 등 기형적 노동자국가와 그를 자본주의로 되돌리려는 제국주의 사이의 갈등

 

이 전쟁들에 대한 입장(볼셰비키그룹 강령에서)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부분의 정치군사적 갈등은 초과이윤 최대화를 지상과제로 하는 제국주의와 연관되어 있다. , 초과 이윤을 배타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다른 제국주의 국가와의 경쟁, 자본주의로부터 떨어져 나간 노동자국가를 다시 자신의 시장으로 되돌리려는 시도, 제국주의적 초과 착취로부터 해방하려는 신식민지 국가들 그리고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한 피억압인민과의 갈등 등이 그것이다.

갈등(전쟁 등)에 대한 우리의 태도

사회주의자로서 우리는, 제국주의와 제국주의 국가 사이의 전쟁을 포함한 모든 갈등에서 어느 한쪽도 지지하지 않는다. 대신에 해당 국가의 노동자 계급에게, 총구를 자국의 지배계급에게 돌릴 것을 촉구한다. 1차 세계대전의 시기에 레닌이 내건 슬로건, “제국주의 전쟁의 내전으로의 전화”, 리프크네히트의 구호, “주적은 국내에 있다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한편, 지금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 등에서처럼 제국주의 국가와 식민지 사이의 갈등의 경우, 우리는 제국주의에 저항을 주도하는 정치세력이 누구냐에 상관없이, 제국주의 국가의 패배를 주장한다. 이 경우 어느 한쪽도 지지하지 않는 입장은 식민지 인민들을 제국주의에 팔아넘기는 배신행위가 될 것이며, 제국주의 국가의 패배는 전 세계 피억압 민족과 노동계급의 투쟁을 크게 고무시킬 것이다. 다만 제국주의에 저항을 주도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는 어디까지나 군사적 지지이며, 이것을 정치적 지지와 혼동하게 될 경우, 해당 국가나 민족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성과 지향을 크게 훼손 왜곡시킬 것이다.

다른 한편, 제국주의와 기형적 노동자국가(중국 북한 쿠바 베트남)가 갈등할 경우, 우리는 노동자국가를 무조건 방어한다. 이 갈등에서 노동자국가의 패배는 곧 사적 소유의 복귀를 의미하며, 소련 붕괴 때 그러했던 것처럼 세계적 차원의 자본과 노동의 역관계를 크게 불리하게 만들 것이다. 물론 지금의 기형적 노동자국가는 스탈린주의 관료집단이라는 반동에 의해 권력이 장악되어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이 기존 혁명성과의 방어 즉, 노동자국가 방어라는 사회주의자의 임무를 면제해 주지는 않는다.

 

한반도 갈등의 복합적 요인

한반도 갈등은 제국주의로 발생한 여러 갈등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먼저, 2차 대전 이후 1) 소련은 국경을 맞댄 독일과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10월 혁명의 성과를 방어하기 위한 전쟁을 수행했다. 동유럽과 2) 한반도 북부 등 그 전승지에서 소련 체제를 이식한 노동자국가가 수립되었다. , 생산수단의 사적소유가 철폐되고, 노동자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관료집단이 통치하는 체제가 수립되었다.

스탈린관료집단은 애초에 사적소유를 철폐하고 사회주의 혁명으로 진전시키려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는 자본가세력 일부와 연합하여 파시즘에 대항한다는 계급협조주의 인민전선 노선이 득세하던 시기였다. 2차 대전 와중, 미국 영국 프랑스와 더불어 연합군의 일원으로 싸우던 소련이 1943년 코민테른을 해산한 것은 소위 우호적제국주의에 맞서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려던 것이었다. 애초에 패배적이었던 이 노선은 2차 대전이 끝난 이후, 국제적 갈등이 이제 다시 제국주의 진영과 소련 등 노동자국가 진영과의 전선으로 바뀐 다음에도 지속되었다.

그런데 동유럽과 한반도 지역의 토착 지배계급은 생산수단 장악력이 지극히 미약했고, 정통성을 심각하게 결여하고 있었다. 독일과 일본 점령지역 대부분의 생산수단은 제국주의 자본가 소유였고, 토착세력은 식민시기 동안 노골적인 친나치, 친일 행각을 벌였다. 노동인민은 그들에 대한 적대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독일과 일본 제국주의가 패배하는 즉시 자본주의 국가가 붕괴되었고, 자본주의를 지탱할 토착 지배계급 역시 지리멸렬해졌다.

그리하여 독일과 일본 제국주의가 패망한 이후 자본주의를 지탱할 폭력기구가 붕괴된 동유럽과 한반도 북부에서는 노동인민의 지지를 받으며 생산수단이 국유화되는 사회혁명이 수행되었다. 스탈린주의 관료집단이 통치하는 기형적이지만, 노동자국가가 수립되었다.

한편, 3) 남한 역시 일제 패망으로 해방된 이후, 억압되었던 노동인민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소수의 토착 자본가와 지주의 도움 아래 일본 제국주의가 직접 통치하던 체제가 무력화되자, ‘통일된 자주독립국가 수립, 토지 무상분배, 일제 생산수단 국유화등을 내건 노동인민의 투쟁으로 사회가 요동쳤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일제 식민지 통치기구의 무력화로 발생한 진공상태는 미군의 침략과 미군정의 설치로 메워졌다. 2차 대전 이후 탈자본주의 흐름의 확대를 저지하려는 미제국주의는 남한의 사회혁명을 용납할 수 없었다. 과거 친일파는 절멸의 위기에서 미제국주의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하였다. 이들과 더불어 왼쪽으로는 조선노동당에서 오른쪽으로는 김구로 대표되는 민족주의 우파에 이르기까지 민족해방을 추구하는 세력을 몰살하였다. 그 기초 위에 친미독재 정권을 수립하였다. 6.25전쟁 이전에 이미 남한은 수십 만 명이 학살되는 등 격렬한 내전 상태였다.

이전 글로 부연 설명한다.

한반도의 해방과 분단의 과정

한반도를 식민지로 통치하던 일제가 소련과 미국에 의해 패배하게 되자, 한반도엔 소수의 토착 자본가 세력과 지주의 도움 아래 일본 제국주의가 직접 통치하던 체제가 무력화되었다. 이러한 무력화는 정치적 진공 상태를 만들었고, 이 진공의 공간으로 일제의 폭력에 의해 억눌려 있던 정치적 열망이 폭발적으로 밀려들었다.

한반도의 인민들은 좌익 정당들의 지도하에 사회주의의 길을 걷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듯했고, 주객관적으로 그러한 희망은 성취 가능한 목표로 보였다. 주요산업의 90%를 장악하고 있던 일본인 자본가가 본국으로 쫓겨가고 토착 지배계급은 친일 행위로 인해 지배계급으로서의 정당성을 상실하고 있었으며, 그들은 또한 지배계급의 권력 기구인 국가를 장악하고 있지 못하였다. 반면 식민지 시절부터 계급투쟁을 통해 성숙한 노동자와 농민의 사회주의 국가체제(77%)와 토지 무상분배(78%)에 대한 압도적 지지, 그리고 그에 따른 당연한 결과인 좌익 정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는 보다 부드러운 사회주의로의 길을 보장한 듯이 보였다(강정구, 2002, <민족의 생명권과 통일>).

그러나 독일 일본 제국주의의 패망으로 제국주의와 제국주의 사이보다 사회주의와의 모순이 더 중요하게 된 국면에서, 미국은 당연하게도 소련에 대한 정책을 적대 정책으로 전환하게 된다. 그리하여 한반도에서 한뼘이라도 더 자신의 지배권을 주장하기 위해, 미국은 일반 명령 1호를 통해 소련군에게 38선 아래로 내려오지 말 것을 요구하며 그 야욕의 첫걸음을 떼었다. 이 요구는 일국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하고 자국의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제국주의와의 화해 전략을 구사하고 있던 소련 스탈린에 의해 별다른 저항 없이 수용된다.

남한을 점령한 미국의 정책은 점령군의 폭력적 지배 속에서, 한편으로 친일 자본가와 지주세력을 재결집시키고 일제의 무력기구를 재활용면서, 다른 한편으로 인민의 사회주의와 분단 반대라는 요구를 잔혹하게 진압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정책을 펴는 미국의 점령 통치는 일제의 통치와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일본인 대신 미국인이 남한의 주인이 되고, 친일하던 자들이 친미파로 바뀐 것뿐이었다.

일제로부터의 해방 후 이제부터 살 만한 나라에서 살아보겠구나하는 기대를 품고 있는 때에,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이러한 상황은 인민의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미제가 주도하는 남한의 대소 봉쇄기지화, 종속 자본주의화, 분단화 정책에 맞선 인민의 저항은 건국준비위원회와 남조선 노동당을 중심으로 194512월의 모스크바 삼상회의에 대한 지지 투쟁, 46년의 대구 10월 항쟁 등으로 분출되다가, 단독 정부 수립이 노골화되던 1948년에는 여순항쟁, 제주 43 항쟁 등으로 폭발하게 된다. 이러한 저항에 대해 미제국주의자들은 조직폭력배와 일제의 앞잡이를 중심으로 재편성한 경찰과 군 조직을 동원하여, 수십만에 이르는 남한 인민을 학살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자신의 힘만으로는 지배를 수행할 수 없는 토착 지배계급을 지원하는 미제국주의와 인민의 갈등은 남한에서 내전 상태로 치닫다가, 급기야 한반도 전역으로 그 전선이 확대되는 625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전쟁과 관련된 IBT의 문서로 6.25 잊혀진 전쟁이 있다.). 이 전쟁은 수백만의 인적 손실과 무차별 폭격에 의해, 특히 북한 지역이 초토화되는 등의 엄청난 시련을 한반도의 인민에게 안겨주고 종결되었다. 하지만 통일과 사회주의 전국화라는 인민의 요구는 실현되지 못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남한 인민은 몸서리처질 만큼의 잔인한 탄압을 겪으면서 그 공포로 인해 반공의식을 내면화하게 되었고, 이것은 미제국주의자와 남한의 지배 계급이 얻은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였을 것이다.

북한의 사회 혁명

이 시기 동안 북한은 북조선노동당과 인민위원회의 주도로 반제 반봉건 혁명을 수행해 나가게 된다. 우선 19468국유화에 대한 법령을 공포하여 주로 일제의 소유로 있던 중요 생산 수단을 국유화했다. 이러한 과정은 일제가 패망한 조건에서 계급 역관계로 볼 때 노동 계급과 농민의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북한 지역에서는 별다른 반혁명적 저항에 부딪히지 않고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인민의 70%에 달하는 농촌 인구 구성을 지닌 상황에서 토지 개혁은 생산 수단의 국유화만큼 중요한 비중을 지니는 시급한 사안이었다. 북조선인민위원회는 19463토지 개혁에 관한 법령을 공포하여 소작제를 완전 철폐하고 지주에게 예속되지 않는 개인 소유인 농민 경리를 천명했다. 그밖에 8시간 노동제,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제, 남녀평등의 권리 등의 개혁을 시행하였다. 이러한 사회 전반의 혁명을 통해 북한 정권은 인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인민 민주주의적 성격의 혁명에 이어 농업에서의 소상품 생산과 상공업에서의 소상품 생산이라는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을 철폐하고 이것을 사회주의적 생산양식으로 대체하는 사회혁명을 1958년까지 진행하게 된다. 한편 같은 방식으로 개인 상공업의 협동화도 진행되어 이 두 가지가 19588월에 완성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1960년대의 후반까지 남한 사회에 대해서 우위를 확신할 정도로 꽤 성과 있게 진척되었다. 중국과 소련으로부터의 막대한 물질적 원조는 한국전쟁 기간 제국주의 폭격으로 초토화된 나라가 이렇게 빨리 회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되어 국방비가 급격히 증가(55년 사회적 소비기금의 6.5%196832.4%이후 대체로 15% 정도)됨으로 인해 정체되는 상태를 맞게 된다(같은 책). 이후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와 미국의 지속적인 경제 봉쇄 정책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1990년대에 닥친 엄청난 환경재난으로 인해 북한 경제는 곤두박질치게 되었다.

일부 부르주아 학자들과 언론들은, 지금의 북한 침체를 8090년대에 걸친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의 붕괴와 더불어 사회주의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는 논거로 들이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북한의 모습을 가지고 제국주의의 경제 봉쇄와 광신도적인 스탈린주의 정권의 일국적, 관료적 사회주의의 한계를 말할 수는 있겠지만, ‘사회주의는 끝났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구소련, 북한과 중국을 포함하여 퇴보하거나 기형적인 노동자 국가들의 일그러짐은 세계 사회주의 운동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으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로 노동자 혁명이 연속적으로 확산되지 않고 고립된다면, 그 생산력 증가의 한계로 인해 발전이 정체될 것이고, 곧이어 반혁명에 직면할 것이라는 러시아 혁명을 전후로 한 레닌과 트로츠키의 오래된 예견이 현실화된 것일 뿐이다.

오히려 북한의 1970년대까지의 모습은 그 사회의 생산력이 높지 않더라도 그 분배 양식의 혁명만으로도 인민이 과거 자본주의 체제에서보다 훨씬 더 나은 생활조건을 보장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남한 인민의 경우 가장 큰 근심거리인 교육, 의료, 주거 등이 북한에서는 모두 무료이다. 남한의 경우 가계 수입 중 사회 보장 수혜가 2% 미만인 데 반해 북한은 사회적 소비 기금을 통한 가계 지원이 전체 가계 수입의 2분의 1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남한의 경우 자신의 집 한 칸을 마련하는 데에 보통의 노동자가 20년 이상의 임금을 모두 쏟아 부어야 하지만 북한의 경우 주거비는 가계 지출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같은 책).―「남한 17대 대선에 대한 국제볼셰비키그룹(IBT)의 입장

이견의 여지없이, 4) 중국은 한반도 정세를 규정하는 또 하나의 핵심변수이다. 중국의 노동인민 역시 식민지 침탈로 고난을 겪었고, 그에 맞선 투쟁을 거치며 의식적, 조직적으로 성장하였다. 특히 중국을 통째로 삼키려 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이 주요 투쟁 가운데 하나였다. 이 반제국주의 투쟁에서 노동계급과 공산주의자들은 열외일 수 없다. 그런데 스탈린주의 중국공산당은 친자본주의 계급협조주의 노선으로 노동계급의 정치적 조직적 독립을 견지하지 못했다. 공동전선을 넘어서, 공산당을 해산하고 국민당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로 인해 1927년 국민당의 쿠데타 이후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했던 공산당의 초기 자원이 괴멸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봉건 잔재와 자본주의화 그리고 제국주의 침략 등 여러 층의 억압 속에 신음하고 있던 중국인민은 급진적 해방 사상을 제시한 공산당을 회생시켰다. 중국공산당과 중국노동인민은 반일 제국주의 항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일제 패망 후 다시 본격화된 계급 전쟁 즉, 국공내전에서도 승리하였다. 이 계급 내전에서 승리한 후 1949년 중국엔 기형적 노동자국가인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었다.

이렇게 소련과 그에 인접한 중국, 북조선은 제국주의 착취 그물망을 뚫고 이탈한 지역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접경하고 있는 남한은 제국주의에게 매우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 되었다. ‘공산주의진영의 확산을 저지하고, 제국주의 특히 미 제국주의 이해 실현을 위한 동아시아의 최전선이 되었다.

이 지역에서 5) 미 제국주의의 전략적 목표는 두 가지이다. 소극적으로는 자본주의 초과착취 지역을 유지하는 것, 적극적으로는 중국과 북조선에서 자본주의의 완전한 부활을 추동하여 초과착취 지역을 넓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 제국주의는 중국과 북조선이라는 두 적대 국가를 상대로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줄곧 유지해 왔고, 이것이 동아시아 긴장의 본질이다.

우리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갈등

일제로부터 해방되자마자 미 제국주의의 군사적 점령으로 분단된 이후, 한반도는 끊임없는 긴장과 갈등에 시달려 왔다. 최근에만 하더라도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그리고 거의 연일무휴로 이어지는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이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대변하고 있다. 남과 북은 많은 인명 피해를 포함하여 두 나라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이 갈등과 긴장을 유지하거나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 희생 소진하고 있다.

멈추지 않는 군사적 긴장의 원인

한반도가 이렇게 끊임없이 높은 수준의 긴장 상태에 놓이는 까닭은, 이곳이 세계 자본주의 진영과 탈자본주의 진영이 만나는 접점이기 때문이다. 지난 호에서 설명한 것처럼, 2차 대전 이후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상호 전쟁으로 인해 제국주의와 자본 진영의 힘이 크게 저하되었을 때, 소련의 지원에 힘입어 북한과 중국은 부르주아적 소유를 철폐하고 프롤레타리아적 소유형태를 확립한 노동자국가가 되었다. 한편, 남한은 사회주의권확장을 저지하고 소련, 중국, 북한 등을 자본주의로 복귀시키기 위한 전진기지로 발전되어 왔다. 이렇게 불구대천의 두 소유체제와 계급이 국경을 마주하는 한반도이기에 최고조의 긴장은 끊임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국주의와 기형적 노동자국가: 중국, 북한

제국주의는 세계의 각 나라를 자신의 군사 정치 경제적 영향 아래 두어 초과이윤을 착취해야 살아갈 수 있는 체제이다. 그리하여 제국주의는 자신의 ()식민지를 사회주의권이나 제국주의 경쟁국으로부터 지켜내고, 반제국주의 혁명(이란 리비아 베네수엘라 등)이나 탈자본주의 혁명(소련 동유럽 북한 중국 쿠바 베트남 등)으로 영향력이 축소되거나,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지역의 지배권을 최대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동북아시아에 있는 탈자본주의국가 중국과 북한을 자본주의로 복귀시키는 것은 미일 제국주의 금융자본의 탐나는 먹잇감이며 당면 목표이다. 따라서 중국과 북한을 상대로 정치 경제 언론 등의 수단을 동원함과 더불어 군사적인 압박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군사적 긴장의 효과

소련과 동유럽 붕괴의 원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되어야 하지만, 이어지는 국제 혁명으로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국주의 국가들과의 과도한 군사 경쟁이 붕괴로 이끈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알다시피 소련과 동유럽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과 같은 제국주의 국가들과는 생산성과 생산력의 측면에서 현격히 차이가 난다. 이런 지역에서 세계 최강국들의 침략을 저지할 만큼의 군사비를 지출한다는 것은 사회가 가용할 수 있는 노동력의 엄청난 부분을 비생산적인 군사부문에 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상황의 지속은 그 국가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도로 심화시킨다. 이런 의미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은 직접적 군사 도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중국과 북한 노동자국가의 존립을 크게 위협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또한 중국과 북한 내에서 자라고 있는 자본주의 복귀를 원하는 세력(소련의 옐친과 같은)의 정치적 용기를 북돋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부르주아 평화주의

그런데 이 문제를 평화주의적 관점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이 좌익 운동권 내에 있다. 그들은 마치 평화협정 체결등으로 동북아 지역에 평화가 성립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리하여 제국주의가 패권정책을 포기하도록 대중적 요구를 통해 그들을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제국주의의 군사패권주의는 정책이 아니라 본성이다. 그것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아이티 사태, 리비아 전쟁 등에서 우리가 수많은 인민의 희생을 목도하며 확인해 온 바이다. 전쟁은 제국주의의 존재 자체를 멈추게 하고, 궁극적으로 계급 사회를 철폐할 때에만 비로소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평화주의적 태도는 전쟁의 원인인 제국주의에 평화를 구걸하는 것이다. 이 태도는 군사적 긴장과 갈등의 진정한 원인을 호도하고, 마치 지금의 자본주의 세계 체제 속에서도 평화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른다는 환상을 노동계급에 심어준다. 심지어 이들은 이라크 사태를 보며 북한이 자기방어를 위해 개발한 핵무기에 대해, 그것이 한반도평화 파괴의 원인이라는 본말전도의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평화를 위해서 핵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제국주의 입장을 노동계급에게 전하는 전도사 역할을 한다. 자기 방어 수단이 없는 국가는 리비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등에서 보듯, 제국주의의 입맛과 처분에 자신의 운명을 내맡기는 것이다.

동북아사회주의연방을 건설을 위하여!

사회주의 혁명만이 지속적이고 안정적 평화를 가져오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남한의 사회주의 혁명, 자본주의 복귀 세력을 제압한 중국과 북한 노동계급이 스탈린주의 관료집단을 타도하는 정치혁명은 어느 것이 먼저이든 다른 혁명을 자극 촉발할 것이다. 또한 이 과정은 일본 노동계급을 사회주의 혁명으로 이끌어 일본 제국주의를 침몰시킬 것이다. 혁명을 성공시킨 이 지역의 노동계급은 동북아사회주의연방을 건설하여, 아직 살아남아 있는 제국주의의 침략 기도를 단념하게 만들 것이다. ‘동북아사회주의연방은 세계 사회주의 혁명의 강력한 진앙이 될 것이고, 혁명의 진동파는 제국주의 국가들을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 노동계급을 벼락같은 영감으로 감전시킬 것이다. 그 때, 드디어 인류는 수많은 인민을 살상하고 자원과 생산력을 탕진하는 자본주의라는 악마의 아가리를 닫아버리게 될 것이다. 무기를 개발하고 군사장비를 갖추는 데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모든 살상무기는 일거에 사라질 것이다.2011, 4인터안과 한반도의 평화

 

정세의 급변: 전쟁 전야에서 평화무드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유례없는 봄바람이 불고 있다. 마치 지난 70여 년간 지속된 한반도의 군사·경제적 대결이 이제 끝나고, 앞으로는 남북 모두에 평화와 번영의 길만 있을 것 같은 기대로 가득하다. 박근혜퇴진 투쟁에 마지못해 따라왔고, 대선이 끝나자 원래 공약을 번복하여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은 다 잊고, 이 국면을 주도하고 있는 문재인 민주당 정권에 대한 찬사는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마치 전쟁이 곧 일어날 것 같은 긴장국면이었기에 지금의 이 변화는 더 극적이다. 상대를 늙다리 미치광이” “평양의 꼬마 로켓맨이라고 경멸적으로 불렀다. 북을 겨냥한 한미연합훈련의 이름은 적장의 목을 벤다는참수작전이었고, 트럼프는 세계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를 운운했다. 북도 굽히지 않고, “청와대와 백악관을 비롯한 악의 소굴들을 잿가루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 응수하며 괌을 대상으로 한 포위 사격을 경고했었다.

그런데 대장간에서 뜨겁게 달궈진 쇠를 찬물에 집어넣듯, 전격적 변화가 일어났다.

 

한반도 갈등 3주체의 성격

이 급변의 원인을 살피기 전에 3주체의 기본 성격을 이전 글을 통해 알아보자.

북한에 대한 자본주의 반혁명 정책

북한의 집산경제 체제에 바탕한 노동자 국가를 타도하고 자본주의를 복귀시키는 것은 남한과 미국 자본가계급의 공동 목표이다. 그것은 곧 북한의 모든 산업 시설이 사유화되고, 교육, 의료 주택, 노인 복지 등 모든 사회 보장이 철폐되며, 전 인민이 임금 노예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에서 자본주의 반혁명이 일어난다면, 자본주의화된 북한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자본가 계급이 탐내는 거대한 먹잇감인 중국을 향한 군사적 경제적 압박 거점이 될 것이다. 남한과 미국 자본가 계급의 사기가 오르고, 노동자와 노동 조직에 대한 강도 높은 탄압이 전개될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 자본주의 반혁명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인 미제, 남한 자본, 남한과 북한 노동계급의 정치적 성격을 분석해보자.

먼저, 미국은 나머지 상위 20개국의 국방비 총액과 맞먹는 국방비를 쓰는 나라이다. 그리하여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져 있다. 이렇게 막대한 국방 예산을 자국민에게 설득하기 위해선, 미국의 자본가계급은 위협요인을 과장해서라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군수 산업은 생산한 상품의 성능을 실험하고, 재고를 처분하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전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 정권이 그토록 원하는 경제 교류 요구를 온갖 트집을 잡으며 들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악의 축, 깡패 국가, 테러지원국등으로 북한을 규정하며 군사적 긴장을 유지해 온 이유이다. 하지만 군산복합체를 떠받치기 위한 악마와 전장의 필요성은 전세계의 자본주의 체제로의 복귀라는 전략적 목표에 종속되는 목표이다. 따라서 미국은 햇볕정책, 남한 자본의 북한 진출을 또한 지지한다.

다음으로, 남한 자본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군수산업의 대부분이 미국에 종속되어 있는 남한의 경우 군수자본의 입김은 그다지 세지 않다. 군사적 긴장의 고조는 이윤율을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고, 전쟁은 남한 자본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군사적 대결을 강화하기보다는 온건한 방법을 선호한다. 그러한 태도는 김대중 정권 시절부터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햇볕정책으로 표현되어 왔다. 말이 통하는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고, 오염이 덜 되어 있으며 개발 가능성이 있는 토지가 풍부하고, 나아가 중국 러시아 등 대륙과 육상으로 통하는 운송로가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남한 자본에게 있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한편, 이러한 남한과 미국 자본가 계급의 자본주의화 공격에 대한 북한 관료집단의 대응은 이중적이다. , 한편으로 미제국주의의 체제 위협에 대해 선군정치’, ‘강성대국을 주장하며 강력히 맞서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다른 한편으로 계급 협조적인 인민전선(통일전선) 정책을 주장하고, 자본주의와 평화 공존할 수 있다는 망상을 갖고 있으며 시장화를 추진하는 등 반()노동계급적인 정책을 편다. 2006년의 핵실험은 전자의 모습을 대표한다. 그러나 반한나라당 비판적 지지 전술, 연방제 통일 방안, 남한과 미국 자본의 진출을 수용하는 남북정상회담은 후자의 모습을 대표한다.

이러한 이중적 모습은 트로츠키의 다음과 같은 언급처럼 그들이 처한 조건에서 나온다. , 집산화된 경제 체제 위에서 기생한다는 점이다.

역사 이래 지금까지 관료집단은 자신의 지배를 사회적으로 지탱할 특별한 소유형태를 창조한 적이 없다. 따라서 소련의 관료집단은 권력과 수입의 원천인 국가 소유를 방어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 소유를 옹호하는 한 관료집단은 아직도 노동계급 독재의 무기로 남아 있다. 왜냐하면 노동계급 독재의 토대를 옹호하기 때문이다.”관료집단은 노동자계급을 두려워하는 한에서만 국가소유를 보존하고 있다.”트로츠키, <배반당한 혁명> 9장 소련의 사회적 관계

민주노동당을 포함하여 한국 운동권 내에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NL 그룹은, 북한 김정일 정권이 북한 노동자 국가의 수호자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남한 노동계급의 지도부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스탈린주의는 제국주의의 군사적 압박으로 정치적 공황 상태에 빠진 관료들의 세계관이다. 그들은 제국주의라는 당면한 위협에 질식되어, 노동계급의 장기적 국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안목을 상실하고, 관료 집단의 당면한 일국적 이익만을 도모한다. 바로 이것이 코민테른이 1925-27년의 중국혁명과 1930년대의 스페인 혁명 등에서 인민전선을 그토록 추구한 이유이고, 흐루시초프의 스탈린격하 운동으로 소련과 갈등을 빚던 중국이,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72년 오히려 미제국주의와 반()소련 동맹을 맺은 이유이며, 북한이 각종 선거 때마다 계급 협조 정책을 바탕으로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반()한나라당 비판적 지지 정책을 주장해 오는 이유이다.

북한 관료 집단은 시장화, 궁극적으로 자본주의화를 통해서도 자신의 사회적 특권을 보장할 수 있고, 북한 노동계급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길로 나아가려 할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일관되게 과거의 성과를 수호하고, 미래의 성취를 위해 투쟁할 존재는 노동계급 즉, 남북한의 노동계급과 그들과 연대하는 세계 노동계급밖에 없다. 남한과 미국 자본가 계급이 추진하고 있는 북한의 반혁명 정책에 맞서 북한의 집산경제를 군사적으로 방어하고, 정치 혁명을 통해 스탈린주의 관료 정권을 타도하며, 남한의 사회 혁명을 추동하고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세계 혁명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 남북노동계급과 앞으로 건설되어야 할 혁명정당의 임무이다.―「남한 17대 대선에 대한 국제볼셰비키그룹(IBT)의 입장

 

전격적 평화국면의 배경

위의 분석은 한반도 주역들의 기본적 태도를 이해하는 데에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지금의 전격적 평화회담국면의 동기와 특수성은 조금 더 분석되어야 한다.

먼저 세계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를 운운하던 미국은 왜 태도를 급격히 바꾸어 평화협정과 체제보장을 운운하는가? 순진한 이들의 믿음처럼, 미국이 북과 중국의 체제붕괴를 추구하는 제국주의적 야욕을 버리고 개과천선한 것일까?

제국주의의 탐욕과 포악함은 그 객관적 존재 때문에 나오는 것이지 선악의 의지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북에 대한 적대는 생산수단 소유형태의 적대적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므로 기회가 되면 북 체제를 붕괴시키려고 한다. 다만 수단은 변화가능하다. 강자는 힘으로 윽박지르는 강공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내면적으로 무장해제시키는 기만책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화해국면은 일시적이고 전술적인 변화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분석 목표는 그 급격한 전술적 변화의 배경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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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격적 태도 변화에 대한 몇 가지 추측

1) 북의 핵무기에 대한 미국의 딜레마:

북은 핵무기를 개발하여 미국의 헤게모니에 공공연히 도전한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만약 이를 응징하지 않으면 세계 다른 나라들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 북처럼 핵을 개발하여 대들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응징이 가능한가? 북이 미국 본토에까지 핵탄두를 날릴 능력이 있는지는 불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북의 미사일 실험을 통해 입증한 바, 일본을 포함 알래스카나 괌에까지 닿는 것은 분명하다. 만약 전면전을 벌인다면, 미국 본토는 괜찮을지 몰라도, 남한의 거의 전부 그리고 일본 나아가 미국 영토 일부의 심각한 피해를 피할 수 없다. 진퇴양난이다.

그런데 북은 오래전부터 경제 개방을 간절히 바라왔다. 경제개방 허용은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그것을 받아서 스스로 핵무장을 포기한다면 기대를 뛰어넘는 외교적 성과이다. 북은 이미 그럴 조짐을 보인다. 마지못해 양보하는 척하면서 북의 핵무장을 제거한다면, 강국의 체면도 살리면서 눈엣가시도 제거하는 일거양득의 쾌거이다.

2) 중동 정세의 심각성:

미국은 소련 붕괴 직후인 1991년부터 친미정권을 붕괴시킨 아프리카와 중동 식민지국가들을 손볼 계획을 세웠다. 시리아, 이란, 이라크, 레바논,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등 일곱 나라가 이 살생부에 들었다.

우리는 중동지역에서 우리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고 소련은 우리를 제지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다음의 거대열강이 우리 앞에 나타나기 이전, 시리아, 이란, 이라크 등 오랜 소련 동맹국들을 정리하기 위해 5년에서 10년이 필요할 것이다.”2007115, 웨슬리 클라크[미 육군 4성 장군으로 예편]

“200111월 펜타곤에 돌아갔을 때, 군 고위간부 중 한 명과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 우리는 이라크를 상대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더 있었다. 당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었는데, 이라크에서 시작하여 다음엔 시리아 그리고 레바논, 리비아, 이란, 소말리아 그리고 수단에 이르기까지 총 7개 나라가 들어있었다.’”—『현대전의 승리, 2003, 웨슬리 클라크

미 전략전문가들이 대략 5~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 이 계획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2003년 이라크 등으로 실행에 옮겨졌다. 시리아 작전 이전까지 이 계획은 순조로이 진행되는 듯했다. 시리아 직전에 전개된 리비아의 경우 20112월에 내전이 발생하여 그 해 10월 카다피 제거까지 8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시리아에 와서는 상황이 크게 달랐다. 애초에 아사드 정부보다도 더 인기가 없는 반군도 문제였지만, 미국의 계획을 명확히 이해한 러시아와 이란이 전력을 다해 가세했기 때문이었다. 20113월에 발생한 내전을 가장한 제국주의적 정권교체작전은 2018년인 지금까지 천만이 넘는 이재민을 낳고, 수십만의 사상자를 낳았다. 그러나 여전히 누구의 승리로 귀결될지 모르는 전황이 전개되고 있다. 심지어 쿠르드, 예멘 등 인근 나라들로 전쟁의 불씨가 옮겨 붙고 있다.

미국은 중동의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북의 군사력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존재로 인해 한반도 역시 군사충돌이 한번 발생하면 간단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중동과 동아시아 모두를 상대할 수 없다. 중동에 집중하는 동안, 한반도는 잠시 유보할 수 있다. 장차 정세가 호전되면 다시 돌아오면 된다.

3) 중국 고립의 지렛대:

거듭 말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의 최종 목표는 거대한 먹잇감 중국이다. 만약 유화책으로 북을 끌어들여 둘의 관계를 이간할 수 있다면, 제국주의 진영에 전략적으로 꽤 괜찮은 교두보가 마련될 것이다.

 

북의 바람

1) 시장개방

순진한 일부 좌익이 칭찬하는 중국이나 베트남과 다른 북의 순수한 사회주의적 면모는 의도된 것이 아니라 강제된 것이다. 북은 오래전부터 자본주의적 요소의 도입 즉, ‘시장 개방을 추구해 왔다. 특히 동유럽과 소련 붕괴 이후 경제상황이 더욱 심각해지자, 베트남이나 중국 같은 시장 개방이 그 타개책으로 제기되었다. 1991년 나진·선봉 경제특구 제안을 시작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며 북이 개방하겠다는 지역은 신의주, 개성, 금강산 등으로 확대되었다. 하지만 북의 이러한 소망은 부분적으로는 양에 차지 않은 중국의 협력, 결정적으로는 미국의 경제봉쇄 정책으로 무산되어 왔다. 그런데 만약 미국이 경제봉쇄를 해제하고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 포함 경제특구에 자본을 투여한다면, 북으로서는 꽉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2) 핵무기와 체제보장

재래식 군사경쟁에서 북은 답이 없다. 가랑이 찢어지도록 따라가 봐야 미군까지 주둔하고 있는 경제력 14위의 남한과 늘 서너 걸음의 격차를 낳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무장해제한 리비아와 이라크는 참혹한 꼴을 당했다. 그런 점에서 북에게 핵무기 개발은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거의 유일한 자기 방어수단이다. 그런데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마치 핵무장을 해제할 것 같은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그 정도로 경제적 활로가 북에겐 간절한 것이다.

3) ‘() 등거리 외교

중국이 같은 노동자국가이기는 하나, 미덥지 못해 왔다. 소련 생존 시 중국과 소련의 분쟁에서, ‘등거리외교를 통해 자주권도 확보하고 이득을 취해왔었다. 그런데 소련이 붕괴되자,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일방적이 되었다. 소련과 중국 관료집단의 갈등에서 본 것처럼, 중국은 북의 독립적 자세를 원하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의 강압에 맞서 북을 방어하는 태도를 취했지만, 순망치한의 계산 때문이었을 뿐이다. 노동과 자본의 역관계를 노동계급의 국제적 시야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관료집단의 이해에 따른 일국적 시야로 바라본다. 심지어 북이 자기 방어를 위해 절실했던 핵무기 보유에도 중국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만약 중국의 적극적 도움이 있었더라면 북의 핵무기 보유는 순식간에 완성되었을 것이다. 중국의 비협조로 북은 수십 년 동안 갖은 고생을 치러야 했다.

만약 미국과의 관계가 호전된다면, 북은 중국과 미국을 등거리에서 대하며 몸값을 높이고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중소 갈등에서 중국 역시 그러하지 않았나.

 

평화협정이 평화를 보장하는가?

지금의 물길에서 흐름을 바꿀 유력한 주체는 미국이다. 미국은 앞으로 어떤 변덕을 부릴지 모른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국면을 급랭시킬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만약 평화협정까지 순조로이 가게 되면 한반도와 동아시아엔 평화가 오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군사적 갈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호전성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필연적 본성이다. 몇몇 지도자의 주관적 의지나, 협정 또는 정책으로 제어할 수 없다. 하이에나를 사슴이라고 부르고 다들 그렇게 믿는다고 해서 하이에나가 초식을 할 수 없는 것처럼, ‘협정은 일시적 정세와 필요에 따른 임기응변일 뿐, 본질적 관계를 바꿀 수는 없다.

마르크스주의자는 이 점에서 평화주의와 구별된다.

제국주의 강대국 정부에 대한 카우츠키의 무장 해제제안은 가장 조야한 기회주의이다. 이것은 부르주아 평화주의이다. 그리고 감성적인 카우츠키의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관심을 혁명투쟁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해악을 낳는다.”레닌, '무장 해제' 구호에 대해(1916)

이론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평화주의는 서로 다른 계급 간에 화해가 가능하다는 생각과 뿌리가 같다. 자본주의 국가들 간의 반목은 계급투쟁과 동일한 경제적 근원을 가지고 있다. 만약 우리가 계급투쟁이 점차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국가 간의 갈등도 점진적으로 개선되어 화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될 것이다.”트로츠키, ‘제국주의의 시녀로서의 평화주의’(1917)

전세계 노동계급의 압력 특히 개별 국가에서 노동계급의 승리는 착취자들의 저항을 강화시킨다. 이 상황에서 착취자들은 국제연맹과 같은 기구를 통해 자본가 국제연대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가 국제연대기구들은 전 세계적 차원에서 지구상 모든 인민의 착취를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나라에서 노동계급의 혁명운동을 즉각 탄압하려고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이 결과 불가피하게 각국의 혁명전쟁은 내전이 된다. 그리고 노동자국가에서 노동자들은 자기 방어를 조직하고 피억압 인민들은 제국주의의 멍에에 저항해 투쟁한다. 따라서 평화주의 구호,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국제적 군비축소, 중재재판소 등은 반동적 유토피아일 뿐 아니라 근로인민에 대한 노골적 기만행위에 불과하다. 이 기만술을 통해 제국주의 세력은 노동계급의 무장을 해제시키려한다. 그리고 노동계급이 착취자들을 무장 해제시키는 임무로부터 등을 돌려 다른 일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레닌이 초안을 마련하고 1919년 당대회에서 채택된 당강령

 

무산되었던 과거 사례들

남한 지배계급과 북은 각자 속셈은 다르지만 평화를 선호한다. 그래서 미국의 압박이 완화된 틈 또는 미제가 어떤 이유로든 어느 정도 허용할 경우 -북 평화국면이 드문드문 도래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상황이 바뀌면 곧 원래의 극단적 대치로 되돌아간다.

각 정권의 정치적 경제적 필요에 의해 이른바 남북화해평화국면은 여러 차례 조성되었었다. 박정희 정권의 19727.4공동성명, 김대중 정권의 20006.15 공동선언, 노무현 정권의 200710.4공동선언 등이 대표적이다. 화해정국은 당시 각 정권의 위기 만회 필요 때문에 주로 시도되었다. 박정희는 부정선거를 동원해서야 도전자 김대중을 1971년 대통령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다. 박정희와 남한의 지배엘리트는 주기적 위기를 낳는 대통령 선거를 아예 없앨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론몰이가 필요했다. 게다가 당시 미국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심각한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한편, 남북화해 국면이 조성되던 2000년은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로 인하 사회불만이 쌓여가던 때였다. 비정규직 숫자가 급등했고 자살률이 치솟던 시기였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 마지막 해인 2007년은 이른바 민주당 정권의 한계가 밑바닥까지 드러나던 때였다. 노무현 정권 말기의 지지율은 20%까지 내려갔다. 물론 정상회담이 있던 달엔 지지율이 40%로 급등했다.

각각의 화해국면은 필요가 사라지거나 미국이 변덕을 부리면 이내 시들었다. 그때마다 돌발적 유혈 충돌이 발생하였다. 7.4공동성명 직후인 197210월 유신독재헌법이 통고되었고, 1976년엔 이른바 판문점 도끼학살사건이 발생하였다. 6.15선언 2년 뒤인 20026월 서해교전이 발발했다. 2007년 10.4 공동선언이 있었지만, 이후 대선에서 이명박이 당선되었고, 이듬해인 20087월 금강산 여행 중이던 박왕자씨 피살사건이 발생하였다. 금강산 관광이 먼저 중단되었고, 남북관계는 급랭하였다.

-미 사이의 협약도 여러 차례 있었으나 모두 미국의 약속 불이행으로 무산되었다. 1994년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이후 북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이 경수로를 제공하고 대북 군사위협을 중단하겠다는 <-미 제네바 합의>가 미국의 약속 불이행으로 곧 없던 일이 되었다. 6.15공동선언이 있은 다음인 20001012일 북-미 상호간에 제네바 합의를 준수하고, 정전체계를 종식시키고 평화보장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다짐한 <-미 공동코뮤니케>가 있었지만, 2002년 연평해전과 부시 정권의 악의 축발언으로 또다시 휴지조각이 되었다.

 

중요한 해외 사례들

1993년 이스라엘, PLO, 시리아, 레바논과 미국, 유럽, 러시아 정상들이 모여 1) 오슬로협정을 체결하였다. 1987년 촉발된 팔레스타인 인민의 항전 인티파다를 무마하기 위한 기만적 협정이었다. “팔레스타인의 자치 허용,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의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등을 담고 있었으나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그나마 협정의 공로로 노벨상도 받은 이스라엘 노동당 출신 라빈 총리는 1995년 암살되었다. 이후의 총선에서 극우인 리쿠드 당이 승리했고 악명 높은 네탄야후가 집권하였다.

2) 리비아 카다피 정부는 20031219일 이른바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미국이 리비아 국가원수에 대한 (전복)공작을 꾸미지 않겠다. 카다피를 권좌에서 축출하지 않겠다는 체제보장에 대한 확약의 대가였다. 이 선언은 2003년 당시에도 북핵문제를 해결할 해법으로 상당히 주목받은 바 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20112월 미제가 비밀리에 양성 지원한 반군들이 내전을 일으켰고, 그 해 10월엔 나토(NATO) 제국주의 군대가 전면 침공하여 카다피를 살해했다. 2018429일 미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그 리비아모델이 북핵을 해결하는 적절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58일 미국 트럼프 정권은 2015년 체결한 3) ‘이란 핵협정을 파기했다. UN 상임이사국인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와 독일이 참여한 협정이었다. ‘이란을 압박해오던 경제제재 완화와 핵무기 개발 중단을 맞바꾸는 조건이었다.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은 즉각 불만을 표명하고, 협정 당시 미 대통령이었던 오바마는 핵을 가진 이란 혹은 중동의 새로운 전쟁을 위선적으로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3년밖에 되지 않은 협약을 깨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혼서류로 사랑을 보증하지 못하는 것처럼, 평화협정은 평화를 담보하지 못한다.

빅토르 셰르뷜리예(Victor Cherbulliez)에 의하면 기원전 1500년부터 서기 1860년까지 영구적인 평화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평화조약이 약 8000건이나 체결됐으나 그 효력이 지속되기는 평균 2년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건전한 사회, 에리히 프롬

 

평화국면과 좌익들

우리가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하는 좌익들은 체제의 개량이 아닌, 이른바 혁명적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단체들이다. 앞으로 계급투쟁의 장에서 더욱 검증·엄선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노동계급의 최전선은 이 단체들로 구축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이 단체들과 활동가들이 투여한 노고와 헌신에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계급 정치 최전선에 있기 때문에 이 단체들의 노선은 가장 엄격한 잣대로 분석 비판되어야 한다. 엄중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이 단체들의 불철저한 정치노선이 자칫 노동계급에 잘못된 인식을 불어넣고 우리의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변혁노동자당과 <사회주의자>

사회변혁노동자당에게 문제 해결 방식은 매우 단순하다. , 미국이 제국주의이기를 멈춰 한반도전략 전면 재수정하고, 그래서 ·미간 적대관계를 청산하면 된다.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그 후로 모든 일들이 다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가득하다. 게다가 리비아와 이라크가 어떻게 당했는지를 알 터인데, 평화협정 체결 후에는 핵동결마저 안 되고 북은 핵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황은 매우 엄중하고 더욱 불안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그것은 평화체제로의 이행을 위한, 미국의 한반도전략 전면 재수정이다.”2016913, 한반도가 위험하다-북핵의 흑역사

한반도에서 핵무기 보유뿐 아니라 수송(핵무기를 탑재한 선박이나 항공기의 기항과 영해·영공 통과)까지 금지시키고, 한반도 주변 핵강국인 미국, 중국 등이 한반도에 핵공격을 하지 않도록 하는 온전한 의미의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둘째, 이를 위해서는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켜야 한다. 북의 핵무장을 낳은 원인인 ·미간 적대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핵전쟁 뿐 아니라 재래식 전쟁 위기도 막아야 한다.미국 및 한국 보수세력이 말하는 선 핵폐기 후 체제안정 보장이나, 운동사회 내 일부세력이 말하는 핵동결과 평화협정 체결을 맞바꾸는 것은 문제가 된다. 전자는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항복 요구에 다름 아니며, 후자는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북핵 옹호론과 사실상 다를 바 없다.”2018415,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_북핵 문제의 본질과 노동자민중의 투쟁방향 한반도 평화협정과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사회주의자> 역시 제국주의에 개과천선을 권고한다.

현상만이 아니라 본질을 보려고, 그리고 한반도 정세를 역사적 맥락에서 보려고 노력한다는 <사회주의자> 주 논객인 성두현씨는 마치 미제국주의 책사처럼 생각하는 듯이 보인다. “잘못을 되돌아보고결자해지한다는 자세를 가지라는 낯부끄러운 가르침을 제국주의자에게 베푼다.

사태의 현상만이 아니라 본질을 보려고, 그리고 한반도 정세를 역사적 맥락에서 보려고 노력해온 사람들에게 현재의 정세 전개는 빠른 게 아니라 오히려 느린 것이다. 이미 200010북미 공동커뮤니케에서 클린턴과 김정일 간의 만남 준비로 북미 정상간 만남 준비는 합의된 것이었으며 정전협정의 공고한 평화보장체계로의 전환도 합의된 것이었다.

미국과 트럼프는 비핵화를 요구하기 이전에 먼저 자신들이 한반도에서 한 역할과 잘못을 되돌아보고 이를 역사적으로 결자해지한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협상은 실질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이제 오랜 한반도 개입을 끝내야 한다는 역사적 판단을 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2018319, 북미정상회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역사적 분기점이 되어야

우리 생각엔, 제국주의자가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하이에나의 주리를 틀어서 채식을 배우게 하는 것이 더 수월할 것이다.

 

노동해방투쟁연대 노동자연대

노동해방투쟁연대(노해투)의 전신 노건투의 제국주의에 대한 기회주의적 왜곡은 몇 차례 따진 바 있다. 이분들이 세계를 보는 중요한 틀인 국가자본주의론 역시 그 기회주의에서 비롯한 것이다. 노해투는 동아시아의 갈등 원인이 , , , 러 등 제국주의사이의 다툼 때문이라고 본다. 갈등하는 것은 맞지만, 그 본질은 제국주의 상호갈등이 아니다.(이 문제는 제국주의에 대한 <뿌리>의 기회주의적 인식/중국은 자본주의가 아니며, 제국주의도 아니다/레닌주의 제국주의론 vs 클리프주의를 참고할 것)

먼저, 제국주의에 대한 패배주의가 눈에 띈다. 노해투는 싸워보지도 않고 이미 미 제국주의의 승리는 필연이라고 사고한다.

김정은 북한 지배집단은 어떤 식이든 북한 체제의 붕괴로 끝날 수밖에 없는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위험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직접적인 전쟁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전방위 경제봉쇄가 장기화되면 북한 정권의 붕괴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부처님 손바닥: 한반도 전쟁의 첫 번째 열쇠를 누가 쥐고 있는가? 바로 미국 자본가계급이다. 그들의 이익이 북한과의 전쟁을 가리키고 있었다면, 수개월 전에 이미 한반도는 전쟁의 화염 속에 빨려 들어갔을 것이다.”2018427, 남북 정상회담과 사드 배치 강행의 이중 플레이 - 문재인과 김정은이 아니라 세계 노동자계급의 단결!

계급투쟁은 단순히 군사력의 우위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일상적 시기 항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지배계급이나 제국주의는 항상 승리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막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노해투 글이 풍기는 것처럼 전능하지는 않다. 세상만사가 미국 뜻대로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지금 보이는 갈짓자 걸음도 그 때문이다.

노해투가 지닌 또 다른 문제적 인식은 노동자주의(경제주의)에 있다. , 국경에서 벌어지는 투쟁의 계급적 의미를 놓쳐버리고, 계급투쟁을 임금과 노동의 문제로만 협소하게 인식한다는 점이다.

“[한반도 평화와 협력이 실현되면] 남북한 간의 대립과 한반도 전쟁위협의 장막이 일시적으로 걷히면서, 남북한 노동자계급 모두의 앞에 진짜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민주주의, 민족이라는 안개 뒤에 있던 자본주의 착취체제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201856, 한반도에서 드러날 선명한 대치선-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국제적으로 벌어지는 국가 사이 대립전쟁위협” “민주주의” “민족문제는 일시적 장막이나 안개가 아니다. ‘가짜문제가 아니다. 계급 간 투쟁의 궁극은 국가권력을 두고 벌어진다. 미래의 지배계급으로서 노동계급이 헤쳐내야 할, 노동계급적인 진짜 문제이다.

 

노동자연대는 국가자본주의론의 클리프주의 단체이다. 1950년 한반도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과 소련 모두를 제국주의로 규정하면서, 중립을 주장했다는 것은 꽤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그리하여 스스로도 문제의 원인이 미 제국주의에 있다는 것을 거듭 지적하면서도, 그에 맞선 핵무기 개발을 이유로 남한과 다를 바 없는 체제라고 규정한다.

북한은 지난 사반세기 동안 끝내 핵무기 개발로 나아갔다. 그리고 이는 북한이 노동자를 억압·착취하며 군사적 경쟁에 매달린다는 점에서 남한과 다를 바 없는 체제임을 가리킨다.”2016316, 제국주의 세계 체제의 압력이 빚어낸 괴물

그러나, ‘협정으로 평화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환상에 대한 노동자연대의 경고는 옳다.

노동자 운동 일각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었다며 정부 당국 간 회담을 지지하고 그것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데 주력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문제적이다. 자본주의적 경쟁 속에서 항구적 평화 실현은 불가능하다.”2018615, ·미 정상회담의 불확실한 앞날

 

노정협

노정협은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에 비교적 원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자본가계급과 제국주의가 주도하는 지금의 평화국면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품고 있다. 그래서 평화협정으로 평화가 올 것이라는 환상을 경계하는 우리의 주장을 비판한다.

그 협정 하에 평화적 분위기가 성숙해지면 군축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그 속에서 노동자 민중의 복지로 나아가라는 요구 또한 제기할 수 있죠.”2017813, 전쟁과 평화의 시대, ‘평화협정체결 투쟁의 의의, 그 의의를 부정하는 트로츠키주의 편향

노정협의 생각에 협정은 모든 좋은 일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협정 하에 평화적 분위기가 성숙해지면” “군축뿐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복지를 주장할 기틀도 마련된다고 본다.

하지만 노정협의 기대와 달리 상황은 영 이상하게 돌아간다. “평화 분위기가 성숙해진 4월 남북 정상회담 전야에는 군축이 아니라, 사드 배치가 강행되었다. 더욱 성숙해진 6월 북미정상회담 며칠 전에는 노동자 민중의 복지는커녕, ‘평화 분위기에 힘입은 문재인정권이 그나마 따낸 최저임금 인상안을 보란 듯이 되돌려버렸다.

지난 5남북미 대화국면의 도래, 더 이상 넋놓고 봄 꽃향기에 취하지 마라!라고 옳게 지적했었다. 그런데 엊그제 글을 보면 봄 꽃향기에 넋 놓고있는 것은 누구보다도 노정협 자신이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북미회담에 대한 기대에 푹 빠져있다.

조선일보가 어이없고 황당하다고했으니 이번 합의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이번 회담 결과는 평화체제와 안전담보와 완전한 비핵화조치를 취한다는 일반적 선언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것도 어느 일방만의 조치가 아니라 상호 합의 하에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이행조치를 합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613, 조미 정상회담의 역사적의미를 알려면 조선일보를 거꾸로 보라!

 

* * *

우리는 인류해방을 향한 노동계급의 전위구축을 위해 투쟁해왔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평화는 그 해방의 필수적 가치이다. 너무도 소중하다. 그런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자는 평화를 위한 전위이다.

그러나 단순한 소망이나 주관적 바람만으로 그 평화가 오지는 않는다. 그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실제 원인을 제거할 유효한 방안을 도출하는 데에 가장 계급적이며 가장 과학적 태도를 가진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자는 평화주의자와 구별된다. 그런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자는 진정한 평화애호가이다.

우리는 뭔가 어두운 것을 좇는 염세주의자가 아니다. 지금의 평화국면이 진짜 평화로 가는 길이라거나, 곧 있을지 모를 평화협정으로 평화가 완성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자로서, 그것이 당장 아무리 쓰디쓴 것일지라도 사물의 이름을 옳게 부르고 진실을 알릴 의무가 우리에겐 있다.

 

우리의 요구

10월 혁명과 민족해방 투쟁의 성과를 방어하자!

북조선과 중국의 기형적 노동자국가를 제국주의 침략과 자본주의 사적소유 부활로부터 방어하자!

전쟁 억지력이자 자기 방어수단인 핵무기 보유 권리를 지지한다.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자!

주한미군을 몰아내자!

미 제국주의를 몰아내고 노동자정부를 수립하자!

계급협조주의로 경도되는 중국과 북한 관료집단은 노동자국가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다. 북한과 중국의 스탈린주의 관료집단을 혁명적 지도부로 대체하자! 노동자 민주주의는 인민의 노동자국가 방어의지를 최대화하는 유일한 길이다. 노동자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자!

남북을 포함한 동아시아 노동계급과 자국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미국과 일본의 노동계급이여 단결하자! 세계를 전쟁 참화로 몰아가는 제국주의에 맞서 함께 투쟁하자!

노동자혁명의 확대가 전쟁을 끝내는 유일한 길이다. 남한, 일본의 노동자혁명과 중국 북한의 정치혁명으로 동아시아사회주의연방공화국을 수립하자!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체제 속에서 협정 따위로는 평화가 오지 않는다. 남북을 포함한 동아시아 노동계급은 평화 국면 이후 다시 찾아올 갈등 국면을 대비하자! 본질적으로 호전광인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지배집단에 어떠한 환상도 품지 말자!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체제 속에서도 평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환상을 불어넣는 평화주의를 경계하자! 노동계급의 정치적 무장을 해제하는 환상을 타도하자!

노동계급의 혁명정당을 건설하자!

 

볼셰비키그룹

2018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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