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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전쟁과

최소저항선을 좇는 가짜 사회주의자들

 

[     ]……역주


“전쟁에 맞선, 그리고 전쟁의 사회적 근원인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은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투쟁과 전쟁에서 식민지의 피억압 인민들에 대한 직접적이고 능동적이고 명확한 지지를 전제로 한다. 중립은 제국주의를 지지하는 것과 다름없다.”-레온 트로츠키, <런던 사무국의 반전회의에 관한 결의안>, 1936. 7. 중에서



현재, 미국이 이라크의 석유를 직접 장악하고 통제하려 들면서, 몇 년 동안 법치주의니, [이해관계] 차이의 평화로운 해결이니, 세계 공동체의 분쟁을 중재하는 UN의 역할이니 따위의 위선적인 소리를 늘어놓은 것은 다 쓸모없는 일이 되었다. 미국이라는 리바이어던[거대한 괴물, 혹은 전제 국가]은 자국의 협소한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셈이다. 국제법이나 외교적인 고상함에 구애받지 않고, 심지어 독일이나 일본 같은 [제국주의 경쟁의] 주요 참가자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조차 마다치 않고 말이다.

미국의 이러한 일방주의(unilateralism)는 제국주의 우방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데, 이 노선으로 인해 국제 급진주의/자유주의 진영에서 일종의 모조 반제국주의 운동이 인기를 얻게 되었다. 피렌체에서 유럽 사회포럼(ESF)에 참석하러 온 반세계화 운동가들의 집회에서, 수잔 조지(Susan George)는 이렇게 말했다.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은 세계 곳곳에 군대를 주둔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지배를 기반으로 세계 제국을 세우려고 하는 것입니다(소셜리스트 워커[영국판], 2002년 11월 23일자에서 재인용).’

미국은 이미 제국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를 정복하면 중동 석유에 대한 통제력이 증대하여 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계속해서 [다른 나라들을] 폭력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조지의 견해는 옳다.
 
볼셰비키주의와 신식민지 전쟁

제국주의자들이 이라크를 공격함으로써 모든 가짜 사회주의자는 시험을 받게 되었다. 문제는 간단하고, 맑스주의의 입장은 명확하다.

“가령 내일 모로코가 프랑스에, 인도가 영국에, 페르시아나 중국이 러시아에 전쟁을 선포한다면 이것은 선제공격을 누가 하든 ‘정당하고’ ‘방어적인’ 전쟁이다. 사회주의자라면 누구나 억압받고 종속된, 불평등한[약한] 나라들이 억압자이자 노예주이며 약탈자인 열강들에게 승리하기를 바랄 것이다.”-V.I. 레닌, 『사회주의와 전쟁』중에서



1차 세계대전에서 사민주의 정당들이 사회애국주의로 넘어가는 배신을 저지른 뒤 레닌을 위시한 볼셰비키들은 제3인터내셔널(코민테른)을 발족했는데, 제3인터내셔널은 가입 조건으로 ‘21개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따르면 제국주의 국가의 혁명가들은 “자국의 제국주의자들이 식민지에서 쫓겨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자국 노동자들의 가슴 속에 식민지 노동계급과 피억압 국가에 대한 진실한 형제애를 심어주며, 자국 병사들에게 식민지 인민들에 대한 억압에 반대하는 체계적인 선전선동을 수행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입장은, 코민테른이 스탈린주의로 타락한 후 트로츠키와 좌익반대파에 의해 계승되었다. 무솔리니가 1935년에 에티오피아를 공격하자, 트로츠키는 즉각 이렇게 대응했다.

“물론 우리는 이탈리아의 패배와 에티오피아의 승리를 주창한다. 그러므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탈리아 제국주의를 지원하는 것을 막고 에티오피아에 대한 군수품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이탈리아-에티오피아 전쟁」, 1935년 7월 17일



트로츠키는 가내 노예 제도를 존속시킨 하일레 셀라시(Haile Selassie)에 대해 전혀 호의를 가지지 않았다. 오늘날의 혁명가들이 오랫동안 제국주의자 도구 역할을 했던 잔악한 독재자 사담 후세인에게 그렇듯이 말이다. 하지만 맑스주의자들은 어떤 것이 되었든 ‘저개발 국가’들에 대한 제국주의 국가의 공격은 모두, 무조건 반대한다. 트로츠키는 에티오피아 전쟁을 다루면서 그 이유를 개략적으로 설명했다.

“무솔리니가 승리한다면 파시즘이 강화되고, 제국주의의 힘이 증대되고, 아프리카와 다른 식민지 인민들의 사기가 저하된다. 그러나 네구스가 승리한다면, 이는 이탈리아 제국주의뿐만 아니라 제국주의 전체에 심대한 타격이 될 것이며 [체제에] 저항하는 피억압 인민들의 힘을 크게 자극할 것이다. 완전히 눈이 멀지 않고서야 이것을 못 볼 수는 없다.”-「독재자들과 오슬로 고원」, 1936년 4월 22일



트로츠키는 몇 년 뒤 이 문제를 약간 다른 각도에서 다루게 된다.

“지금 브라질은 혁명가라면 누구나 증오할 수밖에 없는 유사파시즘 체제가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가령 내일 당장 영국이 브라질을 군사적으로 공격한다고 한다면, 이 전쟁에서 노동자 계급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나의 견해를 말하자면, 이 경우에는 ‘민주주의 국가’인 영국에 맞서 ‘파시즘 국가’인 브라질의 편에 설 것이다. 어째서인가? 이들의 대립은 민주주의냐 파시즘이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이 승리한다면 리우 데 자네이로(브라질의 수도: 역주)에 다른 파시스트를 들여앉힘으로써 브라질에 이중의 족쇄를 채울 것이다. 반대로 브라질이 승리한다면, 브라질의 민족주의․민주주의 의식을 엄청나게 자극함으로써 바르가스(당시 브라질의 대통령: 역주) 독재정치가 전복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동시에, 영국의 패배는 영 제국주의에 타격을 입히고 영국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적 운동을 자극할 것이다.”―「반제국주의 투쟁이 해방의 열쇠이다」, 1938년 9월 23일



위의 시나리오에서 브라질을 이라크로, 영국을 미국으로 바꾸면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세계에서 ‘레닌주의’나 ‘트로츠키주의’를 표방하는 대부분의 조직들은 레닌이나 트로츠키가 주창한 입장을 말도 안 되는 종파주의로 취급한다. 이들의 태도는 볼셰비키주의에 대한 ‘사회민주주의’ 반대파의 원조인 칼 카우츠키의 입장과 같다. 카우츠키는 제국주의가 단순히 충분한 대중적 압력이 있으면 교정될 수 있는 잘못된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힐리파(Healyite) 치어리더들과 이라크의 부역자들

이라크에 대한 위협에 대부분의 좌파 그룹들이 ‘사회평화주의’로 대응했던 반면, 예외적인 경우도 있기는 있었다. 게리 힐리의 정치적 사기행각의 일부로, 그와 같은 이름을 가진 분파인 영국 노동자혁명당(Workers Revolutionary Party, WRP)은 최근에 조야하게 조작된 국민투표에서 후세인이 100%의 지지를 얻은 것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라크 인민의 지지(<뉴스라인>, 2002. 10. 19)”라며 예찬했다. WRP에 따르면, 제국주의자들이 괴롭혀봐야 사담 후세인이 지도하는 “이라크의 민족 혁명을 재점화시키는 결과를 불렀”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성취로 인해 제국주의자들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란다.

불행하게도 진실은, 후세인 통치가 너무 잔혹해서 많은 이라크인들이 미국 괴뢰정부의 수립을, 또는 심지어 노골적인 미국 점령까지도 환영하게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라크 공산당은 이 정서를 이용하는 데 열중해 있는 듯하다.

2002년 9월 28일에 낸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이라크 민중과의 연대」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이 부역자들은 ‘인권’의 이름으로 “사담 후세인 독재 정권을 정치적․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조치를 강화”할 것을 주장한다.

전에 스탈린주의자들이었던 이라크노동자공산당(Workers Communist Party of Iraq)의 인본주의자들은 최소한 미국의 공격에 반대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들은 사담 후세인을 조지 부시 2세와 등치하고 누구도 편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계급전쟁 이외의 모든 전쟁을 반대한다!”는 깃발 밑에서 행진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좌익 공산주의자’와 아나키스트들이 이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마치 좌익적인 것처럼 들리는 이 슬로건은, 실상 억압 국가와 피억압 국가의 대립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선언에 지나지 않는다. 젊은 전투적 분자들의 많은 수는 이라크에 관해서는 이 공식을 주창하지만 시오니즘 인종청소부들에 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이나 영국의 지배에 대항하는 아일랜드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대중적’인 인민전선 반전운동

소위 ‘혁명적’이라는 조직들에 널리 퍼져 있는 견해 중 하나는, ‘폭넓은(즉, 자유주의적이거나 개량주의적인)’ 반전 투쟁이 제국주의 침략에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스탈린을 맹종하는 세계노동자당(Workers World Party, WWP)의 주도로 전국 차원의 대규모 반전시위가 있었다. 영국에서는 토니 클리프가 이끄는 사회주의노동자당(Socialist Workers Party, SWP)이, 프랑스에서는 공산주의혁명동맹(Ligue communiste révolutionnaire, LCR. 통합서기국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분파다)이 같은 역할을 했다. 이 모든 경우에, 자칭 ‘혁명가’들이 집회 허가를 받고, 음향장비를 설치하고, 매스컴을 유치하고, 현수막을 인쇄하고, 노동자들을 조직한다. 그러나 정치적 분석은 유명인사들(자유주의자, 사민주의자, 성직자, 노조 관료)에게 맡긴다. 자리를 빛내주고 행사에 격조와 정통성을 제공해주십사 초청해서 말이다. 이 사업을 추진 중인 소위 ‘혁명적’ 조직의 구성원들이 발언하는 경우, 그들은 온건한 외피 조직의 대표로서 무대에 오르며 맑스주의나 사회주의 또는 ‘혁명’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내빈들의 발언을 비판하는 실례 또한 절대로 저지르지 않는다.

미국에서 이른바 ‘폭넓은’ 반전운동 운운은 제시 잭슨[Jesse Jackson, 목사이며 시민운동가]이나 테디 케네디[Teddy Kennedy,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같은 소위 ‘진보적’ 부르주아 정치인들의 지지를 구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WWP의 외피 조직들이 조직한 행사에서는 자유주의적인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 안 좋은 소리가 나오는 일이 없다. 한편 미국 바깥의 경우, 개량주의자들 계급협조 취향은 그들 ‘자신의’ 제국주의 지배자들에게 사악한 미국인들로부터 이라크를 구해달라고 청원하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미국과 미국의 보다 약한 제국주의 경쟁자들 사이의 분열은 사회적으로 전혀 진보적이지 않다. 이 분열은 그저 서로 국적이 다른 자본가들의 이해관계와 비중이 다르다는 사실의 반영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라크를 못살게 굴고 있다는 식의 격분은, UN 안보이사회가 결국 워싱턴의 군사 공격을 승인한 일에 정당성을 부여해준 꼴밖에 되지 않았다.

프랑스의 LCR은 2002년에 ‘모든 평화주의자’(그들은 아마 자기 자신들을 여기에 포함시킬 것이다)들에게 유럽 제국주의자들로 하여금 미국의 공격을 막도록 ‘강제’하는 운동에 나서자고 호소함으로써 반전 운동을 시작했다.

“거리에서, 일터에서, 지역에서, 모든 평화주의자들의 힘을 한데 모읍시다. 공동대책위원회와 시위를 조직합시다. 우리의 정부가, 시라크[프랑스 대통령]와 슈뢰더[독일 수상]가, 부시와 단절하고 이 더러운 전쟁을 막아내도록 만듭시다.”



LCR은 2002년 10월 12일 전국시위를 제안했다. 이 제안은 20개 단체가 연서한 공동 성명서에 기반한 것이었는데, 해당 성명서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주장하는 ‘예방 전쟁’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개념은 UN 헌장을 완전히 거스른다. …프랑스는 이 전쟁을 반대해야만 한다. 프랑스는 UN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한다. 또한, 프랑스는 정치적 해결을 중재하기 위해 유럽의 협력자들과 함께 행동해야 한다.”―<루즈>, 2002년 10월 3일자



공동 성명은 또한, 이라크의 무장에 대한 제국주의자들의 선전에 굴복하여 “세계적․지역적 차원에서, 특히 중동에서, 군축 프로세스를 재개할 것”을 요구하였다. LCR은 여기에 대해서는 약간 당황한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동조했다. “비록 이 요구가 몇 개의 표현에서 타협을 드러내고 있다고는 해도, [이 성명서에 대한] 폭넓은 연대는 곧 시위 첫날의 성공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SWP, 최고의 사회평화주의자들

2002년 9월 28일 런던에서 SWP의 영국 전쟁저지연합(Stop the War Coalition, StWC)은 대규모 시위를 열어 30만 명을 거리로 모아들였다. SWP 지도자이자 StWC의 의장인 린지 저먼은 피렌체에서 열린 유럽사회포럼에서 2천 명의 급진주의자들에게 연설하면서 여기에 좌익적인 색을 입혔다.

“린지는 영국에서의 반전운동이 이렇게 강력한 것은 제국주의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 전쟁이 석유를 얻고 미국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임을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탈레반이나 사담 후세인이 영미 제국주의와 동등한 적수라는 견해를 거부한다.”―<소셜리스트 워커>(영국판), 2002년 11월 16일



그러나 <소셜리스트 리뷰> 2002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에서 저먼은 [다음의 입장이] StWC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결정’ 가운데 하나라고 논평했다.

“반제국주의를 특정한 강령을 거부하고, 전쟁이나 인종주의 범죄, 시민권 침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을 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의 구성원을 제국주의 문제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로 제한하는 것은 정말로 폭넓은 지지를 차단하는 셈이 될 것이다.”



제국주의자들의 특정한 모험에 대해 공히 반대하는 노동당원, 평화주의자, 성직자들과 함께 공동전선에 참여하는 것은 레닌주의의 원칙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나 혁명가들에게 이러한 연합은 맑스주의 강령이 잡탕 개량주의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이다. SWP가 한 짓은 모든 종류의 맑스주의 정치를 실질적으로 배제하는 ‘운동’을 조직한 것이다. StWC에 대한 SWP의 개입은, [SWP가] 운동이 ‘성공’하는 데 그렇게나 중요하다고 여기는 노동당원, 성직자, 노동조합 관료 등의 동의를 얻기 위해 이들의 개량주의적인 공통분모에 맞는 수준으로 신중하게 조절되었다. 연합의 행사에서 ‘불경한 공산주의’ 색채가 조금도 나지 않은 덕에 SWP는 이슬람 반계몽주의자들과 연합하기도 쉬워졌다. 1979년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반노동자적인 ‘회교 혁명’을 열렬하게 긍정한 뒤로, 클리프주의자들은 늘 이슬람 근본주의에 뭔가 ‘진보적인’ 측면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관해서는 「Islam, Empire and Revolution」, <1917> No. 17을 참고할 것)

9월 28일 시위의 연사 중에는 상원의원 어딘 남작[Baroness Uddin, 영국의 첫 이슬람교도 상원의원]뿐만 아니라 베스와 웰즈(Bath & Wells)교구의 피터 프라이스 주교도 끼어 있었는데, 그는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하여 사담 후세인을 맹비난하고 UN 무기사찰단의 ‘정당한 역할’을 칭송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사담 후세인과 그의 정권이 그 나라 국민들과 이웃 나라들, 그리고 세계에 정말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담 후세인은 국민들을 억압하는 것을 멈추고,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그가 실제로 그렇게 했음을 UN이 확인할 수 있도록 그 정당한 역할을 존중해야 합니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SWP의 겸손한 ‘혁명가’들은 자기 이름을 걸고 연단에 올라가지 않았다. 저먼은 StWC 의장 자격으로 연설하면서 군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전쟁은 석유를 얻기 위한 것이고, 미국의 전략적 이득을 얻기 위한 것입니다. 이 전쟁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부자들의 전쟁입니다.”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부자들’과 싸우자는(즉 악의 축 블레어와 부시에 대항하여 이라크를 방어하자는) 당연한 결론을 끌어내는 대신, 저먼은 비굴한 평화주의적 호소를 늘어놓았다. “이 시위가 주장하는 것은 UN에 의한 전쟁이 아닙니다. 전쟁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입니다.” 그러나 혁명가들이 ‘주장하는 것’은 이라크 방어가 근로 인민과 피억압자들의 이해에 사활적이라는 것이어야 한다.

<소셜리스트 리뷰>의 기사에서 저먼은 “전쟁을 막을 때까지 연합은 멈출 수 없다”고 가볍게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는 전쟁을 막을 잠재력이 있다. 부시와 블레어는 향방을 정했고, 시위 한 번으로 그들을 저지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흔들었고, 그들이 철수할 수밖에 없을 때까지 계속 흔들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베트남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SWP 지도부는 진짜로 이렇게 믿을 정도로 멍청한 건가, 아니면 그냥 사기를 돋우려고 하는 말인 건가? 미국이 베트남에서 철수한 이유는 사회혁명을 분쇄를 위해 인도차이나에 파견했던 5만 명의 병사들이 시체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부분 노동계급에 소수집단 출신이었던 징집병들은 점점 반항하게 되었고, 지배계급과 반혁명 전쟁에 대한 불만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개량주의를 지지하는 자칭 ‘트로츠키주의’자들이 조직하고 부르주아 민주당 정치인들이 분위기를 주도한 사회평화주의적 ‘평화’ 시위는 전쟁을 종식하는 데는 미미한 역할을 했을 뿐이지만, 민중의 분노를 부르주아 정치의 틀 안으로 포섭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시위의 규모를 통해 전쟁에 대한 반대가 얼마나 광범위했는지를 추정할 수 있기는 하지만, 미국 노동계급, 특히 베트남 참전용사들과 젊은 흑인들 사이에서 자라나고 있는 명백한 반제국주의 정서는 이 ‘공식적 평화 운동’에서 전혀 표현되지 못했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반전’ 운동은 1차 세계대전 동안 러시아 볼셰비키의 투쟁이었다. 이 운동은 SWP가 지지하고 있는 사회평화주의 노선에 기반하지 않았다. 실상, 제국주의 전쟁에 맞선 투쟁을 자본주의 사회체제를 엎기 위한 투쟁으로 연결시키기를 거부한 사이비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1915년 레닌의 일갈은 정확히 SWP에 대한 비판처럼 들린다.

“추상적인 평화를 설교하는 평화주의는 노동자 계급을 기만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자본주의에서, 특히 제국주의 단계에서, 전쟁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현재 혁명적 대중행동을 촉구하지 않으면서 평화를 선전하는 것은 그저 환상을 조장하고 프롤레타리아트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이다. 프롤레타리아트로 하여금 부르주아지가 인간적이라고 믿게 하여, 프롤레타리아트를 전쟁 국가들의 비밀외교에 놀아나는 장난감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연속된 혁명들이 잇따르지 않고서 이른바 민주적 평화라는 것이 가능하리라는 발상은 철저히 오도된 것이다.―「러시아 공산당 망명자 회의(The Conference of the RSDLP Groups Abroad」, 1915년 2월 19일



국제사회주의조직(The International Socialist Organization, ISO)은 예전에 국제사회주의경향(International Socialist Tendency)의 미국 분파였는데 서열 다툼 과정에서 SWP에 의해 추방당했다. 이 조직은 미국에서 대학생 반전운동에 관여하고 있다. ISO의 기관지 <소셜리스트 워커>는 2002년 10월 25일자 신문에서 ‘미국 제국을 확장하려는 충동’에 대해 논하면서, ‘이제는 우익 논평가조차 ‘제국주의’를 거론한다’고 말했다. 이 글은 ‘반전 운동의 유명인사 일부’가 ‘미 제국주의가 어떤 경우에는 ‘정당한’ 전쟁을 할 수도 있지만 다른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환상에 빠져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미국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이라크는 ‘정당한 전쟁’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하는 대신, ISO는 표준적인 사회평화주의 주장을 펼친다. ‘사회주의자들은 언제나 전쟁에 맞선 투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오늘날이라고 다를 까닭이 없다.’ 실상, 사회주의자들은 ‘언제나 전쟁에 맞선 투쟁’을 해오지 않았다. 볼셰비키들은 ‘전쟁에 맞서 투쟁’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 전화’하려고, 즉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투쟁하려고 했다. 『사회주의와 전쟁』에서 레닌은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는 내전 즉, 억압 계급과 피억압 계급의 전쟁, 노예와 노예주의 전쟁, 농노와 지주의 전쟁, 임금노동자와 부르주아지의 전쟁은 완전히 정당하고 진보적이며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여긴다.” 트로츠키는 적군을 조직하여 백군을, 그리고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그 ‘민주주의적인’ 제국주의 후원자들을 물리쳤다. 진짜 사회주의자들은 제국주의자들이 식민지나 신식민지 국가들을 공격할 때 한쪽의 편을 들지, ‘전쟁에 맞선 투쟁’ 따위의 추상적인 소리를 늘어놓지 않는다.
 
LRCI의 일구이언

영국의 <노동자권력(Workers Power: WP)>은 ISO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주의경향에서 발원한 조직이다. 이 조직은 SWP의 기회주의에 대항하는 진지하고 정통적인 트로츠키주의 조직을 표방하고 있다. WP 및 그들과 사상을 같이하는 혁명적공산주의국제동맹(League for a Revolutionary Communist International: LRCI)의 동료들은 2002년 9월 23일에 이런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전쟁광들을 몰아낼 대중운동을 통해 이 전쟁을 중단시키고자 한다. 이 일은 무엇보다 제국주의 본국들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전쟁이 시작되면, 우리는 제국주의 침략자들의 완전한 패배와 이들에 맞선 이라크 저항세력의 승리를 명확하고 확실하게 주창해야 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전쟁에 대한 혁명적 반대파와 단순한 ‘평화’ 또는 UN의 개입과 중재를 원하는 사람들을 구별할 수 있다. 개량주의 좌파는 이것이 사담 후세인을 지지하는 격이라는 이유에서 우리의 입장에 반대할 것이다.”



꽤 좋은 이야기다. 그런데 불과 그 몇 주 전, WP는 9월 8일 유럽 사회포럼 사전행사에서 발표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서에 연서했다.

“이라크 민중에 연대를 표하는 이들은 백악관에서 발언권이 전혀 없다. 그러나 유럽 정부에 영향을 미칠 기회는 있다. 이들 다수가 전쟁을 반대해 왔다. 우리는 UN이 지지하든 아니든 전쟁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조지 부시에게 전쟁 계획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도록 모든 유럽 국가의 정상들에게 촉구한다.”



보통의 지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진지한 사회주의자들이 어째서 제국주의 전쟁광 무리를 ‘몰아내자’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전쟁에 반대하라’고 호소하는지 궁금해질 법하다. LRCI는 ‘전술’이라는 말을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중도주의자들에게는 고립을 피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LCR, SWP, 그리고 수많은 스탈린주의자와 사민주의자와 녹색당원과 다른 소부르주아 조직들이 이 성명에 연서했을 때 WP는 혼자 빠지려 들지 않았던 것이다. 정치적으로 이중 장부를 꾸리는 것과 같은 이런 짓을, 트로츠키는 익히 알고 있었다.

“말과 행동의 일치는 진지한 혁명 조직만의 특성이다. 진지한 혁명 조직에게, 회의에서 채택된 결의들은 그냥 형식이 아니라 실천으로 축적해온 경험들의 총화이며 미래의 실천을 이끄는 길잡이다. 중도주의자들에게 의례적인 행사에서 채택된 ‘혁명적’ 테제는 이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기만적인 장식물이며, 자기 대오 내의 화해할 수 없는 차이들을 은폐하는 덮개이며, 비혁명적인 실천을 감추는 외피에 불과하다.”―「런던사무국 반전 회의의 결의안」, 1936년 7월



SWP는 WP가 전쟁저지연합에 합류한 것을 환영했으며 심지어 운영위원회에 의석까지 내주었다. WP는 여기서 고분고분한 좌익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운영위원회는] 이들이 어떤 ‘혁명적’ 활동이든 신중하고 공격적이지 않게 수행할 것이라고 확실하게 신뢰할 수 있다. 2002년 9월 28일 ‘훌륭한’ 런던 시위를 찬양하면서, WP는 시위가 정치적으로 평화주의적이었으며 WP가 주창한다는 “제국주의 침략자들의 완전한 패배와 이들에 맞선 이라크 저항세력의 승리”에 근접한 것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LCRI 웹사이트에 최근에 올라온 「세계혁명 선언」이라는 글을 보면, 이 중도주의자들이 부르주아 평화주의 블록에서 조용히 부하 역할을 하고 있는 그들의 실천태와 혁명적 패배주의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그들의 주장 [사이의 불일치]를 어떻게 화해시키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방법은 노동계급의 대규모 조직화를 기반으로 거대한 반전 운동을 건설함으로써, 그리고 그 주위로 청년, 여성, 진보적 중간계급, 이주민들을 결집하는 것이다.”

“이 운동 안에는 종교적 동기나 평화주의[적 신념] 때문에 참여한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본가들의 전쟁에 맞서 그들과 함께 행진하지만, 평화주의자는 아니다. 우리는 자본주의하에서 전쟁이 없어질 수 있다는 환상을 퍼뜨리지 않는다.”



이것이 진부한 단계론임은 즉각 알 수 있다. 첫 번째 단계에서 LRCI는 평화주의와 개량주의를 기반으로 ‘거대한’ 운동을 건설하는 데 열심히 참여한다. LRCI가 주창한다고 하는 반제국주의적 입장은 언제인지 모를 미래 어느 시점에 두 번째 단계가 도래하면 그때야 [실제로] 대중 조직화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SWP가 그들의 혁명적 수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젊은 지지자들에게 해주는 설명과 유사하다.
 
스파르타쿠스 동맹이 또다시 표변하다

미국 스파르타쿠스동맹(Spartacist League/U.S.: SL) 및 그들과 연계된 국제공산주의동맹(International Communist League: ICL)은 이라크에 대한 모든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혁명적 패배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아프간 침공 당시 제국주의 침략자들의 패배를 주장하는 것은 “공상적이며 최고로 허풍스러운 ‘혁명적’ 미사여구(<노동자전위: Workers Vanguard>, 2001년 11월 9일)”라고 단언했던 2001년의 입장에 대면 극적인 변화다. [2001년의] 이 입장은 레닌의 의견에 대한 정면도전이었다.

“반동적인 전쟁이 벌어졌을 때 혁명적 계급은 자국 정부의 패배를 열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자명한 일이다. 사회배외주의의 주변부 인자들이나 의식적인 사회배외주의자들만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제국주의 전쟁에서 자국 정부의 패배」, 1915년 7월 26일



이 시기에 SL이 혁명적 패배주의를 폐기한 근거는 “탈레반의 군사적으로 가망이 없다(WV, 2001년 11월 9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들은 “신식민지 이라크가 미 제국주의의 전쟁 기계에 맞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WV, 2002년 10월 18일)”라고 인정한다. 그러면 입장의 차이는 왜 생긴 것인가? SL 지도부는 이제 세계무역센터파괴[9.11 사태]로 인한 히스테리가 충분히 가라앉았기 때문에 신식민지 전쟁에 대한 레닌의 입장과 동일시되어도 안전하게 되었다고 판단한 것 같다. SL이 결정적인 순간에 꽁무니를 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아마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Where is the ICL Going?」, <1917> No. 24를 참고할 것) SL은 종종 “겁쟁이라고 놀림 당한다.(WV, 2002년 1월 25일)”라고 징징대는데, 맞는 말이면 인정해야지 다른 도리가 있는가?
 
중도는 없다

이라크 침공은 근본적으로는 제국주의 열강들의 세계재분할을 위한 약탈 투쟁에서 하나의 고리에 해당한다. 전쟁은 자본주의의 고질병이며, 사회주의 혁명이 자본주의 세상을 엎어버리거나 아니면 인류 문명이 멸망하기 전까지 계속 일어날 것이다. 폭력적인 신식민지 정복전쟁을 반대하면서 그 짓을 저지르는 사회체제의 성격을 논하지 않을 수는 없다. 제국주의는 물리칠 수 있다. 그러나 사회혁명을 통해서만 그렇게 할 수 있다. 레닌의 다음 말처럼.

“공허한 미사여구나 늘어놓는 위선자들이 민주적 평화에 대한 가능성에 대한 수사와 약속들로 사람들을 기만하도록 내맡기는 대신, 사회주의자들은 대중에게 연속적 혁명과 각국 정부에 대항한 모든 나라에서의 혁명적 투쟁이 없이는 민주적 평화 비슷한 것도 있을 수 없음을 설명해야만 한다.

“중도는 없다. 위선적인 (또는 멍청한) 중도주의 정책을 입안하는 자들이야말로 프롤레타리아트에게 가장 큰 해악을 끼친다.”―「평화 문제에 관하여」, 1915년 7월-8월

No. 25, 2003

Imperialist War & Socialist Pretenders 200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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