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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사태에 대하여: 자본주의 반혁명과 제국주의 정권교체 시도를 격파하자!

by 볼셰비키 posted Jan 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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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사태에 대하여

자본주의 반혁명과 제국주의 정권교체 시도를 격파하자!

 

<차례>

벨라루스는 국가소유가 지배적인 체제이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는 나라이다/ 반정부 시위대의 성격/ 미국 랜드연구소의 보고서: 『러시아 흔들기: 유리한 곳에서 싸우기』 /4장 지정학적 수단…벨라루스 정권교체 조장/ 동유럽의 현대사: 자본주의 반혁명과 NATO의 동진(東進)/ 자본주의화를 비껴간 벨라루스의 역사/ 벨라루스는 어떻게 ‘자본주의화+친제국주의 정권교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나?/ 러시아: ‘자본주의 열강이지만, 제국주의는 아니다’/ 요약과 결론

 

지난 해 8월 벨라루스는 국제뉴스의 뜨거운 이슈였다. 대선 결과 불복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고, 절정에 이른 8월엔 하루 20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4개월여 지나고 해가 바뀐 지금은 시위가 상당히 잦아든 분위기이다. 그러나 잠시 잦아들었을 뿐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전면 사유화 반대를 내걸고 1994년 대선에서 처음 당선된 루카셴코는 대선에서 연이어 승리하며 26년간 집권하고 있다. 2006년과 2010년 선거 당시에도 야권 주도의 시위가 있었고 그때마다 미국과 유럽 제국주의는 벨라루스 제재로 화답했다.

이런 갈등을 다루는 서방 대중매체의 통속적 시각은 ‘민주주의 대 독재’이다. 루카셴코 반대파는 번번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지만 그렇다고 이렇다 할 증거가 드러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서방은 그 의혹을 즉각 기정사실로 확정했다. 제 모습은 생각도 않고 ‘유럽 최후의 독재’ 운운하며, 벨라루스에 대한 경제/외교 제재를 가했다.

벨라루스는 이전까지는 언론에 많이 노출되지 않은 나라였다. 특히 동아시아의 한국과 정치/경제적 접점이 많지 않았고, 언어 장벽도 있다. 우리는 지난 8월 벨라루스 사태가 벌어진 뒤부터 벨라루스의 역사, 시위 성격, 국가의 계급적 성격 등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 ‧ 분석했다.

지금까지의 연구분석 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벨라루스는 국가소유가 지배적인 체제이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는 나라이다

소련 붕괴 후 대대적 사유화 광풍이 동반한 경제붕괴, 사회보장제도 철폐, 보건의료체계 붕괴 등은 노동인민에게 크나큰 재앙이었다.(「러시아 : 자본주의의 생지옥」 참조)

구 소련권 국가들이 미증유의 재난을 겪는 와중에, 벨라루스는 이러한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 벨라루스는 2015년까지 GDP가 연 10% 성장하는 유럽의 초고속 경제성장국이었다. 벨라루스는 구 소련권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르게 1991년 소련 붕괴 수준의 경제회복에 성공(2002년)했다. 반면에 러시아는 2006년이 되어서야 회복했고, 우크라이나는 아직도 회복 못하고 소련 말기의 65% 수준에 머물고 있다(「Guaido, President of Belarus」).

실업률과 실질임금에서 벨라루스는 ‘옛 공산권 국가’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REGISTERED AND LFS-BASED UNEMPLOYMENT IN BELARUS COMPARED TO OTHER POST-COMMUNIST COUNTRIES, 1991-2001. Notes: LFS-Labour Force Survey; PCC-post-communist countries. Sources: World Bank (1997); 'TransMONEE', Database of United Nations Children's Fund, 2005, available at: http://www.unicef-icdc.org/resources/transmonee.html, accessed 24 January 2006; 'TransMONEE', Database of United Nations Children's Fund, 2011, available at: http://www.transmonee.org/, accessed 29 September 2011.

표1) 벨라루스와 ‘옛 공산권 국가들’의 실업률 비교(PCC: Post Communist Countries 구 공산권 나라들 LFS: Labor Force Survey 노동력 설문조사)

INDEX OF AVERAGE REAL WAGES IN BELARUS AND OTHER POST-COMMUNIST COUNTRIES, 1990 ¼ 100. Sources: National Statistical Committee of the Republic of Belarus (2010); Rutkowski (1995); 'TransMONEE', Database of United Nations Children's Fund, 2005, available at: http://www.unicef-icdc.org/resources/transmonee. html, accessed 24 January 2006.

표2) 벨라루스와 ‘옛 공산권 국가들’의 실질임금 비교

 

 

1996년 503달러였던 평균 임금은 2010년 4.9배 늘어났고, 2010년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13,685달러가 되었다. 밀폐된 곳에서 진행되는 부패는 분명히 있지만, 우크라이나나 러시아에 만연한 길거리 범죄나 마피아에 의한 혼란은 없다. 민스크의 거리는 깨끗하고 겨울이면 쌓인 눈이 바로 청소된다(허승철 편역, 『벨라루스의 역사』 참조).

소련 붕괴 이후 자살률이 치솟는 등 재앙이 닥친 다른 국가들과 벨라루스의 결정적 차이는 소유체제에 있다.

옛 공산권에 속했다가 자본주의로 돌아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1994GNP50~55%를 사적 부문에서 생산했다. 이에 반해, 벨라루스는 GNP15%만이 사적 부문에서 생산되었다. 이 시기에 발트 3국은 시장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경계점(critical mass)을 넘어선 대신, 벨라루스는 역으로 회귀하여 2005년에는 사적 부문은 GNP8%로 줄어들었다.”―『벨라루스의 역사

벨라루스는 2003~2014년 유럽-중앙아시아 국가 중 빈곤 수치가 가장 많이 개선된 나라였다. 하루 구매력 10달러 미만을 기준으로, 벨라루스는 200382%에서 201410% 이하로 감소했다. 반면 유럽-중앙아시아에서는 73%에서 47%.2016년 세계성차별보고서는 벨라루스를 144개 국가 중 30(스페인과 포르투갈 사이)에 넣었다. 이러한 높은 순위는 양질의 교육과 노동 시장에서의 성과 덕분이다. 벨라루스는 교육의 여성 등록률과 여성 전문가와 기술자 비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여성의 기대수명도 높은 편이다.국유의료기관이 지배적이고 무료로 제공된다. 자가 부담하는 의료비용은 이 지역에서 가장 낮은 수준(20%)이다. 게다가 의료 자체는 무상이기 때문에, 자가 부담 비용 중 70% 이상은 약값이다.다수(200360% 이상)가 여러 복지 혜택을 받는다. 대중교통, 의료, 난방 같은 중요 지출의 경우 원가 이하의 요금을 (201558%) 지불했다.”World Bank

 

 

반정부 시위대의 성격

사회운동의 성격은 그 운동에 참여하는 개별 대중 각자의 주관적 소망이 아니라, 그 운동을 이끄는 지도부의 지향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그 지향은 깃발이나 구호 등으로 표현된다.

깃발은 그 운동의 이념적 지향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이다. 소련과 동유럽의 이른바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은 1989~1991년 자본주의 복귀 이후 거의 대부분 혁명 이전의 깃발로 돌아갔다. 벨라루스와 비슷한 양상으로 국제 뉴스를 뜨겁게 달군 2019년 홍콩 시위에서,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던 시위지도부는 영국식민지 시대의 깃발이나, 미국 성조기 또는 영국 유니온잭을 들었다. (「홍콩 정세의 세 가지 축: 제국주의, 관료집단, 노동계급의 혁명전위」 참조)

홍콩과 벨라루스 시위대가 이전 체제의 깃발을 들고 나오는 것은 이들의 시위가 단순히 선거권이나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시위가 아니라는 점을 반증한다. 궁극적으로 체제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을 그 깃발로 상징하는 것이다.

벨라루스 시위대가 들고나오는 백적백(白赤白)기는 노동계급 입장에서 그다지 상서롭지 않다. 역사적으로 백적백기는 반노동, 친자본, 반공산주의, 친나치의 상징이다. 1918년 백적백기는 독일 치하 벨라루스 인민공화국 깃발이었다. 이는 러시아 혁명에 반하는 반혁명의 깃발이었다. 벨라루스로 사회혁명이 확대되어 소비에트연방의 일부가 된 1919년 이후엔 백적백기는 자본주의 반혁명을 추구하는 망명정부 깃발이 되었다. 이 백적백기는 나치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 1943년~44년 사이 다시 벨라루스 영토에서 나부꼈다. 나치 점령에 동조하는 친나치주의자들의 깃발이었다.

 

벨라루스 지도와 깃발의 변천

 

반루카셴코 시위 지도부의 성격은 ‘친자본주의’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2020년 대선의 야당 후보 스베틀라나 티카노프스카야는 반정부 유투버 세르게이 티카노프스키의 부인이다. 대선에 출마한 세르게이 티카노프스키가 시위 주도 혐의로 구속되자, 출마를 선언하여 후보가 되었다. 그는 여러 정당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였는데, 주요 정당은 벨라루스 기독교민주당, 사회민주당, 통합시민당 등이다.

위키피디아 설명에 따르면 기독교민주당은 친자본주의 정당이며, 동성애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통합 시민당도 소위 ‘시장개혁’을 핵심 강령으로 한다. 벨라루스 야권의 주요 지도자 중 하나인 발레리 쳅칼로의 정치적 신념은 대략 이런 것이다.

쳅칼로는 사적 소유가 성공적인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토대일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의 토대이기도 하다고 여긴다. 진정한 자유는 개인의 경제적 주권에 달려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생각하기에 경제적 자유와 자립을 위한 개인들의 열망이 인류문명 발전의 주요 원천이다.

쳅칼로가 생각하기에 소유는 인격의 화신이며 인간의 중요한 특성이라고 여긴다. 소유는 인간 본질의 실현을 위한 조건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민들이 개인적 존엄성의 조건인 경제적 자유를 누리도록 돕는 그들의 행동에 근거하여 평가되어야 한다.”Valery Tsepkalo, Wikipedia

 

이처럼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들은 사적소유를 신념으로 하는 반공주의자들이다. 그들의 루카셴코 독재에 대한 분노는 인민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되는 것에 대한 분노라기보다는 자본의 자유가 억압되는 것에 대한 분노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보고서: 『러시아 흔들기: 유리한 곳에서 싸우기』

벨라루스 사태 연구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랜드연구소의 2019년 4월 24일 보고서이다. 『러시아 흔들기: 유리한 곳에서 싸우기(2019년 4월 24일)』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미 제국주의가 유라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는 데에 장애가 되는 러시아를 공략할 다양한 수단을 연구한 문서이다. 게다가 우리의 논의 대상 벨라루스가 ‘지정학적 수단’을 다루는 4장에 소개되어 있다. 소제목은 ‘벨라루스 정권교체 촉진’이다. 그런 점에서 이 보고서는 벨라루스 사태를 이해하는 데에 상당한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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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발간 주체인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는 미국의 외교전략 연구기관이다. 미 제국주의의 이익과 관점에서 세계 정세를 분석하고 미 정부 등에 자문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랜드연구소는 초대 공군참모총장 헨리 아놀드와 군수자본 맥도널 더글러스사 주도 하에 1945년 설립되었다. 특히 일본과 한반도 민간인에 무차별 폭격을 자행하고,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전면 침공을 제안했으며, 북베트남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고 폭언한 5대 공군참모총장 커티스 르메이가 설립자 중 한 명이었다. 2019년 랜드연구소는 총 3억 5,700만 달러를 기부받았는데 그 중 82.7%가 미국 정부의 것이다.

이 보고서의 저자는 제임스 도빈스(James Dobbins) 포함 9명이다. 첫 저자 제임스 도빈스는 다음과 같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제임스 도빈스는 국무부 유럽 담당 차관보, 대통령 특별 보좌관, 발칸반도 국무장관, 유럽공동체 대사 등 국무부와 백악관 직책을 맡아 왔다. 도빈스는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행정부를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코소보, 보스니아, 아이티, 소말리아의 특사로 수많은 위기 관리 및 외교 문제 해결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력으로 보아 제임스 도빈스는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가진 노련한 외교전문가이다. 게다가 근무지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코소보, 보스니아, 아이티, 소말리아 등’ 미제국주의의 첨예한 격전지였다는 것은 제국주의 참모로서 그의 능력을 짐작케 한다.

랜드보고서는 연구 목적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러시아를 흔들기 위한 가능한 다양한 수단들을 검토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군사나 경제, 또는 국내외에서 정권의 정치적 입지를 압박할 비폭력적 조치들이다.이러한 조치들은 미국이 우위를 가지고 있는 영역이나 지역에서 경쟁하도록 유도하여, 러시아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과도하게 힘을 쓰게 하거나 또는 국내외적 위신과 영향력을 잃게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어서 이 보고서 전체의 차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대외 전략 개요가 드러나 그 자체로 흥미로우면서, 벨라루스 문제가 미국의 대(對)러시아 전략 속 어떤 위치인지 가늠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차례

1장 서문…방법론/개요와 보고서의 핵심 주장

2장 러시아의 불안요소와 약점들…1991년 이후의 러시아/ 군사/ 경제/정치/ 외교/ 불안요소들

3장 경제 수단들…러시아의 경제 상황/ 석유수출 훼방놓기/ 천연가스 수출 축소와 가스관 확장 훼방놓기/ 경제 제재 부과/ 러시아 인재 유출

4장 지정학적 수단…우크라이나에 치명적 원조 제공/ 시리아 반군 지원 증대/ 벨라루스 정권교체 촉진/ 남캅카스 긴장 이용/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 영향력 축소/ 몰도바에서 러시아 견제

5장 이념 ‧ 정보 수단…영향을 끼칠 경로/ 현재 러시아 정권의 정통성/ 국내 정치환경/ 러시아 정권에 대한 국내외적 지지 축소 정책/

6장 항공 ‧ 우주 수단…항공 ‧ 우주 작전 틀 변경/ 항공우주 연구개발 증대/ 핵전력 항공과 미사일 증대

7장 해양 수단…미국과 동맹국 해양군의 배치 증대/ 해군 연구개발 증대/ 핵의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잠수함으로 이동/ 흑해 전력 증강 제지

8장 육상과 다국적 수단…유럽의 미군과 나토군 증강/ 유럽의 나토 훈련 증대/ 중거리 핵무기 협약 철회/ 러시아의 위험을 이용할 새로운 도구 투자

9장 결론…군대에 대한 조언과 영향

 

4장 지정학적 수단…벨라루스 정권교체 조장

벨라루스 사태와 관련된 4장은 부분부분 음미하며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주요 나토 국가들 사이에 완충지 역할을 하며, 러시아 본토와 칼리닌그라드 사이의 연결 고리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루카셴코는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의 핵심 경유지로서 벨라루스의 위치를 이용하면서 권력을 유지했다.”

 

벨라루스의 지정학적 위치를 분석하고, 벨라루스가 러시아에 얼마나 그리고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다음은 벨라루스의 사회불안 요인에 대한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카셴코의 벨라루스 장악력은 약화될 수 있다. 2015년부터, 석유가격 하락과 외국 원조 저하로 벨라루스는 불황에 직면했다.루카셴코는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실업자를 탓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는 사회적 기생충 퇴치법을 도입했다. 연간 183일 미만 일하는 사람에게 250달러의 세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벨라루스 국세청에 따르면 이 세금은 47만 명에게 해당되는 것이고, 납부하지 않으면 최고 15일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세금 마감일은 2017220일이었다. 54,000명의 사람들만 세금을 냈다. 217일부터, 수천 명의 벨라루스인들이 세금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벨라루스의 사회불안 요인은 더 구체적으로 연구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시위 참여 대중과 2020년의 대중이 겹친다는 가정 하에, 반(反) 루카셴코 시위 참여대중이나 주도층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다음은 미국이 벨라루스의 사회불안을 이용하여 어떻게 반러시아 정권교체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보고서의 설명이다.

미국 입장에서, 벨라루스의 사회불안은 야당을 지원하고, 친러시아 성향의 오랜 독재자를 제거하며, 자유화를 지지함으로써 러시아를 흔들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 반대파에 대한 이러한 지원은, 미국 지도자들의 공개적 지지 선언에서부터 반대파의 자유민주적 벨라루스 국가 수립을 위한, 보다 직접적인 재정적 조직적 지원 제공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

리비아, 시리아,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홍콩 등에서도 비슷한 장면들이 있었다는 것을 관심 깊은 독자들은 느낄 것이다.

 

다음은 벨라루스 정권교체로 인해 얻을 이득에 대한 설명이다. 벨라루스를 쳐서 동시에 러시아 약화까지 노린다는 계획이다.

제로섬 세계에서, 러시아가 유일한 동맹국을 잃는 것은 서방세계에 분명한 지정학적 이념적 이득이 된다. 이는 미국의 오랜 정책 목표인 유럽의 마지막 독재를 종식시킬 것이다. 게다가, 그것은 EU에 맞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을 창설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약화시키고, 발트해 국가들에 군사적으로 대응 시도를 힘들게 할 것이고, 나아가 칼리닌그라드를 고립시킬 것이다.”

 

벨라루스를 ‘유럽의 마지막 독재’라고 칭하는 것은 재미있다. 2년여 동안 벌어진 ‘노란조끼 운동’을 무지막지하게 진압해 온 프랑스 마크롱이나, 한 해에 1,000명 가까운 사람을 태연히 쏘아 죽이는 미국 정권이 ‘독재’의 전형적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본가계급의 수장 제국주의자의 언어는 피억압인민의 그것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안다. 아마도 ‘유럽의 마지막 독재’라는 표현은 벨라루스 국유체제에 대한 적대감이 담겨있을 것이다.

 

이어서 보고서는 벨라루스 정권교체 작전의 성공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혁명을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미국이 루카셴코 반대 운동을 대중들에게 지지한다고 해서 혁명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2013년 조사에서 벨라루스 응답자 중 55%EU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는데, 이는 5년 전보다 15% 증가한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더 최근의 여론조사는 벨라루스인들이 혁명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2015년 조사에서 70%우크라이나식 혁명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벨라루스인 상당수는 국유체제의 혜택을 입는다. 그들은 구 소련권 나라들의 국유체제 해체가 어떤 재앙을 낳았는지를 보았다. 게다가 최근엔, 우크라이나 서쪽에 파시즘 정권이 들어서면서 나라가 분단되고 우크라이나인의 생활이 얼마나 더 처참해졌는지도 목도했다. 이런 점은, 더 나은 대안이 없는 한, 벨라루스 인민들이 루카셴코 정권의 부패 비민주 불합리 등을 참아내는 배경일 것이다.

 

보고서는 4장의 결론부에서, 2011년부터 반군을 이용하고 미군이 직접 개입하기도 하면서 아사드 정권 교체 작전을 벌이고 있는 시리아를, 벨라루스와 묶어서 설명한다.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과 벨라루스에서 컬러혁명 선동은, 이유는 다르지만 둘 모두 위험하다. 시리아의 경우, 반군에 대한 추가 원조가 미국의 이슬람 근본주의와의 전투 등 다른 정책 목표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그것은 중동지역 전체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게다가, 시리아 반군이 분열하고 쇠퇴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 방법은 실현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벨라루스에서 혁명을 선동하는 것은 몇 가지 문제를 일으킬 텐데, 러시아의 핵심 안보 이익을 위협할 것이다. 벨라루스의 혁명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벨라루스 인민들이 저항한다면 러시아로부터 강력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또 다른 무력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다.”

 

강력한 견제자 소련이 붕괴된 이후 미제국주의자들은 자신의 강도적 욕망을 전혀 숨기지 않는다. 요즘의 미제국주의자들은 이렇게 뻔뻔하다.

 

동유럽의 현대사: 자본주의 반혁명과 NATO의 동진(東進)

1917년 10월 혁명은 러시아와 인근 지역에서 인류 최초로 사적소유를 철폐하고 노동자국가를 수립했다. 2차 대전 결과, 소련 승전 지역과 민족해방 투쟁이 승리한 일부 지역에서 자본주의를 떠받치던 핵심 폭력인 제국주의가 타도되었다. 사적소유를 철폐하고 10월 혁명의 성과가 확대되었다. 낮은 생산성과 스탈린주의 관료집단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노동자국가는 동유럽 북한 중국으로, 그 후엔 쿠바와 베트남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트로츠키를 중심으로 좌익반대파가 분석하고 예측한 바, ‘선진자본주의 국가로의 혁명 확산 불발, 스탈린주의 사회기생 집단의 부패와 무능력, 저열한 생산성 수준 등’의 모순은 그 지역 내 자본주의 회귀 요인을 제거하지 못했다. 퇴보한/기형적 노동자국가의 약점을 자양분 삼아 자본주의 요소는 점점 자라났다. 급기야 1989~1991년 소련과 동유럽에 자본주의 반혁명이 일어났고, 이른바 ‘현실 사회주의’ 성채의 한 축이 무너져내렸다.

권력은 자본주의 회귀 세력에 넘어갔고, 붉은 깃발은 내려졌다. 사적소유와 부르주아 국가 깃발이 다시 게양되었다. 국가 권력을 장악한 자본주의 집권당은 곧이어 사적소유 전면화를 진행했다. 1991년 8월 자본주의 반혁명 지도자 옐친에 조아려 연단이 되었던 탱크는 1993년 10월 국가소유 해체에 반대하는 최고 소비에트 건물을 포격하였다. 러시아와 동유럽 인민의 생활수준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1991년 8월 19일 진압군 탱크 위에서 연설하는 옐친

1993년 10월 4일  국회의사당을 포격하는 탱크

 

소련권 붕괴 이후,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제국주의 기둥인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의 NATO는 동쪽으로 동쪽으로 그 영향력을 넓혀갔다. 제국주의 동진 정책의 목표는 ‘자본주의화+친제국주의 정권교체’이다. 동진 정책의 동기는 ‘이윤의 최대화’이다. ‘이윤 최대화와 정권교체의 관계’를 레닌은 이렇게 설명한다.

금융자본은 당연히 종속된 나라와 민족에게서 정치적 독립까지 박탈하는 종속형태를 가장 유리한것으로 여기며 그것으로부터 가장 많은 이윤을 뽑아낸다. 이러한 점에서, ()식민지국은 중간단계의 전형적인 예인 것이다. 따라서 나머지 지역들이 이미 모두 분할되어 버린 금융자본의 시대에 이들 반종속국을 둘러싼 투쟁이 특히 격화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제국주의론6장 열강 간의 세계분할

 

이른바 ‘컬러혁명’이 동유럽에 빈발한 이유이다. 가장 최근의 친미 정권교체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접경한 우크라이나에서 2013~14년에 일어난 유로마이단 쿠데타였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동서로 분단되었다. 이제 벨라루스 차례가 된 것이다.

 

자본주의화를 비껴간 벨라루스의 역사

벨라루스는 이 지역을 휩쓴 자본주의 복귀 흐름에서 벗어나 있었다. 동쪽으로 러시아, 북쪽으로 발트3국, 서쪽은 폴란드, 남쪽으로 우크라이나 등 벨라루스를 둘러싼 주변국들은 같은 시기 모두 자본주의 반혁명에 휩쓸렸다. 권력의 계급적 성격이 바뀌었고, 국가소유체제가 붕괴되며 사적소유가 복귀되었다. 그런데 벨라루스는 홀로 국가소유체제의 섬으로 살아남았다.

원인을 분석하기 이전에, 『벨라루스의 역사』를 참조하여 1990년대 벨라루스의 정치역사를 요약해 본다.

벨라루스에서도 자본주의 복귀 흐름은 있었으나 주변국들과 양상이 달랐다. 1988년 발트 3국에 설립된 시민전선을 모델로 하는 시민전선을 조직했지만, 광범위한 지지를 얻지 못하였다. 시민전선은 대중과의 연계가 약했고, 벨라루스 정치 지도부 출신 인사는 한 명도 가입시키지 못했다. 시민전선이 내세운 벨라루스 민주화와 독립은 일반 대중뿐 아니라 핵심 지지세력이 되어야 할 대학생에게도 큰 열의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1990년 최고회의 선거에서도 345석 중 27석을 얻는 데 그쳤다. 대부분의 의석은 공산당 관료, 지역 행정관료, 국영 공업, 농업 기업의 간부들이 차지했다. 벨라루스 반혁명 세력은 소련 붕괴 여파가 벨라루스에 닥쳐 공산당 권력이 일시적으로 해체된 시점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 이후 처음 치러진 1994년 대통령 선거 결선에서 루카셴코는 80.1%를 얻어 대통령이 되었다. 루카셴코는 민주주의를 위한 공산주의자(Communists for Democracy)’라는 정파를 이끌고 있었고, 논란이 많은 저속한 연설로 유명했다. 루카셴코는 KGB 국경수비대 장교로 군 생활을 마친 후 집단농장, 건자재공장 등의 관리자를 거쳐 페레스트로이카로 인한 혼란시기인 1990년 최고회의 의원으로 선출되었다.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루카셴코는 러시아와의 화해정책을 취하고 민족주의 성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 민족주의를 강력히 옹호하는 벨라루스 시민전선(Belarusian Popular Front)’과 충돌했다. 1994년 대선에서 루카셴코의 승리와 뒤이어 1996년의 국민투표는 스탈린주의 관료집단 지배의 유지, 자본주의 복귀/사유화 과정의 무기한 중단 및 역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벨라루스는 어떻게 ‘자본주의화+친제국주의 정권교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나?

‘자본주의화+친제국주의 정권교체’가 벨라루스에서 일어나지 않은 가장 첫 번째 까닭은, 벨라루스가 러시아를 제외하고 서방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벨라루스보다 더 서쪽에 있었거나 서방에 가까운 구 공산권 나라들인 ‘폴란드, 체코, 유고슬라비아, 헝가리, 루마니아, 발트 3국, 우크라이나’ 등엔 자본주의 복귀 이후 차례로 친제국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곧 NATO로 편입되었고, 러시아를 겨냥한 미사일 기지가 건설되었다.

나토의 확장

둘째, 벨라루스는 경제적으로 제국주의에 아주 매력적인 나라는 아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접경이기는 해도 천연자원이 별로 없다. 게다가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영토 상당 부분이 심각히 오염되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당시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중부 도시의 방사능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시한 인공강우로 인해 벨라루스는 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인공적으로 유도된 비가 내리는 길 위의 수십만 벨라루스 사람들은 방사능에 피폭된 채 살아왔고, 국토의 22%가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벨라루스 고멜지역 위생, 역학 및 공중 보건 센터20193월 방사능 검사결과를 보면, 241개의 식품 샘플을 조사한 결과 23(9.5 %)의 샘플에서 RDU-99(식품 및 식수의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벨라루스의 비극

 

셋째,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벨라루스는 유럽행 러시아 송유관이 지나가는 땅이고, 발트해의 부동항 칼리닌그라드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다. 만약 이 지역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다면 러시아는 목줄이 조여지는 상황이 될 것이다. 러시아로서는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서부처럼 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러시아: ‘자본주의 열강이지만, 제국주의는 아니다’

미국과 더불어 러시아는 동유럽과 벨라루스 정세에 결정적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러시아 사회성격 분석은 의미가 크다.

러시아는 1991년 이후 자본주의 국가로 되돌아갔다. 자본주의 러시아는 ‘광대한 영토, 엄청난 천연자원, 막강한 군사력, 낙후한 생산성’ 등을 특징으로 한다. 앞의 3가지 특징은 소련의 후광을 이으며 강대국 즉, 세계 열강 중 하나로 행세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선진 제국주의에 비해 큰 격차를 보이는 생산성은 제국주의 즉, ‘초과이윤 수취를 동기로 하는 금융자본의 식민주의’의 반열에 들지 못하게 한다.

제국주의의 식민지 팽창 정책은 그 나라 자본가들의 주관적 소망 때문이 아니다. 이윤 최대화를 지향하는 자본의 본성적 요구에 이끌린 결과이다. 제국주의 팽창정책은 초과이윤(“자국 노동자들로부터 착취하고 있는 이윤 이상의 이윤”/레닌) 수취라는 제국주의 금융자본의 자기 본성의 실현이다.

그런데 2020년 기준 러시아의 월 최저임금은 12,130루블(한화 약 23만원/월)에 불과하다(「러시아, 2020년 최저임금 인상」). 이 상황에서 자본이 러시아 해외로 나가 “자국 노동자들로부터 착취하고 있는 이윤 이상의 이윤”을 얻어내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게다가 해외의 착취구조를 현지인민과 제국주의 라이벌로부터 방어하고 착취한 물자나 이윤을 본국으로 안전하게 가져오는 군사 비용 등까지 고려하면 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는, 러시아 자본가 계급의 주관적 자기 정체성이 어떠한가와 관계없이, 제국주의 국가가 될 수 없다. 육식을 소화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포식자가 될 수 없다.

경제적으로 러시아는 자국의 노동으로 생산한 가치의 일부가 상품 교환, 외자 융자, 직접 투자 등으로 제국주의 국가로 유출되는 나라 즉, 식민지이다. 한편 정치적으로 러시아는 자주권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는 반(半)식민지국가이다.

한편 러시아는 자원부국이다. 러시아 자본가들은 정치적 결정권을 잃고 서방 제국주의의 마름으로 전락되기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제국주의 군대가 진주하여, 자기 마당의 자원을 제 것마냥 퍼날라 탕진하는 것을 뒷전에 서서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사회적 지위는 형편없이 쪼그라들고 비굴한 자세로 부스러기 수준의 이윤만 얻어먹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옐친 이후 2000년부터 지금까지, 러시아 자본가계급이 푸틴을 중심으로 강력한 보나파르트 민족주의 정권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자원부국이면서 보나파르트 민족주의 정권이 들어선 베네수엘라, 이란, 카다피 시절의 리비아 등과 같은 사정이다.) 옐친은 자본주의 정권으로 갓 태어나 러시아 내부 국유화 해체 반대파에 맞서야 했다. 내부 지지가 취약했고 서방에 기대어야 생존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 10년 사이 자본가 권력은 훌쩍 컸고, 제법 굵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제 땅에 지닌 노다지 같은 천연자원은 서방 제국주의에 마냥 굴복할 수 없는 강력한 동기를 주었다. 소련으로부터 물려받은 막강한 군사력은 자기 목소리를 지킬 배짱을 가지게 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의 질주에 수동적이고 방어적이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진 세계 무대에서 미제국주의는 거칠 것이 없었다. 과거 소련의 영향력 아래 있던 나라들을 경제 ‧ 군사 ‧ 정치적 방법을 동원하여 하나 둘 복속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1992년 소말리아, 1999년 세르비아, 2001년 아프가니스탄, 2003년 이라크, 2011년 리비아와 시리아 등을 직접 침공하거나, 그 지역 친미 집단을 지원하여 내전이나 쿠데타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친미 정권을 세웠다. 그러면서 점점 가장 탐스런 먹잇감인 러시아에 다가왔다.

푸틴 포함 러시아 자본가 계급은 친서방적이었고, 심지어 미국과 세계운영의 동반자가 되려는 순진한 환상마저 품고 있었다. 이러한 러시아를 결정적으로 각성시킨 것은 2013~14년 우크라이나 사태였다. 구 소련 영향권의 나라들이 미국 수중에 차례로 떨어진 뒤, 하나같이 러시아 적대국이 되는 것을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게 되었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상하자 치아가 무척 시려워진 것이다.

2011년부터 미국 주도 정권교체에 시달리던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요청에 2015년 러시아는 드디어 움직였다. 같은 처지에 시달리던 이란과 더불어 시리아에 군대를 파견하여 아사드 정권 방어에 나섰다. 치아를 지키려면 먼저 입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는 ‘정치 군사적’으로 벨라루스의 친서방 정권교체에 반대한다. 그러나 ‘소유체제’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자본주의 러시아는 벨라루스 국가소유체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벨라루스 국가소유 체제에 대하여, 러시아 자본가계급은 제국주의자들과 같은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유럽의 마지막 ‘퇴보한 노동자국가’ 벨라루스는 폭군 호랑이 시어칸을 피해 늑대 무리의 보호를 받는 모글리 형국이다.

 

요약과 결론

1917년 10월 민스크 노동자병사소비에트가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라고 선언하는 포고령을 내리면서 벨라루스도 러시아 혁명의 일부가 되었다. 소련이 존재하던 시기 벨라루스는 퇴보한 노동자국가 소련의 일부로 존재했다. 1991년 소련의 붕괴는 벨라루스에도 일시적 동요를 낳았으나 벨라루스에서는 자본주의가 복구되지 않았다. 벨라루스는 ‘퇴보한 노동자국가’의 허물어진 성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나라가 되었다.

세계 제국주의 입장에서, 벨라루스는 아직 자본주의로 미복귀한 땅이면서 동시에 최종 먹잇감 러시아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서도 정복해야 하는 대상이다. 세계 노동계급의 입장에서, 루카셴코에 아무런 환상을 가지지 않으면서, 벨라루스의 소유체제 전복과 친제국주의 정권교체 시도를 막아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루카셴코를 군사적으로 방어한다.

루카셴코는 자본주의 복귀로 가는 길에 놓인 장애물이지만 동시에 사회주의 건설의 장애물이기도 하다. 과거 그리고 현재의 스탈린주의 관료집단이 그렇듯, 루카셴코 관료집단은 한편으로는 노동계급적 소유체제 방어 동기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노동인민으로부터 관료적 특권을 방어하기 위해 친자본주의적, 반노동계급적 행태를 보인다. 벨라루스에서 그런 움직임은 단체협상의 개별계약으로의 대체, 연금개악, ‘실업세’ 도입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In Belarus, the Left Is Fighting to Put Social Demands at the Heart of the Protests」 참조). 따라서 현상유지는 상대적으로 윤택한 삶의 원천인 국가소유를 보존하는 최선이 아니다. 벨라루스 정권은 레닌과 트로츠키의 국제주의 혁명강령에 입각한 노동계급의 혁명정권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벨라루스의 운명은 세계 혁명의 전망에 달려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세력은 세계 곳곳에 싸움판을 벌여놓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기형적 노동자국가 북조선(북한)과 중국을 상대로 한 일촉즉발의 긴장이 끊이지 않고, 베네수엘라 시리아 이란 예멘 홍콩 볼리비아 등에서 정권교체 작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침략 전쟁을 마무리 못해 20년 가까이 허우적대는 중이다.

세계 노동계급은 그 전투들에서 반(反)제국주의 편에 서서 싸워야 한다. 지금도 고전하고 있는 그 전투들이 제국주의의 패배로 귀결되고 그 패배가 쌓일 때, 제국주의가 지탱하고 있는 세계 자본주의 성채는 결국 무너질 것이다. 세계 노동계급이여 단결하자! 제국주의 패배를 위한 투쟁의 선두에 서자!

 

2021115

볼셰비키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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