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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개혁/개방’을 둘러싼 한반도의 정세

 

한해가 저물어 가던 작년 12월 15일 남한의 부르주아 일간지들은 어느 백화점에서 판매가 시작된 북한 산 냄비를 크게 보도했다. 남한의 [리빙아트]사에 의해 개성공단에서 생산되어 처음으로 시판에 들어간 이 냄비는 남북 화해와 평화를 앞당기는 새로운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 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 냄비 제조회사의 개성공단 공장 준공식 기념식에 참석하여 이렇게 말했다:“오늘 남과 북의 근로자가 한 공장 안에서, 함께 일해 만든 제품들은 남쪽으로 판매되는 것은 물론 세계시장으로 널리 뻗어나갈 것입니다. 여러분은 단지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녹이고 화해를 만들고 평화를 함께 생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 시내에서 80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개성공단은 직선 거리로 곧장 차를 몰면 한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이 짧은 거리를 사이에 두고 남북의 사람과 물자가 들락날락하다보면 휴전선이니 전쟁이니 하는 생각들은 아스라한 과거의 기억이 될지도 모른다. 특히 개성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지역은 유사시에 북한의 전차부대가 가장 빨리 그리고 손쉽게 서울로 진격할 수 있는 통로이다. 여기에 북한이 남한 기업들을 위해 공단을 차려주고 군부대를 뒤로 물리었다면 북한의 평화 제스처는 그 진의가 충분히 전달된 셈이다.  

그러나 한반도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온 지정학적 요충지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즉 남북 당사자만의 경제교류 활성화가 한반도의 긴장완화 내지 평화를 조성할 수 있다는 성급한 판단은 불가능하다는 얘기이다. 5년 전에 김대중이 김정일을 평양에서 만나 악수할 때 제국주의 언론은 물론이고 민노당을 비롯한 남한의 좌익은 대부분 남북정상회담을 한반도 평화를 위한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하고 환호했다. 그러나 2년 뒤에 터진 서해교전과 뒤이은 북핵 공방은 이러한 환호가 성급했음을 증명했다.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인 민족주의가 아니라 노동계급의 국제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볼 경우 지배계급이 주창해온 소위 남북화해와 협력은 결코 환호할 현상이 아니다.

 

<개성공단: 북한판 마산수출자유지역>

냄비하면 금방 뜨거워졌다 금방 식는 속전속결 내지 변덕의 대명사인데 아니나 다를까 위에서 얘기한 북한산 냄비는 불황인데도 불티나게 팔려 이틀만에 1천 세트가 동이 났다. 이 구매열기에는 당연히 북한에 대한 민족주의적 애착심과 한반도 평화의 염원이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어니 해도 국내 판매가의 반값에 불과한 싼 맛이 크게 작용했다.  

그렇다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얼마나 싸서 반값에 냄비를 팔 수 있는 것일까? 개성공단 입주 제조업체들과 북한 당국이 합의한 내용에 의하면 개성공단 노동자들은 한달에 최저임금 57.5 달러를 받는데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7만원에 불과하다. 이들이 일주일에 48시간을 일하니까 시간당 받는 급료는 360원 정도이다. 이 수준은 중국이나 베트남 노동자의 급료보다 낮다. 남한의 사정으로 계산하면 하루 10시간 일해야 짜장면 한 그릇 값밖에 나오지 않는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시절에 노동자들의 하루 일당이 설렁탕 한 그릇 값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유사하다. 물론 북한은 기본 의식주를 국가가 책임지니까 평생 일해야 겨우 아파트 한 채 장만할까말까 하는 남한 노동자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2002년 7월 1일부로 시작된 북한의 경제관리개선조치로 배급제도가 철폐되고 그동안 쌀값이 500배 이상 뛰었다는 점등을 감안하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생활은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까지 남한의 노동자들이 겪었던 장시간 노동과 기아임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더욱이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은 남한 제조업 노동자 평균임금의 2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남한의 제조업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자리가 중국과 동남아 뿐 아니라 이제 북한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걱정해야한다. 개성공단이 남한 자본가들의 제조업 기지로 번창하고 북한의 다른 곳에서도 이와 유사한 공단들이 건립되면 안 그래도 가뜩이나 어려운 남한의 제조업 노동자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린다.

그러나 개성공단에 입주한 공장의 주인들은 일이 순조롭게 풀리면 더 이상 좋을 것이 없을 것이다. 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이 중국이나 베트남에 비해 싼 것도 그렇고 중국이나 동남아에 진출한 업체들에 비해 제품 운송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대단히 적게드는 것도 너무 좋다. 특히 북한 노동자들은 우리말과 문화를 가지고 있으니 남북화해니 ‘통일역군’이니 하면서 민족주의에 호소하여 이들을 더욱 착취할 수 있어서 좋다. 여기에 남한과 북한 정부가 다방면으로 사업이 잘되도록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탄압할 것이니 한마디로 개성공단은 남한의 제조업체들에게는 낙원과 같은 곳이 될지도 모른다.

사실은 낙원 정도가 아니다. 중국이나 동남아 제조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났던 그간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개성공단을 비롯한 북한의 경제특구는 남한의 제조업 자본가 집단에게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북한의 김정일 관료집단은 개성공단 입주업체들로부터 소득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받아 체제 유지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할 수 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제상황에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마련될 수 있게 된 셈이다.  

결국 정동영이나 민족주의자들의 남북 화해와 평화 운운은 남북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 남한 자본가들의 국제경쟁력과 이윤을 보장하고 북한 노동자와 인민을 억압하는 김정일 정권의 유지에 복무하는 실제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좀더 장기적으로 보면 남한 자본의 침투를 통해 북한의 현 체제를 붕괴시키고 자본주의 착취의 장을 한반도 전체로 확장시키겠다는 남한 자본가계급의 의도를 그럴싸하게 포장한 상투어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남한 노동운동은 이 현상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할까? 당연히 북한 형제 노동자들의 모든 노동권 쟁취 투쟁을 지지하고 지원해야한다. 과거 박정희 정권 이상으로 노동자의 자주적 운동을 탄압하는 북한의 스탈린주의 정권에 맞서 북한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투쟁을 적극 엄호해야한다. 동시에 북한 정권의 반노동자적 성격을 폭로하여 북한 노동자들이 김정일 정권을 타도하고 진정한 노동자국가를 수립하도록 도와야 한다. 과거나 지금이나 남한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난을 함께 겪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을 나 몰라라 하면 이것은 진정한 노동자의 도리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남는다. 남한 노동자들의 빼앗긴 일자리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올바르게 대답하기 위해서는 북한 노동자들의 경제적 정치적 투쟁을 단순히 지지 지원하는 이상의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미일 제국주의의 동아시아 전략: 중국의 자본주의로의 추락>

이 근본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우선 한반도에 대한 제국주의 세력의 구상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은 개성공단을 비롯한 북한의 개방정책에 대해 어정쩡하게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겉으로는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지지한다고 공언하지만 속으로는 이것을 저지해야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25일 신임 주한 미국 대사 크리스토퍼 힐은 민화협 초청 강연회에서 “개성공단사업이 북한경제를 개혁할 수 있지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는 만큼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이로부터 3일 후 미국 의회조사국 소속 동아시아 전문가 마크 매닌 박사는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한이 개성공단 사업을 밀어붙일 경우 한미관계의 균열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개성공단 사업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로 “민감한 물자와 공작기계류 등이 북한에 반입될 가능성과 아직도 테러지원국가로 분류돼 있는 북한에서 생산된 물품이 미국으로 수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현재 개성공단에 투입될 남한 기업들의 장비들 가운데 펜티엄급 컴퓨터를 비롯한 생산 필수 품목들을 전략물자로 규정하면서 공단 반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이에 북한 당국은 미국 정부가 자주적 남북 교류에 제동을 걸고 군사적 도발을 계획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성명을 통해 비난해왔다.

더욱이 작년 10월 18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상원과 하원을 각각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에 서명하여 북한에 대한 압박의 또 다른 무기를 들었다. 이 법은 북한의 소위 인권 개선을 빌미로 미국 정부가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여 북한 정권의 붕괴를 도모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특히 상당한 예산이 배정되어 실제 정책을 시행하게 되어 있다. 이 법이 제정되자마자 열린우리당의 일부 의원들은 부시 대통령의 법안 서명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한다고 공식 항의하기도 했다. 북한인권법은 쿠바(1992년), 이라크(1998년), 이란(2003년) 등 미국이 노골적으로 적대시하고 체제를 전복하려는 국가들에 대해 통과된 유사법과 같은 성격이기 때문에 그 의도가 너무도 명백하다. 당연히 북한 당국은 성명을 발표하여 이 법의 제정은 북한에 대한 ‘정권 교체(regime change)’ 시도를 한 차원 격상시키는 의도라며 미국을 비난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이 내심 원치 않는 것은 남북한 정권의 협력 증진이다. 북한을 테러국가로 지명하고 ‘세계평화’에 가장 심각한 위협 가운데 하나라고 선언한 마당에 남한 정권이 김정일 정권과 협력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남북 정권이 갈수록 밀착할 경우 한반도에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북한에게 그야말로 우방 중의 우방은 아무래도 중국이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국경으로 직접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에게 석유, 석탄을 비롯한 물자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특구에 투자를 할 가장 강력한 주체도 중국이다. 작년 10월 남한의 부르주아 일간지들의 보도에 따르면 개성공단의 사업 진척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김정일은 실망하고 중국 자본가와 해외동포 자본가들에게 빗장을 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10월 22일 대외무역 부부장 김영철은 평양에서 열린 무역박람회에서 외국 자본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미화 38달러로 대폭 낮추겠다고 북한 정부의 계획을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자본은 신의주, 평양, 남포, 원산, 함흥 그리고 백두산 등지에서 제조업, 항만 시설업, 관광업 등에 대한 진출을 추진 중이다.

중국이 이처럼 북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당연히 미국의 위협이다. 미국이 북한을 점령하거나 김정일 정권을 전복시키고 친미 괴뢰정권을 수립할 경우 중국은 군사적 경제적 최강대국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대치해야한다. 이 상황은 중국 공산당 정부에게는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소위 시장사회주의 정책을 통해 대외 자본을 유치하여 경제를 활성화시키면서 체제 유지에 골몰하고 있는 중국정부에게 가장 큰 위협은 자본주의 반혁명 세력이다. 자본주의의 확대로 일자리와 각종 혜택을 잃고 있는 노동자와 농민이 연일 정부에 저항하고 유혈사태를 촉발하고 있으나 이들은 아직까지 일관된 강령과 조직으로 정치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체제 위협 세력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반혁명 세력은 다르다. 이 점은 중국이 자본주의 세계에 의해 포위되어 있으며 나날이 침투 당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없다. 소련과 동구의 ‘현실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자본주의로 넘어갔기 때문에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제국주의 세력의 궁극 목표는 중국의 붕괴이다. 러시아의 경우처럼 중국이 붕괴하고 자본주의로 복귀할 경우 광대한 영토와 무진장한 자원을 가진 중국은 제국주의 자본에게 노다지를 안겨줄 것이다. 공산당 정권이 소유했던 생산수단은 헐값으로 제국주의 자본 내지 제국주의 자본과 결탁한 중국 토착자본에게 넘어가고 중국은 결국 제국주의의 정치적 경제적 식민지로 전락할 것이다.

현재 중국에 침투해 있는 자본주의적 관계는 중국 영토 안에서 자본주의 반혁명 세력의 토대이다. 중국의 스탈린주의 관료집단은  노동자 농민의 저항과 자본주의 세력의 침투 사이에서 곡예를 하고 있는데 이 곡예가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장악하면 중국 전역을 자본주의로 복귀시키려는 반혁명 세력은 크게 고무되어 공산당 정부 타도에 적극 나설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용하여 될 수 있으면 미국의 영향력을 한반도에서 감소시켜야할 시급성에 직면해 있다. 이를 위해 김정일 정권을 어느 정도 지원해 주면서 경제협력이나 군사협력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개입을 확대하고 김정일 정권이 붕괴될 경우 사태를 장악할 준비를 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전: 미 제국주의의 압박 전술>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세계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미 정부의 주장은 아직까지 주장으로만 남아있다. 이 주장이 마치 사실처럼 인정되고 현실적인 힘을 갖는 이유는 제국주의 언론에 의해 반복되고 있고 이것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남한의 부르주아 언론의 앵무새 짓 때문이다. 계속 듣다보면 믿게 되는 법이다. 하여간 중요한 것은 미국의 정보당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구체적 물증을 아직까지 제시한 바가 없고 어쩌면 영원히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반복하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주장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의 핑계에 불과하다고 추론하는 것이 타당하다.

설령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치자. 7천5백기가 넘는 핵폭탄에다 폭격기, 미사일, 항공모함, 구축함 등 다양한 발사 무기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 대해 북한이 핵 공격을 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미국의 보복 핵 공격으로 북한이 완전히 초토화되는 상황을 초래할 정도로 김정일과 그의 부하들이 어리석지는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이것은 세계 어느 구석이든 핵무기를 터뜨릴 능력이 있고 실제로 그런 적이 있는 유일한 나라인 미국의 핵 위협에 대한 방어용일 뿐이다. 당연히 남한의 노동운동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거나 개발할 경우 이것을 제국주의의 핵 위협에 대한 주권 방어의 행위로 옹호해야한다.

그리고 북한이 회교 근본주의 세력과 같은 테러 집단에게 핵무기를 팔아 넘길 지도 모른다는 미국의 주장 역시 황당하기 그지없다. 방사성이 강하여 처리하기도 위험하고 핵무기를 제조하기도 힘든 플루토늄 핵 물질보다 취급과 핵무기 제조가 상당히 쉬운 농축 우라늄 핵 물질이 일반적으로 밀매될 수 있는 핵 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극도의 에너지 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엄청난 전기가 필요한 농축 우라늄 시설을 가동했거나 지금 가동하고 있을 가능성은 맥주 안주용 비스킷이 부시의 목에 걸려 그가 맥주 마시다가 임기 중에 사망할 가능성만큼이나 희박하다. 핵무기 밀매 가능성이 있는 나라는 러시아 정도로 한정되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이것을 알고 있는 중국은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핑계삼아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하지 않도록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주장하며 6자 회담을 주도해왔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유포시키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북한에 확대하고 미국의 북한 점령을 원치 않는 러시아와 보조를 같이 할 경우 상황은 중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것이 중국 공산당 정부의 계산이다. 중국의 관변 역사학계가 고구려를 중국 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 북한 체제가 붕괴할 경우 북한을 흡수할 계획을 중국 정부가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일본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 미국과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핵을 보유하기 전까지는 미국의 핵우산이 필요하고 동북아에게 가장 강력한 군사적 경제적 라이벌 중국이 붕괴하고 자본주의로 복귀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역시 붕괴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 일본에게 김정일 정권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중국은 당연히 타도의 대상이다.

 

<남한 부르주아 계급의 딜레마>

미국과 일본의 대북 정책은 남한 정부를 대단히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개성공단 등을 통해 세계시장 내에서 남한 자본가들의 생존을 도모해야하는데 큰 형님인 미 제국주의가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결국 노무현 정부로서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이라는 명분으로 미국을 설득하면서 북한이 개방을 통해 악질적 성격을 버릴 것이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군사적 공격을 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고 호소하면서 최대한 미국의 대외정책에 협조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이다. 노 정권의 이라크 파병은 이런 딜레마의 표현이다.

작년 11월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과정에서 노무현이 부시에게 “같이 개성공단에 가봅시다”라고 제안을 했고 이에 부시는 “그러면 같이 가봅시다”라고 응답했다는 소문이 남한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것은 남한 부르주아 계급의 소망을 표현하는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물론 부시는 개성공단에 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했던 것처럼 휴전선 철책에서 미군 병사들과 포즈를 취하면서 지구상의 ‘불량국가’, ‘폭압 정권’들을 하루바삐 몰아내야 ‘세계평화’와 ‘민주주의’가 정착될 것이라고 떠버릴 것이다.  

 

<북한 내부의 자본주의 반혁명 세력>

올해 1월 17일 반북 성향의 웹사이트 데일리엔케이(www.dailynk.com)에는 남한의 부르주아 계급에게 반가운 소식이 하나 소개되었다. 북한의 반체제 조직의 활동이 담긴 동영상 자료가 입수되었다는 것이다. 이 동영상에 의하면 북한 인민이 경제난에 의해 극심한 고통을 당하는 이유는 김정일 때문이므로 이 정권을 타도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함경북도의 국경도시 회령의 여기 저기에 붙어 있었다. 김정일 정권에 반대하는 조직들이 반체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것은 얼마든지 개연성이 있다. 북한 인민을 자극하여 내부에서 자본주의 반혁명을 기도하게 만드는 것이 미 제국주의로 보아서는 비용 측면에서나 이데올로기효과의 측면에서 유리하다. 현재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자본주의 반혁명 단체들은 성업 중이다. 미국의 대북 관련 시민단체(NGO) 연대기구인 [북한자유연대]가 이의 대표적인 경우인데 미국의 정보기관들과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1989년 동구에서 가장 먼저 자본주의 반혁명이 성공한 폴란드의 경우 스탈린주의 정권에 도전한 연대 노조는 미국 중앙정보국과 교황청 등 반동제국주의 세력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반혁명에 성공했다. 미국이 타도하기를 원하는 정권에 대한 내부 전복 활동은 미국 중앙정보국의 가장 중심적인 활동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북한자유연대]는 1월 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조직적으로 독가스연구소를 갖고 정치범을 대상으로 한 독가스 실험실을 운영해온 게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확인됐다면서 “유엔과 국제적십자사 등 국제기구가 북한의 정치범 대상 가스실험실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정권의 비민주성과 만행에 대한 이런 식의 보도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면서 김정일 정권이 미국의 신임 국무장관 라이스의 말대로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 임을 인식시키려는 제국주의 반혁명 세력의 선전은 강화될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1995년 함경북도를 관할하는 인민군 제 6군단의 쿠데타 기도 사건이 북한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자본주의 반혁명 기도였다. 제 6군단 정치위원 (소장에서 중장 계급)을 포함한 400여명의 군장성들이 김정일 정권 전복을 기도하다 모두 처형당한 이 사건은 미 정보당국과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되었다. 한국군 및 미군을 나진항으로 끌어들여 일단 후방을 점령한 후 평양으로 진격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이 쿠데타 모의는 자본주의 정치 강령으로 보아 철저한 반혁명 기도였다. 처형된 장성들의 가족들은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고 이들의 친인척까지 처벌을 받은 후 제 6군단 부대들이 완전히 다른 부대들로 교체가 된 이 사건은 특히 외부와의 접촉이 비교적 용이한 국경지방을 중심으로 반혁명 기도가 계속될 가능성을 점치게 하고 있다.     

 

<’실리 사회주의’: 북한판 ‘시장사회주의’>

김정일 정권이 2002년 7월 1일부로 시행한 ‘실리 사회주의’의 첫 대대적 정책인 경제관리개선조치는 붕괴 일보직전에 있는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강요된 선택이었다. 사회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20% 정도 밖에 확보하지 못해 공장 가동율이 30% 이하로 떨어지고 인구의 3분의 1이 외국의 식량 지원으로 연명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경제운용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북한의 관료집단에게는 자살행위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소위 시장사회주의는 구 소련과 동구, 중국, 월남, 쿠바 등이 이미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는 현상으로 집단적 계획경제가 대중 민주주의가 아니라 관료적 명령체제로 운영되는 체제에서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집단적 계획경제는 생산대중의 창조성과 자발성이 받쳐주어야  효율을 기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의 정치적 권리가 철저히 억압된 상황에서 체제의 비효율과 낭비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관료집단이 선택하는 것이 대외자본의 도입으로 인한 ‘자본주의적 효율’ 빌리기이다. 체제의 비효율이 대단히 심화된 상황에서 도입하는 이 자본주의 도입 방식은 노동계급의 정치혁명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 관료집단의 무덤을 파게 마련이다. 이 현상은 노동자국가의 관료집단이 특정 소유체제에 기초한 지배계급이 아니라 기생적 억압 집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가장 늦게 자본주의 관계를 도입했지만 북한의 ‘시장사회주의’도 다른 나라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관리개선조치로 인해 그나마 명목상으로만 남아있던 배급제도는 공식적으로 철폐되었다. 그리고 개별 기업체의 독자적 운영과 국가 통제에서 벗어난 분배체제 즉 자본주의적 시장의 개설도 허용되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배급 쿠폰은 사라지고 현금만 지불수단으로 사용되며 쌀의 경우 정부는 농민시장의 실제 가격 그대로 쌀을 농민들로부터 구입한다. 그리고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은 철폐되고 시장원리에 맡겨진 기업들은 자구책을 강구해야한다. 이 대신 개인 기업에 대한 대부분의 규제가 철폐되어 개인들은 자유롭게 기업을 설립하고 물건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된 3년이 채 되지 못한 지금 ‘실리 사회주의’는 북한 인민의 생활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쌀값은 500배 이상 올랐고 기타 기본 생필품 가격도 수십 배에서 수백 배로 폭등했다. 이 개혁 조치로 10 배 가량 오른 월급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아 대부분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온갖 종류의 소규모 상행위에 종사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시장을 비롯한 개인시장들과 가판 대들이 우후죽순처럼 평양과 기타 도시들에서 생겨났다. 남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의하면 국경 지방 소도시의 어느 주부는 이렇게 말했다: “나라가 우리의 생계를 책임지는 때는 지났다. 우리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한다.”

이 상황은 김정일 정권에게는 치명적이다. 북한과 같은 철저히 통제된 체제에서 관료집단의 권위는 인민의 생활을 어느 정도나마 보장하는 것으로 확보되었다. 그리고 미 제국주의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켜 정권에 대한 반감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에 의해 유지되었다. 그러나 극심한 생활난이 자본주의 관계의 도입으로 빈부 격차의 증대, 부패의 만연과 결합할 경우 인민에 대한 국가기구의 권위는 완전히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국 자본이 도입되고 북한의 여러 곳에 경제특구가 설립되면서 자본주의 관계가 지금보다 확대될 경우 ‘실리 사회주의’의 해악은 더욱 커질 것이고 김정일 정권에 대한 대중의 반감도 그만큼 증대할 것이다.  대중이 정권의 사회주의 수사에 식상하는 정도가 커질수록 이 체제를 자본주의 반혁명으로부터 방어하기는 그만큼 힘들다.

 

<북한의 사회성격: 기형화된 노동자국가>

여기서 한반도 상황에 대한 노동계급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북한의 사회성격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노동운동권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국가자본주의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북한은 아직은 자본주의체제가 아니다. 북한은 김정일을 위시한 관료집단이 사회의 생산수단을 장악하여 관료적 명령을 통해 계획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집단적 경제체제이다. 집단적 경제체제는 노동계급에게 고유한 역사적 소유체제이다. 남한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할 경우 은행을 비롯한 경제의 핵심 중추 부문은 전부 보상 없이 몰수되어 전 인민의 소유가 되어 집단적 경제체제의 토대가 될 것이다. 혁명으로 수립된 노동자국가는 소유체제는 사회주의적이되 분배 규범은 여전히 부르주아적인 이중적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사회주의적 요소가 부르주아적 요소를 제압하는 만큼 노동자국가는 사회주의 건설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국가자본주의론자들은 노동계급이 국가권력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을 노동자국가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회의 토대인 소유체제가 아니라 정치체제의 민주성 여부를 가지고 사회의 성격을 규명하려는 비맑스주의적 태도이다. 과거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처럼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존재하지 않는 부르주아 체제가 존재하듯이 노동계급의 민주주의가 없는 노동자국가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트로츠키의 고전적 저작 [배반당한 혁명]은 러시아 혁명이 국제적으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발생한 반노동계급적 관료집단의 성격과 생성과정 그리고 그 종말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북한 체제의 모순적 성격은 역사를 되돌아보면 좀더 잘 이해가 된다. 북한은 동구, 중국 등 유사한 체제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의 사회주의 혁명으로 탄생하지 않았다. 제 2차 세계대전이 일본의 패배로 끝나면서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은 스탈린의 지시에 따라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북조선 인민위원회 정권 수립을 지원했다. 증언에 의하면 스탈린은 고등교육을 받은 남노당 당수 박헌영보다 중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젊은 김일성을 다루기 쉬운 인물로 생각하고 북한의 권력자로 밀었다. 김일성 정권은 토지개혁을 실시해 최소한 소유체제에 있어서는 봉건적 잔재를 일소시켰다. 이 과정에서 퇴보한 노동자국가 소련의 특징적 모습들이 대체로 북한에 도입되었고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라는 것은 아니다. 엄밀한 의미에게 사회주의 체제가 되려면 계급이 철폐되어야 한다. 모두가 노동자가 되어 계획경제에 입각한 생산활동을 하면서 집단적 소유의 특성이 온전히 발휘되어 생산력이 급격히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그런 체제라야 사회주의 체제라고 말할 수 있다. 엄밀한 의미의 사회주의 사회는 지구상에서 아직까지 존재해본 적이 없다.

중요한 것은 현 북한 체제에는 노동계급이 옹호해야할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비록 극심한 경제난으로 북한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말도 못하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식량, 주택, 의료, 교육, 일자리 등은 노동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졌다. 물론 스탈린주의 관료집단의 정치권력 독점과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개인 숭배 캠페인 때문에 충성을 맹세해야했고 한국전쟁의 파괴 속에서 사회 재건을 위해 고난의 행군을 해야했지만 북한의 노동자들은 남한의 노동자들과는 달리 실업의 두려움과 고통에 시달리지 않았고 아파트 한 채 장만하기 위해 평생 월급을 모을 필요도 없었으며 자식의 대학교 입학용 과외나 암 치료를 위해 가산을 소모할 필요도 없었다. 집단적 소유체제가 가져다 준 성과는 지금 상당히 유실되었으나 완전히 유실되지는 않았다. 이것을 우리는 옹호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 체제에 대한 내부의 자본주의 반혁명이나 미 제국주의의 체제 전복 기도에 대해서 남한의 노동자들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방어할 의무가 있다.

구 소련과 동구가 자본주의로 추락한 이후 이곳의 노동자 인민이 겪어온 참상을 생각하면 남한과 세계의 노동계급이 왜 북한 체제를 방어해야 하는 지가 쉽게 이해된다. [유엔개발프로그램]의 1999년 연구보고서는 이렇게 말한다:

“1990년대 이전에 중동부 유럽 그리고 구 소련(지금의 독립국가연합) 국가들은 높은 수준의 기본적 사회보장을 인민에게 제공하여 주목을 받았다…. 완전 평생 고용이 보장되었다. 현금 수입은 적었지만 안정적이고 변동이 없었다. 수많은 기본 소비재와 서비스는 국가 보조금을 받아 규칙적으로 공급되었다. 의식주 문제는 안정적으로 해결되었다. 교육과 의료는 무상으로 보장되었다. 퇴직자들에게 연금이 보장되었고 많은 종류의 사회보장 프로그램으로 이들은 정기적인 혜택을 누렸다…. 그런데 지금 러시아 인민은 꽤 좋은 교육, 건강한 생활, 적절한 영양 등을 더 이상 안정적으로 누릴 수 없다. 증가하는 사망률, 곧 닥칠 새롭고 파괴적인 유행병 등으로 생존 자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구 소련과 동구 국가들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은 실제로는 대공황의 완곡한 표현일 뿐이다. 생산기반의 붕괴와 치솟는 인플레는 사상 유례가 없다. 인간의 안정적 삶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보수적인 수치에 의하면 1억이 넘는 인민이 빈곤으로 추락했으며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인민은 불안하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 뿐이다.”

통계에 의하면 1991년과 1995년 사이에 러시아 남성의 평균수명은 63세에서 58세로 급격히 떨어졌다. 인구증가율은 1990년의 2.4%에서 1996년의 마이너스 5.4%로 추락했다. 한때 정복되었던 질병들은 공공의료체계의 붕괴로 급증했으며 매독의 경우 1989년과 1995년 사이에 발생건수가 이전 시기에 비해 무려 40배 급증했다.

북한이 자본주의로 추락하여 사회의 생산수단이 남한 및 기타 외국 자본에 헐값으로 넘어갈 경우 북한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나앉는 경제 난민이 될 것이다. 이 대재앙은 남한 노동자들에게도 전가되어 지금보다 더한 실업과 통일비용이라는 명목의 과중한 세금이 부과되어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다. 이 점은 동독을 자본주의적으로 흡수한 직후 서독 부르주아 계급이 소위 통일비용을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한 전례를 상기하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북한 노동계급의 정치혁명: 동아시아 사회주의 혁명의 뇌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남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어디서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해보자. 민족 국가로 쪼개져 있는 자본주의 하에서는 한번 국경 밖으로 넘어간 일자리는 다시 찾을 수 없다. 중국, 동남아, 북한의 노동자들을 원망한들 남한의 노동자들이 대량실업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리고 대량실업이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 자본가들이 비정규직 일자리들을 양산하면서 최대한 이윤을 쥐어 짜내고 있는 것이 남한 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다. 바로 이 때문에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서만 노동계급은 집단적 소유를 바탕으로 한 사회주의적 질서를 구축하여 자본주의의 모순들을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인류가 누리고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정도로 보아 사회의 생산수단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계획적으로 활용될 경우 노동자들은 일주일에 반만 일을 해도 모든 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시킬 수 있는 활동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북한의 노동계급이 김정일 관료집단을 타도하고 북한의 정권을 장악할 경우 남한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노동자들도 고무를 받아 자국 지배계급을 타도하는 투쟁으로 일어설 것이다. 이 결과 동아시아 사회주의 연방이 수립되면 이 지역의 자연 자원과 인적 자원이 계획적으로 활용되는 가운데 이 지역의 사회문제는 한꺼번에 해결될 것이고 상존하는 전쟁의 위협은 제거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노동계급도 자국 지배계급을 타도하는 투쟁으로 일어서면서 동아시아 사회주의 혁명을 지원할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확인할 것이 있다. 김정일 관료집단을 타도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혁명은 사회혁명이 아니라 정치혁명이라는 것이다. 사회혁명이 경제적 토대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에 비해서 정치혁명은 토대는 그대로 두고 정치권력 집단과 체제를 제거하는 것이다. 북한은 토대가 노동계급에게 고유한 집단적 소유이기 때문에 사회혁명이 아니라 정치혁명으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치혁명에 대한 명확한 예는 1956년 헝가리 혁명이 제공하고 있다. 1956년 봄 소련공산당 제 20차 전당대회에서 흐루시초프는 스탈린의 만행을 비난하는 연설을 했다. 이 역사적 사건은 스탈린 격하운동의 시발이 되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스탈린주의 관료들과 비밀경찰의 억압 그리고 생활고에 항의하는 시위가 헝가리 전국에서 터져 나왔다. 스탈린의 하수인들에 의해 처형된 공산당 지도자 라즐로 라지크와 그의 동료들을 기리는 10월 9일의 집회에는 20만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지식인과 학생들이 처음 시작한 이 운동은 공장노동자들에게로 확산되었다. 시위대는 스탈린주의 관료들의 축출과 처벌, 평당원의 비밀선거에 의한 당 지도부 선거, 새로운 당중앙위원회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소집, 평화조약에 기초한 소련군의 철수, 임금인상, 모든 공장에서 소비에트의 수립, 파업의 자유 등을 포함한 노동자 민주주의의  회복, 임레 나지를 수반으로 하는 새 정부 구성과 라코시 정권의 퇴진 등을 요구하였다. 처음에는 헝가리 군대가 시위 진압에 동원되었으나 병사들이 시위대에 합류했다. 다음에는 소련군이 시위진압에 동원되었으나 소련군 병사들도 시위대에 동조했다.

이 과정에서 헝가리 공산당원의 80% 이상 그리고 군대가 혁명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 당시 헝가리 군대의 개혁 책임자 말라테르 대령의 발언은 이 혁명의 사회주의적 성격을 명확히 대변했다: “우리는 자본주의로 복귀하기를 원치 않는다. 우리는 헝가리 사회주의를 원한다. 이 나라에서 자본가와 지주들은 결코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소련군 병사들이 혁명을 소련으로 전파할 것을 두려워한 소련의 공산당 지도자들은 헝가리 주둔군을 전부 철수시키고 헝가리 말을 못하는 새 부대를 보냈다. 11월 4일 소련 탱크 부대와 시위대의 전투에서 2만 명의 헝가리인과 3천 5백 명의 소련군이 사망했다. 결국 18일만에 혁명은 실패로 끝났다.  

비록 헝가리의 노동자 정치혁명은 실패로 끝났으나 스탈린주의 관료집단의 타도와 소비에트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한 이 혁명의 사회주의적 강령은 지금 북한 노동자들의 강령이 되어야한다. 남한의 사회주의 혁명 세력은 ‘개혁/개방’과 경제난으로 인해 와해되고 있는 북한의 사상통제체제를 틈타 북한 노동자들에게 정치혁명의 메시지를 전하고 이들과 함께 투쟁해야한다.

   

<사회주의적 남북 통일: 세계 노동계급의 승리>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자본주의가 북한을 재점령하여 남북 모두가 자본주의 착취의 마당이 되는 통일은 남북 노동계급 뿐 아니라 중국 노동계급에게도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 노동계급의 정치혁명 완수와 남한 노동계급의 사회혁명 완수를 통한 국토통일만이 노동계급의 유일한 대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미국과 일본의 노동자들이 남북의 혁명을 지켜주어야 한다. 러시아는 광대한 영토, 풍부한 자원, 10월 혁명 직후 자본주의 세계의 극심한 체제 위기 등의 덕분으로 혁명의 성과를 70년이 넘게 지켰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주의 혁명은 미일 제국주의에 의해 포위될 경우 1년을 넘기기가 힘들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의 노동운동은 혁명의 국제적 연대를 통해서만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우리의 영원한 고전적 저작인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문장 “전 세계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바로 전 세계 노동계급의 혁명적 연대를 집약한 표현이다. 이 혁명적 외침이 세계에 메아리친 지도 벌써 150년이 넘었다. 조합주의, 개량주의 등 비혁명적 정치세력들이 도용해온 이 외침의 진정한 실현은 우리에게 남북 통일의 축복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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