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과 혁명정당

(IBT) 어떤 정당이 필요한가?

by 볼셰비키 posted Jan 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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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출처 – 국제볼셰비키그룹(IBT) 웹사이트



어떤 정당이 필요한가?

 


이 글은 2015년 4월에 시카고에서 개최된 “좌익에게 어떤 정당이 필요한가?”라는 패널토론에서 IBT가 제기한 의견을 축약한 것이다.

[초록색 ]……역주


어떤 종류의 정당을 지향하고 건설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우리가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에 달려있다. 왜냐하면 각기 다른 목표마다 그것에 부합하는 조직 형태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IBT는 자본가 계급을 몰수하고, 그들을 섬기고 보호하는 군사/경찰 기구를 타도하는 과업을 인류 최대의 당면과제로 간주한다. 이러한 목표는 결코 설득이나 점진적 개혁으로 성취될 수 없다. 왜냐하면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파멸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과업은 격렬한 사회혁명을 수반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노동계급과 그 동맹들이 직접 운영하는, 이성적으로 계획되고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며 평등한 사회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현재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에서 우리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하지만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사회주의의 미래를 진지하게 추구하는 이들의 유일한 목표이며 다른 대안은 없다.

우리는 그라쿠스 바뵈프[Gracchus Babeuf(1760~1797): 프랑스 혁명 시기의 혁명가. 공산주의자의 시조로 여겨짐]와 필리포 부오나로티[Philippe Buonarroti(1761~1837): 프랑스 혁명가. 바뵈프와 더불어 ‘평등주의자의 음모’의 활동을 했고, 그 활동과 사상을 기록하여 후대 사회주의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침] 그리고 그들이 1790년대에 조직한 ‘평등주의자의 음모’로부터 시작해 장장 200년이 넘는 경험들을 거쳐 왔다. 그리고 블랑키주의자들의 쿠데타로부터 사회민주주의의 선거 만능주의와 1930년대에 2단계 혁명론을 채택한 관료화된 코민테른의 인민전선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도들이 자본주의의 지배를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

레닌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승리를 위해 필수적인 4가지 조건들을 『공산주의에서의 좌익 소아병』에서 제시한 바 있다. 첫째, 전통적인 방식들로 해결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한 지배계급이 서로 다른 정책을 추구하는 분파들로 양극화되기 시작한다. 둘째,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사이에 위치한 중간계층이 정권의 생존여부에 대한 자신감을 잃기 시작한다. 셋째, 노동자계급이 전투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자본주의와 기존 사회질서 하에서의 경험 바깥에서 해결책을 찾기 시작한다. 이 첫 세 가지 조건들은 모두 1968년 파리를 비롯한 여러 준혁명적 상황들에서 크고 작은 정도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네 번째 조건 ‘능숙하고 검증된 지도력을 갖춘 대중적 노동자 혁명정당’이 부재했다. 나치가 독일에서 승리하는 와중에 트로츠키는 이렇게 지적했다.

“계급은 그 자체로는 착취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계급은 즉자적 사회계급에서 대자적 정치계급으로 변모되는 순간에만 독자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 정치적 변모는 당이라는 매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당은 계급 대중이 계급의식을 획득하는 역사적 기관이다.”―『다음에는 무엇이?』


맑스주의자들은 국제적 차원의 혁명조직을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 나라별 지부를 갖춘 단일한 세계정당 건설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단일한 정치강령 즉, 인류 보편적으로, 그 중에서도 특히 프롤레타리아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룰 수 있는 이념체계가 이러한 정당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트로츠키가 가장 즐겨 쓰던 격언 중 하나는 이 문제를 이와 같이 집약한다. “당이 강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강령이 당을 만드는 것이다”

혁명정당이 노동자계급을 권력 장악으로 인도했던 사건은 역사상 단 한번 있었다. 비록 이 사건이 약 1세기 전에 농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국가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성공을 가능케 했던, 그리고 볼셰비키 당을 제2인터내셔널의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과 뚜렷하게 구별 지은 정치조직과 전략적 방향의 근본적 요소들은 여전히 미래를 위한 결정적 의의로 남아 있다. 따라서 모든 진지한 혁명가들은 처음 등장할 때 전례없이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과거의 오류를 재포장한 것으로 판명되는 개량주의자들의 점진주의, 초계급적 동맹 그리고 신좌익이나 점령운동과 같이 산발적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현상들 즉, 모든 경향들을 포용하는 무당파주의의 반복적인 실패 대신 볼셰비키의 성공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관점이다.

레닌주의는 오늘날 자본주의를 혐오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다. 왜냐하면 대개의 경우 레닌주의는 고리타분한 것처럼 보이는 데다 권위적이고 위계적이라고 조롱받기 때문이다. 조직구조 차원에서 볼 때 레닌주의는 여러 계층의 조직들, 조직의 명령권 소유 그리고 하부 기관들과 개인 당원들에게 명령할 권한을 위임받은 특정 기관들이 포함된 명령체계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실제로 위계적이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레닌주의 조직에 속해있다면 단순히 자신이 느끼는 바대로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

권위주의와 관련해서 우리는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바쿠닌과의 논쟁에서 제기한 견해를 되새길 수 있다.

“혁명이라는 것은 일부 주민들이 소총과 총검 그리고 대포를 동원해 나머지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의지를 강요하는 가장 권위적인 행위이다.”―「권위에 관하여」


그렇다. 혁명은 가장 권위적인 행위이고 여기에 상응하여 레닌주의도 마찬가지로 권위적이다.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우리는 노동계급의 의지(민주적으로 선출된 노동계급 지도자들로 대표되는)를 지금 우리에게 자신들의 의지를 강요하는 자들[자본가계급]에게 강제할 것이다. 만약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당신은 레닌주의 조직에 속하지 않을 것이다.

레닌주의 조직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건강한 노동자국가에서와 같이, 조직의 전략적 방향 결정, 정세의 발전에 따른 정책의 변경과 조정, 필요할 경우 자격미달인 지도자를 교체할 수 있는 수단을 평회원에게 부여하는, 피드백 구조를 그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민주주의는 레닌주의 조직에게 필수불가결하다. 따라서 이것이 없다면 그 조직은 레닌주의 조직이 아니다. 모든 정치조직에는 지도력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것이 공개적으로 작동하는가 아니면 장막 뒤에서 비밀스럽게 작동하는가이다. 그것은 여러분이 선택할 문제이다.

진지한 사회주의 운동은 단순히 자본주의 엘리트와 그 하수인들의 이념적 지배에 도전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배계급 타도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국가기구의 저항을 이겨낼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러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레닌이 말한 ‘전투조직’의 건설이 필요하다. 이 조직의 원형은 백 년 전 러시아에서 노동계급 곳곳에 뿌리내렸고 나중에는 특히 군인들이 포함된 대부분의 사회계층으로 범위가 확장되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차르 정권이 처한 위기의 한복판에서 기회가 생기자 볼셰비키는 성공적으로 러시아의 FBI와 치안기구들의 허를 찔렀고 다른 급진주의자들 특히 사회혁명당 좌파, 무정부주의자와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그리고 이 덕분에 국가권력에 대한 노동계급의 공격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

1917년 10월 혁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건이다. 궁극적으로 혁명가들은 패배했지만, 강력한 본보기를 보여 주었고, 수많은 노동자들을 포괄하는 정당들(코민테른의 지부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했다. 이는 그들에게 최우선 과제였다. 혁명가들은 처음부터 국제주의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었고 혁명이 전 세계로 확산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직적 모델이 첫 4차례의 (스탈린이 아닌 레닌과 트로츠키가 지도하던) 코민테른 대회 동안 발전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 모델이 모든 주요한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 레닌주의 정당을 건설하기 어렵다고 해서, 결코 이러한 정당의 중요성이 감소되지 않는다.

예상컨대, 여기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오늘날 이 나라에 성공 가능성이 있는 좌익정당을 건설할 전망이 희박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거대한 레닌주의 인터내셔널을 재건하는 일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이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있을지 모른다. 물론 현재의 역사적 시점에서 이러한 전망의 실현이 대단히 멀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만약 지금의 역사적 상황을 볼 때, 인류를 멸망에서 구하기 위한 싸움으로 귀결될 싸움 즉,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사회주의로 대체하는 근본적인 사회변혁을 위한 투쟁에 진지하게 임한다면, 지금 당장 성취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일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필요한 일들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4 September 2015
What Kind of Political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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